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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3화 (43/1,498)

43화 모두 죽이다

왕맹은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가 누구인가? 그는 바로 십대 천재 중에서 서열 구위의 존재였다.

그런데 진남이 신법무예 하나로 그를 손아귀에 쥐고 놀았다.

왕맹은 아무런 신법무예를 연마하지 않았다. 그의 무혼도 검계 무혼이었기 때문에 이장운의 신뢰광매 무혼처럼 속도를 빠르게 해서 진남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진남을 보는 소냉과 다른 두 제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진남이 왕맹의 한 수를 상대할 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진남이 보여준 무예는 왕맹과 싸우기에 충분했다.

소냉은 왕맹의 말을 듣자 저도 몰래 웃음이 나왔다.

"흥! 왕맹, 능력이 있으면 진남을 쫓아 가보지 그래?"

소냉의 진남에 대한 태도가 한결 누그러졌다. 적어도 진남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오만방자한 것은 아니었다.

왕맹은 소냉의 말에 얼굴이 굳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왕맹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멈춰서 싸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남의 다음 행동에 모든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은 움직임을 멈추고 웃으면서 왕맹을 보았다.

"네가 신법무예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니 이제부턴 신법무예를 사용하지 않겠다. 신법무예 없이 싸워주마."

소냉은 그런 진남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진남, 왜……"

그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진남의 신법무예를 보고 진남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었다.

그런데 진남이 또 오만방자하게 설치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진남은 왕맹과 그대로 싸우면 죽음뿐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죽음을 자초한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건가?

다른 두 제자도 이 광경을 보고는 일제히 멍해졌다. 이런 목숨을 건 대결에도 진남은 본성을 못 고치고 날뛰고 있었다.

왕맹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진남, 네가 남자라면 번복하지 않겠지? 이제 나 왕맹의 진짜 능력을 보여주마!"

왕맹은 매우 흥분했지만, 진남이 번복할까 봐 얼른 앞으로 달려가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왕맹이 큰 손을 내밀어 자신의 빙검무혼을 손에 잡았다. 온몸에서 검기가 솟아오르고 한기가 몸에 스며들었다.

"일검비선(一劍飛仙), 빙동삼천(冰凍三千)!"

왕맹이 크게 고함치자 그의 기세가 최고조로 올랐다. 그는 몸을 날려 진남을 향해 검을 겨누고 날아갔다.

그의 검 끝에서 한랭하고 웅장한 검기가 휘몰아쳤다. 마치 이 숲의 모든 것을 꽁꽁 얼어붙게 할 것처럼 세차게 몰아쳤다.

소냉과 다른 두 제자는 경악했다.

소냉은 눈을 부릅뜨고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이럴 수가! 왕맹이 한빙검법(寒冰劍法)을 최고 경지까지 연마했단 말이야? 이 초식까지 사용하다니……"

충격 속에서 소냉은 문득 든 생각에 급하게 소리쳤다.

"진남, 도망가시오!“

소냉의 외침을 듣고 왕맹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도망가려고? 지금 도망가려 해도 늦었어! 진남, 네 신법무예라면 비길 수 있었겠지. 그런데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오만방자하게 설치다니! 네놈이 죽는 건 그 어리석음을 때문이다!"

왕맹은 기세등등했다. 그의 눈에 진남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른 두 제자들은 흥분했다.

그들 두 사람은 왕맹의 칼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진남은 도망 못 치고 죽을 게 뻔했다.

진남을 죽여서 얻는 이득을 생각하면 두 제자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흥분에 얼굴까지 빨갛게 변했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진남이 움직였다.

그의 온몸에서 검의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진남의 등 뒤에 여덟 갈래의 노란 빛이 동시에 솟아오르더니 인간 형상을 한 전신의 혼이 그의 등 뒤에서 반쯤 공중에 서 있었다.

전신의 혼에서 분출된 흉포한 기세가 끊임없이 진남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현재 진남의 전력이었다.

진남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소냉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다른 두 제자도 턱이 빠진 듯 입을 벌리고는 진남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진남의 몸에서 이렇게 무지막지한 기세가 폭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왕맹도 웃음을 멈추고 공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신검합일의 원만 경지? 어떻게 네가……"

그의 말 끝내지 못했다.

진남이 손을 휘두르자 허리춤에 박힌 칼이 날아 나왔다.

서늘한 칼 빛이 번쩍하는 게 보였다. 웅장한 힘을 품은 검의가 왕맹을 향해 날아가더니 거대한 짐승이 입을 쩍 벌린 것처럼 왕맹을 삼켰다.

왕맹은 겁에 덜컥 질려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한빙검법! 죽여! 죽이라고! 죽여……!"

왕맹은 진남이 휘두른 칼 앞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의 힘은 방대한 검의에 맞아 깔끔하게 사라졌다.

"아아아아……."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왕맹의 몸이 칼을 맞아 두 동강 나서 피를 쏟았다.

소냉과 다른 두 제자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봤다.

그들의 머릿속엔 사라진 하늘의 칼이 끊임없이 아른거렸다. 마치 온몸이 얼음 굴에 떨어진 것처럼 뼛속까지 시렸다.

잠시 후 소냉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여전히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진…… 진남, 당신이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였소? 왕맹이 단칼에 죽다니……."

다른 두 제자도 이 말을 듣고 반응했다. 진남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비아냥거림 없이 그저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는 어떤 수준인가?

임자소, 황용 같은 초월급 천재들도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를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남은 원만 경지를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만 경지를 사용하여 한방에 십 대 천재 중 서열 구 위인 왕맹을 죽였다.

"도망가자!"

두 제자가 거의 동시에 반응하여 고함쳤다.

그들은 무혼을 폭발시켜 먼 곳으로 도망갔다.

한 수에 왕맹을 죽일 수 있었던 진남이었다. 그들은 그에 대한 두려움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진남과 감히 싸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왕맹마저 죽었는데, 그들 두 사람이 어떻게 진남을 상대할 수 있겠는가?

소냉은 아직 진남의 놀라운 실력에 받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두 제자가 도망치자 그제야 얼굴빛이 달라졌다.

"빌어먹을! 이렇게 빨리 도망치다니……."

두 제자는 이미 한참을 도망쳤다. 소냉이라고 해도 지금 쫓아가기엔 너무 늦었었다.

"도망가려고?"

진남이었다.

그의 두 눈에 한 줄기 현광이 번득이더니 도망친 둘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는 왼손의 칼집에서 칼을 뽑아서 오른손에 들고는 신검합일 경지에 들어갔다. 원만 경지의 검의가 다시 세차게 솟아올랐다. 거센 기운에 주위가 스산해졌다.

소냉이 그런 그를 보고는 물었다.

"진남 뭐 하는 거요?"

이 말을 한 후 소냉은 문득 든 생각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진남을 쳐다봤다.

설마 진남은 두 제자를 죽이려는 건가?

두 제자는 이미 이백 척이나 되는 거리를 도망갔다. 쉬체 경지 구 단계의 강자라도 그리 먼 곳에 있는 두 제자를 죽일 수 없었다.

진남이 비록 쉬체 경지 육 단계의 수행에 신검합일의 원만 경지의 도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이었다.

"비공도법, 백보비공."

진남이 길게 휘파람을 한 번 불자 온몸의 힘과 검의가 그의 손에 든 칼집과 칼에서 동시에 솟아올랐다.

칼집과 큰 칼은 마치 두 마리의 교룡이 바다에서 뛰어올라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웅장한 기운을 지니고 있고 속도는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수림 속에서 두 줄기 번개가 번뜩하고 폭발하는 것 같았다.

두 제자는 자신들이 이백 척 정도 도망 온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제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다행히 방금 빨리 도망쳤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우리 오늘 죽을 뻔했어."

다른 한 제자도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진남이 그렇게 강할 줄 몰랐어. 어쩐지 오만하더라니."

두 제자는 대화하면서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그들의 눈에 하늘을 찌르는 검의가 보였다. 그들이 검의를 발견한 순간에는 이미 지척에 도달해서 저항할 겨를도 없었다.

"이건……"

두 제자는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말조차 하지 못했다. 말을 채 마치지도 못했는데 검의가 날아와 그들을 죽였다.

숲은 온통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진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탈력감에 그는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왕맹과 싸울 때, 그는 거의 진력을 다 썼었다. 그런 상태로 백보비공을 펼쳐서 쉬체 경지 칠 단계인 두 제자를 죽였다. 그래서 그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다.

진남의 옆에 있는 소냉은 놀란 기색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소냉은 십 대 천재 중의 한 명이고 소경설의 동생이라 견식이 넓었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진남이 왕맹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이백여 척 거리를 두고 칼집과 큰 칼 한 자루로 쉬체 경지 칠 단계의 제자 두 명을 한 방에 죽였다.

이건 쉬체 경지 구 단계의 천재 제자라고 해도 못 하는 일이었다.

소냉은 숨을 들이마시며 진남을 힐끗 쳐다봤다. 진남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전에 소냉은 경멸이 가득한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 진남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경외심이 담겨있었다.

왕맹과 쉬체 경지가 칠 단계인 두 제자도 모두 벌레 목숨이었다. 그러니 진남 앞에서 소냉이 뭐라도 되겠는가?

소냉이 조심스레 말했다.

"진남…… 진남 사형. 아까 당신이 펼친 그 수법은 도대체 무엇이오? 이백 척이 넘는 거리를 두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진남은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진남 사형이라고 하지 말고, 남형이라고 부르오."

소냉은 그의 말에 사레가 들어 기침하더니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저놈들을 이겼다 해서 내가 남형이라고 부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하하, 어쨌든 타인의 무예를 함부로 물어보면 안 되오."

진남은 크게 따지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빨리 청룡영패 두 개를 가져오시오. 당신과 내가 각각 하나씩 가져야지."

소냉은 청룡영패를 생각하니 흥분됐다. 그는 얼른 진남에게 청룡영패를 가져다줬다.

진남은 청룡영패를 들고 잠시 자세히 보더니 품에 넣으며 말했다.

"소냉, 당신에게 부탁할 일이 있소."

"무슨 일이요?"

소냉이 물었다. 그리곤 이내 한 마디 덧붙였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면 모두 들어주겠소. 이번에 세 사람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신 덕분이었소."

소냉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한 마디였다.

진남이 웃으며 말했다.

"가서 저놈들 몸을 뒤져서 단약, 지도, 보물 다 갖다주시오. 온몸을 위아래로 샅샅이 훑어봐야 하오. 쉬체단 한 알도 놓치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하오."

소냉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도의 세계에서 적을 죽인 뒤 상대방의 보물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진남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들 세 사람 몸에 있는 모든 것을 내가 가지겠소. 그건 나누지 않을 거요."

길을 걷던 소냉은 그 말에 비틀거렸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진남은 처음 소냉을 만났을 때 그의 경멸어린 시선을 느꼈다. 비록 소경설의 체면을 봐서 그와 따지지 않았지만, 진남은 복수를 꼭 하는 사람이었다. 당한 만큼 갚아 줘야 했다.

곧 소냉이 돌아왔다. 진남은 소냉이 가져온 전리품을 보고 살짝 놀랐다.

땅 위에 열 개의 옥병이 놓여 있었는데, 옥병마다 모두 열 알의 선천단이 들어 있었다. 거기다 진귀한 영약도 여덟 개가 있었는데 선천단으로 바꾸면 아마 서른 알은 될 것 같았다.

이외에도 진남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지도 두 개였다. 두 지도는 짐승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 지도가 청룡영패를 기록한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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