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나와 당당하게 겨뤄라!
세 청년 중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거만한 표정의 청년이 진남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의 등 뒤에 한 자루의 검 형상의 황급 팔품의 무혼이 보였다. 검은 전체가 얼음처럼 투명하여 마치 천년 된 현빙(玄冰)이 응집되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청년은 손에 든 무혼빙검(武魂冰劍)과 신검합일 소성의 경지를 이루었다. 칼을 휘두를 때마다 수많은 차가운 한기가 휘몰아쳐 호수를 얼렸다.
쉬체 경지 칠 단계에 맞먹는 요수가 그의 검에 몸이 얼어 부서졌다.
"아마도 저 사람이 왕맹이겠군. 신검합일의 소성경지에 쉬체 경지 칠 단계인 무혼까지 합하면 그는 아마 일반적인 쉬체 경지 팔 단계를 죽일 수도 있을 거야. 과연 십 대 천재 중 서열 구위를 차지할 만하군."
진남은 속으로 감탄했지만, 두 눈에는 싸늘한 빛과 살의가 번졌다.
진남은 왕맹을 잘 몰랐지만,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자소가 연합한 이백이십 명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왕맹 등 세 사람의 끊임없는 살육에 의해 호수에 있는 요수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잠시 후 호수를 지키던 십여 마리의 요수가 모두 참살당했다. 쉬체 경지 팔 단계에 맞먹는 강대한 요수도 포함돼 있었다.
요수를 모조리 베어버리자 왕맹을 포함한 세 사람의 표정이 들뜬 듯이 바뀌었다.
왕맹의 측근 두 명이 바로 아첨을 했다.
"사형, 축하드려요. 요수들을 모조리 베어버렸으니 청룡영패를 획득하고 십 위에 들 수 있겠어요."
왕맹은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두 제자를 바라보곤 공을 치하했다.
"내가 청룡영패 두 개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너희 공도 있다. 너희가 아니었다면 소냉 그 미련한 놈한테서 지도를 뺏을 수 없었어. 그러니 이후 내가 출세하면 너희 둘을 잊지 않으마."
두 제자는 크게 기뻐했다.
바로 이때, 나무 위에 잠복해 있던 소냉이 그 말에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왕맹 이놈아! 네가 내 지도를 빼앗고도 뒤에서 욕하다니, 너를 죽이겠다!"
소냉의 살기가 하늘을 찌르더니 무혼이 폭발했다.
그의 등 뒤에서 무혼이 솟아올랐다. 한 자루의 고풍스러운 검으로 마치 상고에 남긴 병기인 것 같았다.
소냉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최대의 살초를 펼쳤다. 그는 검을 잡고 검의를 폭발시켜 왕맹의 머리를 후려쳤다.
갑작스런 살기에 왕맹 세 사람은 놀라 얼떨떨했다. 그러나 왕맹은 소냉을 똑똑히 보더니 곧 비웃으며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개처럼 꼬리를 말고 도망친 소냉 아니더냐. 아까 목숨을 살려줬는데 감히 다시 오다니. 그렇게나 죽고 싶다면 내가 직접 죽여주지!"
왕맹은 소냉을 안중에 두지도 않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온몸에서 한기가 솟아오르고, 한 가닥의 검의가 곧 허공을 뚫고 소냉을 향해 날아갔다.
펑!
두 검이 직접 부딪히며 거대한 힘이 폭발했다.
왕맹은 십 대 천재 중에서 소냉보다 한 단계 높은 구 위를 차지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경지는 비슷했지만, 검술의 조예는 왕맹이 더 깊었다.
그래서 왕맹은 소냉의 갑작스러운 살초를 가볍게 피해냈다.
소냉은 죽일 듯이 왕맹을 쏘아보았다.
"왕맹! 네놈이 패거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를 빼앗아 갈 수 있었겠느냐! 배짱이 있다면 나와 일대일로 대결하자!"
"일대일로 대결하자고?"
왕맹은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
"누가 일대일로 대결하겠대? 내가 왜 네놈과 굳이 대결해줘야 하지? 네놈도 네 패거리와 같이 싸우면 되지 않나? 하하하!"
왕맹은 다른 제자들에게 살벌하게 명령했다.
"나를 따라와라. 저놈을 완전히 죽여버리자."
다른 두 제자는 이 말을 듣자 사납게 웃으며 기세를 몰아 왕맹과 함께 소냉에게 돌진했다.
나무 위에 숨어있던 진남은 일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다가 더 이상 숨지 않고 몸을 솟구쳐 나오며 소리쳤다.
"셋이서 소냉을 괴롭히는 건 공평하지 않지. 내가 소냉과 함께하겠다."
왕맹은 이 말을 듣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소냉이 도움을 요청했어?'
소냉 한 사람이라면 그들은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소냉이 천재 제자와 함계 왔다면 이 싸움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왕맹 등 세 사람은 진남의 모습을 보자 똑같이 황당해졌다.
'진남이잖아? 소냉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진남이야?'
왕맹이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그는 머리를 젖히고 미친 듯이 웃었다.
"누구를 찾아왔나 했더니 고작 폐물을 찾아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소냉 네게 고마워해야겠구나. 폐물을 데려오다니."
말을 하는 동안 왕맹은 흥분했다.
현령종에 있을 때, 왕맹은 임자소와 연합했었다. 그는 만상 대회에서 진남을 만나면 반드시 죽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만상 대회는 위치가 무작위로 전송되었기 때문에 왕맹은 진남을 죽이려 해도 그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진남이 지금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니 그가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왕맹뿐만 아니라 다른 두 제자도 흥분했다.
진남을 죽이기만 하면 엄청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자소의 호감도 얻을 수 있었으니, 그들이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냉이 싸늘하게 말했다.
"왕맹아, 지도를 내놔라."
"지도를 내놓으라고?"
왕맹은 한바탕 웃더니 머리를 쳐들고 멸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소냉아, 폐물과 손잡더니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았어? 폐물을 데려온 것을 생각해서 살려줄 테니 얼른 꺼지거라."
다른 두 제자도 비웃는 표정으로 소냉과 진남을 쳐다봤다. 그들은 소냉과 진남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소냉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이 상황에서도 왕맹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소냉이 막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줄곧 아무 말 없던 진남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왕맹이라고? 듣자 하니 네가 십 대 천재 중 한 명이라면서?"
이 말에 왕맹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래, 내가 바로 십 대 천재 중 서열 구 위야. 진남아,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내게 세 번 절하면 불구로만 만들고 죽이진 않으마."
진남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하, 절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네가 방금 말끝마다 나를 폐물이라고 했는데 나와 홀로 싸울 자신은 있어서 그러는 거지? 근데 소냉과 일대일로 대결하는 걸 피하는 걸 보니 과연 네게 그럴 배짱이 있는지 싶네? 하하하!"
말은 마친 진남은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그와 왕맹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 그러나 왕맹은 그를 보자마자 폐물이라 욕하고 죽이려 했다. 그래서 진남은 왕맹을 죽이기로 마음먹고 도발했다.
왕맹은 적이었다. 적에게는 자비로울 필요가 없었다.
소냉, 왕맹, 그리고 다른 두 제자는 그 말을 듣고는 황당해했다.
왕맹과 홀로 싸우겠다고?
왕맹은 황급 팔품 무혼이고 쉬체 경지의 칠 단계에 도달했다. 게다가 신검합일의 소성경지에 있고 십 대 천재 중 서열 구 위였다.
진남이 비록 황급 팔품 무혼이지만, 쉬체 경지는 고작 육 단계밖에 안 되는데 감히 왕맹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이건 정말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하하하!"
고개를 들고 웃는 왕맹의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구나. 폐물이 감히 나에게 도전하다니. 네가 죽기를 원한다면 내가 당장 죽여주마."
왕맹이 크게 한발 내디뎠다. 공격적인 기세로 살기가 등등했다.
소냉은 안색이 변하여 말했다.
"진남, 함부로 나서지 마시오. 당신은 결코 왕맹의 상대가 되지 못하오."
"소냉, 말리지 마시오. 당신이 말려도 소용없소."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게다가 싸움에서 지는 사람이 꼭 나란 법은 없지 않소."
소냉은 황당했다.
죽을 상황이 돼서도 이렇게나 겁 없이 설치다니.
호의로 말렸는데, 뜻을 굽히지 않는 진남 때문에 소냉은 매우 불쾌해졌다.
소냉은 굳어버린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죽고 싶다고 하니 나도 말리지 않겠소."
말을 마친 후 소냉은 훌쩍 뛰어올라 큰 나무 위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왕맹의 얼굴에 노기가 띠었다.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진남아, 너는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구나. 그럼 오늘 네가 대체 무슨 재주가 있기에 백옥도장에서 모든 제자들에게 호통치고 감히 내 앞에서 망언한 것인지 한번 보자."
말이 끝나자, 왕맹의 몸에서 쉬체 경지 칠 단계 기세가 세차게 일었다.
뿐만 아니라 여덟 갈래의 노란 빛이 동시에 피어나 얼음같이 영롱한 장검이 천천히 떠올라 등 뒤에 걸렸다.
왕맹은 서두르지 않고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서서히 진남을 향해 다가왔다. 그는 진남을 천천히 괴롭혀서 죽일 생각이었다.
그런 왕맹을 보고 왕맹의 곁에 있던 두 제자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 한 명이 말했다.
"진남, 정말 하늘 높은 줄도 모르는구나. 왕맹 사형이라면 쉬체 경지 팔 단계라 해도 죽여버릴 수 있는데. 폐물 주제에 왕맹 사형에게 맞서다니. 진남은 왕맹 사형의 초식을 세 수조차 막아내지 못할 거야."
또 다른 제자는 그 말을 듣고 비웃으며 말했다.
"세 수? 세 수도 넘치지. 한 수면 충분할 거다."
소냉은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굳이 끼어들지는 않았다. 그의 눈에는 진남이 그렇게 약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왕맹의 공격을 열 수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왕맹이 갑자기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진남아. 내가 저번에 새로운 권법을 하나 배웠는데, 오늘 마침 네게 권법의 위력을 시험해 보면 되겠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맹이 손을 썼다. 그의 몸 전체에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구진귀일(九勁歸一), 구진전권(九勁戰拳)!"
왕맹이 고함치자 그의 몸에서 아홉 종류의 힘이 솟구쳐 오르더니 한데 모여 하나의 권법이 되었다. 압도적인 힘이 곧장 진남을 향해 날아왔다.
왕맹이 권법을 사용하자 소냉과 다른 두 제자의 얼굴이 놀란 빛이 떠올랐다.
권법만으로도 충분히 일반적인 쉬체 경지를 팔 단계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진전권? 이름은 패기 넘치지만, 그걸로 나를 죽일 순 없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지켜보던 진남은 왕맹의 주먹이 떨어지려 할 때 몸을 날렸다.
신법무예인 백현팔보였다.
진남의 몸이 한 줄기 연무가 되어 사방을 떠돌아 살벌한 권법을 피했다.
"응?"
왕맹은 그런 진남을 보고 당황했다.
소냉과 다른 두 제자도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심오한 신법무예를 익혔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진남은 몸을 가볍게 흔들더니 왕맹의 살초를 손쉽게 피해냈다.
왕맹은 정신을 차리고 혀를 내밀어 입가를 핥았다.
"의외구나. 네가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이야. 그래도 내 눈에는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는구나! 넌 여전히 폐물이다!"
왕맹은 다시 기세를 방출하며 진남을 향해 흉악하게 돌진했다.
진남은 무표정한 얼굴로 전혀 동요하지 않고 백현팔보를 펼쳤다.
백현팔보는 신법무예 중에서도 최고였다. 더구나 진남은 백 보를 팔 보로 줄였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현묘한 움직임이어서 전혀 예측할 수 없었으며 포착할 수도 없었다.
왕맹의 초식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진남은 쉽게 피해냈다.
반 주 향이나 시간이 지나도 진남이 피하기만 다니자 왕맹은 참다못해 얼굴이 한없이 사나워져서 진남에게 윽박질렀다.
"진남! 토끼처럼 도망만 다니지 말고 나와 당당하게 겨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