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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8화 (38/1,498)

38화 모두가 적이다

먼 하늘에서 다섯 개의 웅장한 기세가 밀려왔다.

들끓던 백옥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신입 제자들은 웅장한 기세에 표정이 바뀌었다. 마치 다섯 개의 거대한 산이 꾹 누른 것 같아서 숨쉬기도 어려웠다.

하늘에 다섯 명의 노인이 느긋하게 다가왔다. 대단한 기세를 가진 그들은 현령종의 장로였다.

다섯 장로들 중 가장 앞에 선 사람은 지난번에 백옥도장에 나타난 적 있는 백발노인이었다.

백발 노인은 자리에 똑바로 선 후, 장내를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지난번처럼 황용과 임자소에게 향하더니 감탄했다.

"역시 황급 구품 무혼의 천재들이구나. 황용, 임자소 훌륭하다. 이번 만상 대회에서 우리 다섯 장로들이 너희 두 사람에게 기대가 크다."

다른 네 명의 장로들이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황용은 입을 벌리고 웃었다.

임자소도 웃고 있었는데 그의 표정이 점점 더 오만해졌다.

주변의 제자들은 모두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백발노인이 이내 평온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이번 만상 대회는 우리 다섯 장로가 공동으로 연 것이다. 대회는 내가 진행한다. 아래 만상 대회의 규칙을 알려주겠다. 한 번만 말할 거니 다들 잘 듣거라."

백발노인의 강한 압박이 실린 말투가 장내를 휩쓸었다.

신입 제자들은 모두 화들짝 놀라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정신을 집중했다.

백발노인의 눈에 아주 잠시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만상 대회는 만상도(萬象島)에서 열린다. 잠시 후에 우리 다섯 장로들이 함께 전송대진(傳送大陣)을 시행해 너희들을 섬에 보낼 것이다. 도착하는 위치는 무작위이다. 한 달 후에 만상도에서 다시 진법을 운행해 너희들을 데려올 것이다."

"지금부터 규칙을 알려주겠다. 첫째, 만상 대회 기간에는 살육을 금하지 않는다."

"둘째, 만상도에는 서른 개의 청룡 영패가 있다. 가지고 있는 청룡 영패의 개수가 많으면 이긴다."

"셋째, 이번 대회는 십 위 안에 든 자만이 포상을 받을 수 있다."

백발노인의 말이 끝나자 신입 제자들은 몇 번의 호흡이 오가는 동안 침묵했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동자에서 살의가 드러났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멍청한 자는 없었다.

세 개의 규칙을 합하면 만상 대회라는 것은 제자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격투였다.

아마 대회가 시작되면 서로 호형호제하던 친구도 원수가 될 것이었다.

진남도 세 개의 규칙을 듣고 그 의미를 알아차렸다.

솟구치는 흥분을 걷잡을 수 없었다.

백발노인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훑어보며 말했다.

"포상을 발표하겠다. 일 위는 구전금단(九轉金丹) 한 알, 이 위는 삼전금단(三轉金丹) 한 알, 삼 위는 선천단 만 알과 이보각(異寶閣)에서 이보를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 사 위부터 십 위는 각각 구천, 팔천, 칠천, 육천, 오천, 사천 알의 선천단을 포상한다."

백발노인의 말이 끝나자 백옥도장은 침묵에 빠졌다.

신입 제자들은 하나같이 흥분으로 얼굴이 빨개졌다. 그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신입 제자들은 낙하왕국의 각 지역에서 뽑혀왔다. 그들 중 대부분이 무도 명문가 자제들이었다.

그런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그만큼 이번 현령종의 포상은 엄청났다.

그들은 일 위에게 주어지는 구전금단과 이 위에게 주어지는 삼전금단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 단약의 가치가 분명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알았다.

신입 제자들의 눈빛이 다시 한번 변했다.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에 경계심과 살의가 가득했다. 마치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목숨을 빚진 원수 같았다.

큰 이익을 앞두고 모두의 가슴에는 광기와 충동이 일었다.

진남도 충격에 빠졌다. 이내 충격에서 벗어난 진남의 두 눈에도 일말의 광기가 번졌다.

진남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가?

물을 것도 없이 단약이었다.

만상 대회에서 십 위만 해도 이천 알의 선천단을 포상으로 제공했다.

선천단 이천 알을 쉬체단으로 환산하면 이십만 알이었다.

이십만 알의 쉬체단이 있으면 전신의 혼은 어떤 등급으로 승화할 수 있을까?

아마 황급 십품이나 전설의 현급 무혼으로 승급할지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고작 십 위에게 주는 포상이 이 정도라는 것이었다.

만약 진남이 삼 위를 한다면 포상은 선천단 만 알인데 쉬체단으로 치면 백만 알이었다.

"현령종에서 이렇게 풍성한 포상을 준비했다니. 잘됐다. 너무 잘됐어! 만상 대회에서 반드시 삼 위는 해야겠어. 삼 위 안에 든다면 무혼 등급을 현급으로 승급시킬 수도 있을 거야."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제자들이 흥분하는 것을 보자 백발노인의 눈에 불쾌한 감정이 스쳤다.

"됐다. 다들 조용하거라."

그가 말하자, 거대한 위압을 머금은 천둥소리가 장내를 울리는 것 같았다.

제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백옥도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백발노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우리 다섯 장로는 지금부터 전송대진을 운행하겠다."

말이 끝나자 다섯 장로는 사람들에게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웅장하고 현묘한 힘이 솟구쳐 오르더니 홍수처럼 백옥도장에 밀려들었다.

백옥도장 전체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여러 갈래의 찬란한 금빛이 백옥도장 아래에서 솟아올라 마치 거대한 교룡(蛟龍)처럼 앞으로 구부러지고 비틀거리더니 점차 하나로 모여서 거대한 금광진법(金光陣法)이 되어 장내를 뒤덮었다.

전송대진이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다섯 장로들이 모두 거친 숨을 토했다. 이렇게 거대한 진법을 운행하는 것은 힘이 많이 소모됐다.

백발노인은 천천히 호흡을 가라앉히더니 한결같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전송대진은 이미 시작됐지만 제대로 운행하려면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모두 함부로 움직이지 말거라."

모든 사람들은 경외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도 거대한 전송대진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현묘한 진법은 처음이었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좀 쉬어야겠어. 만상도로 들어가면 필시 피 튀기는 전투가 있을 거야."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바로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그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강한 살기가 일어서 돌진하더니 진남의 몸을 묶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든 시선이 동시에 쏠렸다.

공중에서 전송진법을 유지하고 있던 다섯 장로들도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진남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살기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살기를 방출한 사람은 임자소였다.

임자소는 사람들과 다섯 장로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진남밖에 안 보이는 듯 말했다.

“진남, 이번에는 어떻게 날뛰는지 두고 보자. 만상도로 들어가면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어 주마.”

그의 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자리에 있던 제자들은 그 말을 듣자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진남과 임자소의 상황을 모르는 제자는 없었다.

아직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하늘에 떠 있는 다섯 장로들뿐이었다.

그들은 임자소는 알고 있었다.

이번 만상 대회에서 중점적으로 지켜보아야 할 초월급 천재였다.

하지만 진남은 또 누구인가?

고작 쉬체 경지 오 단계의 수행인데 임자소가 그를 향해 살기를 일으킨 걸까?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진남은 임자소의 협박에도 변함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이 두 글자를 뱉은 진남은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는 임자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렸다.

임자소의 안색이 굳었다.

‘곧 만상도에 들어갈 텐데 진남 이놈이 이토록 나를 무시하다니. 만상도에 네놈을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임자소는 입가에 악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잘 들으시오. 진남은 내 원수요. 당신들이 만상도에서 이자를 죽여준다면 내가 전에 여러분과 이야기한 조건을 들어주겠소. 내 체면을 봐서 이 폐물을 죽여주시오.”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진남은 이 말을 듣자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다.

이어 백옥도장에서 벌어진 상황은 진남의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았음을 확인시켜줬다.

백옥도장에는 삼백여 명의 신입 제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무려 이백이십 명의 제자에게서 하늘을 찌르는 듯한 살기가 터져 나와 일제히 진남에게 향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원수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용하던 백옥도장에 살벌한 기운이 순식간에 가득 차서 마치 겨울을 방불케 했다.

"하하하, 폐물이 감히 임자소 형의 미움을 사다니. 내가 만상도에서 그를 만나면 꼭 불구로 만들어서 넘기겠소. 형님이 처리하시오.“

"임자소 형님께서 폐물 하나 죽이려고 그렇게 좋은 조건을 내걸었는데 내가 어찌 거절하겠소?“

"흥, 고작 쉬체 경지 오 단계인 주제에 임자소 형한테 밉보이다니 겁을 상실했구먼.“

"하하, 임자소 형님을 도와드리게 돼 영광이요.“

“……”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제자들과 공중의 다섯 장로들조차 경악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은 임자소가 진남을 상대하기 위해 무려 이백이십 명의 제자들과 연합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고작 쉬체 경지 오 단계의 폐물을 상대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과 연합하다니?

무왕 강자의 위세에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았던 진남의 표정이 변했다.

진남은 이번에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이백이십 개의 번쩍이는 칼이 진남의 머리 위에 매달려 수시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도망갈 데가 없었다.

진남은 온몸이 굳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임자소가 하늘이 떠나가라 웃어댔다.

"하하하. 진남,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 이것이 바로 네가 나에게 밉보인 결과이다. 만상도에 들어가는 전송대진은 무작위지. 하지만 네가 나를 만나지 않더라도 너의 결과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바로 죽음이다!“

임자소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동시에 진남에게 살의를 드러낸 이백이십 명의 제자들도 비웃음과 경멸을 드러냈다.

그들은 진남이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고 확신했다.

백옥도장에 이백이십 명의 제자를 제외한 팔십여 명의 제자는 중립을 지켰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팔십여 명의 제자들의 눈에는 진남에 대한 연민이 스쳤다.

그들도 만상 대회에서 진남을 상대해 달라는 임자소의 부탁을 받았다.

다만 그들은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들이 소경설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굳이 진남을 죽여서 쓸데없는 갈등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임자소 패거리들은 이미 거대했기에 굳이 그들이 섞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팔십 명은 한쪽에 서서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공중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백발노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담담하게 물었다.

"임자소, 이게 무슨 일이냐? 왜 이렇게 많은 제자들과 연합하여 저놈을 죽이려고 하는 게냐?”

자리에 있던 신입 제자들은 백발노인의 말에서 그가 진남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 도와줄 리도 만무했다.

다섯 장로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사건의 경위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임자소의 흉악한 표정이 순식간에 존경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변했다.

“장로, 진남과 제가 공법전에서 투무로 무예 천부를 겨뤘습니다. 근데 이놈이 공법전 출입을 금지하는 내기를 제안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진남이 용서를 빌면 책임을 물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 폐물의 무예 천부가 생각보다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공법전에 출입을 금지당해 영원히 들어갈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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