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전신의 눈
진남 얼굴의 놀란 기색이 가시지 않았다.
'내 눈이 어떻게 된 거지?'
설령 무왕 경지의 강자라고 해도 그처럼 한눈에 방원 삼 리의 큰 마당을 내려다볼 수는 없을 거다.
"설마 어제 그 목소리가? 전신의 눈?"
진남의 머릿속에 바로 답안이 떠올랐다. 다만 그는 확신할 수 없어 황급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신의 혼을 떠올렸다.
전신의 혼이 나오자 진남은 한 쌍의 두드러져 나온 안광을 발견하고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전신의 혼이구나!"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 담긴 놀라움은 마치 막을 수 없는 홍수처럼 더욱더 커졌다.
방금 관찰을 통해 진남은 하나의 놀라운 비밀을 발견했다.
전에 진남의 시력이 한번 변화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건 진남이 대량의 단약을 삼켰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그의 두 눈은 하나의 신기한 힘을 가져 사람의 경지를 알아볼 수 있고 시력도 훨씬 증가했다.
전신의 혼은 줄곧 하나의 희미한 사람 형상이었다. 모두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틀 전 진남이 오십 알의 선천단을 삼키자 전신의 혼의 안광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단약을 먹으면 전신의 혼의 눈동자, 코, 귀, 입술, 목, 가슴 등등 모든 흐릿한 신체 부위가 나타난다는 말이 아닌가? 하나의 진정한 거인이 나타날 때까지.'
제일 놀라운 건 전신의 혼의 신체 부위가 나타날 때마다 그의 몸도 상응한 능력을 얻었다.
예를 들어 전신의 혼에 안광이 나타나니 그는 전신의 눈을 얻었다.
만약 이후에 전신의 혼에 코, 입, 귀, 손바닥 등등이 나타나게 되면 진남도 상응한 능력을 얻는 것이 아닌가?
예를 들어 전신의 코, 전신의 귀 말이다.
"비록 전신의 코, 전신의 귀 이런 이름이 조금 이상하기는 해도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더 많은 단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약이 있다면 전신의 혼의 등급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 부위도 계속하여 나타날 것이고 나도 상응한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전신의 혼이 완전히 뚜렷하게 나타날 때면 누구의 무혼이 나와 비길 수 있겠는가?"
진남의 눈엔 흥분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이 만약 진정한 사람을 만들어낸다면 천지에 전신의 혼의 위력을 능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며 냉정을 되찾았다.
전신의 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단약은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이었다. 지금의 진남은 빈털터리라 단약이 더는 없었다.
"됐어. 지금은 잘 수행하는 게 급선무야."
진남이 속으로 중얼거리자 그의 뒤에 있던 전신의 혼이 강력한 흡인력으로 천지의 영기를 끊임없이 빨아들였다.
천지의 영기가 밀물처럼 그의 몸에 들어오더니 온몸을 휩쓸며 육체를 강하게 했다.
"지난번에 쉬체 경지 오 단계로 돌파했을 때 내장을 강화했지. 그러나 이 정도론 어림도 없어. 내장을 더 높은 경지로 강화해야 해."
진남은 맑은 정신으로 의념을 움직여 세찬 영기를 온몸의 내장으로 조심스럽게 끌어갔다.
진남은 완전히 수행에 빠져들었다.
셋째 날 새벽.
진남의 몸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났다. 마치 콩을 볶는 것 같았다.
사흘 사이에 진남의 내장은 강화되어 쉬체 경지 오 단계의 정상에 도달했다. 쉬체 경지 육 단계와 간발의 차이였다.
다만 마지막 한 걸음만이 남았지만, 짧은 시간에 쉬체 경지 육 단계를 달성할 순 없었다.
진남은 쉬체 경지 오 단계를 돌파한 후 대부분 무학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쉬체 경지 육 단계까지 돌파하려면 진남이 설령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열흘이 걸려야 경계를 돌파할 수 있었다.
진남은 천천히 눈을 뜨고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밀고 나갔다.
이제 곧 만상 대회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진남은 소경설과 만상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먼저 출관하여 그녀를 만나겠다고 약속했었다.
진남은 마당을 나서자 멀리에 한 여자가 파란색 옷을 입고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소경설의 옆에는 한 청년이 서 있었다.
그 청년은 까만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몸에서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진남은 전신의 혼으로 훑어보았다. 그는 청년의 수행이 쉬체 경지 칠 단계에 도달했다는 걸 읽어냈다.
"진남."
소경설은 진남을 발견하고 그를 불렀다. 그녀의 눈에 의아함이 비쳤다.
진남이 쉬체 경지 육 단계를 돌파하지 못했다. 이는 그녀가 예상했던 바였다. 그러나 왠지 요 며칠 사이에 진남의 기질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하지만 소경설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얼른 말했다.
"만상 대회가 이제 곧 시작된다. 오늘 네게 한가지 물건을 주마. 이 물건의 이름은 둔지주(遁地珠)다. 그걸 부서뜨리기만 하면 순식간에 한 리를 이동할 수 있다."
소경설이 손을 내밀자 새하얗고 손바닥 위에 옥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그 옥구슬은 새까맣고 동그랬다. 현묘한 힘을 내뿜고 있었다.
"둔지주?"
진남이 그 옥구슬을 한번 쳐다봤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경설, 당신의 도움은 이미 충분해요. 이런 진기한 보물을 받을 순 없어요."
"그냥 받거라."
소경설은 진남이 거절할 걸 예상하기라도 한 듯 정색하며 말했다.
"네가 나를 더 이상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면 몰라도……"
"그건……"
진남은 당황했다. 그는 임자소와 막려같이 큰 적을 마주하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소경설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 줄 몰랐다.
한참 망설이던 진남은 결국 둔지주를 받아 들고 정중하게 말했다.
"경설, 당신의 도움을 나는 가슴 깊이 새겨둘 거에요."
진남의 말은 모두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온 것이었다.
임수성에서든 이번에 둔지주든 소경설은 항상 제일 중요한 시기에 그를 도와줬다.
그들의 우정은 점점 끈끈해졌다.
"됐어."
소경설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에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 여기 이 아이는 내 동생이고 이름은 소냉이다. 이 아이도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제자니까 만상 대회가 시작되면 둘은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 도와주거라."
진남은 소냉을 향해 공수하고 말했다.
"나는 진남이오. 소 형, 잘 부탁하오."
소냉은 쌀쌀맞게 진남을 쳐다봤다. 마치 진남에 대한 첫인상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표정은 싸늘했고 말투에는 귀찮음이 가득했다.
"부탁까지는 필요 없소. 새로 들어온 제자들 중에 누가 진남 당신의 이름을 모르겠소? 나는 대체 자네가 무슨 용기로 임자소에게 대들었는지 모르겠소."
진남의 안색이 변했다.
소경설은 소냉의 말을 듣고는 그를 질책했다.
"소냉,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 당장 진남에게 사과하거라!"
"사과? 난 사과하지 않을 거예요. 모두 사실이잖아요."
소냉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진남, 당신은 수행이 고작 쉬체 경지 오 단계잖소. 무혼도 황급 팔품 밖에 안되고. 무예 천부가 임자소와 높은 것 외에 다른 면에서 어느 점이 임자소보다 낫소?"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실로 임자소와 비교할 수 없소."
"그래도 주제 파악은 좀 하는군."
소냉이 담담하게 진남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진남, 그래도 누님을 생각해서 한마디 충고하겠소. 만상 대회는 무예 천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을 겨루는 거요. 쉬체 경지 오 단계와 황급 팔품의 무혼으로 만약 임자소와 부딪히면 틀림없이 죽을 거요. 그러니까 만상 대회가 시작하기 전에 임자소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시오.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는 자가 살아남는 거요."
말을 마친 소냉은 소경설을 한번 흘끔 쳐다보고는 떠나버렸다.
소경설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남, 내 동생을 신경 쓰지 말거라. 어릴 때부터 오냐 오냐 커서 그런지 성격이 별로 좋지 않구나. 동생의 무례를 대신 사과하마."
"괜찮아요."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비록 소냉의 말이 진남을 기분 나쁘게 하긴 했지만, 그는 소냉에게 따질 생각은 없었다.
어찌 됐건 소냉은 소경설의 남동생이었다. 진남은 소경설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진남이 화를 내지 않는 걸 본 소경설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진남에게 당부했다.
"진남아, 만상 대회 때 꼭 조심해야 한다. 너의 무예 천부는 여기 있는 제자들 중에서 제일 높다고 할 수 있어. 그러나 네가 수련한 기간이 아직 한 달도 안 되기에 솔직히 얘기하면 경지는 그들보다 아직 훨씬 못한 게 사실이야. 그러니까 꼭 잘 참아야 한다. 전처럼 그러지 말고……"
말하던 소경설은 문득 진남의 웃는 표정을 보고는 당황하더니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거야. 또 자꾸만 잔소리하고……. 내가 왜 이토록 진남을 걱정하는 거지?'
'맞아. 진남은 내가 발굴한 천재여서 그런 거야. 나는 그저 그가 마음에 들어 그가 만상 대회에서 탈락하는 걸 바라지 않을 뿐이다.'
소경설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진남이 여전히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자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녀는 일부러 정색하며 사저의 위엄을 드러내며 말했다.
"진남 사제, 알아들었느냐?"
"사저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진남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진남의 행동에 소경설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진남, 이번 만상 대회에서 네가 좋은 성적을 따길 바란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백옥도장으로 떠났다.
진남이 비록 다른 말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그녀는 진남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 * *
진남이 백옥도장으로 들어섰다.
백옥도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삼백여 명 정도의 신입 제자들이 있었는데, 지난번보다 더 많았다.
"현령종에서 새로 들인 제자들이 내 생각보다 훨씬 많구나."
진남은 혼잣말하고 조용히 사람들 틈에 들어갔다.
비록 이전에 유명세를 날리기는 했지만, 제자들 대부분은 진남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니 그를 주목하는 사람도 없었다.
진남의 원수인 임자소도 지금은 진남을 지켜보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이들이 현령종에서 올해 뽑은 모든 제자들이다. 지난번보다 훨씬 더 많아. 먼저 전신의 눈으로 살펴봐야겠어.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봐야지."
진남은 조심스럽게 전신의 눈을 움직였다. 백옥도장 전체가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자리에 있는 제자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진남은 그들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관찰을 끝낸 진남의 표정이 살짝 굳어있었다.
지난번 관찰할 때는 조심해야 할 사람이 사십여 명을 조금 넘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심해야 할 사람이 족히 팔십 명이나 되었다.
팔십 명의 제자들은 모두 쉬체 경지 칠 단계 이상은 되었는데, 진남보다 적어도 두 단계씩은 더 높았다.
또 적지 않은 제자들의 경지가 열흘 동안에 제고된 것도 확인했다.
진남의 원수인 임자소도 경지가 쉬체 경지 구 단계로 한 단계 올라있었다.
"이번 만상 대회는 수많은 천재들이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싸움이 되겠군."
진남은 전신의 눈을 거둬들이고 혼잣말을 했다. 그는 천천히 흥분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