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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6화 (36/1,498)

36화 갑작스런 변화

두 사람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있는 진남의 눈에는 한 줄기 섬뜩한 빛이 스쳤다.

그는 구양에게 공수하면서 말했다.

"좀 전에 고마웠어요, 양형. 그렇지 않으면 그 두 놈은 절대 이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았을 거예요."

궁양이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진남, 이제부터 이런 일이 있으면 괘념치 말고 나에게 말하거라. 우리 둘은 친구다, 서로 돕는 건 응당한 거지. 그런데 너와 막려는 대체 어떻게 원한을 맺게 된 거냐?"

궁양은 호기심을 나타냈다. 진남은 새로 들어온 제자이고 막려는 내문 제자인데 그들 사이에 어떻게 원한이 있을 수 있겠는가?

진남이 이전에 발생한 모든 일을 전부다 궁양에게 알려주었다.

다 듣고 난 궁양은 오묘한 표정으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소경설하고 사이가 그렇게 좋다고?"

진남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경설은 오는 길에 저를 여러 번 도와줬어요, 도움을 받았으니 모두 갚아 나가려고요."

궁양은 고개를 끄떡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망설였다.

'소경설의 일을 진남에게 귀띔해 줘야 하나?'

궁양은 진남이 가지고 있는 자룡적아령을 생각하고 고개를 흔들며 이 생각을 지워버렸다.

이때 한 줄기 맑고 청량한 소리가 울렸다.

"진남, 출관했구나? 응? 궁양 사형이 아닌가요?"

소경설이 멀리서 걸어왔다. 그녀는 청색의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치맛자락이 연기처럼 살짝 떠 있어서 마치 선녀 같아 보였다.

그녀는 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진남과 궁양 사형이 사이좋게 말하는 걸 보니 이 두 사람이 관계가 좋은 건가? 진남이 언제 궁양 사형과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지?'

"오? 경설 사매구나. 나는 공법전에서 진남을 만났다. 성격이 맞아 친구가 되었지. 마침 경설 사매가 왔고 나도 마침 볼일이 있으니 여기서 그만 헤어지자꾸나."

궁양은 이 말을 하곤 공수하더니 신속히 떠났다.

그 모습이 의문스러워 진남은 생각했다.

'왜 경설이 오자 궁양이 이렇게 급히 도망가는 거지?'

소경설은 궁양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으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진남, 운이 참 좋구나. 넌 궁양 사형이 어떤 신분인지 몰랐겠지. 그는 내문 제자 중에서 십 위 안에 드는 강자다. 무혼도 황급 십품으로 매우 강대하고."

십품?!

진남은 충격받았다.

그는 궁양이 매우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방금 궁양이 막려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은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됐다, 그런 건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

소경설이 말했다.

"이제 만상 대회가 닷새밖에 남지 않았어. 그러니 빨리 나를 따라오거라. 수행할 준비를 해야 해. 닷새 동안에 적어도 쉬체 경지를 육 단계까지 올려야 한다."

진남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이더니 아무 말없이 소경설을 따라갔다.

지금 그에게 제일 급한 건 바로 경지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곧 진행될 만상 대회에서 쉬체 경지 팔 단계, 십 단계에 도달한 인재들과 겨룰 수 없을 것이었다.

설령 진남 그가 전신의 혼과 신검합일 원만의 경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힘들었다.

* * *

현령종, 내문 제자의 동부(洞府, 신선이 사는 곳)내.

막려와 임자소는 음침한 얼굴로 같이 앉아있었다.

지난 한 시진 동안 두 사람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늘 일로 그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사형,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임자소가 끝내 입을 열었다. 두 눈은 붉어진 상태였고 살기가 넘쳐흘렀다.

"만상 대회가 시작되면 저는 진남을 반죽음으로 만들어서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전 화병이 나서 죽을 것만 같아요."

"흥!"

막려가 흉흉한 기색으로 말했다.

"진짜 어리석구나! 나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제자 중 천재들과 연합하자. 만상 대회가 열릴 때 연합해서 함께 손을 쓰면 진남은 무조건 죽을 거다."

임자소는 잠시 생각하다가 바로 반박했다.

"다른 천재들을 연합할 필요가 있나요? 진남 그 폐물은 나 혼자 상대해도 충분해요!"

막려가 그를 보면서 말했다.

"만상 대회가 시작되면 제자들은 모두 제각기 흩어지게 된다. 네가 직접 진남과 대결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다른 천재들과 연합해야 한다. 그들이 진남을 만나면 진남 그 폐물은 틀림없이 죽을 거다. 설사 너의 수행이 진남보다 높다고 해도 꼭 완벽한 계획을 짜야 한다. 만일 진남이 도망가면 차후에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임자소가 화를 참으며 말했다.

"근데 그 천재들이 과연 우리를 도울까요?"

"쯧쯧, 어리석구나."

막려가 고개를 저으며 냉소를 짓고 말했다.

"잊지 말거라. 넌 황급 구품 무혼의 초월급 천재다. 새로 들어온 제자들이 설마 진남을 위해서 너의 미움을 사겠느냐? 그들은 너의 미움을 사지 않으려 들 거다. 오히려 너에게 잘 보이려 하겠지. 이게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로 삼 장로는 나의 아버지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크게 장담하지 못해도……"

막려는 잠시 생각하다 다시 말했다.

"아니다. 내가 장담하지. 만약 이번 만상 대회에 삼백 명이 참가하면 적어도 이백칠십 명의 사람들이 모두 우리의 조건에 응하여 진남에게 손을 쓸 것이다. 그러면 진남 그 폐물은 달아날 곳 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임자소는 그 말에 더할 나위 없이 흥분했다.

'진남, 이런 방대한 계획이 있는데 너 같은 폐물이 어디 살아날 희망이 있느냐?'

* * *

소경설을 따라 진남은 한 정원에 도착했다.

정원은 면적이 거의 방원 삼 리나 됐다. 안에는 이백여 개의 방으로 나뉘었다. 모든 방마다 하나의 번호가 쓰여 있었다.

그 외에 정원의 대문에는 네 명이나 되는 무왕 경지의 강자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소경설이 말했다.

"이 정원은 새로 들어온 제자들에게 주려고 준비한 것이다. 진남, 너는 십구 호다. 바로 들어가 수행하면 된다."

소경설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물론 여기 모든 방은 강자들이 진법으로 여러 조치를 해놨다. 네가 내보내는 무혼, 수련의 기운은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을 거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방들에 진법이 없었다면 그는 여기서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얼른 들어가거라. 차후에 데리러 오마."

소경설이 말했다.

"좋아요."

진남은 소경설에게 인사하고는 앞으로 걸어가 이름을 등록하고 곧장 십구 호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방 가운데에 하나의 방석이 놓여있었고 주위에는 여러 가지의 건량들이 놓여있었다. 새로 들어온 제자들이 폐관하고 수련할 때 사용하도록 놔둔 것이었다.

진남은 곧장 방석으로 걸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전신의 혼이 그의 등 뒤에 떠올랐다.

"전에 백횡에게 선천단 오십 알을 얻었지. 지금 이 오십 알의 선천단을 복용해 전신의 혼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진남은 중얼거리며 선천단을 꺼내 한 알을 입 안에 넣었다.

선천단을 복용한 후 진남은 조금 불안해했다.

쉬체단이 전신의 혼의 등급을 높일 수 있었지만 선천단도 등급을 높일 수 있을지 진남은 알 수 없었다.

선천단을 삼키자 전신의 혼이 현묘한 흡인력으로 선천단이 가지고 있는 영기를 한꺼번에 전신의 혼 속으로 삼켜버렸다.

이 모습을 본 진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계속 선천단을 꺼내 한 알 한 알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등급을 높이는데 선천단이 몇 알이나 필요할까?"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잠깐 사이에 그는 열 알의 선천단을 복용했다. 그러나 전신의 혼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 알 한 알 먹으니 너무 느리구나. 한 번에 열 알씩 먹자."

진남은 바로 결정하고 한꺼번에 선천단을 한 줌 쥐어서 전부 입에 넣었다.

그는 이러한 행동을 연속 세 번 했다. 그러나 전신의 혼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다.

진남은 이러한 전신의 혼에 식은땀을 흘렸다.

'사십 알의 선천단에도 전신의 혼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니.'

"선천단 한 알은 적어도 쉬체단 백 알과 맞먹는다. 사십 알은 쉬체단 사천 알이야. 만약 한 번 더 복용하면 쉬체단 오천 알인데, 이렇게 많은 단약으로도 전신의 혼을 높일 수 없단 말인가?"

진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열 알의 선천단을 모두 입 안에 넣었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하나, 둘, 셋…… .

시간이 지나도 전신의 혼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진남은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신의 혼은 한 등급 높일 때마다 필요한 단약이 만만치 않구나. 이대로라면 단약이 얼마만큼 있어야 황급 구품, 심지어 현급 무혼까지 높일 수 있을까?"

진남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는 오래 실망하지 않았다.

전신의 혼같이 등급을 높일 수 있는 무혼은 유일무이하기에 단약을 더 쓴다고 해도 등급을 올릴 수만 있다면 충분한 것이었다.

"지금은 일단 수련을 하자."

진남은 빨리 마음을 다잡았다. 전신의 혼을 움직여 천지의 영기를 모두 빨아들였다.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사람 형상의 그림자 같던 전신의 혼의 허무하고 흐릿하던 두 눈이 마치 연필로 천천히 윤곽을 그리듯이 나타났다. 칼로 깎은 듯한 안광(眼眶)이 번뜩였다.

비록 눈동자는 없지만, 무척이나 신비한 기운이 번뜩였다.

이와 동시에 진남의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전신의 눈은 하늘을 보고 땅을 살피며 볼 수 없는 것이 없다!"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다만 진남이 더 많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때문에 그는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아서 까무러쳤다.

이와 동시에 신비한 힘이 전신의 혼에 나타난 안광에서 천천히 흘러내려 진남의 두 눈에 들어갔다. 그러자 진남의 두 눈에서 검푸른 광채가 번쩍였다.

* * *

시간이 천천히 흘러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진남은 정신을 차렸다.

"쯧……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구나."

진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진남은 겨우 찢어지는 듯한 통증에 적응하여 전신의 혼을 떠올릴 준비를 했다.

그는 무척 궁금했다.

'아까 그 목소리가 왜 갑자기 나타났지?'

그러나 진남은 전신의 혼을 내보내기 전에 깜짝 놀랄 변화를 발견했다.

그의 두 눈이 방을 꿰뚫고 방원 삼 리나 되는 정원을 아주 분명하고 명백하게 볼 수 있었다.

마치 날아올라 정원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심지어 진남은 정원의 아래에 하나의 원형의 진법이 부단히 움직이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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