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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3화 (33/1,498)

33화 부서지다

임자소와 십여 명의 제자가 떠나자, 구경하던 제자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맙소사…, 믿을 수 없어. 진남의 무예 천부가 이렇게 뛰어나다니."

"임자소는 강대한 무예 천부에 황급 구품 무혼의 도움도 있었어…… 그런데도 진남에게 패하다니."

"자색 빛의 무예 천부는 아마 전체 현령종에도 몇 명 없을 거야."

"……"

진남은 이런 떠드는 소리를 듣고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람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상대가 강하면 떠받들고, 약하면 업신여기고 비웃고 모욕할 것이었다.

때문에 진남은 사람들을 모두 무시했었다.

선노는 진남을 유심히 살폈다. 그는 기분이 좋아서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대화할 만한 곳이 아니구나. 어떠냐, 이 늙은이하고 같이 갈 생각이 있느냐?"

진남은 줄곧 선노를 경외했다. 그는 공수하고 말했다.

"제자, 선노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분부는 무슨. 가자, 나를 따라오거라.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선노는 한마디 던지고는 진남을 데리고 수정대전을 빠져나갔다.

공법전 안의 제자들은 그런 진남을 보고 모두 부러워했다.

선노를 따라 진남은 공법전 옆의 한 누각에 도착했다.

누각은 이 층 높이였다. 주위에는 큰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미풍이 불자 큰 나무가 사르륵 소리를 냈다.

누각의 앞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다. 연못에는 여러 가지 빛깔의 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생각 밖이네요."

진남이 감탄하며 말했다.

"현령종 안에 이렇게 우아한 누각이 있다니."

"너 이 녀석, 아부하지 말거라. 늙은이가 가난하여 이렇게밖에는 짓지 못했다."

선노가 웃으며 농담조로 얘기하더니, 곧바로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진남아, 내가 너를 이 누각으로 부른 건 너에게 한 가지 물건을 주고 싶어서다."

"저에게 한 가지 물건을 주신다고요?"

진남은 선노의 뜻밖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맞다, 바로 이 영패다."

선노가 붉은 영패 한 개를 꺼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 영패가 있으면 공법전의 일, 이 층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또 마음대로 무예를 선택할 수 있다. 거기다 머무르는 데 시간제한도 없다."

"네? 정말요?"

진남은 매우 놀랐다.

현령종에서는 공법전에서 한 가지 무예를 선택하려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새로 들어온 제자들은 기회가 오직 한 번뿐이었다.

'이 영패만 있으면 무예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니. 거기다 머무르는 데 시간제한도 없다니."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는 영패를 받지 않고 말했다.

"선노, 이 선물은 너무 과합니다. 만약 저에게 이러시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려주지 않으시면 전 절대로 받지 않을 거예요."

선노가 웃으며 말했다.

"이유를 말해달라고? 사실 나도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무예 천부가 높은 제자를 좋아할 뿐이지. 만약 네 무예 천부가 남해월아석의 환상을 일으킬 정도에 도달했다면, 난 아마 네가 공법전 내에서 어디든 다닐 수 있는 더 대단한 영패를 줬을 것이다."

말을 마친 후 선노가 한마디 보탰다.

"사실은 적색 등색 황색 녹색 청색 남색 자색 일곱 개 색의 등급 위에 팔 급도 있다. 팔 급은 남해월아 환상이라고 부른다."

"무예 천부가 남해월아 환상 급에 달하면 공법전 안에서 어디든 다닐 수 있는 영패를 가질 수 있다고요?"

진남이 바로 반응했다. 그가 뜨겁게 열망하는 눈빛으로 선노를 바라보았다.

선노는 진남의 모습에 실소하며 말했다.

"나 선노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 왜? 너 이 녀석, 설마 너의 무예 천부가 남해월아 환상을 일으킬 정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 말을 하는 선노의 얼굴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나도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는구나. 남해월아석의 환상을 일으킨다니.'

많은 이들이 도전했지만, 단 한 명도 남해월아석의 환상을 일으키진 못했다.

현령종의 진전제자도 하지 못했다.

'진남 이 아이가 무슨 능력으로 남해월아석의 환상을 일으킨단 말인가?'

진남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노, 제가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저에겐 아직 무혼이 남아있어요."

"무혼이 남아있다고?"

선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진남을 보며 말했다.

"너의 무혼이 무예 천부를 높일 수 있다고? 진남아. 너는 지금껏 내가 본 무예 천부가 가장 높은 사람이다. 그러나 설사 너의 무혼이 무예 천부를 강화한다 해도 남해월아의 환상을 일으킬 수 없을 거다."

말을 마친 선노는 여전히 고개를 흔들었다.

선노는 진남의 무혼 등급이 아마 황급 칠품과 황급 구품 사이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현급 무혼이 없이 설령 무혼이 무예 천부를 높일 수 있다고 해도 얼마를 높일 수 있을까?'

"선노, 제가 무혼을 쓰게 되면 다를 겁니다."

진남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의 말에는 오만함이 담겨있었다.

"저는 무혼의 힘으로 환상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선노의 안색이 조금 일그러졌다.

진남이 비록 무예 천부가 높다곤 하지만 지금의 태도는 다소 건방져보였다.

'설마 자색 빛의 무예 천부를 가지고 있다고 환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건가? 자색 빛과 남해월아의 환상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구나.'

선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큰 손을 뒤집었다.

남해월아석이 다시 떠오르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해보고 싶다고 하니 그럼 해 보거라."

말을 마친 선노는 이전과 다르게 한결 싸늘한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쯧쯧, 이토록 세상 물정에 어둡다니. 내가 너에게 현실을 알려주어야겠구나.'

진남은 선노의 싸늘한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손바닥을 내밀어 남해월아석 위에 올려놓았다.

남해월아석은 바로 전처럼 찬란한 자색 빛을 뿜었다.

진남이 무혼을 꺼냈다. 그러자 여덟 갈래의 빛이 그의 뒤에서 동시에 반짝거렸다.

전신의 혼이 떠올라 위압을 가했다.

"이건 무슨 무혼이지?"

선노는 전신의 혼을 보곤 안색을 굳히고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진짜 환상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인가?"

선노의 상황을 주시했다.

진남이 전신의 혼을 꺼낸 후 남해월아석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미세하게 윙윙 소리를 냈다.

마치 그 안에 있는 힘이 남해월아석 속에서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선노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남해월아석을 얻은 이래로 이런 상황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다.

설마 진남이 무혼의 도움을 받아서 정말로 환상을 일으키는 경지에 도달했단 말인가?

펑!

윙윙하며 흔들리던 남해월아석이 갑자기 커다란 소리를 냈다. 커다란 돌이 갑자기 부서지더니 사분오열되어 주위에 흩어졌다.

진남과 선노 두 사람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남해월아석이 부서지다니?

진남이 시도해보려고 한 이유는 마음대로 공법전을 드나들 수 있는 그 영패를 갖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신의 혼이 무예 천부를 더 보태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 있게 도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이런 결과는 생각지 못했다.

남해월아석의 환상을 일으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해월아석을 부스러뜨리다니?

정신을 차린 진남은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러운 눈길로 선노를 바라보았다.

선노는 한 무더기의 부서진 남해월아석을 보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런 선노를 본 진남은 가슴이 떨렸다.

'선노가 나더러 배상하라고 하지 않겠지?'

선노의 얼굴이 끊임없이 경련을 일었다.

그가 이 남해월아석을 얻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던가.

그리고 지금껏 그는 이 남해월아석을 제일 진귀한 보물 중의 하나로 간직하고 있었다. 설령 강자들이 여러 번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한 번도 팔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방금 전에 그가 제일 아끼던 보물이 부서졌다.

그의 마음속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진남아……."

선노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최대한 말투를 평온하게 하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방금 그 일은 네 탓이 아니다. 너더러 배상하라고 하지 않을 거다."

비록 그가 있는 힘을 다해 말투를 평온하게 했지만, 진남은 선노에게서 살기를 읽을 수 있었다.

말을 마친 선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안색이 변했다. 진남을 보는 눈빛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방금까지 선노는 남해월아석이 부서진 것 때문에 마음 아파서 제일 중요한 문제를 깜빡했다.

'진남은 고작 쉬체 경지 오 단계밖에 안 돼. 설령 온몸의 힘을 다 쓴다고 해도 남해월아석을 부스러뜨릴 수는 없다.'

'그럼 남해월아석이 무엇 때문에 부서졌지?'

'그렇다면 이유는 오직 하나뿐일 거다. 진남이 무혼을 꺼낸 후 그의 무예 천부가 남해월아석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것이다.'

선노의 눈빛에 진남이 조심스레 말했다.

"선노, 이 일은 제가 고의로 한 게 아니에요. 만약 그래도 저더러 배상하라고 하신다면 많이 기다리셔야 해요. 저는 지금 가진 게 없어요. 나중에 제게 충분한 재산이 생겨야만 선노에게 배상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선노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평온하게 말했다.

"진남아, 너더러 남해월아석을 배상하라고 하지 않겠다. 반대로 네게 자룡적아령을 주마. 자룡적아령이 있으면 마음대로 공법전의 모든 층을 들어갈 수 있고 무예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네?"

진남은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했다.

'어떻게 된 거지? 나를 탓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나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다니?'

선노는 진남의 이런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해월아석이 무엇 때문에 갑자기 부서졌을까? 그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다. 너의 무예 천부가 이미 남해월아석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것이다."

이 말을 듣고서야 진남은 모든 걸 이해했다.

그제야 진남은 안심했다.

그는 전신의 혼이 생각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는 걸 더 깊이 느꼈다.

선노가 큰 손을 젓자 그의 손에 영패 하나가 더 쥐어졌다.

영패는 마치 한 덩이의 자색 연기 같았다. 영패에는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적색 용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었고 위엄도 있었다.

선노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영패가 바로 자룡적아령이다. 이 영패를 지니면 공법전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보전(異寶殿)도 들어갈 수 있다. 다만 네가 다른 전당에 들어가려면 만상 대회에 참가하여 진정한 현령종의 제자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이보전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요?"

진남의 표정이 변했다.

진남은 자룡적아령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느꼈다.

"선노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진남은 조금 망설였지만 사양하지 않고 영패를 받았다.

영패는 진남에게 큰 쓸모가 있는 물건이었다.

선노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자룡적아령을 가졌지만 아직은 공법전의 삼 층까지 밖에 들어갈 수 없다. 차후 너의 수행이 높아지면 영패로 더 높은 층으로 갈 수 있다."

말을 마친 선노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만상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가거라, 서둘러 수행을 높이거라."

진남은 그 말을 듣고 허리 굽혀 선노에게 인사하고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

선노는 첫 만남에서 진남에게 큰 선물을 줬다. 이 은혜는 나중에 그가 진정한 강자가 된 후에나 갚을 수 있었다.

진남은 그가 떠난 후 선노가 더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웃었다는 걸 알 수 없었다.

"하하하! 난 지금껏 이 세상에 그 누구의 무예 천부도 남해월아석의 최고 등급을 초과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뛰어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심지어 남해월아석을 부숴버리기까지 하다니!"

선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눈에 슬픔이 스쳐 갔다.

"사형, 당신이 찾으려고 하던 사람을 내가 찾아냈어요, 언제 돌아올 겁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단지 바람이 불어 큰 나무가 스르륵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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