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끝까지 보라고!
임자소가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평생 공법전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란다면 당연히 너를 도와주어야지. 네가 무슨 능력이 있는지 한번 보자. 하하하!"
임자소의 온몸에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무예 천부는 태어날 때부터 강대했다. 거기다 황급 구품 무혼 옥퉁소가 도와주기까지 했다. 이런 그가 진남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설령 진남에게 한 수가 있다고 한들 그다지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임자소는 진남의 무예 천부가 자신보다 강대할 거라고 믿지 않았다.
선노가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좋다. 두 사람이 모두 수락했으니 투무는 정식으로 성립되었다. 만약 중도에 누가 그만둔다면 그 사람은 패배한 것으로 보아 평생 공법전으로 들어올 수 없다. 그럼 지금 바로 투무를 시작하겠다!"
선노의 말은 일 층 대전에 있던 모든 제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들은 백옥 도장에서 임자소와 진남의 갈등을 다 목격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 둘의 투무에 모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제자들은 누구도 진남을 좋게 보지 않았다.
"쯧쯧! 진남은 담이 크구나, 감히 그런 내기를 하다니! 도대체 무슨 배짱인 거지?"
"내가 보기에 진남은 완전히 정신이 나갔어."
"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아. 임자소는 황급 구품 무혼의 초월급 천재야. 그의 무예 천부를 진남이 이긴다고?"
"진남은 재수 없구나. 평생 공법전에 들어올 수 없게 생겼어."
"하하, 근데 재밌는 건 그가 먼저 내기를 제안한 거지. 결국 그가 자처한 일이야."
"......"
주위 사람들의 말에 임자소는 더 오만해졌다.
투무에서 이미 이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반대로 진남은 평온한 기색을 하고 있었다. 마치 주위의 비웃음을 듣지 못한 듯했다.
선노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더 말하지 않고 큰 손을 뒤집었다.
그러자 커다란 돌 한 개가 나타났다.
거대한 돌은 한 사람 키만큼 크고 새파란 것이 마치 바닷물과 같았다. 돌의 중앙에는 하나의 잔월(殘月)이 걸려있었다. 마치 하늘의 달이 해면에 반사된 것 같았다.
사람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들은 돌의 모양과 크기뿐만 아니라 갑자기 나타난 돌에 놀랐다.
진남도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선노는 순식간에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갑자기 커다란 돌과 같은 물건을 내놓을 수 있구나. 정말 신묘하구나. 대체 그는 무슨 신분인 걸까?'
선노는 사람들의 놀란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돌은 남해월아석이다. 손바닥을 위에 놓으면 남해월아석이 무예 천부에 따라 빛을 내뿜는다. 투무를 하기 전에 미리 알려주자면, 남해월아석의 빛은 적, 주, 황, 녹, 청, 남, 자 일곱 가지 색으로 나뉜다. 제일 낮은 건 적색이고 가장 강한 건 자색이다."
제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선노는 진남과 임자소 두 사람을 보더니 말했다.
"누가 먼저 하겠느냐?"
"당연히 제가 먼저 해야죠."
임자소가 오만한 표정으로 크게 한발 내디디며 선노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곤 제일 마지막으로 진남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는 입을 삐죽거리고 웃으며 경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 눈을 크게 뜨고 보거라. 나의 무예 천부가 어느 단계에 도달했는지 남해월아석의 빛을 잘 살피거라."
임자소는 매우 자신만만하게 말을 마쳤다.
그는 손바닥을 내밀어 남해월아석 위에 올렸다.
손바닥이 큰 돌 위에 놓이는 순간, 남해월아석에서 갑자기 윙윙하는 소리가 나더니 돌 속에서 짙은 청색의 빛이 뿜어져 나와 장내를 비추었다.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자소의 무예 천부가 청색 등급이라고?
선노는 얼굴에 큰 감흥을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
"청색 빛, 매우 훌륭한 무예 천부다."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한번 변했다. 놀라움이 가득했다.
선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임자소의 무예 천부가 매우 강대하다는 걸 설명했다.
임자소가 갑자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선노. 저의 무예 천부는 이뿐만이 아니에요."
그의 뒤에 아홉 갈래의 노란빛이 펼쳐지더니 붉은 옥퉁소가 노란빛 속에서 천천히 나타났다.
임자소가 무혼을 펼치자 붉은 옥퉁소가 부는 사람이 없음에도 퉁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맑고 깨끗한 소리가 들려오자 머리가 맑아졌다.
그 순간 남해월아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청색 빛이 순식간에 더 눈부신 파란색 빛으로 변했다. 제자들은 눈부신 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삼 초 정도 침묵이 흐른 후 갑자기 장내가 떠들썩해졌다.
"남색 빛! 임자소의 무예 천부가 남색 빛에 도달했어!"
"허……, 임자소의 무혼은 무예 감오를 높이는 묘한 용도가 있었구나."
"황급 구품 무혼이라, 실로 더할 나위 없이 강대하구나!"
"......"
장내에 있는 제자들이 놀랐을 뿐만 아니라 선노도 놀라는 기색이었다.
"타고난 청색 무예 천부뿐만 아니라 무혼의 도움을 받아 무예 천부가 남색 빛의 단계까지 도달했구나. 대단하다. 대단해, 참으로 대단하다!"
선노마저 세 번이나 연달아서 대단하다고 말했다.
선노의 태도만으로도 남색 빛의 무예 천부가 얼마나 강대한지 충분히 증명할 수 있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선노."
임자소는 크게 웃으며 선노에게 인사를 하면서 바로 진남에게 눈길을 돌렸다.
임자소는 멸시와 경멸의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 내 오늘 너의 무예 천부가 도대체 어떤 색까지 도달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 물론 지금 졌다고 인정해도 된다. 네가 무릎을 꿇고 열 번 머리를 조아려라. 그러면 내가 네 책임은 묻지 않고 특별히 공법전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주겠다."
모든 제자들은 임자소의 말이 끝나자 일제히 진남을 쳐다봤다.
그들의 눈에는 진남을 향한 멸시와 조롱 그리고 놀림이 가득했다.
옆에 있던 선노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진남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임자소의 무예 천부를 보니 진남이 질 게 분명할 것이라 선노는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노는 잘 알고 있었다. 현령종의 모든 제자들 중에 무예 천부가 남색 빛에 도달한 사람은 임자소를 포함해서 고작 세 명밖에 안 되었다.
다른 두 사람은 모두 현령종의 진전 제자(真傳弟子)이고 진정한 초월급 천재였다.
"임자소, 대체 누가 네게 사람을 그렇게 비웃어도 된다고 한 거냐."
진남의 얼굴에 깊은 멸시가 나타났다.
그는 성큼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임자소, 네가 남색 빛의 무예 천부면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하느냐? 내가 알려주마, 세상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을."
"너……!"
임자소는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라 안색이 변했다.
'진남은 뭘 믿고 이렇게 설치는 거지? 이 상황에서 저런 태도를 보이다니. 설마 진남의 무예 천부가 남색 빛을 초월하여 자색 빛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임자소가 뿐만 아니라 주위의 제자들도 분노했다.
이런 상황에도 인정하지 않고 저따위 말을 지껄이다니!
진남은 사람들의 분노를 뒤로 한 채 손바닥을 내밀어 남해월아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남해월아석 위에 한 줄기의 옅은 적색 빛이 천천히 빛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황당해졌다.
선노도 마찬가지였다.
적색 빛? 제일 낮은 무예 천부?
제일 낮은 무예 천부인 주제에 진 자는 평생 공법전에 들어 오지 못한다고 제안했다니.
도대체 어디서 나온 배짱이었을까?
임자소는 어이없어서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원래 그의 가슴속에 가득했던 분노는 사라졌다. 그는 참지 못하고 우레와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젠장! 난 네가 대단한 능력이 있는 줄 알았잖아! 근데 적색 빛? 제일 쓰레기인 무예 천부 주제에 감히 이토록 날……"
임자소가 뒷말을 미처 하지 못할 때였다.
남색월아석 안에서 떠올랐던 적색 빛이 갑자기 폭발하듯이 빛을 터뜨렸다.
적색 빛이 순식간에 주색, 황색, 녹색, 청색, 남색으로 변하더니 마지막엔 자색이 되었다.
순식간에 기세가 드높은 자색 빛이 남색월아석 안에서 뿜어 나오더니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제왕 같은 존귀함이 공법전의 일 층 수정대전을 휩쓸었다.
방대한 빛이 비치자 일 층의 수정대전이 모두 자색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진 듯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노를 포함한 모두는 진남의 무예 천부가 가장 높은 자색 빛으로 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임자소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몸은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오직 자색 빛만이 남해월아석에서 끊임없이 반짝거렸다.
선노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선노의 거칠고 마른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의 혼탁한 두 눈에는 놀라움과 커다란 기쁨이 드러났다.
몇 년 만인가.
도대체 몇 년 만인 건가.
무예 천부가 자색 빛에 도달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게 대체 몇 년이었던가.
"진남……."
선노의 떨리는 목소리가 먼저 이 커다란 적막을 깼다.
"우선 손바닥을 거두거라. 너의 무예 천부는 임자소를 뛰어넘었다. 네가 제일 강대한 존재다. 이번의 투무는 너의 승리다."
제자들은 이 말을 듣자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들이 진남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그들의 눈에 존경, 경외가 가득했다.
마치 절세 천재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속으로 후회했다.
전에 왜 진남을 비웃었을까? 최고급 무예 천부인 절세 천재를 비웃다니?
실로 가소롭고 우스웠다.
임자소도 정신을 차렸다. 다만 그의 눈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내가 패했단 말인가……?'
'나 임자소가 진남에게 패했단 말인가……?'
'진남의 무예 천부가 현급 무혼을 가지고 있는 전설급의 천재조차도 초월했단 말인가……?'
'어떻게 이럴 수가…….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진남은 선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손바닥을 거두었다.
수정대전 전체를 가득 채웠던 자색 빛이 그제야 남해월아석에서 흩어져 없어졌다.
진남의 시선이 임자소에게로 돌아갔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싸늘했다.
'나와 무예 천부를 겨루자고 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감히 날 비웃다니? 기왕 너 스스로 죽을 길을 찾았으니 내가 봐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거라.'
진남 차가운 미소를 짓고 싸늘한 목소리로 한마디만 했다.
"꺼져라!"
이 한마디를 듣고 임자소는 굴욕감에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황급 구품 무혼의 천재가 언제 이렇게 굴욕을 받은 적 있겠는가.
그는 분노와 살의가 치밀어 올라서 진남을 당장에라도 죽여버리고 싶었다.
이때 옆에 있던 선노가 임자소의 변화를 느끼고 그에게 말했다.
"이번 투무는 진남이 이겼다. 임자소, 오늘부터 넌 평생 공법전에 들어올 수 없다. 만약 다시 들어온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고 죽일 거다."
그 말에 임자소의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는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분노로 폭발할 것만 같았지만, 무섭기 그지없는 선노에게 감히 반기를 들 용기는 없었다.
"네……."
임자소는 이 사이로 겨우 한 글자를 내뱉었다. 그는 진남을 힐끔 보더니 두 주먹을 꽉 쥐였다.
이미 결판은 났다. 그가 계속 공법전에 있어봤자 더 많은 모욕을 당할 뿐이었다.
"진남, 만상 대회에서 네놈을 반죽음으로 만들어서 살기 싫게 만들어 주마. 반드시!"
임자소는 포효하고 빠르게 공법전을 걸어 나갔다.
임자소를 따라다니던 십여 명의 제자들은 다들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도 굴욕을 당한 것처럼 얼굴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공법전에 계속 있고 싶지 않아서 황급히 임자소를 따라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