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내기는 제대로 해야지
진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공법전에 도착했다.
하나의 거대한 궁전이 보물 탑처럼 우뚝 서 있었다. 궁전은 여덟 층으로 되어 있었고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있었다. 궁전의 꼭대기에는 무형의 대전이 있는 것 같았다.
궁전은 얼핏 보면 극히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 경외심이 들었다.
이 시각 공법전의 대문 어귀에는 인자한 노인이 한 명 앉아있었다. 노인의 앞엔 이미 새로 들어온 제자 수십 명이 모여있었다.
"이 노인은……"
진남은 이마를 찌푸렸다. 그는 전신의 혼이 황급 팔품에 도달한 때부터 두 눈에 현묘한 힘이 깃들었다.
보기에는 옆집 노인과 같은 인자한 노인의 체내에는 거대한 힘이 존재하고 있었다. 노인은 백옥 도장에 나타났던 백발 장로보다 더 강대했다.
"뜻밖인데……? 공법전 문지기 노인의 경지가 현령종의 장로를 초월했구나."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눈길을 거두었다.
십여 명의 제자들이 얼마 안 돼서 모두 공법전으로 들어가고 진남의 차례가 됐다.
진남은 크게 한 발짝 내디뎌 인자한 노인의 앞으로 다가가 공수하고 말했다.
"제자 진남, 장로를 뵙습니다."
인자한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진남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난 장로가 아니고 그저 평범한 늙은이일 뿐이다. 앞으로 나를 선노(單老)라고 부르면 된다. 진남이라고 했지? 괜찮은 청년이구나, 얼른 들어가거라."
이 말을 들은 진남은 순간 섬뜩해졌다.
'왠지 내가 이 노인의 실력을 몰래 염탐한 걸 아는 것 같은데?'
이 생각은 순식간에 스쳐 지났다. 진남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노."
말을 마친 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바로 공법전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는 선노의 깊은 눈에 빛이 반짝였다. 그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고작 쉬체 경지 오 단계인데 나를 염탐할 수 있다니.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 * *
진남은 공법전 일 층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다.
공법전의 일 층은 수정궁전과도 같았다. 바닥, 책상, 계단 등등 모든 물건이 한 가지 투명한 수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사람의 눈을 현혹했다.
일 층에 있는 책상 위에는 수많은 고적들이 놓여있었다. 모든 고적에는 모두 '최종 무예'라는 네 개의 큰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후……."
진남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정신을 차린 그의 눈에 흥분과 기대가 솟아올랐다.
"일 층에 적어도 수만 권의 최종 무예가 놓여있다. 그러면 이 층, 삼 층, 사 층…… 팔 층에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자의 수련 필기가 놓여있을까?"
진남이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생각하지 않겠어. 우선 일 층에 있는 최종 무예를 먼저 보자. 만약 적합한 것이 있으면 나도 한 권 선택할 수 있을 거야."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열람하기 시작했다.
한번 읽기를 시작하니 장장 다섯 시진을 열람했다.
다섯 시진 동안 진남은 최종 무예에 빠져 있었다. 비록 그는 아직 적합한 것을 찾진 못했지만, 최종 무예의 수련 방법을 보는 것만으로도 견식과 경험을 무척 높일 수 있었다.
"최종 무예들은 모두 매우 강해. 그런데 검술이 없다니……"
정신을 차린 진남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방금 적어도 수천 권의 무예공법을 열람했다. 그러나 검술은 단 한 권도 발견하지 못했다.
"계속 찾아보자."
진남이 마음을 다잡고 계속 찾으려 했다.
그러나 이때 갑자기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했는데 진남이잖아. 우리 둘은 인연이 있구나. 방금 백옥 도장을 떠났는데 여기서 또 만나다니."
진남이 돌아보니 온 사람은 임자소였다.
임자소뿐만 아니라 임자소의 뒤에는 수십 명의 새로 들어온 제자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많은 별들이 달을 받들고 있는 것 같았다.
진남은 이마를 찌푸렸다. 그는 임자소의 뒤에 있는 새로 들어온 제자들이 모두 경계해야 하는 뛰어난 실력자들이었다.
진남이 생각지도 못한 짧은 시간 내에 임자소가 이런 실력자들을 복종시킨 것이다.
"임자소구나."
진남은 여전히 임자소의 체면을 봐주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일 있어? 별일 없으면 난 가겠어."
말을 마치자 진남은 곧장 몸을 돌려 고개를 들고 가려 했다.
임자소와 십여 명의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진남 이 자식이 그냥 가버리다니. 우리를 완전히 무시하는구나!
임자소는 화가 났지만, 공법전에서는 감히 손을 쓸 생각은 못 했다.
그는 콧방귀를 뀌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왜 이리 급히 가려고 하지? 설마 겁먹은 건가? 진남아, 아까는 방자하고 오만하더니? 난 네가 능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그저 그렇구나. 소경설 사저의 보호가 없으니 폐물인 네 녀석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는구나."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서 서늘한 빛이 스쳤다.
본래 그와 임자소는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 그런데 임자소는 그저 막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를 여러 번 괴롭히고 비웃었다.
현령종의 규칙 때문이 아니었다면 임자소는 아마도 그에게 손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진남은 당장은 인내했다.
임자소는 현재 황급 구품 무혼이고 쉬체 경지 팔 단계에 도달했기에 진남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무력으로 상대가 되지 않아도 말싸움에서 진남은 적에게 한 번도 양보한 적이 없었다. 그는 바로 몸을 돌려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임자소, 넌 세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것 빼고 무슨 다른 능력이 있지? 황용이 너하고 싸우자고 할 때 넌 한마디도 못 하고 고양이 앞의 쥐새끼처럼 잔뜩 쫄아 있었잖아. 그리고 경설 사저가 화를 낼 때도 넌 보고도 두려워서 끝까지 못 본 체했어. 아무리 낯짝이 두꺼워도 그렇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아?"
진남은 매우 빠르게 말했다. 진남의 말은 임자소의 정신을 마구 흔들었다.
임자소와 함께 있던 제자들은 다들 그 말에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진남의 말이 이렇게 비수 같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임자소는 속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서 얼굴이 어두워졌다.
"진남."
한참을 침묵하던 임자소가 긴 침묵 끝에 입을 열고는 한마디 했다.
"너는 나와 비교하면 한낱 폐물일 뿐이야. 도대체 누가 너에게 이렇게 큰 용기를 주었길래 나에게 함부로 하는 거냐."
그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살기가 목소리로 말했다.
임자소는 주먹을 굳게 쥐고 있었다. 그는 바로 출수를 해서 이 겁 없는 놈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현령종의 문규가 엄하여 극도로 분노한 상태의 임자소라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공법전 내에서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된다."
이때 위엄이 있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임자소 등은 놀라서 안색이 확 바뀌었다.
사람들의 눈앞이 흐릿하더니 갑자기 한 노인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노인은 바로 공법전 대문을 지키며 제자들의 등록을 책임지던 선노였다.
선노는 놀란 얼굴을 한 진남, 임자소 등을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너희들 사이에 원한이 있다면 투무를 할 수 있다. 투무를 통해 서로의 높고 낮음을 가릴 수 있다. 만약 너희들이 투무를 하지 않고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떠들거나 말다툼을 한다면 규정을 어긴 것으로 처리하여 공법전에서 쫓아낼 거다."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놀란 표정이었다.
그들은 선노가 순식간에 나타나서 완전히 충격받은 것이었다.
진남도 놀랐지만, 그는 이미 선노가 보통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에 바로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말했다.
"선노, 앞으로 다시는 소란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임자소 등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이마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황급히 용서를 빌었다.
인지도 못 하는 순간에 나타나는 인물을 그들이 어찌 거역하고 미움을 사겠는가?
말을 마친 진남은 임자소 등을 아는 체하지 않고 공수하고 물었다.
"선노, 방금 선노께서 말씀하신 투무라는 건 뭔가요?"
선노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투무는 바로 무예 천부를 겨루는 것이다. 사람은 각자 높고 낮은 무예 천부를 가지고 태어난다. 우리 공법전 내에는 남해월아석(藍海月牙石)이 하나 있다. 남해월아석은 무예 천부의 높고 낮음을 측정할 수 있다."
선노의 말이 끝나자 임자소가 말했다.
"무예 천부를 겨룬다고요? 투무라……. 정말 좋은데요?"
말을 마친 임자소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는 거의 멸시하는 눈빛으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진남, 나와 투무를 해보자. 무예 천부를 겨뤄보는 거다."
여기까지 말한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경멸하듯 웃었다.
"물론 나는 강요하지 않을 거야. 너는 폐물이라 무예 천부가 부족할 테니 투무를 하지 않고 도망간다고 해도 당연한 거니까."
사람들은 모두 눈치챘다.
임자소가 이토록 자신만만한 건 무예 천부가 매우 강대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짐작한 대로 임자소의 무예 천부는 실제로도 매우 강대했다.
또한, 임자소는 태어날 때부터 무예 천부가 강대한 것뿐만 아니라 숨겨진 한 수가 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옥퉁소 무혼은 퉁소 소리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퉁소 소리는 자신의 깨달음과 정신을 높이고 무예 천부를 증가시킬 수 있었다.
그러기에 설사 황급 십품, 심지어 전설의 현급 무혼을 만난다고 해도 임자소는 무예 천부 면에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임자소는 선노가 투무에 대해 설명하자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투무는 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자들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임자소가 이토록 자신만만한 건 틀림 없이 극히 강대한 무예 천부를 가지고 있는 거다. 진남 너는 조용히 입 다물고 떠날 거냐, 아니면 그와 견주어서 스스로 굴욕을 자초할 거냐?'
임자소는 진남이 침묵하고 말이 없자 더욱 흥분해서 진남을 재촉했다.
"어떠냐. 진남, 하겠느냐? 하지 않을 거면 썩 꺼지거라."
진남은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임자소, 나와 투무를 바라는 거냐? 좋다, 승낙하마.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어."
여기까지 말한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
"기왕 투무를 할 거면 뭔가 걸어야지. 지는 한 명은 평생 공법전에 들어올 수 없는 걸로 하자. 어때?"
그의 말에 임자소와 다른 제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선노마저 이마를 찌푸렸다.
그들은 임자소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진남이 이렇게 당당하게 내기를 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제자들은 진남을 황당하게 쳐다봤다.
'지는 한 명은 평생 공법전에 들어올 수 없다니. 어떻게 이런 내기를 제시하지? 제정신인가?'
진남은 사람들이 침묵하는 걸 보고 싸늘하게 웃으며 임자소가 방금 한 말들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되돌려줬다.
"어떠냐. 임자소, 하겠느냐? 하지 않을 거면 썩 꺼지거라!"
임자소 등은 안색이 아주 안 좋아졌다.
임자소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안색은 매우 어두웠다.
만약 그가 오늘 싸움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후 현령종 내에서 임자소의 체면은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때문에 그는 내기를 꼭 받아야 했다.
"내기? 좋아, 네놈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