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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5화 (25/1,498)

25화 더 큰 발걸음

"하하하하!"

진남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차갑고 싸늘했다.

"닥쳐!"

진남은 황급 팔품의 전신의 혼을 방출한 상태였다.

단어 하나, 글자 하나에도 강대한 위엄이 담겼다.

두 글자가 떨어지자 진장공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무형의 산이 자신을 누르고 있는 느낌을 받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진남은 차가운 시선으로 진장공과 진철패 등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와서 어떤 변명도 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내 아버지를 끌어 내리려 했죠. 제가 이전에 잘 선택하라고 경고했는데 진씨 가문 제자들이 맞아서 불구가 되었을 때 당신들은 말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백횡 장로에게 아부했죠.

그리고 방씨 가문에서 진씨 가문을 위협할 때 당신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문을 배신하고 방씨 가문에 투신했습니다. 오늘 이 시각부터 당신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아닙니다."

진장공, 진철패 등 사람들은 그 말에 얼굴이 굳어져버렸다.

진씨 가문에 있을 때 진장공은 황급 오품의 무혼을 각성하고 자신이 제일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남을 조롱하고, 시비를 걸었다.

심지어 아버지 진철패와 함께 진천을 끌어 내리려고 했다.

진장공과 진철패는 과거를 생각해보니 얼마나 우스운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황급 팔품의 천재에게 폐물이라고 하다니?

황급 팔품의 천재에게 여러 차례나 맞서다니?

진장공과 진철패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의 집사와 장로들도 후회막심했다.

지난번 진씨 가문 의사대전에서 진남이 그들에게 권고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들은 진남을 폐물 취급하고 쓰레기 취급을 했다.

진장공과 진철패 등 사람들이 가장 후회되는 것은 방씨 가문의 협박을 받을 때 진씨 가문의 편을 들지 않은 것이었다.

그들은 죽어도 굴복하지 말았어야 했다.

만약 그들이 진씨 가문을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진남은 같은 문중이라는 사정을 봐서라도 그들을 용서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돌릴 수 있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며 죽음을 겁내던 자신들의 잘못이었다.

진남은 냉담하게 방씨 가문 사람들과 진철패 등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당신들은 모두 오늘부터 스스로 수행을 폐하고 임수성에서 나가세요. 시간을 많이 드리지 못합니다. 스스로 못하고 나서 나중에 내가 잔인하다고 탓하지 말고요. 억울한 자가 있으면 나와 보세요."

"바로 죽여줄 거니까…."

한 마디, 한 글자에 살기등등했다.

방씨 가문 사람들과 진철패, 진장공 등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진남의 제안이 그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적어도 그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백횡의 감독하에 방씨 가문의 사람들과 진철패 등은 스스로 수행을 폐하고 임수성을 떠났다.

현령종의 제자 선발 대전에서 발생한 일들은 임수성 전역에 퍼졌다.

임수성은 한동안 그 사건으로 들끓었다.

제일 폐물이라 불리던 진남은 사실 폐물이 아니라 전설 속의 황급 팔품의 절세 천재였다라는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양대 가문 중 하나였던 방씨 가문이 망하고 진씨 가문이 임수성의 진정한 패주가 되었다.

이 사건에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

임수성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 * *

세 시진 후, 진씨 가문 의사대전

진천이 제일 윗자리에 앉고 소경설과 백횡이 그 옆자리에 앉았다.

그 아래에는 진씨 가문에 남은 열 몇 명의 제자들과 진남이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진천은 취한 듯이 중얼거렸다.

"생각 못 했다, 상상도 못 했어. 내 아들이 절세 천재라니……"

철삼과 다른 제자들은 그런 진천의 모습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도 흥분한 기색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발생한 일은 너무 충격적이라서 꿈만 같았다.

진천, 철삼 그리고 제자들은 오늘 진씨 가문이 멸문을 당하고 그들은 반드시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진남이 나서서 전신처럼 대세를 뒤집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 진씨 가문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옆에 있던 소경설이 진천의 말에 살짝 웃었다.

그녀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 진남 사제. 그들이 네 무혼이 황급 일품이라고 했는데 이게 대체 어찌 된 건지 말해보렴."

소경설이 질문하자 백횡, 진천, 철삼 등은 귀를 쫑긋 세우고 진남을 바라봤다.

소경설이 한 질문이 바로 그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이었다.

진남이 어떻게 황급 일품의 폐물 무혼에서 단박에 황급 팔품의 천재가 되었을까?

진남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 질문에 대해 그는 이미 대답할 말을 생각해놓았다.

"제가 어릴 적에 벼락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머릿속에 어떤 비술이 생겼지요. 이 비술은 다른 기능은 없고 무혼의 등급을 숨길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무혼 각성 의식 때 그들이 황급 일품의 무혼을 본 거예요."

"등급을 숨길 수 있다고?"

사람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무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신기한 일이 가득했다.

벼락을 맞고 비술이 생겨났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해석 외에는 어떤 다른 이유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히려 전신의 혼처럼 등급을 상승할 수 있는 무혼이 존재한다는 게 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네 수행은 어떤 기연 때문이 아니고 네가 스스로 연마한 게냐?"

진천이 물었다.

"네. 저는 기연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연마한 결과입니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은 제가 용호산맥에서 방설을 만났는데 그때 방씨 가문의 계획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런 하책을 사용하고 무혼을 은폐했어요. 다들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괜찮다, 괜찮아."

옆에 있던 백횡이 얼른 말했다.

"진 사제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그깟 방씨 가문이 대수인가? 이번 일에 대해 나도 사과하마. 방씨 가문 놈들에게 감쪽같이 속았어. 진 사제가 미리 나에게 언질을 주었더라면 방씨 가문을 없앴을 거다."

백횡은 사과하는 동시에 티 나지 않게 아부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진남은 복수를 가슴에 새기는 사람이다.

그는 백횡이 아무리 여우짓을 한다고 해도 때가 오면 제대로 혼내줄 생각이었다.

"진남, 너는 이제 현령종의 외문 제자이니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이 있다."

소경설이 표정이 진지해지더니 말했다.

"이틀 동안 집안일을 다 마무리하고 나를 따라 현령종에 가야 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옆에 있던 진천이 얼른 말했다.

"이틀이나 머무를 필요가 없다. 진남아, 내일 바로 소 장로를 따라 현령종으로 떠나거라.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여기까지 말한 진천은 뿌듯해졌다.

철삼과 다른 제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얼굴에도 긍지가 가득했다.

지금의 진씨 가문을 건드릴 사람은 임수성이 아니라 전체 낙하왕국에도 거의 없을 것이다.

진남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는 진천, 철삼 그리고 진씨 가문 제자들을 바라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그럼 오래 머물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삼숙 그리고 너희들, 다들 몸조심하세요. 제가 현령종에 들어간 후 시간이 날 때면 반드시 보러 오겠습니다!"

진천, 철삼 등은 진남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진천은 진남을 낳았고, 진씨 가문에서는 진남이라는 천재를 배출했다.

그러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그래, 두 분 장로를 모시고 진씨 가문을 구경시켜 드려라."

진천은 손을 흔들었다.

진남은 현령종의 제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어떻게든 소경설 그리고 백횡과 사이좋게 지내야 했다.

"나는 여기 남아있겠소. 마침 나도 수행을 좀 했으니, 수행 경험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토론하고 싶소."

백횡이 얼른 대답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소경설과 앞뒤로 나란히 의사대전을 나섰다.

앞에 선 소경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진씨 가문의 풍경을 살폈다.

그녀의 시선은 진남의 몸에 더 많이 머물렀다.

진씨 가문의 풍경에 그녀는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풍경보단 여러 차례 놀라움을 주는 진남에게 소경설은 무척 흥미가 생겼다.

진남은 처음으로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 단둘이 있게 되었다. 약간 부자연스럽게 느껴진 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소 사저, 자꾸 그렇게 보지 마세요……"

"너도 부끄러워할 줄 아는구나."

소경설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사저라고 하지 말거라. 별로 듣기 안 좋다. 그냥 경설이라고 부르거라."

진남은 꽃처럼 흐드러지게 웃는 모습에 약간 넋이 나갔다.

"어……"

"아, 진남아. 무혼의 등급을 숨길 수 있는 비술을 얻었다고 했지?"

경설이 물었다.

"네."

"그럼, 네 무혼이 정말 황급 팔품이 맞아? 아니면 또 숨긴 거야?"

소경설의 아름다운 두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진남은 그 말을 듣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더 강대한 무혼을 가졌다면 왜 숨기겠어요?"

소경설은 반박하려고 하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괜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황급 팔품의 무혼은 이미 매우 강대했다. 그 등급의 무혼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도 진남은 이미 미래가 창창했다.

그런데 그녀는 진남의 무혼이 황급 팔품을 넘었을지도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소경설은 스스로 허튼 생각이라고 느꼈다.

소경설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진남은 심장박동수가 배로 빨라지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진남은 소경설의 직감이 이렇게 정확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전신의 혼은 그 잠재력이 황급 팔품에 멈추지 않았다.

황급 팔품은 전신의 혼에겐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왜 땀을 흘려?"

소경설은 진남의 이마에 맺힌 땀을 보고 물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꼬치꼬치 묻지는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진남아, 네가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지만 현령종에서는 절대 자만하고 안하무인이면 안 된다. 반드시 열심히 수행을 쌓아야 해. 아니면 후회하게 될 거다."

여기까지 말한 소경설은 잠깐 멈추더니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어. 현령종은 창람대륙 전체에서는 그저 시작에 불과해."

진남은 멍하니 듣고 있다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날 아침.

진남은 소경설, 백횡과 함께 현령종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이 임수성을 나가기 전에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임수성 사람들이 전부 배웅을 나왔다.

임수성 성벽 위에서 진천이 철삼과 제자들과 함께 나와 좌우로 늘어서서 배웅했다.

수많은 임수성의 수사들도 벌떼처럼 몰려와 진씨 가문 사람들 좌우에 늘어섰다.

수만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멀리서 보면 성벽이 마치 사람들로 만들어진 벽 같았다.

진남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아버지……."

"진남아, 임수성의 수사들은 내가 부른 게 아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배웅하러 나온 거란다."

진천이 큰 소리로 말했다. 무척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진천의 뒤에 있는 임수성 수사들은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진남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그들 마음속의 왕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진남은 그들 마음속에서 단지 천재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전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진남을 보면서 소리 질렀다.

"진남 공자, 조심히 가시오!"

"하하, 진남 공자, 강자가 되면 잊지 말고 우리를 돌봐주시게."

"나는 아들에게 말했소. 목표를 진남 공자로 하라고 말이오!"

"진남 공자, 승리해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소!"

"......"

임수성 사람들의 응원에 진천은 코끝이 찡해지고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큰 소리로 말했다.

"진남아, 너는 이 진천의 아들이다. 넌 반드시 강자가 될 게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거라!"

진남은 임수성을 돌아보았다.

사람들과 아버지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아서서 떠났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사람들에게 뒷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리고 꿋꿋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진남은 감정을 잘 표현할 줄 몰랐다.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진천, 진씨 가문 그리고 그에게 기대를 건 사람들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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