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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4화 (24/1,498)

24화 두꺼운 낯짝

전신의 혼이 나타났다!

진남은 용호산맥에서 방설을 만났을 때 방여룡이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각성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방여룡이 무혼 등급을 감추고 있는 게 진씨 가문을 겨냥해 일을 꾸미기 위해서라는 것도 추측했다.

그래서 진남은 이제까지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조용히 지켜봤다.

방려가 진씨 가문 사람들을 협박할 때도 진남은 무혼을 방출하지 않았다.

그는 진씨 가문 사람들 중 배신자가 얼마나 되는지 보고 싶었다.

막상 눈앞에 벌어진 결과에 결과에 진남은 마음이 서늘하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했다.

마음이 서늘한 것은 집사와 장로들이 전부 배신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따뜻해진 것은 십여 명의 제자들이 가문이 멸문을 당하더라도 여전히 진씨 가문에 남기를 견지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소경설이 직접 나서서 진씨 가문을 보호해 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진남은 속으로 소경설에게 고마워했다.

드디어 진남이 앞으로 나섰다.

진씨 가문이 방씨 가문에게 굴욕을 당하는 꼴을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기로 했다. 방씨 가문이 진씨 가문에게 저지른 일들에 대해 백배로 갚아줄 생각이었다.

진남은 무혼을 불러냈다.

진남의 등 뒤로 여섯 갈래의 노란 빛이 번뜩이며 온 장내를 감싸고 전신의 혼을 더욱 위엄 있게 받쳐주었다.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경악했다.

'여섯 갈래의 노란 빛, 진남이 여섯 갈래의 노란 빛을 불러내다니…… 그럼 진남의 무혼이 황급 육품이 됐다는 말인가?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온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숨 막히는 침묵이 장내에 흘렀다.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었다.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진철패 등 사람들은 놀라서 얼굴이 백지장이 되었다.

그들은 진남이 각성한 무혼이 황급 일품인 것을 직접 목격했었다.

그런데 지금 진남이 불러낸 무혼은 황급 육품이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그럴 리가 없어!"

방여룡은 충격을 받고 먼저 째지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가 어떻게 황급 육품의 무혼이 있을 수 있어? 네가 무혼을 각성할 때 진씨 가문 사람들이 다 봤는데 고작 황급 일품의 폐급 무혼이었어! 너는 분명 쓰레기……"

"닥치거라."

위엄 있는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입을 연 사람은 소경설이었다.

소경설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가 웃으니 백화가 만개한 듯 화사했다.

그제야 소경설은 알아차렸다.

백횡이 방씨 가문을 지지하는데도 진남이 대놓고 방씨 가문 천재 제자들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방금 공평한 시합을 요청했던 이유를 말이다.

진남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침착할 수 있었던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진남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진남이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남이 각성한 무혼이 황급 일품이었는지 아닌지는 소경설에게 중요하지 않았었다.

그는 신검합일 대성 경지를 장악했고 쉬체 경지 오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진남이 천재가 될 재능이 있고 방여룡보다 더 빛난다는 것만 알았다.

'꽤나 깊이 감추고 있었구나.'

소경설은 속으로 그를 욕했지만, 사실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장내의 침묵을 깼다.

"백횡 장로, 내가 볼 때 현령종의 제자가 되기에는 진남이 더 자격이 있는 것 같다. 네 생각은 어떻느냐?"

백횡은 소리를 듣고 퍼뜩 정신이 들었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그는 오물을 삼킨 사람처럼 표정이 안 좋았다.

'진남이 대체 어떻게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가지게 된 거지?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사람들은 꿈에서 금방 깬 것 같았다. 머릿속에 충격과 의문이 가득했다.

지금 그들은 한 가지 사실만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진남이 방여룡을 제치고 현령종의 제자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방려와 방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철패와 진장공 등 사람들도 똑같이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이 배신한 진씨 가문에서 천재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 천재가 그들이 조롱하던 폐물 진남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들과 달리 진천과 철삼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들이 꿈만 같았다.

황급 일품이었던 아이가 어떻게 황급 육품이 된 거지?

"인정 못 해!"

방여룡이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온몸에서 팽팽한 기세를 펼치며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무슨 근거로 진남이 현령종의 제자가 됩니까! 저 자식은 폐물입니다! 저 자식이 무슨 수단을 쓴 게 틀림없어요! 그래서 무혼 등급이 저렇게 높아진 거에요! 저 자식이 황급 육품 무혼이라뇨……!"

소경설은 가는 눈썹을 찌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방여룡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 진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방여룡, 인정 못 하겠어?"

방여룡은 진남을 쳐다보았다.

마치 불공대천의 원수를 보는 것처럼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온 힘을 다해 고함을 질렀다.

"그래, 나는 절대 인정 못 해. 너는 페물이야! 천재일 리 없어. 너는 폐물이라고! 너는 영원한 폐물……!"

방여룡은 이제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진남은 분명 보잘것없는 놈이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심지어 나보다 더 강해졌잖아?'

방여룡은 이성을 잃었다.

"하하, 인정 못 한다니. 그럼 오늘 철저히 굴복하게 만들어 주마."

진남이 차갑게 웃었다.

그의 기세가 순식간에 증폭되더니 전신의 혼을 비추던 여섯 갈래의 노란 빛이 하나 더 늘어 일곱 갈래가 되었다.

형언할 수 없는 위엄이 진남의 몸에서 솟구쳤다.

모든 사람들의 어안이 벙벙했다.

소경설의 아름다운 얼굴에도 충격이 가득했다.

일곱 갈래의 노란 빛, 황급 칠품의 무혼이었다.

진남의 무혼이 황급 육품도 아니고 황급 칠품이라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성을 잃고 날뛰던 방여룡도 그 위엄을 느끼고 넋이 나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황급 일품의 폐물 무혼이 어쩌다가 황급 칠품의 무혼으로 변했을까?

"왜 말이 없어? 다시 한번 물을게. 패배를 인정할 거야 안 할 거야?"

진남이 호통을 쳤다.

그의 등 뒤의 일곱 갈래 노란빛이 갑자기 번뜩이더니 여덟 번째의 노란빛이 솟아올라서 밝게 빛났다.

전신의 혼이 완전히 방출되었다. 전신의 혼이 풍기는 위엄은 배로 증폭되었다.

"말해봐, 이래도 인정 안 할 거야?"

진남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방여룡은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어 진남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영혼까지 큰 충격에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여덟 갈래의 노란빛!

진남이 가진 무혼은 여덟 갈래의 무혼 즉 황급 팔품의 무혼이었다.

벌떡!

소경설이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더니 아름다운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서 외쳤다.

"황급…… 팔품?"

소경설은 황급 육품의 무혼이라도 그저 약간의 호감만 가질 뿐이었다.

그러나 황급 팔품의 무혼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황급 팔품의 무혼!

현령종에 데려다 놓아도 황급 팔품의 무혼은 최고의 천재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소경설 역시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가진 자였다.

"진남, 너……!"

소경설은 현령종의 최고의 천재답게 이내 침착함을 회복했다.

그녀는 눈에 약간의 원망을 드러내며 말했다.

"너, 참 깊이도 숨겼구나."

진남이 웃더니 공수하고 말했다.

"소 장로, 소인이 일부러 숨긴 게 아니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 장로, 이 무혼 등급이면 현령종의 제자가 될 수 있을까요?"

소경설은 원망하는 기색을 거두고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선포했다.

"이번 현령종 제자 선발 대전은 한 명의 제자만 뽑는다. 현령종 외문 장로의 신분으로 선포하겠다. 이번 제자 선발 대전의 우승자 진남은 이제부터 현령종 외문 제자이다!"

거센 기세를 머금은 목소리가 마치 천둥처럼 장내에 울려 퍼졌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그 소리에 다들 정신을 차렸다.

진천과 철삼 등 사람들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서 정신을 못 차렸다.

백횡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진장공, 진철패 등 진씨 가문 배신자들의 얼굴은 핏기가 다 가셨다.

진천과 철삼 등은 황급 일품의 폐물이라고 불리던 진남이 어떻게 갑자기 황급 팔품의 절세 천재가 되고 현령종의 제자까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백횡, 방여룡, 방려, 진장공, 진철패 등은 더욱 당혹스러웠다.

황급 팔품의 무혼은 진정한 절세 천재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이제 현령종의 제자였다.

이 두 가지 신분 중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아무나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진남에게 한껏 미움을 샀다.

진남을 조롱하고 심지어 여러 번 그를 죽이려고까지 했다.

진남이 과연 그들을 가만둘까?

진남은 담담하게 웃더니 소경설을 향해 감사 표시로 공수 인사를 올렸다.

이어 진남은 고대 위에 있는 백횡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횡 장로, 좀 전에 제가 질문했잖아요. 현령종의 제자가 되면 세속의 일반인들을 죽여도 문제없죠?"

"어……"

백횡은 훅 들어온 질문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맞다. 진 사제, 처리하고 싶은 세속의 적이 있느냐? 말해 보거라. 내가 다 없애주겠다. 내 경지가 그리 높진 않지만 세속의 일반인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하다!"

짧은 시간에 백횡은 방씨 가문을 포기했다.

심지어 말투는 진남의 환심을 사려는 것 같았다.

백횡을 탓할 것도 없었다.

황급 팔품의 무혼은 실로 강대한 존재였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를지라도 백횡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진남이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가지고 현령종에 들어간다면 신분과 지위가 그보다 더 존귀할 것이 분명했다.

백횡이 가진 무혼은 고작 황급 육품이었기 때문이다.

황급 팔품의 최고 천재와 황급 육품의 일반 제자 중 종문은 망설이지 않고 전자를 선택하고 후자를 포기할 것이다.

"고맙습니다, 백횡 장로."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백횡 장로의 호의를 거절했다.

진남은 속으로 백횡을 필살 명단에 넣었다.

지금 당장은 현령종의 제자이자 수행이 선천 경지의 최고봉에 도달한 백횡을 상대할 순 없었다.

그는 지금의 진남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진남은 현령종에 들어간 후에 백횡을 천천히 제거하기로 했다.

진남은 방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여기에서 벌어진 일들은 방씨 가문 사람들이 잘 알 거다. 그러니 이제 방씨 가문 사람들은 나에게 해명해 보거라."

방여룡, 방려 등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들은 공포에 떨며 생각했다.

'해명을 하라고? 어떤 해명을 해야 하지?'

방씨 가문은 백횡 장로와 손을 잡고 진씨 가문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방여룡이 무혼을 방출한 후에는 진씨 가문 사람들에게 배신하라고 협박까지 했다.

진남이 마지막에 갑자기 자신의 전력을 드러낸 게 아니었다면 방씨 가문은 진씨 가문을 멸문시켰을 것이다.

도대체 어떤 답을 해야 할까?

방여룡, 방려 등 사람들은 진남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방씨 가문과 그들의 생사는 진남의 손에 달렸다.

"진남 소주!"

갑자기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다.

"절대 방씨 가문을 봐주면 안 돼! 아까 저들은 우리에게 진씨 가문을 배신하고 방씨 가문에게 가입하라고 협박했어. 나는 그때 결심했어. 와신상담하면서 어느 날인가 반드시 진씨 가문의 복수를 하겠다고 말이야."

뜻밖에도 이 말을 한 사람은 진장공이었다.

진장공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열변을 토했다.

그는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속에서 나온 것인 척했다.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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