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무혼을 펼치다
방여룡은 아무 말도 없는 진남을 보며 조롱했다.
"진남, 네가 방씨 가문에 버릇없이 굴었던 것들도 다 기억하고 있어. 그러나 지금은 널 죽이는 게 우선이 아니야. 네 눈으로 직접 내가 위대한 현령종의 제자가 되는 걸 지켜봐. 네 순서는 다음이다! 현령종의 제자가 된 이후에 잔인하다는 게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지."
말을 마친 방여룡은 홱 돌아서서 소경설과 백횡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장로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방여룡이 말했다.
"두 분 장로, 소인이 현령종의 제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요? 현령종의 제자가 되면 두 분께 청이 하나 있습니다. 두 장로께서 진씨 가문 사람들을 제압하셔서 제가 살육을 펼칠 수 있게 해주세요. 두 분도 제 무혼의 능력을 알 수 있게 말입니다."
장내의 긴장감이 팽팽해졌다.
진천과 철삼, 두 사람의 눈빛이 동시에 변했다.
둘은 진씨 가문이 멸문을 당하는 건 당연하게 벌어질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에 목숨을 바쳐서라도 진남과 제자들을 구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두 장로가 나선다면 진남과 제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소경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진남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진씨 가문 제자들의 태도도 맘에 들었다.
그렇기에 방여룡이 진씨 가문 모든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하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소경설은 주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방여룡, 너는 현령종의 제자가 될 자격이 있다. 하지만 현령종의 제자가 되면 세속에서 초탈해야 하는데 어찌 살육에 집착하느냐? 그럼 네 무도의 마음에도 영향이 있을 거다."
그녀는 돌려서 말했지만, 입장을 드러낸 것이었다.
방여룡과 방려 등 사람들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경설이 진남과 진씨 가문을 감싸고 돌 줄은 몰랐다.
백횡도 그녀의 말에 안색이 변했다.
그는 진남을 죽이고 복수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소경설이 그 폐물 가문을 감싸다니?
백횡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소 장로, 그 말을 나는 인정할 수 없소. 방여룡은 기계 무혼을 가진 사람이고 주기능은 공격이요. 게다가 진씨 가문과 방씨 가문은 원한이 있는 사이라서 진씨 가문을 멸문시키지 않으면 방여룡의 수행에도 좋지 않소. 그리고 현령종 제자가 폐물들을 몇 명 죽이는 게 별 대수요?"
분명 백횡의 말엔 일리가 있었다.
소경설이 어찌 세속의 사람을 감싸면서 종문 제자를 돕지 않을 수가 있는가?
이 일이 전해지면 소경설의 명성에 도움이 될 게 없었다.
소경설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하지만 이내 감추는 바람에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횡, 빈정거릴 필요 있느냐? 솔직하게 말하마. 나는 진남과 진씨 가문을 보호해주겠다. 그러니 백횡, 네가 능력이 있으면 나와 겨뤄도 좋다."
소경설의 말투는 여전히 평온했다. 목소리도 듣기 좋게 맑았다.
하지만 백횡의 귀에는 청천벽력처럼 들렸다.
백횡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그의 이마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소경설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소경설이 계속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면, 백횡은 그녀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방여룡과 방려 등 사람들도 안색이 변했다.
소경설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진씨 가문을 보호해줄 줄은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때, 갑자기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만요. 두 장로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진남이었다.
이때 진남이 입을 열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소경설 장로가 이미 진씨 가문을 감싸주었다. 그런데 진남은 왜 나선단 말인가?
"진남, 할 말 있으면 하거라."
소경설의 얼굴은 여전히 담담했다. 자신이 말하는 도중에 진남이 끼어들었음에도 불쾌해하지 않았다.
"백횡 장로께 여쭙겠습니다."
진남은 백횡을 바라보며 진지하고 성심성의로 물었다.
"백횡 장로, 현령종 제자가 되면 다른 가문을 함부로 멸망시켜도 됩니까? 아, 방금 말씀하신 그 세속의 평범한 가문 말이에요."
백횡은 약간 난감한 표정을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진남의 말에 대답하기 싫었지만 소경설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불쾌함을 참고 대답했다.
"당연하지. 현령종의 제자는 사람들 위에 군림해 있다. 그러니 세속의 평범한 사람들은 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거지."
말을 마친 백횡 장로는 차갑게 웃었다.
'설마 진남, 너 같은 폐물이 현령종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너와 네 가문이 이번 화를 피할 수 있는 것도 다행인 줄 알아야지!'
"그렇군요."
진남은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 한마디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진남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
진남이 무슨 생각이든 간에 방씨 가문 사람들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방여룡이 현령종의 제자가 되면 진씨 가문을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소 장로는 대체 왜 진씨 가문을 보호하는 걸까?
진천과 철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철패 등 사람들이 진씨 가문을 배신했지만, 진남과 진씨 가문의 남은 제자들이 살길이 생겼으니 그 나마 다행이었다.
유독 생각이 복잡해진 것은 진철패와 진장공 등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진씨 가문이 당연히 멸망할 거라고 생각하고 두말없이 배신하고 방씨 가문에 투신했다.
그런데 소 장로가 보호해줘서 진씨 가문은 화를 피했다.
"그래. 어차피 방여룡이 현령종의 제자가 되면 앞날이 창창할 거다. 소 장로도 순간 흥문해서 진씨 가문을 보호해준 거지 평생 보호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진씨 가문도 멸망할 거다."
진철패 등 사람들이 몰래 중얼거렸다.
진남은 그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오히려 또 질문했다.
"백횡 장로, 질문이 또 있어요. 백횡 장로께서 대답해주시기 바랍니다."
백횡은 눈썹을 푸들거리며 차갑게 물었다.
"무엇이냐?"
진남이 손을 뻗어 방여룡을 가리키며 물었다.
"두 번째 시합은 분명 모든 사람들이 무혼을 방출한 후 결과를 판단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왜 방여룡이 무혼을 불러내자마자 그를 현령종의 제자라고 하는 거죠?"
그의 말투에는 질책이 담겨 있었다.
소경설이 가느다란 눈썹을 찡긋했다.
'내가 직접 나서서 진씨 가문을 보호해줬다. 그런데 진남이 시합이 공정한지에 대해 질문하다니? 이번 시합에 또 다른 결과가 있을 수 있나?'
"소란 떨지 말거라."
소경설이 말했다.
"이번 시합은 더 이상 진행할 의미가 없다. 방여룡은 현령종의 제자가 될 자격이 있어."
소경설이 직접 결론을 냈다. 그녀는 이대로 이 일이 마무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진남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소 장로, 그 말을 인정할 수 없어요."
진남이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시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규칙대로 계속되어야 해요. 적어도 우리의 무혼을 다 불러내고 하나하나 비교해 본 다음 승부를 낼 수 있어요. 시합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방여룡이 반드시 현령종의 제자가 된다고 장담할 수 없잖아요."
그 말에 모두 어이가 없었다.
'진남이 미친 거 아니야? 대놓고 소 장로에게 대들어? 소 장로 한마디에 진씨 가문이 완전히 멸문당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진남의 마지막 말은 무슨 뜻일까? 방여룡이 황급 육품의 무혼인데도 현령종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야?'
진천과 철삼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고 심장이 철렁했다.
"하하하! 네 말이 맞아! 맞구나!"
방여룡이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무척 흥분해서 말했다.
"진남의 말이 맞아요. 시합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제 황급 육품 무혼이 제일 높은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소 장로, 요청드립니다. 시합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세요."
백횡도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계속해야지. 아니면 대단한 천재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럼 안 되지. 게다가 시합은 공평해야 하거든."
두 사람은 서로 맞장구를 쳤다.
방여룡과 백횡은 너무나도 기뻤다.
소경설의 강력한 보호 때문에 가슴에 잔뜩 쌓인 원한을 누르고 진남에게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진남이 스스로 소경설의 말에 토를 달고 멍청하기 그지없는 말을 했다.
이제 소경설은 계속 그를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다.
진남이 방금 스스로 죽을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진남이 스스로 죽기를 바란다면 백횡과 방여룡은 기꺼이 도와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경설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진남의 불굴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불굴의 성격이 아니라 멍청하고 무지한 거였다.
'공정함을 위해서 계속 무혼을 겨루겠다고? 자신이 방여룡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건 스스로 굴욕을 자처하는 꼴이었다.
"좋다."
소경설은 퉁명스럽게 진남을 보며 말했다.
"네가 공정함을 원한다면 한번 보자꾸나. 네가 각성한 무혼이 대체 어떤 모습인지."
그녀의 말에 방여룡과 백횡 등 사람들은 더 흥분했다.
소경설은 진남의 멍청한 행동 때문인지 진남에 대한 호감이 사라져 있었다.
호감이 없다면 소경설도 진남을 보호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소경설의 보호가 없는 진남은 언제나 죽일 수 있는 폐물일 뿐이었다.
"하하하!"
백횡 장로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져서 크게 세 번 웃고 손을 휘둘렀다.
"계속 시합을 진행하거라. 남은 사람들은 무혼을 불러내거라. 내 무척 궁금하구나. 오늘 황급 육품의 무혼을 뛰어넘을 무혼이 있을지!"
백횡 장로의 말에 다른 두 진씨 가문 제자들도 감히 거역을 못 하고 무혼을 불러냈다.
모두 황급 사품이었다.
이내 두 번째 관문 중 진남만이 남았다.
"진남, 뭐해. 네 무혼을 불러 봐."
방여룡이 높이 서서 고개를 들고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
"고작 황급 일품 폐물 무혼 주제에 무슨 자신감에 공정을 거들먹거려? 내가 현령종의 제자가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그래, 오늘 한번 보자꾸나. 네가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일이 이 지경이 되자 방여룡도 화를 숨기지 않고 대놓고 조롱했다.
백횡 장로도 흥분했다.
진철패 등 사람들도 상황이 변하자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듯 동시에 말했다.
"불러낼 필요 있느냐? 진남은 황급 일품 무혼을 우리가 직접 봤잖아."
"하하하. 저놈의 무혼은 칼이었지. 황급 일품의 칼."
"스스로 굴욕을 자처하는 거야. 내가 볼 땐 소 장로도 이제 저놈을 두둔해주지 않을 거야."
"......"
장내에는 조롱하는 소리가 가득했다.
다들 남에게 닥친 불행을 고소해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이때, 진남이 웃었다.
그의 웃음은 무척이나 경망스러웠다.
"다들 그거 알아요?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동시에 진남의 등 뒤로 기운이 솟아올랐다.
하늘을 찌르는 패기가 용솟음치더니 노란빛이 번쩍였다.
거대한 사람의 허영이 순식간에 떠올라서 대지를 굽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