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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2화 (22/1,498)

22화 참패하다

방여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장공이 한 행동과 똑같이 앞으로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쿵!

가벼운 소리와 함께 방여룡에게서 느껴지던 쉬체 경지 삼 단계의 기운이 순식간에 증폭하더니 쉬체 경지 사 단계가 되었다.

그 기세는 웅장했고, 퍼져나오는 힘은 거대했다.

이때, 여섯 갈래의 노란빛이 방여룡의 등 뒤에서 번쩍거리며 솟아올랐다. 노란빛 속에서 황금 같은 거대한 망치가 떠올랐다. 그 망치는 짓누르는 듯한 힘을 풍겼다.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진장공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씨 가문 사람들도 눈이 커졌다.

심지어 방씨 가문 사람들도 두 눈을 부릅뜨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여섯 갈래 노란빛? 황급 육품의 무혼?

방여룡이 돌아서서 장내를 둘러보며 패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선 이 자리에 있는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제가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각성한 사실은 방씨 가문 가주, 장로들만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하지 않은 건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들 알게 되었으니 여기서 선포하겠습니다. 임수성 제일 천재는 바로 나 방여룡입니다!"

마지막 말은 폭탄을 투척한 것 같았다.

방여룡과 방씨 가문이 드디어 이를 드러냈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천둥 번개가 마구 내려치고 머리가 웅웅 울리는 것 같았다.

방여룡이 황급 육품 무혼이라고?

황급 육품의 무혼은 임수성을 통틀어 십 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방씨 가문의 방여룡이 황급 육품 무혼을 각성했다?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저도 몰래 소름이 돋았다.

진천과 철삼도 등줄기가 서늘했다.

전에 발생한 일들을 생각해보니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방여룡이 왜 그렇게 날뛰면서 진씨 가문 제자를 불구로 만들었을까?

백횡 장로가 왜 대놓고 방씨 가문을 편애했을까?

이 모든 것들은 방여룡이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가진 진정한 천재였기 때문이었다.

진장공은 방여룡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혼이 한 개 등급 차이라서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하하하, 좋다. 잘 말했다. 임수성에서 네가 최고 천재다."

백횡 장로가 이때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횡포한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았다.

백횡 장로가 무심한 듯 물었다.

"소 장로, 방여룡이 어떤 것 같소?"

"나쁘지 않다."

소경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황급 육품, 기계(器系)무혼, 주기능은 공격. 미래 가능성이 무종(武宗)까지 다다를 수 있겠구나. 자그마한 임수성에도 천재급의 인물이 있다니. 이번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구나."

소경설은 평온한 기색으로 여러 번 찬사를 했다.

진장공을 평가할 때보다 칭찬하는 단어가 몇 개 더 많을 뿐이었지만 그 의미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특히 백횡은 그 말에 대단히 기뻤다.

'방금 소경설이 진씨 가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는가? 진씨 가문이 방씨 가문 앞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내 알려주지.'

충격에 빠진 진씨 가문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진철패를 우두머리로 하는 진씨 가문 사람들은 좀 전의 오만방자하던 기세는 사라지고 낙심한 표정이었다.

게다가 잔뜩 겁을 먹은 눈빛이었다.

황급 육품의 무혼이면 얼마나 강대할까?

모두들 잘 알고 있었다.

황급 육품의 무혼 앞에서 진장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방여룡이 말한 것처럼 진장공은 그의 앞에서 폐물에 불과했다.

이번 심사에서 방여룡만이 현령종의 제자가 될 자격이 있었다.

진씨 가문은 그 신분을 쟁취할 능력이 없었다.

그야말로 진씨 가문이 참패한 것이다.

"너, 너, 너……"

진장공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더듬거렸다.

"어, 어떻게 네가 어떻게, 어떻게 황급 육품을 가진 거야…… 미, 믿을 수 없어……."

진장공은 정신이 완전히 무너졌다.

'내가 임수성 제일 천재가 아니야? 내가 현령종의 제자가 돼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이야? 어떻게 방여룡이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각성한 거지?'

"하하하."

방여룡은 오만한 표정으로 높은 곳에 서서 하찮다는 듯 진장공을 보며 말했다.

"진장공, 방금 나를 비웃지 않았어? 황급 오품 무혼이 대단한 줄 알아? 너야말로 폐물이라고!“

"하하! 폐물 자식. 네놈은 살아있을 자격도 없어!"

방여룡의 얼굴이 험악해지며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진씨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며 겁을 먹었다.

방여룡이 무혼을 방출하고 하는 첫 번째 일이 진씨 가문의 제일 천재를 죽이는 일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헉……!"

진장공은 공포에 휩싸여 온몸이 싸늘해졌다.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끊임없이 커져만 갔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들고 고대를 바라보며 외쳤다.

"소 장로, 방여룡을 막아주세요! 제 무혼이 방여룡보다 낮지만 저도 황급 오품의 무혼이고 여전히 최고의 천재……"

진장공은 모든 희망을 소경설에게 걸었다.

소경설의 얼굴은 담담했다. 표정에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진씨 가문에 별 호감이 없었다.

아까는 진남이 대담하게 나섰기에 호감이 가서 도움을 줬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현령종을 대표해서 제자를 선발하러 온 것이었다. 황급 육품의 방여룡은 현령종에 들어와도 꽤 괜찮은 지위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 소경설이 굳이 나서서 방여룡의 행동을 멈출 리는 없었다.

무도 세계는 약육강식이었다.

진장공은 소경설의 태도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몸이 흔들리고 얼음 굴에 빠진 듯 뼈저린 추위를 느꼈다.

진장공은 덜컥 겁이 났다. 마음속엔 오만함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번에 그는 완전히 패했다.

방여룡의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살기를 느끼자 진장공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심신이 와르르 무너져내려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연신 울부짖었다.

"방 형님! 아니 방여룡 공자! 나를 죽이지 말아줘. 부탁이야! 나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뭘 시켜도 다 할게! 죽이지만 않는다면 소나 말이 되라고 해도 기꺼이 될게!"

사람들은 그 모습에 너무 놀라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황급 오품의 천재 진장공이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살려달라고 애원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하하! 정말로 폐물이로구나!"

방여룡은 자리에 서서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은 오만방자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보름이나 참고 있었던 게 이날을 위해서 아닌가?

"여룡아, 그 놈을 굳이 죽일 필요 없다."

이때 방려가 오만하게 말했다.

"저런 폐물이라도 우리 방씨 가문에 두면 그래도 쓸 데가 있다. 그러니 살려두거라. 그리고 너는 곧 현령종의 제자가 될 사람이니 저놈이 아무리 간이 부어도 허튼 생각을 못 할 게다."

진장공은 그 말을 듣고 기뻐서 얼른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가주! 정말 고맙습니다! 절대 방씨 가문을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성심성의껏 방씨 가문을 위해 공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

고작 그 짧은 순간에 진장공이 진씨 가문을 배신하고 방씨 가문에 충성을 맹세하다니.

진천은 그 모습을 보자 가슴 속에 화가 솟구쳤다.

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방려를 노려봤다.

"네놈들……!"

"하하, 진천. 의외인가? 우리 방씨 가문이 오래도록 참은 건 진씨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서요. 실력으로 진씨 가문을 멸문시키는 건 손쉬운 일이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소! 진천 자네를 없애고 진씨 가문을 철저히 복속시켜 그들을 소나 말처럼 부려 먹으려고 말일세!"

방려가 음침하게 웃으며 진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당신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진장공처럼 진씨 가문을 떠나 방씨 가문에 가입하든가, 아니면……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시오."

방려는 이 말을 하고 비열하게 웃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 공포가 엄습했다.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철패였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방 가주, 내 아들 진장공의 선택이 바로 내 선택이오. 나는 방씨 가문에 가입하고 방씨 가문을 위해 공헌……"

진철패가 입을 열자 진씨 가문의 집사와 장로들이 서둘러 입장을 표명했다.

"그래, 그래. 우리도 방씨 가문에 가입하겠소."

"나는 예전부터 진씨 가문에 있기 싫었소!"

"방 가주!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소. 이 늙은이가 반드시 방씨 가문을 위해 죽을 때까지 이 한 몸 다 바치리라."

임수성의 양대 가문 중 하나였던 진씨 가문의 모든 집사와 장로들은 비굴하게 진씨 가문을 배신하고 방씨 가문에 가입했다.

이제 진씨 가문에는 제자 십여 명만 남았다.

방여룡과 방려도 살짝 놀랐다.

방려의 얼굴은 상기되었다. 그는 무척이나 흥분해 있었다. 말투도 매우 오만했다.

"진천, 보았소? 자네가 아등바등 십 년을 이끌어온 진씨 가문이지만 내 한마디에 다 배신했소. 이제 알겠소? 진씨 가문은 한 무더기 폐물 집단에 불과하오."

진천은 그 말에 낯빛이 바뀌고 화가 솟구쳤다.

하지만 무기력함과 비통한 감정이 앞섰다.

방려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그는 반박할 수도 없었다.

방려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진씨 가문에 남은 제자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너희들은 아직도 진씨 가문에 남을 생각이냐?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 방씨 가문에 가입하거라! 아니면 죽지 못해 살게 해주겠다."

방려는 대놓고 위협했다.

진씨 가문에 남은 제자들은 수행이나 재능은 보통 수준이었다.

하지만 방려는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배신하기를 바랐다.

그래야 진천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그의 속도 더 후련할 것이었다.

방려의 말에 조금 전 진씨 가문을 배신한 진철패 등 사람들도 너도나도 한마디 했다.

"쓰레기 같은 놈들, 방 가주가 방씨 가문에 가입할 기회를 주는데 뭘 망설이는 게냐?"

"맞아. 아직도 안 오고 뭐 해. 진씨 가문에서 죽기를 기다릴 거야?"

"네놈들이 살기 싫은가 보구나. 여기로 오지 않으면 내 제일 먼저 네놈을 죽일 거다."

"......"

진철패 등 사람들의 행동에 다른 사람들은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얼마나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하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진씨 가문에 남은 십여 명의 제자들은 방려와 진철패 등 사람들의 위협에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리에 쇳덩이를 매단 것처럼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너희들의 태도가 그나마 위로가 되는구나. 이제 가거라. 진씨 가문은 끝장났다."

진천이 이때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은 평온했고 아무런 감정 기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천도 알고 있었다.

진씨 가문은 이제 완전히 끝이 났다.

제자들을 여전히 진씨 가문에 남겨둔다면 가문과 함께 매장이 될 것이고 결국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가주,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는 안 갑니다!"

갑자기 제자들 중 한 명이 외쳤다.

무척이나 흥분한 말투였다.

입을 연 사람은 온몸의 기운이 허약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는 처음에 방여룡에게 맞아 한방에 불구가 된 진력이었다.

진력은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힘껏 외쳤다.

"가주, 진씨 가문은 저에게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배신하겠습니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하늘을 떠받치고 우뚝 설 업적은 못 이뤄도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죠! 죽는 게 별건가요? 저는 원래 진씨 가문 사람이니 당연히 생사를 같이해야죠!"

"생사를 같이하겠습니다!"

"생사를 같이하겠습니다!"

"......"

진력의 말은 주문이라도 걸린 것처럼 나머지 진씨 제자들에게 번졌다.

제자들은 모두 두 눈이 벌겋고 기세가 맹렬했다. 더 이상 두려움은 없었다.

"하하하."

갑자기 연무대에서 방여룡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무척이나 귀에 거슬렸다. 그의 얼굴에는 온통 흉악함이었다.

"생사를 같이하겠다니, 말은 잘하는군. 그런데 너희들은 그저 쓰레기야. 폐물 주제에 생사를 같이하려고 하다니! 곧 죽기보다 못하다는 걸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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