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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0화 (20/1,498)

20화 그의 말이 맞다

"진남, 너……"

방려와 방여룡 부자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진남을 가리킬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방씨 부자는 분노에 차서 말문이 막힌 듯했다.

방려와 방여룡 부자뿐만 아니라 진천과 철삼을 제외한 다른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 얼굴에는 짙은 분노가 꿈틀거렸다.

진남이 말도 안되는 짓을 했기 때문이다.

감히 방옥을 죽이고 백횡 장로를 도발하다니!

진남의 행동은 진씨 가문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 진남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진장공은 분기탱천했다.

방금까지 진남이 사태를 파악하고 머리 숙여 잘못을 인정하는 줄 알았다.

진장공은 진남의 생사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 없었다.

'왜 나까지 같이 끌어들여 내 앞길을 막으려는 거냐!'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아무도 백횡 장로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때 소경설이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어렸다. 다만 다들 진남과 백횡에게 정신이 팔려서 아무도 그녀의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다.

순간 당황했던 백횡 장로도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소경설과 달리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가 비록 현령종 내에서 높은 지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령종 사람이었다.

'감히 현령종 사람인 나 백횡 도전하다니!‘

백횡 장로가 순식간에 자리에서 휙 일어나더니 선천 경지 정상의 기세를 전부 폭발시켜 장내를 눌렀다.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벌벌 떨었다. 사나운 기세에 방려, 진천과 같은 선천 경지의 사람들도 전혀 대항할 수 없었다.

제일 두려워하는 건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다들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백횡 장로가 미쳐 날뛰는데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남 때문에 백횡 장로가 저리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진씨 가문이 이런 엄청난 재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

다들 마음속으로 진남을 원망하며 한스러워했다.

백횡 장로는 흉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손을 쓰지 않고 진남을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선천 경지 정상의 위압을 조금도 남김없이 진남을 향해 내리눌렀다.

드디어 백횡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는 더없이 평온했다. 그러나 평온함 속에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살기가 드러났다.

"진남,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연무대 위를 향했다.

진남은 이 사나운 위압에 오금이 저리고 온몸의 피가 굳어지는 것 같았다. 숨 막혀 기절할 것 같았지만, 얼굴 표정만은 그대로였다. 전혀 동요되지 않은 표정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진남은 마치 백횡 장로의 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폐물을 죽였을 뿐입니다. 방금 방여룡이 말했죠. 폐물은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된다고요. 그러나 방여룡은 그 폐물을 불구로 만들었어요. 저는 불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폐물을 아예 죽였습니다."

진남은 계속 말했다.

"백횡 장로, 이번 제자 시험 대전은 아무런 규정이 없습니다. 제가 방옥을 죽인 것이 규정을 어긴 건 아닐 텐데…… 백횡 장로께선 왜 이렇게 화를 내시는 거죠?"

그의 말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번 제자 시험 대전은 시합에 확실히 아무런 규정도 없었다.

그러나 백횡 장로의 말이 규정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

게다가 백횡 장로에게 왜 이렇게 화를 내냐고 되묻다니?

진남이 이렇게 백횡 장로의 말을 거역하는데 백횡 장로가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진남이 완전히 미쳤구나! 완전히 미쳐버렸어!

"하하하! 황급 일품 무혼의 폐물이 감히 대놓고 나와 맞서다니. 신검합일 대성을 장악했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보구나."

백횡은 진남의 말에 어이없어서 헛웃음만 지었다.

"그래 내 친히 알려주마. 내 말이 곧 규정이다. 그런데 내 말을 거역하다니, 오늘 너뿐만 아니라 너희 진씨 가문 전체를 순장할 것이다!"

백횡 장로의 몸에서 진기가 솟아올라 커다란 손으로 변하더니 웅장한 힘을 싣고 진남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

"남아! 조심해야 한다!"

진천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그는 안색이 확 변하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갔다.

오늘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그는 절대 아들이 여기서 죽게 할 수 없었다.

이 위기일발의 순간에 갑자기 차가운 소리가 울렸다.

"백횡, 다 떠들었느냐? 그만 설치고 멈추어라."

말한 사람은 지금까지 줄곧 침묵하고 있던 소경설이었다.

소경설의 말에는 마치 무형의 힘이 있는 것 같았다.

분노에 차서 미쳐 날뛰던 백횡은 순식간에 간담이 서늘하여 공격을 멈췄다. 그가 모은 진기는 그대로 흩어졌다.

"소…… 사저, 왜 그러시는지……?"

백횡은 이해되지 않는 듯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그저 쓰레기 폐물을 죽이려는 것뿐인데 소경설이 그를 막다니? 도대체 왜……?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더욱더 이해되지 않았다.

그들은 백횡 장로가 앞에 있는 여자를 사저라고 부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또한, 소 장로가 왜 백횡을 막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백횡, 저 애의 말이 맞다."

소경설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시합은 신분을 따지지 않는다. 설마 현령종의 제자라는 세력을 믿고 남을 괴롭히려는 거냐? 저 애가 사람을 죽이면 어떻다는 거냐. 그저 상대의 수행이 부족한 것뿐이다. 됐으니 이제부터 여기서 조용히 구경이나 하거라, 아무 말도 더는 하지 말고."

마지막 말을 마친 소경설의 눈에서 한기가 스쳤다.

백횡은 속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의 눈에는 장내의 모든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공포가 스쳤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돋았다.

그는 왜 소경설이 갑자기 참견해서 그를 질책하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소경설이 말한 이상 그는 오늘은 어찌 됐건 진남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

그 생각에 백횡은 속에서 화가 더 치밀어올랐다.

장내의 사람들은 모두 다 당황해하고 있었다.

아무 일 없다니?

그들이 속으로 황당하게 생각했다.

진남이 백횡 장로를 화나게 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

원래대로라면 진남이 죽고, 진씨 가문 전체가 그 때문에 파멸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된 거지?

모든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더니 일제히 백횡 뒤에 있는 소경설을 바라봤다.

백횡 장로가 크게 화났지만, 소 장로가 말하자 결국 고분고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소 장로의 신분이 백횡 장로보다 더 높다는 걸 의미했다.

이 상황을 지켜본 진남은 졸이고 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진남은 방금까지 백횡 장로의 기세에 맞서느라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

기세에 맞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정력을 소모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진남은 아무런 후회도 들지 않았다.

만약 황급 팔품의 전신의 혼이 없이 쉬체 경지 오 단계만 있었다면 바로 기절했을 것이었다.

선천 경지 정상의 강대함은 부딪히지 않았어도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여전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왜 방씨 가문 사람들은 마음대로 진씨 가문의 제자를 불구로 만들 수 있는데. 진씨 가문에서는 반격조차 하면 안 된다는 거지?'

'왜 백횡 장로 당신의 말 한마디에 진씨 가문은 반격도 하지 못하고, 되려 조심조심 비위를 맞춰야 하지?'

방금 일련의 사건으로 진남은 이제 분명히 알았다.

방씨 가문과 백횡은 이미 한통속인 것이다!

이번의 제자 심사에서 방씨 가문은 백횡을 통해 진씨 가문을 상대하려 했다.

백횡은 진씨 가문을 멸망시키는 걸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방씨 가문에서 대가를 받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진남은 봐주지 않을 것이다.

백횡 장로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현령종의 제자이자 선천 정상 경지의 수행이고 신분도 비할 나위 없이 존귀했다.

그러나 지금 진남은 신분이고 선천 정상 경지고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에게는 전신의 혼이 있기 때문이다.

전신의 혼은 그의 제일 큰 비장의 무기이고 제일 큰 버팀목이었다. 미래의 성과를 가늠할 수 없는데 어디 한낱 백횡이 비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진남은 소경설의 태도에 대해선 다소 의아했다.

비록 진남에게 비장의 무기가 있긴 했지만 소경설이 나서면서 굳이 전신의 혼을 드러내지 않고도 상황을 여유롭게 정리할 수 있었다.

진남은 아름다우면서 강대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여자에게 호감이 생겼다.

이번 일만 봐도 소경설과 백횡은 한통속이 아닌 게 분명했다.

장내의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백횡 장로는 앞쪽에 앉아있었는데 어두운 표정을 하고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뒤에 있는 소경설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가문의 사람들 시선이 모두 진남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의 눈길에는 비할 바 없는 분노와 놀라움 그리고 부러움 등등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묵묵히 닫혀있던 소경설의 입이 열렸다.

"계속 시합하거라. 빨리 끝내고 두 번째 관문을 시작하자."

소경설이 말을 하자 상황이 정리되었다.

방려와 방여룡 두 부자는 침울한 표정으로 진남을 죽어라 노려봤다. 소경설만 아니었다면 방씨 부자는 바로 달려들어 버릇없는 진남을 때려죽였을 것이다.

진남이 추측한 것처럼 방씨 부자는 암암리에 백횡 장로와 결탁했다.

모든 것은 진씨 가문을 한 방에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방씨 부자는 진남이 백횡 장로의 말을 거역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진남이 방씨 가문의 서열 이 위의 천재를 죽여 그들에게 커다란 손실을 안기기까지 했다.

"아버지, 계획에 차질이 생겼어요. 소 장로가 나서서 일이 복잡해졌어요. 일단 첫 번째 관문에서는 함부로 하면 안 되겠어요.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관문에서 제가 무혼을 보여줘야겠어요. 그러면 그때는 소 장로도 막지 못할 거예요. 결국 진씨 가문은 철저히 무너질 거예요."

방여룡은 목소리를 깔고 방려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얘기했다. 그의 목소리엔 살기가 가득했다.

방려는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경설이 나서서 두둔해준 덕분에 진남이 우세를 차지했다.

하지만 두 번째 관문이 문제였다.

진남은 고작 황급 일품의 무혼이라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지만, 방여룡은 진장공의 무혼보다 강대한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가졌다.

결과가 나오면 소 장로도 더 이상 진씨 가문을 돕지 않을 것이다.

무도의 세계는 약육강식이 원칙이다.

소경설이 이번에는 진씨 가문을 도와줬지만 절대 두 번은 없었다.

방여룡이 임수성의 진정한 천재였다. 그만이 유일한 현령종의 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진남도 방씨 부자의 시선을 느꼈다.

그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지을 뿐 전혀 걱정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연무대에서 내려와 진씨 가문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진남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들은 진남이 백횡 장로에게 미움받을 짓을 하는 게 못마땅했지만, 그렇다고 감히 불만을 토로하지도 못했다.

소 장로가 진남을 두둔했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소 장로는 백횡 장로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진씨 가문의 편을 들어 준 것은 크나큰 좋은 일이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마음이 복잡했다. 진남이 사고를 친 것이 오히려 복이 될 줄 몰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장내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다고 느낄 일이 벌어졌다.

재판은 식은땀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다음은 삼십일 번 진남, 상대는 방화(方火)……"

모든 사람들은 멍해졌다. 진남이 방씨 가문 제자를 상대로 만났다.

이런 우연이 어딨는가?

방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방화는 방씨 가문의 서열 삼위의 천재로 방옥 바로 아래였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연무대로 올라가 쌀쌀맞은 눈길로 방씨 가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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