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갈수록 성장하다
진남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전신의 혼을 갖고 있으면 그는 어떠한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진남은 문득 자신의 견식이 매우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남이 생각하는 제일 강한 사람은 무왕급 경지의 사람이었다.
무왕 위의 경지를 그는 아예 접촉해본 적이 없었다.
"전신의 혼은 이기지 못하는 것이 없다……."
진남은 갑자기 머릿속의 그 말이 생각나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참 후에 그는 깨닫고 두 눈을 반짝였다.
"이렇게 강대한 무혼을 가지고 있는데 어찌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나는 현령종에 들어갈 거야. 현령종을 들어가야만 진정으로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더 넓은 세상에 들어설 수 있어……!"
진남의 의지력은 이번 전신의 혼의 변화에 따라 더욱 확고해졌다.
* * *
며칠간 현령종 사람들이 온다는 소식이 임수성에 쫙 퍼졌다.
이 소식에 진씨 가문과 방씨 가문의 제자들은 모두 분주해졌다. 저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죽기 살기로 수련하여 현령종이 오는 며칠 동안 경지를 어떻게든 상승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진씨 가문과 방씨 가문의 고위층들도 한층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진남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진남은 황급 팔품 무혼을 각성한 후 조금도 나태해지지 않고 바로 수행에 들어갔다.
수행에 들어간 진남은 삼 일 밤낮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영기가 한 가닥 한 가닥이 큰 뱀으로 연화되어 끊임없이 진남의 체내에서 돌아다니며 줄기줄기 무거운 폭발음을 냈다.
마치 한 뭉치의 기운이 체내에서 터지는 것 같았다.
삼 일 밤낮 동안의 수행과 황급 팔품의 무혼이 합쳐지니, 진남의 숨결이 비할 바 없이 날카로워졌다. 기운이 사방으로 발산되어 슬슬 정점에 도달했다.
진남이 두 눈을 떴다. 그의 눈에 한 가닥의 현묘한 빛이 스쳤다.
"쉬체 경지 사 단계는 내장을 수련하여 내장의 유연성을 한 등급 올리는 것이구나."
"그럼 쉬체 경지 오 단계는 바로 살, 근육, 내장 전부가 한층 더 강대하게 변하는 것이겠구나."
"쉬체 경지 오 단계에 도달하면 칼이 전혀 꿰뚫을 수 없고, 불이 침범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시각 진남의 머릿속의 수많은 의문이 조용히 해결되고 이해되었다.
이렇게 순조롭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황급 팔 품의 전신의 혼을 그가 삼 일 밤낮 동안 미친 듯이 연마한 덕분이었다.
"이젠 한 번에 쉬체 경지 오 단계를 넘자!"
진남이 낮은 소리로 말하자 혼신의 기세가 갑자기 고조되고, 뒤에 떠 있던 전신의 혼이 더욱 강대하고 깊은 흡인력을 갖춰서 폭발했다.
진남의 몸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사방팔방의 영기를 한입에 체내로 삼켰다.
방대한 영기의 침식하에 진남의 육체는 주체할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르릉!
폭발음이 끊임없이 진남의 체내에서 전해왔다. 진남은 이를 악물고 거대한 영기가 신체를 씻어내는 아픔을 참았다. 두 눈이 새빨간 것이 마치 한 마리의 분노한 야수 같았다.
진남은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고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하였다. 심지어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시진…… 두 시진…… 네 시진……
족히 다섯 시진이 지날 때 진남은 갑자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체내의 아픔이 조수처럼 깨끗하게 사라지고 방대한 힘이 체내의 사방팔방에서 용솟음쳤다.
"드디어……! 드디어 쉬체 경지 오 단계다!"
진남은 몸을 일으켰다. 그는 기뻐하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체내에서 용솟음치는 힘을 느꼈다.
만약 쉬체 경지 사 단계가 쉬체 경지의 하나의 작은 변환이라고 하면, 쉬체 경지 오 단계는 바로 쉬체 경지 사 단계의 기초 위에 다른 하나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이 단계에는 몸을 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힘, 신체의 모든 기관이 다른 한 단계로 넘어서는 것이었다.
지금 진남이 진장공과 겨룬다면 절반의 힘만 펼쳐도 진장공을 철저히 격파할 수 있었다.
"남아,"
이때 진천이 들어왔다. 그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진남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으며 물었다.
"왜,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
진천의 뒤를 따르던 철삼도 조금 이상하여 본능적으로 진남을 힐끔 봤다. 지금의 진남은 평상시와 달랐다. 그러나 어디가 다른지 알 수 없었다.
진남을 살피던 철삼이 깨달은 듯 놀라하며 물었다.
"소주님, 혹시 쉬체 경지 오 단계를 돌파했습니까?"
옆에 있던 진천이 이 말을 듣고 바로 진남을 살폈다. 찬찬히 진남을 살피던 진씨 가문의 제일 고수인 그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나타났다.
진남이…… 진짜 쉬체 경지 오 단계에 도달했다!
이건 무혼을 각성한 지 겨우 짧디짧은 반 달밖에 안 되었다. 얼마 전에 쉬체 경지 사 단계에 도달한 것도 이미 족히 놀라운 일인데, 지금 또 쉬체 경지 오 단계에 도달했다고?
이건 진짜로 온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이었다.
진남은 두 사람의 표정을 보더니 서둘러 설명했다.
"아버지, 삼숙, 제가 용호산맥에서의 기우가 바로 천지영약을 얻은 것이에요. 얼마 전에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돌파하고 아직 완전히 연화하지 못했어요. 요 며칠 남아있는 약효로 쉬체 경지 오 단계를 돌파했어요."
이 설명은 진남이 미리 생각해놓은 것이었다. 적당한 핑계였다.
진천과 철삼은 진남의 설명을 듣자 수긍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천지영약이 아니었다면 진남의 이런 무지막지한 진급 속도를 그들 두 사람은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진천과 철삼도 진남의 이런 행운이 살짝 부러웠다. 보름에 쉬체 경지 오 단계에 도달하게 할 수 있으면 이 천지영약은 틀림없이 매우 진귀하고 얻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삼숙. 오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건가요?"
진남이 화제를 돌려 물었다.
그제야 진천이 손바닥으로 머리를 치더니 진남에게 오게 된 계기를 생각하고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일이 있지. 내일이면 현령종이 제자를 모집하는 대전이다. 진씨 가문과 방씨 가문의 모든 사람은 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너만 혼자 조용히 정원에 숨어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수련하고 있더구나."
옆에 있던 철삼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진남 소주, 오늘 저와 가주는 소주에게 현령종 제자 모집 대전에 참가할 건지 물어보려고 왔습니다. 참가하시겠습니까?"
"참가해야죠, 당연히 참가해야죠."
진남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아버지, 삼숙. 안심하셔도 돼요. 설사 제가 현령종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해도 제 또래들은 누구도 저를 상하게 할 수 없어요."
진천과 철삼은 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쉬체 경지 오 단계의 수행은 진씨 가문과 방씨 가문 젊은 층 중에서도 최고급 수준이었다.
진천은 마음속의 걱정을 내려놓고 말했다.
"이번 현령종 제자 모집 대전은 진씨 가문과 방씨 가문에서 연합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대전은 두 관문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첫 번째는 방씨 가문과 진씨 가문에서 각자 제자 서른 명을 내보내 제비뽑기를 하여 시합을 할 거다.
오 등 안에 들어야만 두 번째 관문을 참가할 수 있다. 두 번째 관문은 너도 짐작했을 거다. 바로 무혼을 방출하여 무혼의 등급을 보는 거다. 최종 몇 명을 뽑을지는 현령종 쪽 사람들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군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럼 거행하는 장소는 어디에요?"
"거행하는 장소는 바로 방씨 가문이다."
진천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진남은 이마를 찌푸렸다.
제자 모집 대전을 방씨 가문에서 거행하는 건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방씨 가문에서 방여룡의 일을 숨긴 것과 연관하니, 진남은 방씨 가문에서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는 걸 더욱더 확신할 수 있었다.
십중팔구, 이번 제자 모집 대전을 통해 방씨 가문이 진씨 가문에 손을 쓸 거다.
하지만 진남은 마음이 심란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는데 설사 방씨 가문에서 진짜 꿍꿍이가 있다고 해도 두려워할 것 없었기 때문이다.
"아, 소주. 가주께 들으니 소주께서 지난번에 진장공을 격파할 때 사용한 것이 경뢰검법이라면서요?"
이때 옆에 있던 철삼이 갑자기 물었다.
"맞아요, 삼숙."
진남이 대답했다.
"참 잘됐습니다. 마침 저도 경뢰검법을 수련했습니다. 제가 여태 수련하면서 적지 않은 것을 깨달았는데, 지금 소주에게 그 깨달음을 나눠드리겠습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철삼이 웃으며 품에서 고서적 한 권을 꺼냈다.
진남이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는 철삼도 경뢰검법을 수행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녀석, 얼른 받거라. 철삼은 경뢰검법을 익힌 지 몇십 년 되었고, 경지가 신검합일에 이르렀다. 지금 네 숙부가 깨달음을 내놓는 건 널 크게 도와주는 게다."
진천이 옆에서 말했다.
"신검합일이요?"
진남의 얼굴에 놀라움이 더욱 짙어졌다.
진남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서적을 받은 후 철삼에게 세 번 인사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삼숙의 베풂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무도의 세계에서 강자가 무예에 대한 깨달음을 총괄해놓은 경험은 극히 진귀한 것이었다.
강자의 경험은 무예를 더 깊이 체득할 수 있게 해주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더 높은 경지로 발돋움하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철삼의 선물은 매우 귀중했다.
철삼도 가식을 떨지 않고 도리어 말했다.
"소주, 소주의 무예 자질은 어릴 때부터 남달라 성안 누구도 비할 수가 없었죠. 현령종 제자 모집이 하루 남았습니다. 저의 수련 필기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여기에 있을 테니 만약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살짝 망설이다가 진남은 승낙하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철삼이 직접 지도하러 온 건 진남이 제자 모집 대전 전에 더욱 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진남은 이 마음을 꼭 받아야 했다.
"아버지, 삼숙.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진남은 인사를 하고는 바로 마당의 큰 돌 위에 앉아 정신을 집중하고 고서적을 읽히기 시작했다. 그는 이내 수련 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줄곧 무예에 관심이 많았던 진남은 고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진천과 철삼은 대견함을 느꼈다.
진남이 황급 일품의 무혼이면 어떤가?
진남이 강해지려는 마음만 단단하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진천의 말대로 철삼은 적어도 신검합일의 경지에 도달했다.
철삼의 깨달음에 대한 경험은 진남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철삼은 마당에 서서 수시로 진남을 보면서 속으로 만족스러워했다.
문득 철삼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하루 동안 진남이 어느 정도까지 깨달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철삼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아무리 진남이 무예에 천부적이라 해도 얼마 안 되는 시간에 크게 진보하는 건 불가능했다.
철삼은 자신이 괜한 기대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