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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화 (14/1,498)

14화 깨어나다?

같은 시각, 임수성 방씨 가문의 어느 밀실 안.

"백횡 장로가 오려면 아직 얼마 걸리느냐?"

말한 사람은 상석에 앉은 한 중년 사내였다. 이 중년 사내는 흰색 호랑이 가죽을 걸치고 있었고 몸집이 거대했고 알 수 없는 위압감을 풍겼다.

이 중년 사내가 바로 방씨 가문의 가주 방려(方厲)였다.

"삼 일 후면 도착해요."

방려 앞의 한 청년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백횡 장로가 진씨 가문에는 닷새 후에 도착한다고 했어요. 그사이 이틀이면 우리가 준비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방려의 눈에 한 가닥의 빛이 스쳤다.

"좋다, 이번에 진씨 가문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한번 보겠다."

청년은 그 말을 듣고 살짝 이마를 찌푸리더니 바로 말했다.

"아버지, 전 이 계획이 굳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진씨 가문이 뭐 그리 대단한가요? 진씨 가문의 천재인 진장공은 저랑 비교하면 그저 쓰레기일 뿐이에요.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이 청년이 바로 방려의 아들, 방설의 오빠인 방여룡이었다.

방려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네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진씨 가문의 제자들은 황급 오품 무혼, 황급 사품 무혼을 가진 자들이 많아서 미래에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내가 바라는 건 진씨 가문이 깨끗하게 전멸하는 것이다. 후환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

방여룡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피를 갈망하는 그의 눈만 봐도 그가 방려의 말을 전혀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방려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진남이 진장공을 이겼다며?"

그 말에 방여룡은 콧방귀를 뀌더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진남 따위는 입에 올려 논할 자격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제일 천재라고 불리던 진남이 방여룡 마음속에선 강적이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한 마리의 개미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방려도 고개를 흔들었다. 마치 자신이 진남에 대해 말한 걸 자책하듯 바로 물었다.

"맞다, 네 여동생은 소식이 있느냐?"

방여룡은 고개만 흔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려가 콧방귀를 뀌더니 불만스레 말했다.

"방설은 진짜 점점 더 심해지는구나. 됐다. 넌 물러가서 수련하거라. 만약 부족한 것이 있으면 직접 나에게 말하거라."

* * *

의사대전을 떠난 후 진남은 진천과 함께 곧장 가주의 정원으로 왔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오랫동안 기다렸던 철삼이 다급히 물었다.

"형님, 상황이 어찌 되었나요?"

진천이 웃으며 말했다.

"소삼아, 난 훌륭한 아들을 키웠다. 만약 진남이 아니었다면 오늘 어떤 결과였을지는 상상도 하기 싫구나."

비록 진천이 오늘 일을 무사히 넘기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여전히 울적함이 밀려왔다.

철삼은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멋쩍은 듯 말했다.

"소주, 아까는 제가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 말을 부디 마음에 두지 말아 주십시오."

"괜찮아요, 삼숙. 저는 삼숙이 아버지를 위해서 한 말이라는 걸 알아요."

진남이 담담하게 웃었다.

진남은 줄곧 철삼을 매우 존경했다. 때문에 철삼이 아무리 뭐라고 욕해도 그는 절대 원망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때 진천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진남을 보더니 말했다.

"남아, 비록 이번에 진철패 패거리가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 닷새 후 현령종에서 와서 진장공을 제자로 받아들이면 나는 가주의 자리를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진천은 잠깐 멈췄다 또 말했다.

"이번에 네가 그들의 미움을 샀으니 그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보복하기를 기다릴 바엔 차라리 우리… 그냥 멀리 떠나자……."

철삼도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천의 말에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진남이 짧은 반 달 사이에 쉬체 경지 사 단계에 도달하고 신검합일의 경지의 첫 관문에 들어섰지만, 진남의 무혼은 겨우 황급 일품이었다.

현령종의 제자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진장공하고도 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현령종같은 큰 종문에서 제자를 받아들일 때 제일 중히 여기는 것이 바로 무혼 등급이었다.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버지, 전 떠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이렇게 떠나면 전 아마 평생 마음이 편치 않을 거예요. 아버지, 삼숙, 안심하세요. 저에게 생각이 있어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진천과 철삼은 이 말을 듣고 서로 쳐다보더니, 뭔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지금 이런 형세에 그들이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진남의 성격을 생각하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흔들었다. 말리고 싶었지만 말릴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진천이 더 말리지 않은 건 바로 그의 마음속에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왠지 자신의 아들이 그가 모르는 강대한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진남은 아무것도 없이 그렇게 확언하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남은 방여룡의 일을 말하려 했다가 생각을 바꾸곤 침묵했다.

진남은 철삼에게서 진철패 등이 진천의 가주 자리를 탐한다는 말을 듣고 전신의 혼을 사용하여 국면을 돌리고 진장공을 무너뜨리려 했었다.

그러나 진장공이 현령종의 내정 제자가 되었다는 걸 듣고, 진남은 죽이려던 마음을 억누르고 전신의 혼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남은 방씨 가문의 방여룡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방여룡이 황급 육품 무혼을 각성한 걸 방씨 가문에서는 여태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진남은 왠지 닷새 후 현령종에서 제자를 모집할 때 방씨 가문에서 뭔가 큰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소식을 진천과 철삼에게 알려주지 않은 건 진천과 철삼이 너무 많이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설사 방씨 가문이 치명적인 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남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남의 비장의 무기는 전신의 혼이기 때문이다. 이미 황급 칠품에 도달한 전신의 혼 말이다!

애초에 진남이 방설에게 말한 것처럼 진남은 방여룡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생각에 진남은 마음이 다시 평온해졌다. 진천과 철삼에게 인사하고 그는 자신의 정원으로 돌아갔다.

정원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진남은 재미있는 일을 겪었다. 평소에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가문의 하인과 진씨 가문의 제자들이 오히려 그에게 다가와 인사하고 아첨하는 것이었다.

진남이 속으로 웃었다. 보아하니 의사대전의 일을 하인들과 제자들이 알게 된 모양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아무도 아는 체하지 않았다. 전에 이들은 모두 그를 비웃고 조롱했었다.

그들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지만, 진남의 마음은 이미 돌아섰다.

정원에 돌아온 진남은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가 몇십 개의 옥병을 꺼내더니, 안에 들어있던 쉬체단을 하나하나 전부 꺼냈다. 한데 모아놓으니 영기가 그윽했다.

"후……. 오백 개의 쉬체단이 전신의 혼을 어떤 등급까지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

진남은 깊게 숨을 몇 모금 들이쉬었다. 조금 흥분된 표정이었다.

만약 전의 상황대로 계산한다면 쉬체단 열 알이면 전신의 혼을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럼 오백 알의 쉬체단이면 전신의 혼을 전설 속의 천급 무혼까지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쉽게 될 리는 없었다. 진남도 그걸 알고 있긴 했다. 그저 현급 무혼까지만 되어도 진남은 만족할 수 있었다.

심신을 가다듬고 진남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일곱 갈래의 노란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사람 형상의 전신의 혼이 그의 등 뒤에서 떠오르더니 허공에 우뚝 섰다. 여전히 대단한 패기를 뿜어냈다.

전신의 혼이 나오자 진남은 바로 손을 뻗어 쉬체단을 한 알 한 알 입안에 집어넣었다.

쉬체단이 진남의 체내에 들어가자 지난번과 같이 전신의 혼은 무형의 흡입력을 발산하여 그 약효를 완전히 빨아드렸다.

한 알…… 네 알…… 일곱 알…… 아홉 알……

열 번째 쉬체단을 집어 들 때 진남은 조금 긴장한 듯 입을 벌려 삼키며 조심스레 전신의 혼의 변화를 살폈다.

한 번의 호흡이 지나고.

서른 번의 호흡이 지났다.

한참을 기다리던 진남은 조금 실망하여 얼굴에 쓴 웃음을 지었다. 모든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열 개의 쉬체단을 삼켰지만, 전신의 혼은 여전히 승화되지 않았다.

"다시 해 보자. 도대체 몇 알의 필요한지 보자."

진남은 재빨리 진정하고 여전히 신심 가득하여 한 알 한 알의 쉬체단을 입 안에 넣었다.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진천은 또다시 쉬체단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삼십 알!

팔십 알!

백칠십 알!

삼백오십 알!

연속 사백구십 알까지 삼켰지만, 진남의 등 뒤 전신의 혼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쉬체단의 약효는 전신의 혼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역시 쉽지 않구나."

진남의 얼굴의 쓴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그러나 그는 재빨리 마음을 다잡았다.

단약으로 전신의 혼의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앞으로 언제든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열 알이 남았다. 한꺼번에 삼켜 승화될 수 있는지 보자!"

진남은 이를 악물고 남은 열 알의 쉬체단을 한꺼번에 집어 입에 넣었다.

이번엔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전신의 혼이 열 알의 쉬체단의 약효를 모두 흡수하더니 갑자기 움찔했다.

이내 한 갈래의 노란빛이 전신의 혼의 위에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전신의 혼의 기운은 그 순간 더욱 강대해지고 더욱 포악해졌다.

쉬체단 오백 알을 삼키자 전신의 혼이 드디어 황급 팔품에 도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남이 속으로 기뻐하고 있을 때, 희미한 전신의 혼에 갑자기 한 쌍의 눈 윤곽이 천천히 드러났다. 다른 부위에 비해서 흔적이 더욱 선명했다.

마치 전신의 혼이 눈을 뜨려는 것 같았다.

"이건……!"

진남은 놀라웠다.

그는 전신의 혼에서 이변이 생길 때 자신의 두 눈도 변화가 발생하는 걸 느꼈다.

수행이 쉬체 경지 사 단계에 도달한 진남의 시력은 매우 좋아졌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시력은 적어도 족히 열 배는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지금 진남은 한번 슬쩍 보기만 해도, 반경 수십 장 이내의 나무 하나, 풀 하나까지 매우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혼탁한 호숫물 안도 그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내 시력이 좋아졌단 말인가?"

진남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었다.

전신의 혼에 두 눈 윤곽이 나타나자 진남의 시력도 변화가 생겼다.

이건 전신의 혼의 진급이 그의 육체에 영향을 주어 다른 능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걸 뜻하지 않는가?

"단약을 삼키면 단지 품급을 높일 수 있는 것만은 아니구나. 전에 오성이 높아진 것도 아마 전신의 혼과 연관이 있을 거야. 육체의 능력에도 영향을 주다니. 전신의 혼은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이 심호흡을 여러 번 했다. 설레는 마음을 전혀 억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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