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모두가 놀랄 일
진철패 부자 일행이 자리를 뜨자 의사대전의 분위기는 다시 딱딱해졌다.
일부 집사들도 기회를 틈타서 몰래 도망가려고 했지만, 진남의 시선을 느끼고 남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들은 진남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진남의 실력으로는 그들을 전혀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남의 지금의 강대함은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진남의 무혼은 황급 일품밖에 안 되기에 진장공과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던 진장공과의 대결에서 진남이 승리했기에 그들도 본능적으로 두려워졌다.
"여러분들한테 묻지요, 아직도 저의 아버지를 끌어 내릴 건가요? 아버지가 오백 개의 쉬체단을 저에게 준 것이 아직도 잘못이에요?"
진남이 담담하게 물었다.
그의 물음에 장내에 있던 집사들이 머리를 격하게 좌우로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진천 가주가 가문의 천재를 지지하는데 어찌 잘못이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오백 개의 쉬체단으로는 도저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오. 진남 공자가 우리 진씨 가문의 천재잖습니까. 쉬체단을 많이 쓴다고 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우리 진씨 가문 가주의 자리는 오직 진천 가주만 할 수 있습니다!"
"……"
간사한 집사들.
그들은 완전히 태도를 바꿔 알랑거리며 아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철패 부자가 없이 진천에게 맞설 담력이 없었다.
진장공은 현령종 내정 제자가 되었지만, 그들은 현령종의 제자가 아니다.
만약 지금 진철패의 편에 섰다가 진천이 손을 쓰기라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진천은 높은 곳에서 장내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의 시선에는 애석함과 냉정함이 서려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진천은 철저히 깨달았다.
진씨 가문의 집사라는 자들은 완전히 갈대라는 것을.
어느 쪽이 강한 것 같으면 쉽게 그쪽으로 기울어지고, 충성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순간 진천은 갑자기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남아, 됐다. 우리 가자."
진천은 손을 흔들었다. 진남을 보는 눈길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아버지,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여기 있는 여러 집사들께 드릴 말이 더 있습니다."
진남은 담담한 눈길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며 진남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여기 있는 모두는 진씨 가문의 집사들입니다. 이치대로라면 모두 저의 웃어른들이지요."
진남의 눈엔 조금의 감정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 일을 통해 느꼈습니다. 저는 더는 당신들을 웃어른으로 보지 않을 겁니다."
그의 첫마디에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
진남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더욱 예리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보기엔 당신들은 그저 한 무더기의 갈대일 뿐입니다. 권세 있는 자에게 빌붙는 그런 갈대들. 뭔가 약점이 보이고 권세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무섭게 외면하죠.
이번에도 쉬체단으로 문제를 제기하니 바로 그편에 섰죠. 진씨 가문이 오늘의 발전이 있게 된 건 누구 덕입니까? 저의 아버지 덕이에요! 아버지가 가문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이 쉬체단 오백 개를 자기 아들에게 주는 게 그렇게 큰일입니까? 아버지는 자신의 봉록을 보상으로 내놓았다고요! 설마 당신들은 가주가 어떠한 사적인 감정 하나를 가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여기까지 말한 진남의 눈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당신들의 태도에 저는 철저히 실망했습니다. 당신들 눈에는 저의 아버지의 공로는 보이지 않고 오직 진장공이 현령종 내정 제자가 된 사실만 보였어요! 아버지로서 책임감은 하나도 보지 못하고 오직 진장공이 현령종 내정 제자로 된 것만 보였단 말입니다!"
한 글자 한마디에 진남의 커다란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번에 진남이 화가 나서 문을 박차고 온 원인이었다.
진천은 이 진씨 가문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했다.
그런데 결국에는 사람들한테 단체로 공격을 받았다.
진천의 이런 상황이 실로 마음 아팠다.
"어떤 선택을 하든 당신들 자신한테 달렸습니다. 진장공과 진철패가 가만히 있지 않고 무언가를 꾸미겠죠. 그러나 그래도 한마디 충고하자면, 선택했으면 다시는 후회하지 마세요.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진남의 표정이 다시 담담해졌다. 말을 마친 그는 집사들의 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진천과 함께 걸어 나갔다.
대전 안의 집사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 * *
진씨 가문의 도장에서 모든 제자가 가부좌하고 등에 무혼을 내걸고 있었다.
그들은 무혼이 빨아들인 천지의 영기로 수행하고 있었다.
의사대전 내에서 발생한 일이 아직 제자들의 귀에 전해지지 않은 게 분명했다.
이때, 화려한 도포를 입고 오만한 표정을 한 제자가 입을 열었다.
"자, 다들 멈추거라. 너희들 지금 진씨 가문에 무슨 큰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느냐?"
이 제자가 말하자 바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누군가가 급히 물었다.
"진해 형, 진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나요? 빨리 말해주세요."
다른 제자들도 모두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진해(秦海)라고 하는 제자는 황급 사품의 무혼을 각성해낸 자로 진씨 가문에서 진장공 다음으로 가는 천재 제자로 여겨졌다. 때문에, 늘 다른 제자들이 모르는 소식을 빨리 알아낼 수 있었다.
진해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인식하고 표정이 점점 더 오만해지더니 바로 하나의 무거운 폭탄을 던졌다.
"이번 문중 회의에서 진장공 형님이 진천의 가주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중이다."
그의 말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진장공이 진천 가주를 끌어내린다고? 이건 너무 세잖아!
제자들은 모두 흥분한 기색이었다. 그 누구도 분노하지 않았다.
"하하하, 진천은 가주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의 폐물인 아들을 위해 쉬체단을 오백 개나 가져갔어요."
"맞아요, 진남 그 폐물이 어찌 그렇게 많은 단약을 쓸 수 있죠?"
"폐물 아들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으니 그는 가주가 될 자격이 없어요."
"하하, 진장공 형님이 잘했어요."
"……"
현장의 모든 제자가 하나둘 모두 성토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진천이 진남을 위해 오백 개의 쉬체단을 준 것에 대해서 모두 불만이 있긴 했었다. 그러나 진천의 위엄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 진장공이 한 일 때문에 속이 후련해졌다.
진해는 사람들의 반응을 느끼고 매우 만족한 듯 계속하여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말을 했다.
"진천은 가주 자리를 절대 지킬 수 없을 거야. 왜냐하면 진장공 형님이 이미 현령종의 내정 제자로 되었기 때문이지. 닷새 후면 현령종에서 임수성으로 사람을 보내와 정식 제자로 받아들일 거야."
그 말에 장내는 들끓기 시작했다. 제자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장공이 현령종의 내정 제자가 되었다고?
현령종이 어떠한 존재인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현령종에 들어가는 건 그들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눈에 짙은 경외심이 드리웠다. 진장공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진장공은 이미 그들이 넘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진해가 허허 웃더니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얼굴의 혐오를 조금도 감추지 않고 고소해하며 말했다.
"이제 진천이 가주의 자리를 잃으면 진남 그 폐물도 더는 살아남지 못하겠지? 하하하!"
그가 웃자 다른 사람들도 전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만약 진남이 전에 임수성의 제일 천재가 아니었고, 진천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절대 진남을 주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진남은 그저 황급 일품의 무혼을 가진 쓰레기일 뿐이었다.
이때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다급히 도장으로 들어오더니, 알아들을 수 없게 소리쳤다.
"큰,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바라봤다. 진해도 당연히 그중에 있었다.
진해의 조롱 섞인 말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진천이 가주에서 물러났지? 하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어!"
다른 사람들도 다시 크게 웃었다.
그자는 이 웃음소리를 듣고 급히 숨을 헐떡거렸다.
안색이 새빨개지더니 겨우 말을 내뱉었다.
"다른 소식입니다. 진남이 의사대전에 쳐들어갔어요. 진남은 용호산맥에서 기연을 얻어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넘었다고 그래요! 진남이 진장공과 겨뤘는데 한 방에 진장공이 쓴 무혼의 제일 강한 일격을 물리쳤어요."
뭐라고?
모든 제자는 이 말을 듣자 머리가 어질했다.
진남 그 폐물이 기우를 얻어 수행이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돌파했다고?
한 방에 진장공이 방출한 무혼의 제일 강한 일격을 물리쳤다고?
진남, 그 폐물이 그렇게나 강해졌다고?
"이…… 이, 이건……"
진해는 이 소식에 놀라 어안이 벙벙하여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는 방금 자신이 빈정댄 것이 생각나 갑자기 몸서리를 쳤다.
그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제자들도 일제히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진남이 황급 일품의 무혼인들 어떤가? 그의 수행이 쉬체 경지 사 단계까지 도달했고 또, 한 방에 진장공의 제일 강한 공격을 물리쳤다.
그들은 지금 진남과 비길 수 있는가?
어림도 없었다!
도장의 많은 제자가 이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고 있을 때 의사대전에서 발생한 일은 임수성 전체에도 발 빠르게 전해졌다.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다 놀랐다.
진남이 한 방에 진장공을 물리치다니. 진짜 명성이 자자한 그 폐물 진남이 맞나?
그러나 많은 사람은 바로 제정신을 차리고 이 소식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은 그저 황급 일품의 무혼이라 미래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가 이번에 용호산맥에서 기연을 만났다고 해서 다음에도 기연을 만날 수 있겠는가?
반면, 진장공은 황급 오품 무혼의 천재다. 이번에 비록 패했지만 진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밝은 미래를 지니고 있다.
* * *
그 시각 진씨 가문의 어느 호화로운 마당 안.
"난 그 자식을 죽여버릴 거예요, 기필코 그 자식을 죽여버릴 거예요!"
진장공의 두 눈이 벌게지면서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 쓰레기가 나를 이기다니. 어떻게? 어떻게!"
진철패는 진장공을 보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그도 마음속에서는 분노가 차오르고 있었다.
이번 계획이 진남 때문에 모두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진철패 그가 가주가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 진장공도 싸움에서 패하여 마음속에 그림자가 생겨버렸다. 이런 일은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침착하거라!"
진철패가 분노를 가라앉히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닷새 후 현령종의 백횡 장로가 온다. 그때 백횡 장로가 너를 제자로 받으면 우린 오늘의 복수를 할 수 있다. 진남과 진천 부자가 영원히 다시 못 일어나게 할 수 있다."
"맞, 맞아요! 백횡 장로가 온 다음 그 자식에게 본때를 보여주겠어요!"
진장공의 눈에 굶주린 승냥이와 같은 눈빛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