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누가 폐물인가
'감히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진장공은 진남의 반응에 마음속에서 화가 일었다.
진장공은 황급 오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이자 현령종에서 내정한 제자였다.
그런데 황급 일품의 쓰레기인 진남이 자신을 존경하지 않다니?
진장공은 기분이 상해서 싸늘하게 웃으며 비웃었다.
"왜라니? 네 아버지가 너 같은 폐물을 위해 오백 알의 쉬체단을 가져간 것 때문 아니겠어? 진씨 가문의 가주가 쉬체단을 현령종의 제자가 될 나에게 주지 않고 폐물인 너에게 주다니 더 이상 가주가 될 자격이 있을까?"
"현령종 제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현령종은 진남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현령종에 들어가 제자가 되는 것은 진남의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남은 진장공이 현령종의 내정 제자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제야 진남은 왜 진철패가 아버지를 내치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진장공은 진남의 반응에 대놓고 비웃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크나큰 만족감을 느꼈다.
'진남, 네 놈이 뭐라고 감히. 이제 나 진장공과 너의 차이를 알겠지?'
"진천, 당신 아들에게 썩 꺼지라고 하시오. 아니면 내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탓하지 말든가."
진철패가 음산한 시선을 진천에게 던졌다.
자리에 있던 집사들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어허, 폐물이 여기에 오다니? 거기다 의사대전 대문을 걷어차다니, 버릇이 없군!"
"폐물 주제에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 파악 못 하는군."
"진천을 반드시 끌어내려야 하오. 그의 아들은 폐물인데 이렇게 날뛰는 건 진천이 아직 가주이기 때문이오. 진천을 놔두면 저 폐물이 또 어떤 사고를 저지를지 누가 알겠소!"
"맞소, 맞소. 진천을 끌어내리는 게 정확한 선택이오."
"……"
집사들은 하나같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험한 말들 뿐이었다.
진천은 안색이 무척 안 좋아졌다. 그를 면전에 두고 아들을 모욕하는 말을 하는데 아버지로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평소였다면 진천은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진천은 심호흡하며 치욕을 참았다. 마음속에는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솟구쳤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남아, 물러가거라.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른 사람이 진천의 말을 끊었다.
아까는 진철패가 끼어들었고, 이번에는 조용히 서 있던 진남이 끊었다.
진남은 표정이 여전히 더없이 차가웠다. 그는 전혀 감정이 없는 시선으로 진철패, 진장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들이 우리 아버지를 끌어 내리려는 건 아버지가 나 같은 폐물을 위해 쉬체단을 오백 알 가져간 것 때문인가?"
"허허, 당연하지."
진장공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오만하고 하찮다는 시선으로 말했다.
"너 같은 폐물을 위해 오백 알이나 되는 쉬체단을 낭비하다니 이게 가주가 할 일이야?"
진장공은 가주에 대해 너무나도 무례한 말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진장공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무려 현령종의 제자라는 지위가 있기에.
"좋아."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더 이상 진장공을 보지 않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진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치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내가 폐물이 아니라면 가주가 오백 알의 쉬체단을 나에게 준 걸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럼 당신들이 우리 아버지를 끌어내릴 자격이 없는 거지요?"
모든 사람의 표정이 흔들렸다. 진천과 진철패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은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진남이 대체 뭘 하려는 걸까? 무엇을 증명하려는 걸까?
자신이 폐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호흡이 세 번 오갈 동안 침묵이 계속되었다. 비웃음 섞인 웃음소리가 서서히 울려 퍼졌다.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린 건 진장공이었다.
"하하하.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진남아, 황급 일품의 무혼을 가진 폐물이 자신이 폐물이 아니라고 우기다니? 네 무혼의 등급으로 아무리 많은 단약을 먹어봐라. 이번 생 네가 무슨 짓을 해도 결국 넌 쓰레기야."
진장공은 한껏 우쭐거리고 있었다. 그는 말을 마치고는 또 조롱했다.
"그렇지. 네가 폐물이 아니라면 진천이 오백 알의 쉬체단을 너에게 준 것도 이해할 수 있지. 우리도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게."
진장공의 말투는 이미 일인자가 된 듯한 기세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진장공은 지금 현령종의 내정 제자였다. 그들보다 신분이 존귀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진남을 쳐다봤다.
황급 일품의 무혼이 자신은 폐물이 아니라고 하다니? 그럼 도대체 누가 폐물이란 말인가?
진천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아, 너……."
모든 사람이 진남이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지만 진천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진천은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진남을 빨리 이 자리에서 떠나게 해야 했다. 아니면 일이 커져 진남이 더 큰 치욕을 받을 것이 분명했으니.
진남은 사람들의 조롱을 안중에 두지 않고 진장공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진장공 너에게 묻지. 어떻게 하면 내가 폐물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지?"
진장공은 멈칫했다. 그는 진남이 모욕감을 느끼면 얼굴을 가리고 도망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남이 진지하게 임할 줄이야.
그러나 진장공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그거야 쉽지. 네 경지가 나를 초과하면 당연히……"
사람들은 그 말에 하나같이 조롱 섞인 시선을 진남에게 보냈다. 어떤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진장공은 지금 쉬체 경지 삼 단계였다.
무혼을 각성한 지 겨우 보름이 지났다. 황급 일품 무혼인 진남이 아무리 많은 단약을 먹었다고 한들 쉬체 경지 삼 단계를 돌파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진남이 자신의 수행을 드러내고 망신을 당하는 꼴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장공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이 손을 흔들며 진장공의 말을 끊었다.
"네 뜻은 알았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어. 너 같은 폐물은 나와 대화할 자격이 없으니."
"너…… 나한테 폐물이라고 했어?"
진장공의 표정이 굳더니 이내 확 변했다. 걷잡을 수 없는 화가 그의 몸에서 솟아올랐다.
"진남, 너 배짱도 크구나. 너 같은 쓰레기가 나를 폐물이라고 하다니, 내 오늘 너를……"
그 순간 사람들의 주목하에 진남이 크게 한 걸음 내딛더니 그에게서 쉬체 경지 사 단계의 기운이 숨김없이 터져 나왔다. 웅장한 힘이 진장공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진장공의 안색이 변하고 몸이 굳었다. 그의 목을 무형의 힘이 꽉 조르고 있는 것 같았다.
진장공은 원래는 '죽이겠다'는 말을 하려 했으나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진남의 기세가 점점 강해졌다. 마치 빛이 번뜩이는 칼처럼 진장공을 압박했다.
"이제 말해봐. 아직도 내가 폐물이야?"
말을 마친 진남은 몸을 돌려 장내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의 기세가 무지개처럼 솟아올랐다가 사람들을 내리눌렀다.
"이제 말해보시죠! 제가 폐물인지 아닌지?"
진씨 가문 의사대전이 죽은 듯 고요해졌다. 진남이 내뱉은 두 마디 호통만이 사람들 귓가에서 터지듯 울렸다.
자리에 있던 집사, 장로 그리고 진천, 진철패, 진장공까지 모두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봤다.
그들은 진남이 쉬체 경지 사 단계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쉬체 경지 사 단계는 대집사와 장로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무혼을 각성시킨 지 이제 보름밖에 되지 않은 자가 벌써 쉬체 경지 사 단계라고?
그것도 황급 일품의 폐물이?
황급 오품의 진장공도 수많은 단약을 먹고서야 겨우 쉬체 경지 삼 단계를 돌파했다.
그런데 어찌 진남의 수행 속도가 진장공보다 훨씬 빠르단 말인가?
모든 집사와 장로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은 방금 진남을 폐물이라고 비웃었다. 그런데 그 폐물이 쉬체 경지 사 단계라고?
그제야 그들은 진남의 호통이 생각났다. 지금은 그의 말대로 진장공이야말로 진남에 비해서 폐물이었다.
"남아, 너의 수행이 어떻게 쉬체 경지 사 단계가 된 거냐?"
진천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그럴 리가 없어!"
진철패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진철패가 두 눈이 시뻘게져서 진남을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사나운 늑대 같았다.
"네가 어떻게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돌파한 거야! 네 무혼은 황급 일품의 쓰레기인데! 쓰레기가 어떻게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돌파했단 말이야!"
사람들은 그제야 충격에서 벗어나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황급 일품의 무혼을 가지고 어떻게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돌파했지?
이 일은 정말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일이었다.
무혼은 등급이 낮을수록 수행하는 속도, 자신의 능력, 그리고 미래 잠재력도 낮았기 때문이다.
진남은 사람들의 시선과 진철패의 시선을 무시한 채 진천에게 공수하고 말했다.
"아버지, 아들이 며칠 전 용호산맥에서 단련할 때 신비한 것을 만나 수행이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돌파했습니다. 이 일을 미처 아버지께 알리지 못했습니다."
"신비한 것을 만나다니?"
진천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전혀 의심하지 않고 크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좋다, 좋아. 너무 좋구나."
그제야 사람들은 그 연유를 알아차리고 질투 가득한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무혼의 등급도 중요하지만 운수도 중요했다. 만약 천지이보(天地異寶)나 태고전승(遠古傳承)을 만난다면 폐물이라고 해도 수행을 높일 수 있었다.
사람들도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신기한 기연을 만나지 않았다면 진남, 이 폐물이 어떻게 쉬체 경지 사 단계를 수행할 수 있겠는가?
기연이라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다시 진남을 냉철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결국 운 때문이었던 것인가?
그럼 어차피 진남은 여전히 황급 일품 무혼을 가진 폐물일 뿐이었다.
진남은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진장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장공, 나는 방금 네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어. 내가 폐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 가주를 끌어 내리지 않겠다고 했지. 비록 기연을 만난 덕분이긴 하지만 내 경지가 너보다 높아. 그러니 경지를 따지면 지금 내 앞에서는 네가 폐물이야. 이 말에 동의할 수 있어?"
진철패 등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장공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진남에게 이렇게 조롱을 당하니 화가 폭발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반박할 수도 없었다. 분명 자신의 입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제 입으로 진남의 경지가 자신보다 높으면 폐물이 아니라고 했던 것을.
지금 진장공의 경지는 진남보다 낮았다.
"진남, 너……."
진장공이 이를 갈았다. 얼굴이 어찌나 어두운지 비라도 내릴 것 같았다.
"내가 아까 네가 폐물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하면 충분하다고 말했지.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나랑 한번 겨루자! 네가 나를 이기면 우리는 오늘 절대 진천을 가주 자리에서 끌어내리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