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왜 그래야 하지?
진씨 가문의 의사대전에선 죽은 듯이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모든 집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진철패가 오늘 진천을 가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철패 아래에 앉은 이 장로와 삼 장로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 소식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나를 끌어내리겠다고?"
진천이 침묵을 깨뜨렸다. 그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대장로, 이 일 때문에 나를 끌어내리겠다고? 그럼 나도 오늘 좀 봅시다. 대장로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진천의 말이 끝나자 그의 몸에서 방대한 진기가 용솟음쳐 나왔다.
모든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 사람들은 동시에 거대한 압력을 느꼈다. 호흡하는 것조차 무척이나 힘들었다.
쉬체 경지와 선천 경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쉬체 경지는 체력을 단련하는 것이었다. 선천 경지는 천지의 영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제 몸의 진기로 만드는 것이었다.
진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더니 마지막에 시선이 진철패에게 머물렀다.
"나는 진씨 가문의 유일한 선천 경지요. 나를 쫓아내면 대장로 자네가 무슨 능력으로 방씨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 건지 보여주시오."
그 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씨 가문과 방씨 가문은 임수성의 양대 가문으로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방씨 가문의 가주 역시 선천 경지의 고수였다. 만약 진씨 가문에 진천이 없었다면 진씨 가문은 방씨 가문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진철패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진천, 이게 당신이 일하는 방식이요? 당신의 경지만 믿고 진씨 가문을 당신 멋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사람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진철패의 말은 무슨 뜻일까? 진철패가 선천 경지를 돌파했다는 말일까?
진철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진천의 위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 오늘 여러분에게 소식을 전하겠소. 며칠 전, 내 아들 진장공이 현령종의 눈에 들어서 현령종의 제자로 내정되었소. 그리고 현령종이 닷새 후에 임수성에 와서 제자를 선발할 예정이오!"
순식간에 의사 대전이 다시 조용해졌다. 진천의 안색도 변했다.
현령종!
낙하왕국에서 현령종은 사 대 종문(宗門) 중 하나였다. 현령종은 낙하왕국 전체를 통틀어서 최고로, 매우 강대했다.
그래서 현령종은 모든 사람의 무도 성지로 꼽혔다. 그래서 현령종의 제자가 되면 신분 지위가 한순간에 하늘로 치솟게 됐다.
진씨 가문은 역사상 아직 현령종의 제자로 들어 간 사람이 없었다.
한 집사가 가쁜 호흡으로 다급히 물었다.
"대장로, 그 말이 진짜요? 현령종은 삼 년에 한 번 제자를 선발하잖소. 지난번 선발전이 끝난 지 이제 두 해밖에 안 지났단 말이오."
"이번에 선발전이 앞당겨졌소."
진철패가 오만하게 말했다.
흡!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거의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동시에 진장공을 쳐다봤다. 아니, 우러러봤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 순간, 가문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천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고 있었다.
진씨 가문에 선천 경지의 고수가 없다고 한들 어떠한가?
진장공이 현령종의 제자가 된다면 진씨 가문은 방씨 가문을 누르고 임수성의 진정한 제왕이 될 수 있었다.
이건 가문에게 큰 기회였다.
"여러분."
진장공이 입을 열었다. 그의 표정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진천 가주가 공과 사를 못 구분하고 쉬체단 오백 알을 폐물에게 주었습니다. 제가 볼 때 그는 가주가 될 자격이 없소."
진천의 안색이 변했다.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진철패가 종문 회의에서 꼬투리를 잡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진장공이 현령종의 제자가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진천이 선천 경지고 진씨 가문의 제일 고수라는 것만으로는 가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진천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 억지로 냉정함을 유지하며 얼른 말했다.
"자리에 계신 여러분, 내가 비록 사사로이 쉬체단 오백 알을 내 아들에게 줬지만 이미 그 대가로 내 수행 자원을 내놓았소. 게다가, 나는 가주가 된 이후로 진씨 가문을 위해 온 힘을 다했소. 온힘을 다해서 진씨 가문이 더 강대해지는 일만 생각했소. 내가 가주가 된 지도 이미 오 년이오. 오 년 동안 감히 얼마나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이끌어서 진씨 가문이 더 강대해졌소!
이번 무혼 각성의식을 통해 내 아들은 천재에서 폐물로 전락했소. 그 얼마나 상심이 크겠소? 나는 진씨 가문의 가주이기도 하지만 진남의 아버지이기도 하오. 진남이 처음으로 부탁한 것인데 아버지로서 반드시 대답해줘야 하지 않겠소? 그래서, 내 미래의 수행 자원도 모두 가문에 바치겠다고 했잖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요. 여기에 있는 여러분들이 계속 나를 지지해주기를 바라오."
묵직한 목소리로 내뱉은 한 글자, 한 마디가 진천의 속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진철패와 진장공은 그 모습을 보며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비웃음이 짙어졌다.
장내가 침묵에 휩싸였다.
진철패 뒤에 앉은 이 장로와 삼 장로가 거의 동시에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진장공이 한 말을 지지하오. 진천, 당신은 더 이상 진씨 가문 가주가 될 수 없소."
이 장로와 삼 장로가 먼저 입을 열자 모든 집사들이 웅성거렸다.
사람들은 모두 진천에게 적대적이었다. 아무도 진천의 한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맞소, 맞소. 진천은 가주가 될 자격이 없소."
"우리 진씨 가문이 발전한 게 진천과 무슨 상관이 있소? 다 같이 노력한 결과 아니오!"
"나도 진천을 끌어내리는 데 동의하오. 당신이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소. 그렇게 많은 쉬체단을 폐물 아들에게 주다니? 이게 당신이 할 일이오? 그 쉬체단을 가져다 진장공 공자에게 줘도 모자랄 판에!"
"진천을 끌어 내립시다. 절대 진천 같은 자가 우리 진씨 가문의 가주여선 안 되오."
의사대전이 들끓었다.
모든 집사들의 표정이 분노로 격앙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노기가 하늘을 찌르고 살기가 부글부글 끓었다. 만약 진천이 높은 경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뛰어가서 진천을 끌어 내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진철패와 진장공은 시선을 마주쳤다. 그들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천은 휘청거리더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눈앞의 화난 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화와 살기가 이 순간 거대한 칼이 되어 그의 심장에 꽂히는 것 같았다.
진천은 사지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진천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에게 분노와 미움을 드러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하……."
진천은 갑자기 허공을 항해 크게 웃었다. 기세도 여지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흔들거렸다.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그럼 내가 대답해……"
진천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진철패가 먼저 흥분했다.
그는 진씨 가문 가주의 자리를 오랫동안 탐내고 있었다. 하지만 경지가 진천에 못 미쳐서 계속 욕심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진남이 폐물이 되고 그의 아들이 제일 천재가 되자 진철패는 희망을 보았다.
진철패는 이번 종문 회의에서 꼬투리를 잡으려고 노리고 있었다. 진천이 가주의 자리에서 내려오면 진철패가 진씨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있었다.
진철패 뒤에 있던 진장공도 덩달아 흥분했다.
진장공은 진천에게 분노나 미움이 별로 없었다.
그는 진씨 가문이 진천 덕분에 임수성에서 양대 가문으로 성장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진장공을 흥분케 한 것은 진천의 지지가 없으면 진남이 자신의 앞에서 쓸모없는 폐물로 전락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진남이 폐물이 되었지만, 진장공은 그걸로는 부족했다. 진장공은 진남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싶었다.
쿵!
그때 갑자기 굳게 닫혔던 의사 대전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대문이 열린 게 아니라 대문은 순식간에 부스러기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나무 부스러기 먼지에서 한 사람이 서서히 나타났다.
갑자기 울린 폭발음에 조금 전까지 들끓던 의사대전이 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저도 몰래 그쪽으로 쏠렸다.
진철패와 진장공 부자도 그 폭발음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진씨 가문의 의사대전을 누가 감히 걷어차고 들어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얼굴이 일그러져서 그 사람을 죽어라 노려봤다.
두 사람은 대체 누가 이렇게 겁을 상실하고 방해하는지 보고 싶었다.
문 앞의 사람을 확인하고 둘은 멍해졌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진남이었다! 그는 분기탱천한 모습이었다.
그들 두 부자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모두 넋이 나갔다. 모두 이런 중요한 순간에 문을 부수고 의사대전에 뛰어든 사람이 진씨 가문의 폐물인 진남일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누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끌어내리려 하는 겁니까?"
진남은 냉랭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남아, 너……"
진천도 순간 진남의 행동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 안색을 바꾸며 호통쳤다.
"진남,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니다! 얼른……"
진천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철패가 끼어들었다. 진철패는 살기를 있는 듯이 풍기며 음침하게 말했다.
"진남, 배짱이 크구나. 여기는 진씨 가문 의사대전이다. 오늘 네가 감히 문을 걷어차서 회의를 끊다니, 반역하려는 게냐?"
여기까지 말한 진철패는 말투를 높이고 쉬체 경지 십 단계의 기세를 전부 진남을 향해 뿜어냈다.
진철패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만약 진천이 없었다면 진철패는 진남을 바로 때려죽였을 것이다.
진남은 진철패의 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장내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다시 한번 묻습니다. 당신들 우리 아버지를 가주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했어요?"
의사대전 안은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진남이 갑자기 뛰어든 탓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서인지, 집사들은 누가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너……!"
진철패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보잘것없는 폐물이 그를 철저히 무시했다. 진남의 아버지 진천이라고 해도 진철패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런데 보잘것없는 폐물이 감히 나를 무시해?'
그 생각에 진철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는 저도 몰래 주먹을 꽉 쥐고 우드득 소리를 냈다.
이때 진장공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진철패를 막아섰다. 그는 고개를 쳐들고 진남을 얕잡아보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오늘 우리는 네 아버지를 가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것이다."
진남의 시선이 진장공에게 머물렀다. 그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