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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8화 (8/1,498)

8화 제멋대로 날뛰다

방설은 오늘 기분이 엉망이었다. 그녀는 임수성에서 고가로 오래된 지도를 구입했다. 그리고 호위무사들을 데리고 지도에 있는 보물을 찾으러 나섰다.

그녀는 몰래 보물을 찾아서 가문에 가져가면 아버지가 반드시 자신을 다르게 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지도를 따라 두 시진이나 찾아봤지만 허름한 석굴 외에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방설은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 지도가 가짜라는 걸 눈치챘다.

방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신분이 얼마나 존귀한데. 감히 그런 그녀를 속이다니!

그녀는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때 진남이 뜻밖에도 눈앞에 나타났고, 그녀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방설은 불쾌한 기분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폐물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설마 아직도 진남, 네가 제일 천재인 줄 알아?'

'주제 파악도 못 하는 것!'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라고?"

진남은 황당해하며 물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나더러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를 하라고? 내가 왜? 머리 조아리고 사과하는 걸 좋아하나 본데, 그럼 네가 나한테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해보시지?"

진옥과 진효 두 형제도 파렴치하다고 생각했는데 방설이 그들보다 더했다. 만나자마자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를 하라니, 횡포가 아주 극에 달했다.

"뭐? 너 감히 나를 모욕했어?"

방설은 얼굴에 살기를 드러내고 횡포하게 말했다.

"감히 폐물 주제에! 넌 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할 자격도 없어."

방설이 씩씩거리더니 사내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 듣거라. 이놈의 사지를 부러뜨리고 단전을 부숴라."

진남의 얼굴에 서늘함이 더 짙어졌다. 그는 방설이 이 정도로 날뛸 줄 생각지도 못했다.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사지를 부러뜨리고 단전을 부수라니! 이 여인은 정말 막무가내였다.

세 중년 사내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그들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진남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방설의 이런 명령은 그들에게는 밥 먹듯 늘 있는 일이었다. 방설의 명령하에 얼마나 많은 무인의 사지를 부러뜨리고 단전을 부쉈는지 알 수 없었다.

방설은 이들이 간단하게 진남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좋아. 나는 너와 아무런 원한이 없었어. 그런데 만나자마자 사지를 부러뜨리고 단전을 부수겠다고 했지. 어디 보자, 네가 어떻게 내 사지를 부러뜨리고 단전을 부수는지!"

진남은 어이없어서 웃었다. 그는 거리낌 없이 한 걸음 나서더니 쉬체 경지 사 단계의 기세를 숨김없이 전부 발산했다.

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아냥대던 방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거대한 압력이 덮쳐서 질식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공포가 점점 밀려들었다.

세 중년 사내들의 발걸음도 그대로 굳고 표정이 흔들렸다.

임수성의 이름 자자한 황급 일품의 폐물이 쉬체 경지 사 단계의 기운을 뿜어낸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저놈을 죽여! 죽이라고!"

방설이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진남이 '폐물'에서 순식간에 이렇게 횡포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을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의 뇌리에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진남을 죽여야 한다. 진남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

세 중년 사내는 정신이 들자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들의 등 뒤로 노란빛이 동시에 떠오르더니 무혼이 솟아올랐다.

세 사람 모두 쉬체 경지 삼 단계였다.

다음 순간, 세 중년 사내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세 사람의 기운, 무혼이 은은히 한데 뭉치더니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

"죽어라!"

세 사람은 동시에 초식을 날렸는데 행동 하나하나가 똑같았다. 그리고 하나로 합쳐져 강대한 무예로 변했는데 그 힘이 무궁했다. 세 사내는 진남을 점점 조여오기 시작했다.

"세 명 모두 쉬체 경지 삼 단계구나. 삼 단계임에도 방설의 호위무사가 될 수 있었던 게 이런 능력 때문이었어……. 하지만 내 칼을 막을 수 없지."

진남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가 들고 있던 흑철검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차가운 빛으로 변하더니 그들을 베었다.

"악!"

세 명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비명이 절반만 나왔는데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세 중년 사내는 칼을 맞고 목이 날아가면서 피가 사방에 뿌려졌다.

방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공포가 가득했다.

눈앞에서 펼쳐진 피비린내 나는 장면에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마치 거대한 마귀 손아귀가 그녀를 꽉 잡은 것 같았다.

'내 호위무사가 패하다니? 쉬체 경지 사 단계를 상대해도 한참을 겨룰 수 있던 호위무사들이었어. 그런데 지금 칼 한 방조차 막지 못했다고?'

'진남의 실력이 도대체 얼마나 높은 거야!'

"방씨 아가씨, 왜 말이 없어?"

이때 진남의 냉소 섞인 목소리가 방설의 귓가에 울렸다.

"조금 전까지 내 사지를 부러뜨리고 단전을 부수겠다고 했잖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네 호위무사를 실수로 죽여버렸네? 이들이 내 사지를 부러뜨리지도 못하고 단전을 부수지도 못했으니, 이제는 네가 직접 나와 싸워야겠네?"

방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휘청거리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 나는……."

방설은 목이 졸린 사람처럼 한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눈앞에서 흩날리는 핏빛 비에 그녀의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살고 싶다는 욕망만 남았다.

"부탁이야, 나를 죽이지 말아줘. 이제부터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게. 살려줘……."

진남은 전혀 감정 동요 없이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설은 점점 공포감이 커져서 다급히 말했다.

"진남, 나는 방씨 가문 아가씨야. 나를 죽이지 말아줘. 네가 나를 죽이면 우, 우리 아버지가 너를 찾아갈 거야. 그, 그리고 우리 오라버니도. 우리 오라버니는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각성했어. 네가 날 죽인다면 오, 오라버니가 반드시 너에게 복수할 거야……."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설의 오라버니를 진남도 알고 있었다. 방씨 가문 가주의 아들이고 이름은 방여룡(方如龍)이었다. 진남과 몇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우애가 깊은 사이는 아니었다.

방여룡이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각성한 것은 진남의 예상 밖이었다.

예리한 진남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만약 황급 육품의 무혼을 각성했다면 방씨 가문에서는 임수성에 그 소식을 알리고 연회를 열어 축하하는 게 이치에 맞았다.

필경 황급 육품의 무혼은 임수성 역사상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것이었다.

진남은 의문스러웠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냉소를 짓고 눈앞의 여인에게 말했다.

"방설아, 너도 참 재미있어. 아직까지도 나를 협박하다니. 지금 용호산맥에서 내가 너를 죽인다 한들 누가 알까?"

방설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작은 입을 떡 벌린 채 한마디도 못 했다.

촤악!

칼 빛이 번쩍이더니 방설의 생기를 앗아갔다. 죽기 직전까지도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는데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죽어갔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시체를 보고 말했다.

"아, 잊어먹고 못 말했는데, 나는 네 아버지가 무섭지 않아. 우리 아버지도 진씨 가문 가주거든. 그리고 네 오라버니는 더더욱 안 무서워. 그도 내 상대가 안 되거든."

말을 마친 진남은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려던 그는 바로 돌아와 방설의 허리춤에서 이십여 알의 쉬체단과 오래된 지도를 들춰냈다.

"이거 꽤나 부자인걸."

진남은 중얼거리며 쉬체단을 잘 간직했다. 그의 시선이 오래된 지도에 머물렀다.

진남은 이 지도가 꽤나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아봤다.

"방설과 호위무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 지도를 따라 석굴을 발견했다고 했지? 그 석굴이 너무 볼품없어서 아무런 보물도 없었다고? 할 일도 없는데 그 석굴에 가볼까? 혹시 뭐라도 발견할지 누가 알아."

진남은 결정했다.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석굴을 확인한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었다.

게다가 거기서 다른 무엇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진남은 지도를 따라 수색했다. 머지않아 그의 앞에 석굴이 나타났다.

석굴은 숲속에 있었는데 동굴 크기가 두 사람의 키만큼 높았고 주위에는 잡초가 가득했다. 석굴은 그저 평범해 보였다. 비범함이 아무 데서도 보이지 않았다.

진남은 석굴로 들어갔다. 석굴에 들어선 그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어렸다.

석굴은 깊이가 십여 자밖에 안 되어 한눈에 바닥이 보였다. 잡초가 가득 쌓여있는 외에 울퉁불퉁한 흔적들만 있을 뿐, 특별한 곳은 없었다.

"이 지도가 사람을 속인 게 맞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석굴을 떠나려고 했다.

그가 돌아서서 나오려는 순간, 석벽에 찍힌 손바닥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손바닥 자국은 석벽에 깊이 박혀 있었는데 무늬가 선명하고 한기를 풍기고 있었다.

"응?"

진남은 본능적으로 이 손바닥 자국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진남은 앞으로 다가가서 그 손바닥 자국을 자세히 살폈다. 허리춤에서 흑철검을 꺼내 그 손바닥 자국을 시험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진남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손바닥 자국에서는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마 누군가 싸우거나 수련하다가 남긴 것 같았다.

그런데 이때, 진남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체내에 있던 전신의 혼이 그의 등 뒤에 떠오르더니 현묘한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다.

"전신의 혼이 왜 스스로 나왔지?"

진남이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가 고민할 새도 없이 석벽에 찍힌 평범해 보이던 손바닥 자국이 갑자기 흉악하고 횡포하며 날카로운 기운을 풍겼다. 손바닥 자국에서 마치 천지를 멸망시킬 것 같은 위압감이 솟구쳤다.

"이건……!"

진남은 충격받았다.

전신의 혼이 그를 감싸지 않았다면 조금 전 손바닥 자국에서 풍기는 기운이 그를 갈기갈기 찢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진남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앞의 손바닥 자국은 평범한 자국이 아니었다. 강자가 남긴 자국이라서 그 기세가 없어지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고 남아 있던 것이었다.

"지도에서 말한 보물이 이 손바닥 자국을 가리키는 거였어. 방설 일행은 경지가 낮아서 손바닥 자국의 의지를 알아차리지 못한 거였어. 만약 전신의 혼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

진남은 심호흡했다. 손바닥 자국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기쁨이 스쳤다.

전신의 혼이 몸을 보호해주니 그는 손바닥 자국 의지에 다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오히려 손바닥 자국 아래에서 그 의지를 관찰하고 깨우쳐 자신을 승화할 수 있었다.

무인의 세계에는 수많은 무예가 있었다. 수행은 자신의 의지를 다스리는 일이었다. 의지가 강할수록 무예의 힘도 더 강해졌다.

의지를 가지고 있는 손바닥 자국은 수행을 깨우치는 데 최고였다.

진남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석벽 앞에 가부좌하고 두 눈으로 손바닥 자국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온몸의 신경을 손바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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