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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7화 (7/1,498)

7화 미행한 적이 없다

진남은 두 형제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는 자신에게 등을 돌린 적에게는 인정사정도 없었다.

진남은 다시 한번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다른 요수나 무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제야 시름을 놓고 영기원지에 들어섰다.

영기원지에 들어선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등 뒤로 전신의 혼이 떠올랐다.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전신의 혼은 횡포한 흡입력으로 영기원지에 있는 영기를 빨아들였다.

진남은 영기를 인도해 온몸을 흠뻑 적시고 요괴 원숭이와 싸우면서 다친 내상을 치료했다.

진남의 온몸이 떨렸다. 영기원지의 삼 분의 이가 되는 영기를 사용한 후, 진남의 미간 사이의 창백한 기운이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후, 드디어 다 치료했어."

진남은 만족스러운 듯 두 눈을 뜨며 말했다.

"영기원지에 아직 이렇게나 많은 영기가 더 있으니 경지를 수행하고 돌파하기에 충분하겠어."

진남은 두 눈을 감고 전신의 혼을 통해 영기를 체내로 흡수했다.

진남의 수행은 이미 쉬체 경지 삼 단계를 돌파했다. 그의 살갗, 근골은 모두 단련되었지만, 내장과 혈액은 아직 수련이 부족했다.

이제 진남의 수련 목표는 자신의 내장이었다.

내장을 단련하는 것은 살갗이나 근골을 단련하는 것과 달랐다. 내장은 무척이나 취약해서 단련하는 도중에 약간의 실수라도 있으면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진남은 전에 임수성의 한 산수(散修, 문파에 소속되지 않은 수련자)가 내장을 단련하다가 몸이 터져 죽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진남은 조심스럽게 하나하나의 영기를 내장으로 이끌어 영기와 내장이 하나로 합쳐지게 했다. 이렇게 하면 내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수행은 족히 두 시진이 걸렸다.

영기원지의 영기를 모두 흡수하는 순간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체내에서 북을 두드리는 것 같은 폭발음이 연속 들려왔다.

"됐다……! 쉬체 경지 사 단계!"

진남의 눈에 기쁜 기색이 스쳤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신체의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저급 무예인 붕권을 사용할 때 외력 하나만 쓸 수 있었다. 이제는 붕권을 사용할 때 내력, 암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붕권이 중급 무예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쉬체 경지 사 단계는 육신의 변화뿐만 아니라 힘을 공제하는 능력도 좀 더 섬세했다.

"용호산맥에 온 지 고작 이틀인데 수확이 크군.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건 좀 이른 것 같고, 아무래도 이곳에서 좀 더 단련해야겠어."

진남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결정을 내렸다.

진천이 쉬체단 오백 알을 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진남이 진씨 가문으로 돌아가도 스스로 고행해야 했다.

차라리 용호산맥에서 단련하는 게 훨씬 나았다. 용호산맥에서 단련하면 전투 경험도 늘고, 또 운이 좋으면 신비한 것을 찾을 수도 있었다.

마치 오늘 그가 영기원지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그 뒤로 진남은 수련에 푹 빠졌다. 그는 이 숲속의 한 마리 늑대라도 된 것처럼 신출귀몰하며 요수들을 죽였다. 그가 죽인 요수 중에는 사급의 요수도 있었고 오급의 요수도 있었다.

"내 경뢰검법이 점점 더 강해지는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검법의 경지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진남은 숲속에서 달리며 혼잣말을 했다.

이틀 동안의 전투를 거쳐 칼을 휘두르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졌다. 어떤 때에는 진남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는데 요수가 이미 죽은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남은 의문이 생겼다. 그의 오성(悟性, 사고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오성은 이전과는 달라졌다.

대체 무엇이 그의 오성을 높였을까?

아직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진남은 그 원인을 전신의 혼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전신의 혼이 정말로 오성을 높여주고, 게다가 무급까지 제고(提高)할 수 있다면……. 보통 엄청난 게 아니야."

진남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생각하고 있을 때 앞쪽에서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돌파하고 내장을 강화한 후로 시력, 청력 등이 모두 확연히 좋아졌다. 주변 수십 장 안에서 바람이 풀을 스치는 소리도 그는 민첩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보자."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는 몸의 기운을 거뒀다. 그는 귀신처럼 가볍고 빠르게 소리 나는 곳으로 쫓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남의 눈앞에 한 무리의 사람과 말들이 나타났다. 그 무리 중에는 세 명의 중년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들의 기운은 쉬체 경지 삼 단계였다. 게다가 그들의 시선은 살기가 가득한 것이 오랜 시간 살육을 일삼은 사람들 같았다.

세 중년 사내들 사이에는 젊은 소녀 한 명이 있었다.

소녀는 흰색 털 외투를 걸치고 아래에는 밝은 파란색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굴곡진 몸매가 돋보였다. 거기에 갸름하고 하얀 얼굴에 밝은 기운을 가진 여자였다.

다만, 소녀의 얼굴에는 온통 귀찮음과 오만한 기색이 가득했다.

진남은 소녀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랐다.

"저 여인은?"

소녀의 이름은 방설(方雪).

방씨 가문 가주의 작은 딸이었다.

진남은 방설을 알고는 있지만 친하지는 않았다.

임수성에서 진씨 가문과 방씨 가문은 양대 가문이었다. 두 가문에 모두 선천 경지의 고수가 있고, 그 아래에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제자들이 수없이 많았다. 진씨 가문은 진천이 가주가 된 이후에 일어선 가문이라 그 명성이 십여 년에 불과했지만 방씨 가문은 임수성에서 이미 백여 년 기초가 있는 가문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방씨 가문에서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가진 절세 천재가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문이 진짜인지 아직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다.

최근 십여 년 동안 진씨 가문이 일떠서서 양대 가문이 된 이후로 두 가문은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그래서 진남은 방설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지만 깊게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방설이 왜 여기에 왔지?"

진남은 의문스러웠다.

보름 전 진씨 가문에서 무혼 각성 의식을 할 때 방씨 가문도 무혼 각성 의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진남이라는 최고의 천재가 폐물 무혼을 각성하는 바람에 모두의 시선이 진씨 가문에게만 쏠렸었다. 아무도 방씨 가문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방씨 가문 역시 무척 겸손하게 많은 소식을 퍼뜨리지 않았다.

방설도 무혼을 각성했으면 가문에서 수련에 집중하고, 수행을 제고(提高)해야 했다. 그런데 그녀가 왜 측근 호위무사들을 데리고 용호산맥에 온 걸까?

진남이 의혹을 품고 있을 때 방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왜 아직도 도착 못 한 거야? 멍청한 것들, 대체 지도를 제대로 보기는 했어? 만약 잘못 들어서기라도 한 거면 내 네놈들을 가만 안 놔둘 줄 알아!"

"아가씨, 틀림없이 지도대로 왔어요. 방금 우리가 봤던 허름한 석굴 외에 다른 동굴은 없는 것 같아요. 혹시……, 혹시 이 지도가 가, 가짜일 수도……."

그중 한 중년 사내가 이를 악물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뭐?"

방설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내가 가져온 지도가 가짜라는 말이야? 잘 찾아봐! 찾지 못하면 크게 혼날 줄 알아!'

세 명의 중년 사내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흩어져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진남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진남은 여전히 숨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중년 사내의 실력에 그를 발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쉬체 경지 삼 단계와 사 단계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방설과 하인의 짧은 대화에서 진남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도 진옥과 진효처럼 용호산맥에 보물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진남은 호기심이 생겨 그녀가 대체 어떤 보물을 찾는지 구경하려고 했다.

이때, 진남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던 중년 사내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진남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살기가 가득해서 말했다.

"누구냐? 얼른 나오거라!"

진남은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발각되었나?'

수행이 쉬체 경지 사 단계를 돌파한 후 진남은 몸을 숨기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내장을 단련한 이후로 기운을 조절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운을 숨기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적어도 쉬체 경지 삼 단계인 사람이 진남을 발견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진남은 들키자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그는 침묵이나 도망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나오며 담담하게 물었다.

"나를 어떻게 발견한 거야?"

중년 사내는 놀라서 시선이 흔들렸다. 뒤쫓아 오던 사람들은 발각되면 보통은 당황한 표정을 하거나 살기를 뿜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청년은 지나치게 평온해서 놀라웠다.

정신이 든 중년 사내는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각성한 무혼은 무초(霧草)다. 등급은 낮아도, 삼 장 이내의 것들은 모두 알아내는 능력이 있다. 네 은폐 수단이 고명하기는 하지만 마침 내가 수색할 수 있는 범위에 있어서 발각 안 될 리가 없지."

진남은 흠칫했다. 이번에는 그가 너무 방심했다.

무혼의 종류는 다양하고 무궁무진했다. 비록 명확한 등급 구분이 있었지만, 무혼마다 가진 능력이 달랐다.

진옥과 진효 형제가 각성한 것은 활 무혼과 검 무혼이라서 모두 살육의 능력이 있었고 중년 사내가 각성한 무혼은 수색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제부터 더 조심해야겠어. 수행만 믿고, 안하무인이면 안 되겠어.'

진남은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 일은 그에게 교훈을 주었다.

이때, 방설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누가 감히 나를 미행했느냐?"

방설이 다른 두 명의 중년 사내의 보호를 받으며 이쪽으로 재빨리 달려왔다. 진남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방설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때 세 명의 중년 사내가 순식간에 진남을 에워싸고 살기를 뿜었다. 진남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세 명은 동시에 달려들어 공격을 퍼부을 예정이었다.

"진남, 너 같은 폐물이 여기엔 어쩐 일이야?"

방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툭 내뱉었다.

"너 같은 폐물은 집에서 수련에 집중이나 하지, 왜 나를 미행한 거야?"

세 중년 사내도 살짝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도 자신들을 미행한 이 젊은 사내가 임수성에서 소문 자자한 전에는 제일 천재였다가 폐물이 된 진남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거의 동시에 세 사내는 경계를 느슨히 했다. 그들은 진남이 황급 일품 무혼으로 보름을 수련했다고 해도 그들에게 위협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그는 이전엔 방설에게 아무런 선입견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을 보자마자 '폐물'이라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내가 집에서 수련하든 말든 네가 상관할 일이야?"

진남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게다가 나는 너를 미행하는데 전혀 흥미가 없어. 방금은 여기를 지나가려고 했을 뿐인데 너희들이 나를 먼저 발견했을 뿐이야. 서로 각자 갈 길 가도록 하지."

진남은 말을 마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는 상대방과 더 엮이기 싫었다.

"뭐라고? 거기 서. 오늘 나에게 이마를 조아리며 사과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못 움직일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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