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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화 (5/1,498)

5화 이제부터 시작

진천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장로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진철패는 너무 놀라서 입 안에 있던 차를 모두 뿜었다. 그는 이내 화가 나서 외쳤다.

"뭐라고? 진천, 방금 뭐라고 했소? 쉬체단 천 알을 그 폐물에게 주겠다니, 미친 거 아니오?"

이 장로와 삼 장로로 놀란 표정이었다.

'쉬체단 천 알이라니!'

진천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

"대장로가 동의하지 않으니 그럼 쉬체단 오백 알만 보내주겠소. 이보게들, 나는 이미 한 걸음 물러섰소. 그러니 당신들도 한 걸음 양보하는 게 어떻소?"

"뭐요?"

진철패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웠고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한 걸음 물러섰다니? 쉬체단 천 알에서 오백 알을 달라고 한 게 물러선 거야?'

"진천, 그리 아시오. 이 일을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소! 내 아들도 한 달에 겨우 쉬체단 열 알만 받는데 당신의 폐물 아들에게 오백 알의 쉬체단을 주겠다는 건 말도 안 되오!"

진철패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이 장로도 얼른 고개를 저었다.

"가주, 나도 동의할 수 없소. 오백 알의 쉬체단은 진씨 가문 다섯 제자의 오 개월 수련 자원과 맞먹는 양이오. 지난번에 진남에게 쉬체단 열 알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뭐라고 하지 않았소. 하지만 쉬체단 오백 알은 안 되오!"

삼 장로도 이내 동조했다. 그는 진천과 진철패의 투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천의 요구가 너무 과분한 게 사실이었다.

진천은 안색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오늘 자네들을 부른 것은 의논하려는 게 아니네. 나는 이미 그렇게 결정했소. 걱정하지 마시오. 이제부터 나, 진천은 매달의 봉록을 받지 않을 걸세. 전부 이번 쉬체단을 사용하는 데 대한 보상으로 치겠소."

진천은 진씨 가문의 가주이기에 매달 열다섯 알의 쉬체단을 받을 수 있었다.

길게 본다면 진천의 이런 제안은 충분히 쉬체단 오백 알의 가치를 했다. 심지어 길게 보면 진천이 손해이기도 했다.

"안되오, 절대 안 되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폐물……"

진철패는 여전히 반항했다. 그는 대량의 쉬체단을 진장공이 수행할 수 있게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진천이 한꺼번에 오백 알이나 가져간다면 진장공에게 보낼 쉬체단이 어디 남아 있겠는가?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천둥 같은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렇게 결정했으니 다들 물러가시오!"

진천이 선천 경지(先天境地)의 기세로 호통치자 위압감이 포효하듯 뿜어져 나왔다.

진철패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려 버렸다. 온몸이 저도 몰래 파르르 떨렸다. 그의 뒤에 있던 이 장로와 삼 장로의 두 눈에도 공포가 서렸다.

진천은 진씨 가문의 제일 고수이자, 유일한 '선천 경지'의 존재였다.

* * *

진씨 가문 의사대전에서 벌어진 일을 진남은 알 수 없었다.

그는 수행에 푹 빠져들었다.

"사람의 몸은 살, 근골, 내장, 혈액으로 이루어져 있어."

"쉬체 경지는 체질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기는 하지. 그래도 수행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해."

"내 살은 무척 단단해졌으니, 이제부터 근골을 단련해야 해!"

진남이 전신의 혼을 각성한 후, 그의 사고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고 활동적으로 변했다. 난감하고 복잡한 문제들도 이제는 조금만 생각해도 완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진남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생각이 정리된 진남은 이 웅장하고 힘찬 영기를 몸속 근골로 인도했다. 영기는 이내 근골 속에 스며들었다.

영기가 진남의 근골을 모두 훑으니 작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의 체질이 더 강해졌다는 증거였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진남은 여전히 몸 안의 영기를 체내에서 순환시켰다. 그는 이미 망아(忘我)의 상태에 들어섰는데, 자신도 영기를 몇 번이나 순환시켰는지 알 수 없었다.

순간, 진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 안에서 엄청난 힘이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몸에서 근골 폭발음이 한 번, 또 한 번 들렸다. 무형의 진기가 진남을 에워싸고 소용돌이치며 사방팔방으로 먼지를 일으켰다.

"이건……! 쉬체 경지 삼 단계야!"

진남은 몸속에서 용솟음치는 힘을 느끼며 저도 몰래 두 눈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며칠 동안 온 힘을 다해서 수련한 결과가 헛되지 않았다.

만약 진남이 고작 며칠 만에 쉬체 경지 삼 단계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많은 사람은 놀라 자빠질 것이다.

진남의 수련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었다.

황급 칠품의 무혼은 역시나 달랐다.

"후, 아버지가 약속했으니 쉬체단 오백 알을 반드시 얻어주실 거야. 하지만 쉬체단 오백 알을 나에게 주려면 어려움이 있겠지. 적어도 이 며칠 동안은 가져올 수 없을 거야."

진남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비록 의사대전에서 벌어진 일은 몰랐지만, 그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수행만 해서 경지만 높이면 안 돼. 무예도 단련해야지. 그래야 최강의 전투력을 낼 수 있어. 그럼 용호산맥에 가서 경뢰검법을 수련해야겠어!"

진남은 두 눈을 반짝이며 이내 결정했다.

용호산맥은 임수성의 북쪽에 있었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용의 울음소리와 호랑이의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서 얻은 이름이었다.

용호산맥은 수많은 요수(妖獸)가 있어서 마침 무예를 단련하기 좋은 곳이었다.

무혼을 각성하기 전에도 진남은 호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용호산맥에 무예를 연마하러 자주 왔었다.

진남이 전신의 혼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용호산맥에 수련하러 왔다가 벼락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가문에서 흑철석으로 만든 칼을 고른 뒤 닷새 동안 먹을 식량을 가지고 진씨 가문을 떠나 용호산맥으로 향했다.

용호산맥은 임수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진남은 두 시진 만에 용호산맥에 들어섰다.

"경뢰검법은 속도가 중요해, 그리고 순간적인 폭발력도……. 이 검법을 수련하려면 그곳이야말로 제일 좋은 곳이야."

진남은 잠시 생각하더니 기억을 더듬어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비록 거리가 삼 리에 불과했지만, 진남은 무려 반 시진이나 걸렸다. 용호산맥에는 요수(妖獸)가 많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검법 수련이 우선이기에 요수와 만나서 힘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진남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커다란 고목 뒤로 폭포가 보였다.

높은 곳에서 흘러내린 폭포는 길이가 삼 장이나 되었다. 물줄기가 출렁이며 아래쪽 둘레가 칠 장인 호수에 떨어져 거대한 물보라를 뿜었다.

"여기가 좋겠군."

진남은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살폈다.

별다른 이상함을 발견하지 못한 진남은 식량을 내려놓고

흑철검을 든 채 호수에 뛰어들었다.

"경뢰검법, 칼날을 휘두르면 천둥이 치는 듯하고, 번개처럼 빠르다……"

진남은 호수 위에 두 눈을 감고 서 있었다. 뇌리에 경뢰검법의 초식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팔을 휙 하고 휘두르자 흑철검이 서늘한 빛이 되어 수면을 갈랐다.

물은 저항력이 있었다. 진남이 비록 쉬체 경지 삼 단계였지만 그 한방은 수면에 작은 틈을 만들었을 뿐 이내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 후로도 진남은 한 번, 또 한 번 수면을 칼로 내리쳤다.

꼬박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틀 동안 진남은 망아(忘我)의 경지에 들어서 시종일관 칼로 물을 베는 동작을 반복했다.

"아직……, 아직이야. 아직 부족해."

진남은 자신이 칼을 얼마나 휘둘렀는지 몰랐다. 그의 두 눈은 수면을 꼿꼿이 노려봤다. 스쳐 가는 칼날을 보며 소리 지르는 것이 마치 광인 같았다.

그의 호통 소리와 함께 진남의 칼을 휘두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점점 세졌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했다.

바로 그때, 진남이 망아(忘我)의 상태로 수련에 빠져들었을 때, 거대한 사람 허영이 진남의 등 뒤에 떠올랐다. 그 허영은 위압감을 풍겼다.

전신의 혼이 스스로 나타난 것이었다.

진남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칼을 휘둘렀다. 매번 온몸의 힘을 다 실어서 단숨에 내리쳤다.

그는 팔이 저리고 근육에 쥐가 나도 여전히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한 번, 또 한 번 칼을 휘둘렀다.

이게 진남의 성향이었다. 무언가를 하려고 결심하면 광인의 상태가 되곤 했다. 만약 안 돼서 막히는 경우도 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갑자기 진남의 뇌리에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났다.

망아(忘我)의 상태에서 칼을 휘두르던 진남은 그대로 얼어붙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진남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마음속의 경악을 억눌렀다. 두 눈을 감고 마음을 맑게 하고 조금 전 뇌리에 스쳐 간 차가운 빛을 되새겨보았다.

그렇게 무려 두 시진을 서 있었다.

번쩍!

진남은 갑자기 눈을 떴다.

"이제 알겠어!"

그는 흑철검을 휙 휘둘렀다. 칼을 휘두르는 순간 천둥 같은 폭발음이 들려오더니, 칼이 번개처럼 빠르게 수면을 갈랐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수면에 한 갈래 평평한 틈이 생겼다. 그 틈은 서너 번 호흡하는 동안 벌어져 있다가 다시 빠르게 합쳐졌다.

칼로 물을 베기, 단칼에 수면을 두 동강 내기, 이것이 바로 경뢰검법이 초보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상징이었다.

진남은 그 광경에 기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경뢰검법을 이렇게 쉽게 연마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진남은 자신이 족히 닷새는 걸려야 이 검법을 연마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좋아. 경뢰검법을 익혔으니 이 검법의 위력이 어떤지 시험해봐야겠어."

진남은 기쁨을 억누르고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마른 식량으로 배를 채운 후, 진남은 흑철검을 든 채 폭포를 떠나 용호산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어흥!

위풍당당한 울음소리가 숲에서 울려 퍼졌다. 주변의 나뭇잎들이 우수수 진동하며 떨어져서 마치 낙엽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진남의 앞에 높이만 칠 척이고 온몸이 얼룩덜룩한 맹호가 나타났다. 호랑이는 살벌한 눈으로 진남을 노려보며 어슬렁거리는 것이 마치 무슨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표정이 진지해진 진남은 흑철검을 들고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앞에 있는 맹호는 반란호(斑斕虎)라 불리는 삼 단계 요수였다. 반란호의 실력은 쉬체 경지 삼 단계인 사람과 맞먹었는데, 날카로운 이빨에 물리면 쉬체 경지 삼 단계라고 해도 한 방에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진남은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과 호랑이가 마주 서서 대치했다. 반란호도 진남의 강대함을 느꼈는지 그저 어슬렁거리며 등을 둥그렇게 구부릴 뿐 먼저 달려들지 않았다.

진남의 두 눈이 반짝하더니 왼발을 앞으로 한발 내디뎠다.

그가 한 걸음 내딛자 반란호의 살기가 순식간에 폭발했다. 반란호는 크게 울부짖더니 엄청난 힘으로 뛰어올라 덮쳐왔다. 눈 깜짝할 새에 반란호는 진남의 머리 위에서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섬뜩한 빛이 번뜩이는 날카로운 이빨로 힘껏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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