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3화 (3/1,498)

3화 찾아와서 도발하다

진남의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가득했다.

일곱 개의 노란빛은 황급 칠품을 말했다. 전신의 혼 등급이 한 단계나 더 높아진 것이다.

"즉 전신의 혼이 단약을 삼키면 등급이 높아진다는 말인가?"

진남은 놀란 정도가 아니었다. 전신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무혼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 각성을 하면 평생을 함께한다. 무혼이 스스로 등급이 높아진다는 것은 진남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충분한 단약이 있으면 전신의 혼은 현급, 지급 심지어 천급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인가?

천급의 무혼이라,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진남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후, 진정, 진정하자. 제발 진정하자."

진남은 몇 번 심호흡하며, 놀라서 벌렁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했다.

하지만 진남은 흥분된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전신의 혼을 각성했을 때 등급은 황급 육품이었다. 이는 진남의 예상에 완전히 못 미친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는 전신의 혼은 일반 황급 육품보다는 더 강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전신의 혼은 스스로 등급을 높였다. 이는 전신의 혼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뜻했다.

진남이 흥분하고 있을 때,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원락의 대문이 산산이 조각났다.

오만방자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 썩 기어 나오거라. 안 나왔다가 내가 옛정도 안 봐준다고 탓하지 말거라."

진남을 찾아온 자는 화려한 장포를 입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오 척이나 되는 청색 장검이 떠 있었는데 세 갈래의 노란 색 빛을 뿜고 있었다. 날카로운 질감에 서늘한 한기가 뿜어졌다.

진남은 그 사람을 보자 순식간에 표정이 차가워졌다.

"진효(秦梟), 뭐 하는 짓이야?"

진남은 진효와 친밀한 관계였다.

예전에 진남은 진씨 가문의 제일 천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 위풍이 대단했다. 진효는 그의 곁에 붙어서 온갖 친한 척을 다 했다. 그때 진남은 진효에게 꽤 잘해줬고 둘은 호형호제하던 사이었다.

진효가 오늘 와서 문을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할 거라는 것을 진남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진남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폐물'이었다. 그러니 진효가 그와 반목을 하려는 것이었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온 게 분명했다.

진효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오늘 온 목적은 간단하다. 너의 쉬체단을 나에게 넘겨. 나를 속일 수 없다. 네가 열 알의 쉬체단을 받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여기까지 말한 진효는 말을 잠깐 멈추더니, 경멸스러움을 한껏 드러냈다.

"진남아, 내가 무정하다고 탓하지 말거라. 너는 지금 폐물이잖아. 쉬체단이 아무런 작용도 못 하는데, 나를 주면 좋잖아."

진남은 너무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안 주겠다면?"

그 말에 진효는 거만한 표정이 싹 사라지고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아, 내가 무정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아직 수행은 못 했어도 황급 삼품의 무혼이다!"

그의 등 뒤에 있던 장검이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검에서 빛이 번쩍이며 서늘한 한기를 뿜었다.

"진효, 보아하니 나와 척지려는 게구나."

진남은 평온했다. 장검이 이리저리 날아다녀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쉬체단은 이미 다 먹었다. 그러니 가거라."

말을 마친 진남은 두 눈을 감고 속으로 탄식했다.

진효가 이렇게 막 나가니 진남은 당연히 분노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진남은 이미 손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진남은 옛정을 생각해서 차마 손을 쓸 수 없었다.

진효는 표정이 변하더니 온몸에서 살기를 뿜었다.

"진남, 체면을 세워줬더니 뻔뻔스럽구나. 내 오늘 황급 삼품과 황급 일품 무혼의 차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주겠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효 등 뒤의 장검이 '웅웅' 소리를 내며 한 줄기 차가운 빛이 되어 날아왔다.

진효는 진남을 상대로 손을 쓰고 싶지 않았다. 옛정 때문이 아니라 진남이 진씨 가문 가주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그 신분 때문에 진효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진효는 진남이 폐물이 되어서도 도도한 자태를 유지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손을 쓰기로 작정한 것이다.

"진남아,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다."

진효의 얼굴에 사악한 웃음이 떠올랐다.

"죽음 자초하는구나!"

진남은 참을래야 참을 수 없었다. 마음속의 화가 드디어 폭발하고 호통 소리가 천둥 같았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그의 주먹은 마치 망치처럼 장검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쉬체 경지 일 단계의 힘이 모두 폭발했다.

저급 무예 붕권(崩拳)!

그 순간 사악한 미소를 짓던 진효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진남이 쉬체 경지 일 단계라고?

이 생각이 뇌리에 떠오르자마자 커다란 굉음이 들렸다. 장검은 진남의 주먹을 맞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날아가서 '웅웅' 소리를 내며 떨었다. 칼날의 빛도 어두워졌다.

"악……!"

처참한 비명이 진효의 입에서 터졌다. 무혼이 심한 타격을 입으면 그의 육체도 똑같이 상처를 입었다.

진남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말했다.

"지금 말해 보거라. 대체 누가 폐물이냐?"

"너, 너……"

진효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창백한 얼굴로 다시 진남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교만한 기색은 사라졌다. 공포와 경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어떻게 쉬체 경지 일 단계를 돌파한 거야? 너는 분명히 황급 일품의 폐물이었잖아. 황급 삼품의 무혼인 나도 아직 돌파하지 못한 것을 너는 어떻게 한 거냐고!"

눈앞의 사실을 진효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황급 삼품의 무혼을 각성하고 며칠 동안 힘들게 수련하고 쉬체단도 한 알 먹었지만 아직 일 단계를 돌파하지 못했다. 그런데 진남은 어떻게 돌파한 것일까?

"내가 말했잖아. 쉬체단을 모두 복용했다고."

진남이 그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꺼져!"

진남의 말에 진효는 육체의 아픔도 잊고 기다시피 그 정원을 빠져나갔다. 그는 감히 뒤돌아보지도 못했다.

진효는 당황스러웠다. 황급 삼품의 무혼을 믿고 드디어 진남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진남이 먼저 쉬체 경지를 돌파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계속하면 진효는 진남에게 어떻게 당할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진효가 가자 정원은 다시 조용해졌다. 진남은 속으로 탄식하더니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진남은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만을 존중했다. 진효처럼 은혜를 잊고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인간쓰레기에 대해서 진남은 더 이상 형제의 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진효를 다시 만났을 때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면 진남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공격할 생각이었다.

"오늘은 수련하기 글렀구나."

진남은 난장판이 된 정원을 둘러보며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신의 혼을 방출할 때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전신의 혼. 이 비밀을 아직은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었다.

"수련을 할 수 없으니 무예각에 가봐야겠어. 이번에는 무예각 이 층에 올라갈 수 있겠군."

진남의 눈에 흥분한 빛이 번뜩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무예에 남다른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 열세 살이 되던 해에 열 가지 무예를 장악하고 열여섯 살이 되자 스스로 검법을 창조한 것이다.

오늘 사용한 붕권도 그가 열세 살에 배운 무예 중 하나였다.

전에는 진남이 무혼을 각성하기 전이라 무예각 일 층에서 저급한 무예만 배울 수 있었다. 더 높은 무예는 수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무혼을 각성했고 쉬체 경지의 일 단계에도 도달했으니 일 층 이상에 갈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급히 무예각으로 달려갔다.

무예각은 진씨 가문에서도 금지 같은 곳이었다. 그 공간에서는 떠들어도 안 되거니와 싸워서도 안 되었다. 이 규정을 어기면 영원히 자격을 잃고 평생 그곳에 들어갈 수 없었다.

진씨 가문의 무예각은 모두 층이 네 개였다. 일 층에는 저급한 무예를 두었고 이 층은 중급 무예, 삼 층은 고급 무예를 두었다.

듣는 소문에 의하면, 사 층에는 최종 급의 무예를 두었는데 진씨 가문을 대표하는 보물이라고 했다. 진장공 같은 가문의 제일 천재라고 해도 들어갈 자격이 없었다.

그 소문이 진짜인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진남이 무예각에 도착했을 때 주변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예전의 북적북적하던 모습과 선명한 대비가 되었다.

무예각의 이 층은 쉬체경지 일 단계가 되어야 올라갈 수 있었다.

진씨 가문 제자들은 다들 무혼을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겨우 이틀 시간 동안 쉬체 경지 일 단계를 돌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진남이 들어오자 무예각에 있던 백발의 노인이 약간 멈칫하더니 말했다.

"진남아, 여기는 어쩐 일로 왔느냐?"

백발의 노인을 진남도 알았다. 사이도 무척 좋았던 터라 그는 공수하고 말했다.

"응노, 저는 오늘 무예각 이 층에 가려고 왔습니다."

"무예각 이 층?"

응노는 깜짝 놀라더니 표정이 차가워져서 말했다.

"진남아, 내가 너와 사이가 좋다고 해서 이 층에 들여보낼 거라 생각 말거라. 이 층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수행을 쉬체 경지 일 단계로 올려야 한다."

말을 마친 응노는 진남이 천재에서 폐물로 추락한 일이 생각나서 노파심에 거듭 충고했다.

"진남아, 네가 각성한 무혼이 황급 일품이긴 하지만 낙심하지 말거라. 네가 노력만 한다면……"

진남은 그 말을 듣고는 앞으로 다가가 손바닥으로 나무 탁자의 한 귀퉁이를 잡았다. 나무 탁자가 다섯 손가락 모양으로 움푹 패였다.

"너……"

응노는 깜짝 놀라서 더듬거렸다.

"쉬체 경지 일 단계를 돌파했느냐?"

진남은 응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슬쩍 웃더니 돌아서서 무예각에 들어섰다. 응노가 경악한 표정으로 진남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진남이 무예각 일 층을 지나 무예각의 이 층에 도착하자 두 눈이 살짝 빛났다.

무예각 이 층은 여덟 개의 홍목 기둥이 지탱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흰색의 옥석 탁자들이 있었는데 그 위에 오래된 서적들이 있었다.

진남이 앞으로 다가가 책을 집는데 순간 경악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

진남이 고개를 돌려보니 흰색 금테 장식을 한 장포를 입은 청년이 멀지 않은 곳에서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청년을 보자 진남은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너도 여기 있었구나."

눈앞의 청년은 이름은 진옥(秦玉)으로 진효의 형이었다. 진씨 가문에서 황급 사품의 무혼을 각성한 천재급의 인물이었다.

진남이 방금 그의 동생 진효를 때렸는데 곧장 그의 형을 마주치게 된 것이다.

진옥은 곧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생각 밖이구나. 고작 황급 일품의 무혼인 너 같은 폐물이 쉬체 경지 일 단계를 돌파하다니. 보아하니 가주가 억지로 너에게 쉬체단 열 알을 보낸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야."

열 알의 쉬체단만 생각하면 진옥은 질투가 났다. 그는 황급 사품의 무혼을 각성해서야 매달 세 알의 쉬체단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진남이 받은 쉬체단 열 알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 때문에 진옥이 진남을 보면서 비아냥댄 것이다.

진남은 그를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확실해 효과가 좋아. 방금 이 경지로 네 동생을 흠씩 두드려주고 왔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