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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화 (2/1,498)

2화 전신의 혼

진남은 혼자서 쓸쓸히 원락으로 돌아왔다.

그의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했고 조금의 분노도 없었다. 이 세계가 그랬다. 오직 실력 있는 자만이 존경을 받았다.

도리는 잘 알고 있지만 진씨 가문의 제자들과 장로들의 반응에 진남은 여전히 가슴이 서늘했다.

"됐다. 그들과 따져 뭐해. 이 무혼으로 수련하는 느낌이 어떤지 봐야겠네."

진남은 이내 평정을 되찾고 정원에 가부좌를 틀었다. 적염도가 그의 등 뒤에서 서서히 솟아오르더니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적염도가 떠오르더니 현묘한 흡인력을 풍기며 천지에서 영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영기가 체내에 들어오자 진남의 몸은 저도 몰래 파르르 떨렸다. 약간 창백했던 두 볼이 발그스름해져서 마치 술에 취한 사람 같아 보였다.

수행의 첫 단계는 쉬체 경지(淬體境地)였다. 단계는 총 열 단계로 나뉘었다.

쉬체 경지란 말 그대로 영기를 빨아들이고 육체를 단련하는 것이었다.

진남은 영기를 체내에 빨아들인 후 체질을 개변하고 육체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세 시진 후.

진남은 드디어 눈을 떴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무혼의 급수가 과연 중요하구나……"

진남은 신념으로 적염도를 손에 쥐었다. 그는 적염도를 자세히 살펴보며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수행해보니 무혼의 등급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방금 그가 세 시진을 수행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진장공이 세 시진을 수행한다면 아마 쉬체경 일 단계를 돌파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무혼 등급이 높을수록 무혼 자체의 능력도 더 강대해서 전투에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각성한 게 황급 일품의 무혼이라서 다행이야. 만약 다른 등급이었으면 더 우울했을 거야."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이내 그는 단전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진남의 단전에는 주먹 크기의 붉은 색 뇌정(雷霆)이 허공에 떠서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뇌정은 현묘했고, 고혹적인 기운을 풍겼다.

이 뇌정은 진남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의 아버지도 그 비밀을 몰랐다.

진남이 열네 살 되던 해, 밖에서 수련하다가 벼락 치는 날씨를 만났다. 비를 피하려고 뛰어가던 진남은 붉은색 벼락을 맞았다.

그 벼락 사건은 사실 임수성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진남이 벼락을 맞은 후 뇌리에 어떤 기억이 생기고, 체내에 붉은 뇌정 하나가 생긴 것은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 붉은색 뇌정은 이름 없는 무혼이고, 전신의 혼이라는 거야. 이 전신의 혼을 얻으려면 내 무혼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

자신의 무혼 등급이 너무 높으면 전신의 혼을 깨울 확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무혼이 황급 일품이라면 전신의 혼을 깨우는 데 전혀 문제없겠지."

진남의 입가에 미소는 점점 더 짙어졌다.

황급 일품의 무혼을 각성하고도 그가 전혀 속상해하지 않은 원인이 바로 이거였다!

진남이 각성한 무혼이 황급 오품이면 제물로 바친다 해도 전신의 혼을 각성할 확률이 낮았다.

황급 오품의 무혼을 제물로 바치려면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진남의 일품 무혼은 제물로 바친다면 성공 확률도 높았다. 혹시라도 그냥 사라진다고 해서 폐급 무혼이기에 진남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진남은 얼른 웃음을 거두고 적염도를 든 채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지금 내 무혼이 담긴 이 칼을 제물로 바치자."

진남은 표정이 금세 무거워졌다. 그는 오래된 주문을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

이 주문은 헌혼술(獻魂術)이라고 불렸다. 진남이 벼락을 맞았을 때 그의 뇌리에 떠올랐던 주문이었다.

헌혼술은 말 그대로 자신의 무혼을 제물로 바치는 술법이었다. 이 술법은 무척 현묘했는데, 그 어떤 영기의 지지도 필요하지 않고, 어떤 대가도 필요하지 않았다.

헌혼술이 작용을 발휘하자 진남의 손바닥에 가닥가닥 검은색 빛이 서서히 나타났다. 그리고 그 검은색 빛은 한데 엉켜서 한 무더기 액체처럼 서로 밀쳤다.

진남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손을 내밀어 앞에 있던 적염도를 힘껏 잡았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적염도가 '웅웅' 소리를 내며 진동을 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파멸의 힘이 그것의 체내에서 폭발한 것 같았다.

적염도는 순식간에 펑 하고 터졌다.

적염도가 터지면서 온 하늘에 붉은색 빛이 가득했다. 그것들은 마치 하나하나의 불빛처럼 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진남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방금 적염도가 부서지는 순간, 그의 영혼도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에 하마터면 질식할 뻔했다.

무혼은 하늘이 주는 것이라서 육체와 함께 태어난다. 무혼이 부서졌다는 것은 진남의 육체가 부서진 것과 같았다.

진남은 이를 악물고 머리에서 전해지는 압박감을 견뎠다.

그는 손바닥을 휘두르더니 공중에서 콱 움켜쥐었다. 검은색 액체가 그의 손바닥에서 신비한 흡입력을 발휘했다.

공중에 떠 있던 무수한 붉은 빛이 소용돌이쳐 오더니, 진남의 체내로 들어와 단전까지 밀려갔다.

진남의 단전에 더 있던 붉은 색 뇌정은 그 붉은 빛들을 모두 삼켰다.

그 순간, 시간이 마치 멈춘 것 같았다.

이어서 붉은색 뇌정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전신의 혼, 전천전지, 전신전불, 무소불전, 무소불승……"

오래되고 횡포한 목소리가 마치 수많은 벼락이 동시에 치는 것 같이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아아아악……!"

진남은 두 눈을 부릅떴다. 두 눈에 온통 핏발이 서고 아프다는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거대한 충격에 진남은 기절했다.

다음 날 아침.

진남은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몸을 일으켜 앉으려던 그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 그의 머리는 이 순간에도 계속 아파왔다. 살짝 움직여도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그 오래된 목소리는 너무 무서웠어."

진남의 얼굴이 약간 창백했다. 어제 그 목소리는 마치 그의 영혼에 스며든 것 같았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중요한 일은 전신의 혼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는 거다."

진남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정원으로 향했다. 가부좌한 그는 약간 불안한 표정이었다.

전신의 혼은 내력이 신비했다. 진남은 그 무혼이 대체 어떤 등급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심호흡한 후 진남은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 그의 심신은 천천히 체내로 가라앉아 무혼과 소통을 시도했다.

진남의 앞에 한 가닥, 한 가닥의 노란빛이 나타나며 반짝이더니 여섯 갈래의 노란빛이 나타났을 때야 멈추었다.

그 노란빛 중에서 희미한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서 허공에 떠 있었다. 마치 절세의 왕이 강림한 것처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위엄을 발산했다.

진남은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전신의 혼이라고?"

곧 진남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전신의 혼은 역시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황급 육품의 전신의 혼.

진남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그 전신의 혼이 뿜는 오래되고 심연 같은 무궁무진한 기운은 앞으로 더 강대해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후…… 전신의 혼이 어떤 능력이 있을지 모르겠네. 이것으로 한 번 수행해봐야겠어."

진남은 마음속의 기쁨을 겨우 누르며 마음을 다스리고 전신의 혼과 하나가 되려고 했다.

그 순간, 놀라운 장면이 나타났다.

사람의 모습을 한 전신의 혼이 갑자기 가부좌하더니, 현묘한 기운을 뿜었다.

사방팔방의 천지 영기가 끊임없이 모여와 진남의 주변을 둘러싸고 옅은 하얀색 안개로 뭉쳐졌다.

"이게……"

진남은 놀랐다. 이 속도라면 그가 황급 일품의 적염도를 가지고 수련하는 것보다 수십 배는 더 강했다.

황급 육품의 무혼은 역시 남달랐다.

진남은 수행에 집중했다. 전신의 혼을 움직이며 망아(忘我)의 상태로 들어가 천지의 영기를 부단히 빨아들였다.

천지의 영기가 진남의 체내로 들어가 순환하며 촤르륵 소리를 냈다. 마치 흐르는 물소리 같았다.

시간이 서서히 흘러 세 시진이 지났을 때 진남은 두 눈을 번쩍 떴다. 체내에서 나는 타닥타닥 소리는 마치 콩을 볶는 소리 같았다.

세 시진을 거친 후, 그의 수행은 쉬체 경지 일 단계를 돌파했다.

"이 전신의 혼만 있으면 강자가 되고 싶은 내 꿈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겠구나."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반짝거리는 두 눈에 단호함과 기대가 가득했다.

창람대륙은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임수성뿐만 아니라 낙하왕국도 창람대륙에선 큰 바다에 던져진 하나의 좁쌀만큼 작은 곳이었다.

진남은 어려서부터 임수성의 제일 천재였다. 그러니 목표도 높았다.

그는 훗날 칼을 메고 술을 들고 대륙을 누비며 은혜는 은혜로 갚고 원수는 원수로 갚으며 대범하게 살고 싶었다.

이때 문밖에서 부름 소리가 들렸다.

"소주, 이번 달 수행 자원을 가져왔습니다."

말이 끝나자 한 시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쟁반을 들고 있었는데, 그 위에 옥으로 된 병이 있었다. 그 병 속에서 짙은 영기가 뿜어졌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내 오늘은 가문에서 수행 자원을 나눠주는 날이라는 것이 기억났다.

진씨 가문은 임수성의 큰 두 개의 대가문 중 하나였다. 무도를 중요시하는 가문이라서 매달 이 날이면 가문에서는 수행 자원을 가문의 제자들에게 나눠줬다.

진남이 병을 받자 시녀가 자리를 떴다. 병을 열어보던 진남은 약간 놀랐다.

옥으로 된 병에는 초록색 투명한 단약이 열 알 들어 있었다. 그 단약이 짙은 영기를 뿜고 있었다.

이 단약은 쉬체 경지를 수련하는 데 사용하는 쉬체단이었다.

쉬체단은 엄청 진귀한 단약이라서 일반 제자들은 한 알밖에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진남에게 열 알이나 주어진 것이다.

"아버지……"

진남은 코끝이 찡했다. 그가 황급 일품의 무혼을 각성한 일이 이미 임수성에서 쫙 퍼졌을 것이다. 그는 이미 천재에서 유명한 폐물로 전락했을 것이다.

도리대로라면 가문의 장로들이 절대 진남 같은 폐물에게 이렇게 많은 단약을 주지 않는다. 아마 진남의 아버지가 강제적으로 보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진남의 아버지 진천(秦天)은 진씨 가문의 가주이다. 그러니 열 개의 쉬체단을 분배한다고 해도 아무도 관여치 못했다.

진천은 진남이 폐물이 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열 개의 쉬체단을 보냈다. 진천이 여전히 진남을 가장 아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 아들이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지금 당장 아버지가 보낸 단약으로 쉬체 경지 이 단계를 돌파하겠습니다."

진남은 쉬체단 한 알을 꿀꺽 삼키더니 가부좌를 하고 앉아 단약을 연화시키려고 했다.

이때, 이상한 장면이 나타났다. 쉬체단이 체내로 들어가더니 진남에게 흡수되기는커녕 진남의 체내에서 현묘한 흡입력이 나타나 쉬체단의 영기를 말끔하게 흡수해버렸다.

진남은 멍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는 두 번째 단약을 꺼내 삼켰다. 이번에도 처음과 똑같이 영기가 흡입력에 의해 말끔히 사라졌다.

"설마…… 전신의 혼?"

진남은 반나절 고민하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 전신의 혼을 방출했다.

진남이 세 번째 단약을 삼키자 역시나 전신의 혼이 현묘한 흡입력을 방출해 쉬체단을 말끔히 흡수했다.

"전신의 혼이 단약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거였어?"

진남은 멍해졌다. 그는 무혼이 단약을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래, 이 영약들을 다 먹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진남은 이를 악물었다. 진남은 남은 쉬체단을 전부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열 알의 쉬체단을 모두 삼키자 진남은 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커다란 사람 형상의 전신의 혼이 갑자기 일곱 번째의 노란색 빛을 발산했다. 그 전신의 혼이 발산하는 위엄이 더 커졌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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