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
33. 인연(2)
일교차가 커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긴 하지만 봄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날이 풀렸다.
요 며칠 일찍 들어가는 김에 하란과 저녁을 먹기로 해서 그녀의 회사로 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출입구 앞에서 정장 차림의 경비원이 물었다.
“우하란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는 고개를 돌려 이어폰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한 후에 말했다.
“대표님께서 지금 내려오신답니다.”
“알겠습니다.”
잠깐 로비에서 서성이고 있자 하란이 내려왔다. 그녀는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있었는데 딱히 주변의 경비원들을 의식하지 않고 반갑게 인사했다.
“오빠! 생각보다 일찍 왔네?”
“누구와의 약속인데. 근데 웬 박스야? 이리 줘.”
“괜찮아 별로 무겁지도 않아.”
“이리 주세요. 넌 괜찮을지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이 욕해요.”
얼른 받아 들었다. 무겁지 않긴, 제법 묵직하다.
“근데 명색이 대푠데 이런 걸 들고 다녀?”
경비원들에게 시키면 되지 않느냐는 물음이었다. 하란은 바로 알아들었다.
“저들은 지키는 일을 하는 거잖아. 만약 이걸 들고 있다가 갑자기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
외국에서 오래 있어서는 아닐 텐데 마인드가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런 점 때문에 더 예뻐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헤벌쭉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물었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했네. 뭐 먹을래? 내가 맛있는 거 쏠게.”
“그러지 말고 집에 가자.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응? 요리도 할 줄 알아?”
“…뭐야, 그 눈빛은?”
“아, 아니. 음식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는 얘길 들었던 것 같아서… 집 음식이 먹고 싶으면 내가 해주려고 그러지.”
“이제 할 줄 알거든! 건물 빈 층에 세를 놨는데 요리 교실이 들어와서 배웠어.”
“매일같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이 무슨 시간이 있어서……? 아! 설마 요리하려고?”
“집에 가봐야 할 일도 없잖아.”
“근데 요 며칠은……!”
요 며칠은 왜 빨리 왔냐고 물으려다가 그녀의 생활 패턴이 자신의 생활 패턴과 유사하다는 걸 떠올렸다.
‘설마, 나 때문에?’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눈을 좁히며 바라보자 시선을 살짝 피하는 하란에 점점 확신이 들었다.
물론 전부터 그녀 역시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세상에 누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집 수영장을 쓰게 하겠으며 매일처럼 아침을 같이 먹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을 못 한 건 조금 더 그녀와 비슷한 위치에 선 후에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자격지심으로 인한 자신만의 착각이었다.
하란은 예전부터 옆에 있었다.
당장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공개된 장소에서의 고백을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걸 상기한 것이다.
“…가, 가자. 근데 각자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이상하니 내 차타고 가자. 내일은 내가 회사까지 태워줄게.”
“…그래.”
그녀 역시 두삼의 묘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약간 어색해했다.
차에 타고 집으로 가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두삼은 더 이상 참으면 병이 되겠다 싶었다.
설령 거절을 당한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을 놓치긴 싫었다. 그래서 차를 한쪽에 세웠다.
“…….”
무슨 일이냐고 물을 법도 한데 그녀는 마치 고백을 기다리는 듯 아무 말도 없었다.
두삼은 호주머니에서 작은 보석함을 꺼냈다.
고백하려고 산 커플링이 든 보석함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며 호주머니 속에 들고만 다녔다.
막상 꺼내놓고 보니 포장지는 이미 사라졌고 보석함 역시 손 떼가 제법 묻어 있었다.
문득 ‘포장이라도 다시 하고 할까?’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다시 호주머니에 넣기엔 늦었다.
“하란아, …좋아해.”
천천히 돌아보는 하란. 그리고 입이 달싹거린다.
불과 몇 초도 안 되는 시간인데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심장의 터질 듯이 두근댄다.
온몸을 빠르게 돌면서 침착하게 만들어주는 기운도 오늘은 소용이 없다.
마침내 하란의 입술이 열렸다.
“나도 오빨 좋아해.”
“……!”
예상을 했지만 직접 듣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머릿속에 ‘샤랄라라~’라는 노래가 들리는 착각마저 들 만큼 기쁘면서도 비현실적이다.
자신 역시 좋아한다고 말한 하란이 눈을 살짝 흘기며 말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말을 할까 싶었는데 용케 했네. 그동안 어장 관리라도 한 거야?”
“무, 무슨 소리야! 아니거든! 그냥… 좀 더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그래서? 이젠 어울린다고 생각한 거야?”
“…응. 저기 위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바로 옆에 있더라고.”
두삼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피~ 저기 위에 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뿐이거든. 그건 그렇고 그건 언제까지 들고 있을 건데?”
“아! …여기.”
보석함을 건네자 하란은 조심스럽게 보석함을 열었다. 깔끔하게 생긴 반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예쁘네. 끼워줘.”
두삼은 작은 반지를 빼서 그녀의 약지에 끼워줬다. 어떻게 환자의 주요 장기에 침을 꽂은 것보다 더 떨리는지 모르겠다.
마주보고 있는 상황이라 혹시 숨소리가 들릴까 숨까지 멈춰야 했다.
“…다 됐다.”
“이건 내가 끼워줄게. 오빠 손 줘봐.”
두삼이 쑥스러운 듯 손을 내밀자 하란이 반지를 끼워줬다. 그녀는 다 끼운 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건 내 선물.”
빠르게 다가오는 입술은 그대로 두삼의 입술에 겹쳐졌다.
고백하려던 시간만큼 기다려 왔던 순간이었기에 두삼은 그녀의 키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얌전한 키스는 아니었다.
한참 입술을 탐한 후에야 떨어졌다. 살짝 어색해지는 분위기에 얼른 말했다.
“…계속 서 있으면 경찰 오겠다. 근데 저녁은 뭐야?”
“…주꾸미볶음.”
“타우린이 풍부해서… 피로 회복에 좋지.”
정력에 좋다는 말을 하려다가 얼른 말을 바꾼 후 운전을 시작했다.
하란의 집까지 제대로 도착한 게 용할 정도로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 * *
“형! 오랜만… 아! 아직 한 달 안 됐나요?”
류현수가 인사를 하다말고 피하려고 했다.
“하하하! 아직도 그 말을 신경 쓰고 있었냐? 그냥 농담으로 한 거야.”
“…그랬어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당직 한 번 대신 서준 걸로 진짜 널 한 달간 안 보려고 했을까. 신경 쓰지 마.”
“형이 괜찮다면 나야 좋죠. 근데 어째 상당히 기분이 업(up)된 상태네요?”
“그러게.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기분이 좋네. 하하!”
“…날씨 잔뜩 흐린데요?”
“자식, 별걸 다 신경 쓰네. 어디 가냐?”
“화장실요.”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왜 본관까지 와?”
“헤헤! 본관에 일이 있어서 왔다가요.”
또 이상한 소문을 캐고 다니는 게 분명했다.
“잘 싸라. 간다.”
“참! 형, 그 자식 얘기 들었어요?”
가려는데 제 버릇 못 버린다고 다시 붙잡는다. 그가 말하는 ‘그 자식’은 병원에 한 명뿐이다.
“침술 회의에서 마취 성공했다는 얘기 들었다.”
“그거 말고요. 요즘 본관 여의사와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요.”
“엥? 그런 소문이 있어?”
“네. 목격자도 꽤 많아요. 근데 그게 누군지 알아요?”
그는 맞장구 쳐줄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알아봤는데 올해 전문의가 된 흉부외과의 민 무슨 선생이었는데. 뭐였더라?”
“민청하?”
“아! 맞아요. 민청하 선생님이요. 형이 근데 어떻게 알아요?”
“안면이 있거든.”
“그럼 민청하 선생이 민규식 원장님의 딸이라는 것도 알고 있겠네요?”
두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대박 아니에요? 애인이 있는 인간이 양다리라니. 분명 배경을 보고 접근한 거겠죠?”
“…일 때문에 만나는 거겠지.”
말을 하면서도 확신은 없었다.
전 여자친구의 애인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아니야. 나랑 무슨 상관이야. 좋은 일만 생각하자.’
굳어진 표정으로 VIP실로 향하던 두삼은 어젯밤 일을 떠올리자 곧 헤벌쭉 웃음이 나왔다.
어젯밤 저녁을 먹고 하란의 집에서 머물다 같이 출근을 하는 길이다.
“어쭈? 늦은 주제에 여유롭네. 게다가 입이 얼굴에 아주 걸리는 걸 보면 좋은 일이 있나 보네?”
VIP실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서문희가 두삼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하체를 봤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래에서 누굴 만나서 조금 늦었습니다. 근데 왜 제 다리를 보세요?”
“다리가 후들거리질 않는 거 보니 평소 운동을 제법 하나 보네?”
“…….”
“풉! 정곡을 찔린 모양이네. 얼굴 표정 관리 좀 해. 누가 봐도 어제 좋은 일이 있었어요, 하는 표정이야. 총각에게 입이 찢어질 만큼 좋은 일이 뭘까? 고백을 했는데 성공했거나, 사랑하는 이와 첫 잠자리를 했거나, 아님 동시에 두 가지를 이루었거나.”
귀신이다. 하여간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는 여자다. 물론 그렇다고 수긍하는 것도 웃기다.
“…아닌데요. 요즘 여유가 생겨서 그런 건데요.”
“훗! 어설프긴. 알았어. 그렇게 믿어줄게. 그나저나 이제 환자를 봐야 하지 않겠어?”
“아! 들어가시죠.”
거식증을 극복한 고연아는 가벼운 운동을 하면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은 건 정신을 차린 후 최대한 얼굴을 바꿔주겠다는 약속만 남은 상태.
약해졌던 근육이 다시 만들어질 때 어느 정도 손을 쓰긴 했지만 서문희를 알게 된 후 성형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균형을 맞춘다고 될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녀에게 도움을 청했다.
‘고 회장이 와 있나?’
고연아가 묵고 있는 병실 앞에 경호원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추측대로 고정운 회장과 원 여사, 고연아가 함께 있었다.
“안녕하세요, 고 회장님.”
“어서 오게. 한 선생 덕분에 요즘은 안녕하다네. 연아에게 듣자하니 성형수술을 할 거라고?”
“수술은 아니고 간단한 시술입니다. 여긴 저희 병원 성형외과의 서문희 선생입니다. 서 선생님, 이분은…….”
“알고 있어. 고려그룹의 고 회장님이시지. 서문희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서 선생. 한 선생과 달리 단번에 알아봐 주니 고맙소.”
“한 선생이 회장님을 몰라봤나 보네요? 한 선생은 의술은 뛰어난데 엉성한 부분이 많죠.”
“허허! 그런 점이 더 믿음이 주긴 하죠. 시술이라면 이곳에 있어도 될까요?”
“한 선생이 몸매까지 봐달라고 해서…….”
“그럼 나가 있어야겠군요. 한 선생은 전에 했던 얘기를 끝내야겠지? 좀 있다가 보세.”
“제법 걸릴 겁니다.”
“과연 그럴까?”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이번엔 얼마나 줄까?’라는 생각이 순간 떠올랐지만 금세 사라졌다. 어차피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고민한다고 달라질까.
일에 집중하자. 고연아에게 말했다.
“연아 씨, 겉옷 벗어볼래요?”
“…한 선생님은 안 나가요?”
“에? 갑자기 무슨…….”
아니 막 말로 볼 것 안 볼 것 이미 다 봤다. 근데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건 뭔가 싶다. 한데 옆에 있던 서문희가 말했다.
“한 선생은 나가 있어. 얼굴 볼 때 부를게.”
“…아, 네.”
밖으로 나왔다. 어디에 앉아 있을까 두리번거리는 비서가 다가와 원 여사가 지내는 병실로 안내했다.
“앉게. 자네도 쫓겨날 거라고 생각하고 비서를 대기시켜 뒀지. 연아는 의사가 자신의 몸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아플 때야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는가.”
“하하… 그래서 좀 이따가 보자고 하셨군요.”
이제야 이해가 됐다. 자리에 앉자 비서가 들어와 커피를 놓고 나갔다.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연아를 살려줘서 고맙네.”
“살려는 의지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그걸 캐치하고 살렸으니 하는 말이네. 예의상하는 말은 그만 두지. 처음 만날 날 말했었지. 살려만 주면 얼마든지 주겠다고.”
“온전히 연아 씨에게 집중했을 때라는 조건을 붙이셨습니다.”
“후후! 한 선생도 어지간하군. 그런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야. 좋네. 그건 감안하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얼마나 받길 원하나?”
중고장터를 이용할 때 가장 싫어하는 말이 ‘선제시’라는 말이다. 장터라면 포기하고 지나가면 그뿐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앞으로는 고치기 전에 미리 정해둬야 할 모양이다.
고민을 하던 두삼은 입을 열었다.
“1억만 주십시오. 혹시 더 주고 싶으시다면 저희 병원에서 운영 중인 무료 치료 기금에 보태주십시오.”
“쯧! 나 사장의 말처럼 욕심이 없군. 아님, 적게 불러 내 자존심을 긁어 더 받겠다는 전략인가? 나라면 대형 병원을 만들고 싶으니 투자를 해달라고 했을 텐데.”
많이 받고 싶은 욕심이 왜 없을까, 또한 그의 말처럼 적게 불러도 그가 고맙다고 한 말이 사실이라면 더 챙겨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1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진심이다.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건 경계할 일이었다.
“개인 의원 정도라면 모를까 그럴 능력은 없습니다. 물론 의원을 만들 생각이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고요. 여러 의사를 둔 의원이라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음을 먹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병원을 만들 생각은 있나 보군?”
“나이가 들면 그러지 않을까 싶어서요.”
“허허! 좋네.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의원을 차릴 정도로 주겠네. 생각하는 병원 크기보다 작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말하게. 자네에 대한 고마움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들어주지.”
“그러지 않으셔도…….”
“여기까지. 연아가 자네에게 주라고 한 금액과 자네가 받고 싶어 한 금액의 중간으로 정했으니 양쪽 다 만족하지 않겠나.”
“…감사합니다.”
한 번 사양했으면 됐다. 더 준다는데 마다할 만큼 청렴하진 않았다.
얘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더 할 얘기가 있는지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자네가 욕심이 많았으면 얘기하기 편했을 텐데.”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밑밥을 깔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자네 우리 연아를 어떻게 생각하나?”
잠깐 무슨 말을 하는지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곧 눈치를 챘다.
환자와 의사, 간호사 사이에 감정이 싹트는 건 그리 드문 경우도 아니다. 결혼까지 가는 경우도 있는데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두삼은 고연아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것보다 겨우 낫게 된 그녀의 거식증이 다시 재발할까 걱정이 됐다.
물론 그렇다고 흐지부지 넘길 문제는 더욱더 아니었기에 확실하게 말했다.
“친한 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전 좋아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역시 그런가?”
“한데 회장님, 연아 씨가 직접 말한 겁니까?”
“아니네. 집사람이 그렇게 느낀 모양이야. 그래서 혹시나 다시 일이 생길까 싶어 묻는 거라네.”
“그럼 모른 척하십시오. 퇴원을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가라앉을 수 있는 감정이 주변에서 설레발을 치면 더 상황이 안 좋을 수 있습니다.”
“가라앉지 않으면?”
“만일 고백을 한다면 그땐 잘 얘기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그냥 지켜보시지요.”
“그러지. 잘 부탁하네. 난 그 애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하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연아는 정말이지 끝까지 방심을 할 수 없는 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