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무르면 다 고칭-68화 (67/122)

# 68

20. 새로운 직원(1)

한 가지 일이 더 추가되면서 당장 해답 없는 고민은 뒤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왜 이렇게 넓게 지어놓은 거야! 안 늦었죠, 전 선생님? 헉헉!”

“늦어도 기다려야지 별수 있나! 그리고 병원이 넓어도 마스크 맨처럼 이과 저과 뛰어다닐 사람은 없어.”

“···그 별명은 제발. 어느 분 해드리면 되죠? 다시 얼른 가봐야 해서. 후우······.”

“바쁘시네, 우리 마스크 맨. 저기 안쪽에 계신 다섯 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으로 들어가 대기 중인 다섯 사람의 팔 혈관에 기를 두른 후 나왔다.

“갈수록 빨라지네.”

“하다 보니 요령이 느네요. 고생하세요, 선생님.”

“나야 혈관만 잡으면 끝인데 고생은. 너나 고생해라.”

사실 투석 환자의 혈관을 잡는 것은 전철희의 일이 아니다.

투석은 신장내과의 일인데 두삼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시간을 내서 하는 일이었다.

어쨌든 다시 뛰어 신경과로 갔다.

아직 두 명이 남아 있었다.

현재 하루에도 몇 번씩 경련이 일어나는 중증 뇌전증 환자들 16명-수술이 어려운 사람들 8명, 신약 개발 실험군에 속한 8명-으로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사흘 동안 16명을 권진영과 민호처럼 치료를 한 후 두 명씩 제외하면서 진행을 살폈다.

오늘로 일주일째. 네 명이 치료에서 제외되고 12명 중 5명을 치료 중이었다.

“오늘까지의 결과만 보더라도 치료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봐야겠어.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야.”

막 오늘의 마지막 환자를 치료하고 정신을 차리자 김영태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항상 끝나자마자 떠났기에 결과에 대해선 짐작만 할 뿐이었다.

“상황이 좋습니까?”

“그렇다네. 1차 샘플-한 번만 치료를 받은 이들-의 발작과 경련이 확실히 줄었네. 이틀에 한 번 꼴이지. 2차 샘플은 오늘까지 3명만 경련이 일어났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줄었어.”

“음, 역시 중심 부분부터 없애는 게 정답이었나?”

“응? 뭐라 했나?”

“···아닙니다.”

생각이 입 밖으로 나갔나 보다.

김영태는 그냥 기운만 쏟는 줄 알지만 두삼은 나름 체계적으로 치료를 하고 있었다.

첫날 병변 부위의 10퍼센트를 없앴다. 그다음부턴 5퍼센트씩 없애고 있었다.

‘다 없애야 하는 줄 알았는데 나무는 뿌리만 없애면 죽듯이 뿌리만 제거하면 병변 부위 전부를 제거할 필요는 없겠어.’

요즘 김영태의 도움으로 뇌전증에 관련된 책과 진료 기록, 영상을 찾아 보고 있었다.

진료 기록에 의하면 뇌전증의 병변 부위를 수술할 땐 이상 뇌파를 발생시키는 부분 전체를 제거하거나 그보다 더 많은 면적을 제거했다.

물론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려면 적어도 몇 년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생했네. 참! 3차 3일째 세 명의 새로운 환자 치료를 부탁해도 되겠나? 조심하라고 했는데도 환자 보호자들끼리 얘기하다가 소문이 난 모양이야.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는데 보호자 마음은 그게 아닌 모양이지.”

“상관없습니다.”

“이해해 줘서 고맙네.”

“별말씀을요. 그럼.”

단골 아주머니 예약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신경과를 나와 혼자 쓰는 탈의실로 향했다.

한데 서두르다 보니 뒤에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저 지나가야 해요!”

“아주머니, 여긴 제한 구역입니다.”

“잠깐이면 돼요. 잠깐이면······.”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을 나오는데 입구 쪽이 시끄럽다. 쳐다보니 경비원이 웬 여자와 실랑이 중이다.

두삼의 탈의실은 민규식의 배려로 제한 구역 내부에 있었다.

입구 역시 들어오는 곳 반대편으로 가면 나왔기에 관심을 끊고 돌아섰다.

“어! 선생님! 선생님!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정말 왜 이러십니까! 나가세요!”

두삼을 보고 외치는 여자는 경호원의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들어오려 했다. 경비원은 결국 그녀를 붙잡았다.

온힘을 다해 들어오려고 하고, 그것을 막으려다 보니 자연 몸싸움은 거칠어졌다.

하지만 여자가 덩치 좋은 경호원을 이기기는 힘들었다.

“선생님! 저희 애도 좀 봐주세요! 제발요! 아악! 이거 놔요! 이거 놓으라고요! 선생님!”

처음엔 자신을 부르는지 몰랐다.

복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없어 그제서야 자신을 부르는 있다는 걸 알았다.

얼른 되돌아갔다.

“절 찾아온 것 같은데 제가 얘기해 보겠습니다. 괜찮으세요?”

복도에 주저앉아 있는 여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 저희 애도 고쳐주세요. 제발요.”

손을 잡고 일어난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손으로 팔을 꽉 잡았다.

부들거리는 팔과 다리,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표정, 방금 전 몸싸움으로 엉망진창인 옷매무새, 거기에 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아주머니의 불안정한 기운.

도저히 두 손을 내칠 자신감이 없었다.

“···어디 안 갈 테니까 차근차근 말해주세요.”

“저희 아이도 하루에 몇 번씩 경련을 하는 중증 뇌전증이에요! 김영태 선생님은 아직까진 뇌를 다칠 정도는 아니니 참으라고 했는데 제가··· 못 참겠어요. 힘겨워하는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못 해주는 제가 밉고, 택배 일을 마치고 밤에 다시 대리운전을 하는 남편에게 미안하고··· 결혼 전에 제가 뭘 잘못해서··· 흐윽! 흑!”

“······.”

그녀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신이 아니라서 모두를 치료할 수 없다는 말로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넌 최선을 다했냐?’

누구보다도 바쁘게 살고 있지만 정작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는 스스로의 물음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같이 가보죠. 김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치료를 해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안쓰럽고 안타깝다고 해도 병원의 절차가 있었다.

또한 많지는 않더라도 치료에 대한 돈을 받고 있으니 기록 역시 확실히 되어야 했다.

다시 가운과 마스크를 하고 김영태에게 갔다.

“부리나케 가더니 왜 다시 왔··· 세희 어머니시군.”

같이 온 세희 어머니를 본 김영태는 상황을 대충 짐작한 모양인지 질문을 바꿨다.

“괜찮겠나?”

“여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허락하신다면 진료를 원하는 분이 있으면 최대한 하겠습니다.”

“반대할 이유가 없지. 다만 너무 무리하진 말게. 전에 했던 얘기를 기억해 주게.”

“알겠습니다.”

“세희 어머니 이리오세요. 한 선생이 진료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진료 과정에 대한 위험성과 책임소제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신혜경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 예약을 취소시켜 달라고 말했다.

-휴우~ 어쩔 수 없지. 알았어, 전화 돌릴게. 근데 널 믿고 예약을 한 손님들인데 자꾸 취소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어?

“그 문제에 대해선 생각해 둔 바가 있으니 가서 얘기해요.”

-알았어. 저녁에 보자.

전화를 끊고 세희라는 아이를 시작으로 진료를 했다.

이미 테스트를 하고 있는 환자들의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보호자들은 앞 다투어 진료를 받길 원했기에 진료는 쉬지 않고 계속됐다.

“헉!”

11번째 환자의 이상 신경세포를 10퍼센트쯤 죽였을 때 갑자기 세포의 세상에서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온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았다.

“으···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파란색의 전기적 기운을 쓴 건 아니다.

한계를 알고 싶었고 그 한계에 이르렀을 뿐이다.

‘물론 이 두통과 허탈감을 원한 건 아니지만.’

결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괜찮나?”

김영태가 걱정스레 물었다.

“네, 선생님. 한계까지 밀어붙인 모양입니다.”

“자칫 자네가 잘못됐을 수도 있는 일을······.”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악양에서 배영옥을 치료할 때 기운을 박박 긁어 쓴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증상이 겪었는데 내 몸을 축내는 수준까진 기가 발산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다.

서서히 일어날 기운이 돌아왔다.

“이후에 준비된 이들에겐 사정을 말해두겠네. 그나저나 이래서 내일 가능하겠나?”

“아마도요. 혹시 이상이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제 정말 가보겠습니다.”

“고생했네.”

어기적거리며 탈의실로 갔다. 다행히 이번엔 따라오는 이는 없었다.

바로 가게로 가지 않았고 미치도록 허기가 져서 식당으로 갔다.

그리곤 육개장과 갈비탕, 진한 초콜릿으로 범벅인 케이크와 달콤한 음료수 등 평소엔 잘 먹지 않는 것까지 닥치는 대로 먹었다.

“후··· 이제 살 것 같다.”

어지럽혀진 테이블을 치우지도 않고 의자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았다.

‘이제 소모한 전기를 어디서 충전할지가 고민이네.’

임독양맥이 통한 다음부터 옛일이 되었지만 그 전엔 몸의 기운을 소모하고 나면 다음 날 30퍼센트 정도만 충전됐다.

그에 부족한 부분은 음식과 약재를 통해 보충했는데 아시다시피 체내의 기운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전기(전기적 신호)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설마 뭐 이번엔 여자와 끝까지 가야 한다거나 그러진 않겠지?’

타인의 몸에 있는 음의 기운을 빌려 음식을 통해 얻은 양의 기운과 섞어, 쓸 수 있는 기운으로 만들었으니 아예 얼토당토않은 생각은 아니었다.

‘응? 근데 몸 상태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니 의외로 몸이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그에 몸의 내부를 관조했다. 서서히 자신의 몸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리고 곧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많은 음식물을 부지런히 소화시키는 위가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고 그 빛이 몸의 구석구석으로 뻗어가 스며들었다.

‘설마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되는 거야? 이거 완전 대박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 것이지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식비가 엄청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힘들어서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요. 근데 누나는 왜 그러고 있어요? 예약 있지 않았어요?”

“네 예약 손님과 같이 오기로 한 손님이야.”

“아! 미안해요.”

“괜찮아. 요즘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이렇게 쉬는 것도 나쁘지 않네. 많이 피곤해 보인다. 저녁 일하려면 좀 쉬어.”

“아뇨. 아까 말했던 것에 대해 얘기 좀 해요. 미령인 일하는 중이에요?”

“응. 단골 중 한 명이 너 없다니까 얼굴마시지 받겠다고 해서 하고 있어.”

“그럼 둘이 차나 마시며 얘기해요.”

“내가 가져올게.”

왕창 끓여둔 차여서 그런지 신혜경은 금방 차를 내왔다.

“흠! ···가게 그만할 생각이야?”

신혜경은 최대한 담담한 척 물었지만 약간 떨리는 목소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예요? 아직 인테리어 비용도 못 건졌는데 그럼 안 되죠.”

“···아니, 네가 너무 바쁘니까 그러지 않을까 해서.”

“미령이가 곧 이사하는데 그만두면 얼굴은 어떻게 보고 지내요.”

“하긴······.”

그제야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 신혜경. 가끔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다.

그녀는 밝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어쩌려고? 밤에만 할 생각이야?”

“가급적 그럴 생각인데 그렇다 해도 몇 시간 못 하잖아요. 혹시 늦어지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남자 마사지사를 한 명 구할까 해요.”

“직원을 늘린다? ···괜찮겠어?”

“현상 유지만 한다면 가능해요. 그리고 네 명이 하면 매출도 늘겠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다고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그건 나중의 문제다.

“또 신입으로? 난 솔직히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는 안 돼.”

“저도 가르칠 시간 없어요. 그래서 누나랑 미령이한테 도움이 될 만큼 실력 있는 이로 구할 생각이에요. 다만 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아는 사람 없어?”

“글쎄요. 3년 정도 했었는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네요. 누나는 혹시 아는 사람 없어요?”

“글쎄다. 나도 딱히··· 아!”

“있어요?”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혹시 나이는?”

“너무 어리거나 오늘내일 하시는 분만 아니면 돼요. 근데 누나랑 미령이 나이도 있으니 맞춰주는 게 좋겠죠. 이왕이면 싹싹하면 좋고요.”

“음, 싹싹한 건 아닌데 실력은 정말 좋아. 아마 너도 인정하게 될걸.”

“그래요? 뭐, 싹싹함 정도를 덮을 실력이라면 인정.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관심이 있는지 아직 모르니까 물어보고 말해줄게.”

“가급적 빨리 부탁드릴게요.”

“알았어.”

신혜경은 다음 날로 소개를 시켜줬다.

***

한강대학병원은 주말에 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부 다 쉬는 건 아니다.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실은 주말임에도 바쁘게 움직인다.

신경과 역시 바쁘게 움직이는 곳 중 하나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내일까지 입원 환자들은 모두 끝내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치료를 계속하고 있었다.

“후우~ 끝났습니다.”

이번 환자는 20대 초반으로 최근 점점 뇌전증 증상이 심해져 입원했는데 막 치료를 하려 할 때 발작이 일어나 좀 더 수월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

치료 횟수가 많아지니 발작이 일어나는 상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신경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고 더 정확했다.

“수고하셨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이든 아주머니는 연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아니긴요. 다른 방의 환자 보호자에게 효과가 좋다는 얘기 들었어요. 우리 아들도 분명 그럴 거예요.”

“감사 인사는 나중에 퇴원할 때 듣겠습니다. 설명은 월요일 날 김영태 선생님께 들으시면 됩니다. 전 간호사님 나가시죠.”

“네, 선생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신세 한탄까지 들어야 했기에 얼른 밖으로 나와 다음 병실로 이동했다.

김영태는 오랜만에 휴일이라고 오전에 잠깐 나와 전 간호사를 소개시켜 준 후 가버렸다.

옆에 있어봐야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혼자 쏙 빠져 버리니 존경심이 조금 사라지는 기분이다.

“···저, 선생님. 이거 좀 드세요.”

복도를 걷고 있는데 젊은 간호사가 빵과 우유를 부끄럽다는 듯 건넨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

오늘 도수 없는 안경을 썼는데 멋있게 보이나 싶다.

“아,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수고하세요!”

종종걸음으로 도망치듯 가는 모습이 꽤 귀엽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서일까 전 간호사가 말했다.

“고마워서 그러는 거예요.”

“에? 저 간호사님이 저한테 고마울 일이 있나요?”

“그동안 밀린 휴가들 다 쓰라고 김영태 과장님께서 그러셨거든요.”

“······?”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과나 간호사들에겐 비슷하지만 특히 신경과는 그동안 간호사들이 가장 꺼리는 곳이었어요. 입원 환자들이 다들 중증이라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계속 지켜봐야 하고, 인원이 다른 과에 비해 많아도 휴가나 휴일을 찾기가 거의 힘들었거든요. 근데 한 선생님이 오신 다음부터 완전히 바뀌었죠. 환자에게 손이 덜 가니 여유가 생긴 거예요. 김 선생님을 포함해서 오늘만 해도 평소의 3분의 1만 당직 중이에요.”

말인즉 발작 증상이 줄어들어 편해졌다는 얘기였다.

“아하~ 오늘 평소에 쓰지 않았던 안경을 써서 얼굴 발이 받나 했더니 아니었군요.”

“풉! 마스크에 안경까지 써서 얼굴도 거의 안 보이는데 잘생긴 걸 어떻게 알아요?”

“이 목선과 턱선이 안보이세요? 그리고 이 또렷한 눈. 이 정도만 보면 짐작할 수 있잖습니까.”

“호호호! 매번 볼 때마다 말이 없으셔서 조용한 분인 줄 알았는데 재미있으시네요.”

“김 선생님 앞에서 농담할 순 없죠.”

“어머! 제 앞에선 괜찮으시고요?”

전 간호사는 40대 중반으로 수간호사였다.

“제 주변에 전 간호사님과 비슷한 또래의 누나들이 두 명이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편하네요.”

“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나면 그런 소리 못 하실 걸요?”

알게 된 지 몇 시간에 불과하지만 전 간호사가 무서운 사람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다.

무서운 사람이었다면 그녀가 옆에 있는데 누가 자신에게 먹을 걸 갖다주겠는가.

두삼은 장난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저한텐 살살해 주세요. 빵과 우유를 바치겠습니다.”

“아셨다니 그걸로 만족하죠. 아까 보니 엄청 잘 드시던데 선생님 드세요.”

“넵! 수간호사님.”

“호호호!”

장난도 빵과 우유를 먹을 때까지.

이제나저제나 오길 기다리고 있을 다음 환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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