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질투의 화신
2018.11.27.
“예? ……예원 씨가요?”
예원의 한 마디에, 조용해져 있던 좌중은 급격히 술렁였다.
그녀가 이 상황에 갑자기 참견을 하려 들 줄은 감히 누구도 예상을 못한 터였다.
지난번 촬영 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만큼 잠자코 있다 가더니.
오늘은 어쩐 일로 저런 말을?
‘무슨 생각이지?’
물론 놀란 것은, 혜인의 연기에 보조를 맞추느라 머신 앞에 서 있던 민혁도 마찬가지였다.
조혜인의 같잖은 술수쯤이야 진작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그에게 시도해보려다 안 되니, 아내인 예원에게로 방향을 틀어 그와의 접점을 만들어보려던 수작이었을 터.
하지만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조혜인을 알아서 무시하는 것 같았던 그녀이기에, 따로 주의를 줄 필요성까진 느끼지 못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영리하게 빠져나가곤 했던 그 덫에, 외려 스스로 걸려들려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게도.
“뭐, 그래주시면 우리야 감사하지만……. 이거 구경하러 오셨는데 괜히 일시키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괜찮겠습니까?”
당황한 장 감독이 주저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었지만, 예원은 봄꽃처럼 화사하게 웃으며 대꾸할 따름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뭐. 금방 끝날 거예요. 괜찮아요.”
“…….”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되죠, 혜인 씨?”
자고로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했다.
저렇게 생글거리며 도와주겠다는데, 저기다 대고 어찌 거절의 말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아, 네. 뭐…….”
혜인은 떨떠름함을 숨긴 채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누구보다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사람은 단연 혜인이었다.
비록 스승이니 뭐니 하며 제가 먼저 시작한 일이긴 했지만, 정말로 홍예원에게서 뭘 배우고픈 생각은 당연히 없었기에.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째 먼저 찾아온 게 좀 의외다 싶었더니.
저 계집애가 갑자기 왜 저래?
“그러면 뭐…… 잠시만 좀 부탁할게요. 혜인 씨, 가서 예원 씨랑 한 번 해봐. 아무래도 경력자시니까 잘 가르쳐주실 거야.”
무엇보다도, 연기가 어설프다는 이유로 ‘코치’를 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그녀의 자존심을 아프게 짓누르고 있었다.
하고 많은 날 중에 하필이면 오늘 핀잔을 받을 게 뭐냐고.
꼭 저 계집애 보는 앞에서!
“……네에.”
아, 짜증나 정말.
마지못한 표정이 된 혜인은 예원과 함께 머신 앞으로 다시금 향했다.
“어, 일단은 상황 먼저 알아야 될 것 같은데. 이게 지금 어떤 상황이에요?”
“상황이요……?”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닥치고 열심히 배우는 수밖엔.
잠시 머뭇거리던 혜인은 오늘 촬영할 신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했다.
“아……. 그러니까 혜인 씨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고, 그러고 나서 민혁 씨가 탬핑(커피를 추출하기 전 포터필터에 담긴 원두 가루를 평평하게 다져주는 작업)을 하면, 혜인 씨는 옆에서 그걸 받쳐준다는 거죠? 약간 <사랑과 영혼> 같은 거네요.”
“……네, 비슷해요. 일종의 패러디 식이라.”
“그렇구나……. 으음, 알겠어요.”
“…….”
“그럼, 다시 한 번 해 보시겠어요? 이번엔 제가 자세히 봐드릴게요.”
아무리 생각해도 괜한 꼬투리를 잡힌 것 같다.
네, 하고 웃어 보인 혜인은 곧 예원에겐 보이지 않게 입술을 삐죽거렸다.
‘쳇, 이까짓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실제로 다른 선생에게서 커피 뽑는 법을 배워본 적도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무척이나 간단한 거였다.
시청자들이 진짜 커피 맛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독의 말마따나 대충 ‘태’만 나면 되는 건데.
흥. 혜인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는, 이전에 배운 대로 포터필터에 원두가루를 수북이 담아 탬핑했다.
“어? 잠시만요, 혜인 씨.”
“네?”
한데 그때였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득달같은 태클이 곧바로 들어왔다.
“팔에…… 힘이 너무 들어가신 것 같아요. 원래 탬핑은 팔이나 손의 힘이 아니라 체중을 실어서 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너무 세게 힘주지 마시고, 커피가루의 수평을 맞춘단 생각으로 지그시 누르세요.”
“지그시……요?”
“네. 포터필터 손잡이 쪽을 조금 더 위로 드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럼 적은 힘으로도 좀 더 수월하게 누를 수 있거든요.”
단숨에 ‘커피 선생’으로 변신한 홍예원은 어느새 그 어느 때보다도 엄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지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자세가 너무 구부정해요. 팔을 조금 더 드시고 몸을 곧게 펴세요.”
“탬퍼로 포터필터를 치는 건 별로 안 좋은 습관이에요. 괜히 치지 마세요.”
“누르면서 돌리시면 안 돼요. 돌리는 건 수평이 맞춰졌나 확인할 때만 하시고, 탬핑할 땐 그냥 꾹 누르기만 하세요.”
제대로 봐주겠다고 한 게 허투루 한 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던 대로 대충 하면 될 줄 알았건만, 거듭되는 지적에 혜인은 일순 경황이 없어졌다.
“아, 네…….”
아니, 드라마 장면 하나 찍는데 뭘 이리 디테일하게 가르쳐?
거의 막내로 들어온 알바를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수준.
기초적인 탬핑만 몇 번을 다시 시키는 건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호의로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눈치 빠른 그녀답게 갈수록 의심이 슬슬 돋아났다.
설마 얘,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건가?
나 엿 먹이려고?
“흐음. 아니면, 제가 한 번 해볼게요. 잘 보시고 그대로 따라해 보세요.”
급기야 한 술 더 떠 본인이 시범을 해 보이기까지 하고.
옆으로 밀려난 혜인은 마뜩잖은 눈길로 그 모양을 훑어보았다.
좀 더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을 뺀다면, 딱히 제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동작이었다.
‘별 것도 아닌 것 갖고 유난은…….’
안 그래도 촬영 바쁜데 뭘 이렇게까지. 하여튼 눈치도 없어.
그리 생각한 혜인이 멀리 떨어져 있는 장 감독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그런데,
‘오, 그래. 저거지. 역시, 프로가 다르긴 다르네.’
정작 장 감독은 그런 예원을 달갑지 않게 여기기는커녕, 마냥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전 저를 바라보던 눈빛과는 확연하게 다른, 감탄하는 듯한 눈빛.
젠장. 또 한 번 빈정이 확 상했다.
“자, 잘 보셨죠? 쓸데없는 동작은 최대한 줄이셔야지 프로 같아 보여요. 그래도 크게 문제되는 점은 없으시니까, 이대로 조금만 더 연습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네, 감사해요.”
감사하긴 개뿔. 너만 없었으면 이딴 짓은 할 필요도 없었다고.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시키며, 혜인은 겨우 억지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 그리고…… 제가 이런 얘길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네? 뭘요?”
“……혜인 씨, 손톱 말인데요.”
혜인의 손을 향해 눈을 내리깐 예원이 조심스러운 듯 읊조렸다.
“물론 지금 하신 네일이 별로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긴 한데, 바리스타들은 대부분 최대 투명 매니큐어 정도만 바르거든요. 길이도 웬만하면 짧게 다듬고요. 워낙 위생 부분에 있어 철저한 직업이라서요.”
“…….”
“안 그래도 요즘 드라마에서 의사도 네일아트 한다고 말이 많던데……. 현실적인 부분이니까 좀 신경 쓰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클로즈업하면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부분이잖아요.”
이전까지가 자세에 대한 지적이었다면, 이번엔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대하는 프로 의식에 대한 지적.
예리하고 똑 부러지는 그 말에, 혜인은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실은 혜인도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다만…… 네일을 포기할 수가 없었을 뿐이지.
인형처럼 예쁜 외모의 소유자인 혜인에게 단 하나의 콤플렉스가 있다면, 그것은 비교적 뭉뚝하고 짧은 손과 손톱이었다.
때문에 촬영이 없는 평소엔 무조건 화려한 파츠와 색색깔의 폴리쉬로 손톱을 치장하고 다녔다.
그래도 최근엔 배역을 감안해 그나마 얌전하고 단정한 스타일로 한 것이었는데, 이마저도 현역 바리스타의 눈에는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지만, 혹시 또 촬영이 있으시면 꼭 신경 써 주세요. 괜히 이런 걸로 싫은 소리 들으시면 좀 그렇잖아요.”
내심으론 ‘이 정도가 뭐 어때서’ 싶었지만, 위생과 청결을 걸고넘어지니 달리 대꾸할 말이 없었다.
“……네. 조언 감사해요. 그렇잖아도 저도 생각 중이었어요.”
꼼짝없이 궁지에 몰린 혜인은 대충 웃으며 얼버무렸다.
“크흠…….”
그 순간, 그녀는 멀리서 장 감독의 눈길이 따갑게 와 닿는 것을 느꼈다.
거기에 담겨 있는 뜻은 명백했다.
‘쟨 대체 그동안 뭘 한 거야. 배웠다면서 왜 저렇게 아무것도 몰라?’
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탐탁지 않은 표정.
절로 볼이 화끈거렸다.
비록 연기력은 조금 모자랄지언정, 명실상부 톱 여배우로서 어디에서든 무시나 괄시를 받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수년간 지켜왔던 배우로서의 자존심이 그만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고작, 이딴 계집애 하나 때문에.
“이 정도면 혜인 씨는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이제 민혁 씨가 이리로 와 봐요. 자세 좀 잡아봐야 할 것 같으니까.”
“……어, 어.”
“그럼, 이번에도 혜인 씨는 옆에서 잘 보고 계세요.”
그런 그녀를 아는지 모르는지, 말을 마친 예원은 혜인의 자리에 다가서는 민혁에게로 보란 듯이 딱 붙었다.
“저번에 내가 다 가르쳐줬죠? 한 번 해봐요.”
“……이, 이렇게?”
“아니, 그게 아니고 이렇게……. 아이 참, 봐 봐요.”
이윽고 예원의 거침없는 손이 민혁의 두툼한 손 위로 얹혔다.
……어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 모습에, 무심코 보고 있던 혜인의 눈초리에선 금세 불꽃이 튀었다.
“이렇게 수평을 맞춰서 꾹 누르는 거라니까요. 민혁 씬 자꾸 아무렇게나 누르잖아요.”
“아냐, 나도 맞춰서 누르는데.”
“에게. 근데도 이쪽이 이렇게 움푹 들어가요? 하여튼, 안 그렇게 생겨서 쓸데없이 힘만 세다니까…….”
“뭐?”
티격태격 다투는 모양이 살벌하다기보단 알콩달콩한 쪽에 가까워 보인다.
서로에게 빠져 좋아 죽는, 영락없는 신혼부부의 모습.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모습이 혜인의 머릿속에는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들어와 박혔다.
“…….”
그렇게 그들을 얼마쯤 지켜보았을까.
혜인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당했구나.’
내가 저 맹랑한 계집애한테 당했어.
저를 바라보며 언뜻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도 같은 그 얼굴에, 혜인의 확신은 더더욱 굳어졌다.
지난번 일은 생각보다 유야무야 넘어갔었기에 살짝 방심하고 있었던 게 실수였다.
내가 고작 이딴 걸로 앙갚음을 당할 줄이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지난번의 그 일을 통해 홍예원이 뭔가 저에 대한 낌새를 챈 것만은 확실했다.
‘……하, 참.’
저래 봬도 아주 덜떨어진 계집애는 아니었네.
어이없는 패배감이 온몸을 관통했다.
저를 상대로 이런 유치하고도 깜찍한 일을 벌인 여자가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저, 이만하면 충분히 맞춰 본 것 같은데. 이제 두 분이서 한 번 해보세요. 전, 저~기 가서 구경하고 있을게요.”
“…….”
“혜인 씨도, 이번엔 꼭 한 큐에 성공하세요!”
파이팅!
마치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손을 들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까지.
그렇게 모든 임무를 마친 예원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혜인의 옆을 유유히 스쳐지나갔다.
순진해 보이는 얼굴에 가린, 의기양양한 승자의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것을 확인한 혜인은 문득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이런 더럽고 모욕적인 기분은, 정말로 오래간만이었다.
그에게서 버림을 받았던 그날 이후로.
* * *
그로부터 한 시간 쯤 뒤, 촬영 중간 휴식 시간.
“우와, 이 안이 이렇게 생겼구나……. 연예인들 밴 밴 거리는 거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긴 처음이네요.”
처음으로 민혁의 밴에 입성한 예원은 엄청나게 큼지막하고 쾌적한 내부를 보며 감탄했다.
저러고 있을 땐 정말, 스물여덟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아이 같은 여자인데.
‘하여튼 귀엽기는.’
그런 그녀를 예의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던 민혁이 대뜸 물었다.
“이제 솔직히 말해봐. 오늘 진짜 왜 온 거야?”
“네?”
무심코 반문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약간 움츠리더니 대답했다.
“……뭘요.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잖아요.”
“아니, 그거 말고. 뭐가 또 있는 것 같은데.”
“……뭐가요.”
“계속 모른 척할 생각이야?”
픽 웃으며 넌지시 묻는 모양이, 딱 봐도 제 마음을 간파한 것이 분명했다.
뻔히 다 알면서 굳이 왜 묻는대.
예원은 금방 샐쭉해졌다.
“솔직하게 말하면, 뭐가 달라져요?”
“글쎄. 다른 건 몰라도, 내 마음은 좀 달라지겠지.”
“어떻게요?”
그의 큼지막한 손이 예원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놓았다.
“내가 살다 살다 홍예원이 질투하는 걸 다 보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네. 뭐, 이렇게?”
능글맞으면서도 귀여운 그 말에, 예원의 입가엔 금세 배시시 미소가 걸렸다.
“……쳇.”
질투. 질투라.
그러고 보면, 예원이 그에게 이런 유치한 마음을 내보이는 건 정말로 처음이었다.
물론 그 도세연인가 뭔가 하는 여자 때문에 충고해주었던 일을 제외한다면.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는 설령 질투가 나도 그걸 차마 표출할 수가 없었던 그녀였다.
‘안’ 한 게 아니라…… 미처 ‘못’ 했던 거지.
“어쨌든 그래서, 내 생각이 틀렸어?”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이 마음을 바보처럼 숨길 필요가 없다.
그 사실만으로도 예원은 진정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다.
“아뇨, 맞아요. 나 오늘부터, 완전 질투할 거거든요.”
“……뭐?”
그냥 질투도 아니고 완전 질투란다.
게다가 저걸 왜 저리 귀엽게 얘기하는지.
“어떻게 질투할 건데?”
나름 굳게 앙다문 입술을 보며, 민혁은 그녀가 마냥 귀엽다는 듯 픽 웃었다.
“우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요. 무조건 솔직하게 얘기해야 돼요. 알았죠?”
“알았어. 얘기해.”
“……민혁 씨요.”
“응, 나 뭐.”
“옛날에…….”
“……옛날에?”
이상하게 뜸을 들이는 것이 그녀답지 않았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지영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맴맴 돌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민혁 씨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
그래, 이제 물어봐도 되는 거잖아.
엄연히 난 이 사람 아낸데. 거리낄 게 뭐 있다고.
“…….”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던 예원은 마침내, 지금껏 속으로만 삼켰던 질문을 던지고야 말았다.
“……옛날에, 조혜인 씨랑 사귀었던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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