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36.5도의 따뜻함
2018.11.20.
“어…….”
그 숨 막히는 침묵에 먼저 균열을 낸 것은, 다름 아닌 예원 쪽이었다.
아까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어색함과 부끄러움이 삽시간에 파도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까딱하다간 이러다 잠겨 죽겠다 싶을 정도로.
‘……에이씨.’
타이밍 한 번 예술이구만. 운도 하여튼 지지리 없어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는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협탁 쪽을 가리켰다.
“저, 전화 받으셔야죠. 계속 울리는데.”
“…….”
아니나 다를까, 그의 미간엔 예원의 것을 뛰어넘는 깊은 주름이 잔뜩 져 있었다.
엔간하면 무시하고 다시 그녀에게 집중했을 텐데, 이미 산통이 와장창 깨져버린 상황이라 뭘 이어서 하기도 우스울 지경.
젠장.
하는 수 없이 그는 어슬렁 어슬렁 침대에서 나와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온 걸로 보아, 어쩌면 정말로 중요한 전화일 가능성도 있었다.
“……어?”
한데, 저장명을 확인한 그의 얼굴은 더더욱 싸해졌다.
뭐지? 누구기에 저런 표정이람?
있는 대로 찌푸린 인상에, 못마땅하게 악문 이까지.
그 심상치 않은 기세에, 예원도 자연히 그쪽으로 눈길을 둘 수밖에 없었다.
“아이, 나…… 이 자식이 진짜…….”
잠시 뒤, 신경질적으로 통화 버튼을 누른 민혁은 휴대폰에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아 깜짝이야! 왜 받자마자 소리를 질러요, 형!]
기본 볼륨이 크게 설정돼 있는 수화기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엇, 저 목소리는……?’
아주 당연하게도, 예원은 그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야 이 자식아. 이 밤중에 왜 갑자기 전화야? 넌 기본적인 전화예절도 모르냐?”
이 시간에 용건이 있으면 톡이나 문자로 남겨둘 것이지, 왜 다짜고짜 전화부터 해선!
평소였다면 이 시각에 온 전화라도 아주 상냥하게 받았을 그였지만, 방금 전 일의 영향으로 화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죠! 어떻게 됐어요? 우리 누나한테 잘 말했어요?]
물론, 그 얄궂은 통화의 주인공은 바로 홍지원이었다.
일이 잘 해결되면 모두가 제 덕인 거라고 한껏 뻐겨대더니, 결과가 그리도 궁금했는지 연락을 기다리다 못해 먼저 건 모양이었다.
후, 이 자식만 아니었더라면……!
“그래, 말했어! 내일 말해준다니까 그새를 못 참고……. 넌 사내자식이 돼 가지고 왜 그렇게 성격이 급하냐? 어?”
[아, 왜 나한테 짜증이에요? 말했으면 된 거지. 왜요, 뭐가 잘 안 됐어요?]
“그래! 잘 안 됐어. 너 때문에!”
[……네? 그럴 리가 없는데?]
설마 지영이 거짓 정보를 전달해줬을 리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리벙벙해져 있는 수화기 너머의 지원을 향해, 한껏 열이 받은 민혁은 씩씩거리며 뇌까렸다.
“너! 네 기타는 내가 평생 책임진다는 말 취소다. 네가 네 돈으로 알아서 사!”
엥. 기껏 도와줬더니 이게 웬 마른하늘의 날벼락?
지원은 다급하게 받아쳤다.
[예? 아, 형!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잖…….]
뚝.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히 종료 버튼을 누른 그는 협탁 위에 폰을 내던진 채 이마를 짚었다.
어쩌다 보니 애먼 곳에 화풀이한 격이 되어버렸지만 할 수 없었다.
이미 깨져버린 무드는 다시 돌이키려야 돌이킬 수 없으니.
그 책임을 이렇게라도 물리는 수밖에.
“…….”
한편, 그 모양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예원은 똑같이 열이 받는 와중에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고 있었다.
서른두 살이나 먹은 완벽한 어른 남자가, 고작 그거 방해 좀 받았다고 고3짜리랑 저렇게 유치한 아웅다웅을 하고 있다니.
저럴 때 보면 나보다 몇 살은 어린 애 같은데.
참, 뭐가 진짜인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왜 웃어요?”
그때, 의문스런 표정을 한 그에게서 습관처럼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예원은 얼른 표정을 갈무리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딴 생각이 좀 나서…….”
그런데 왠지 모르게 멍청해 보이는 저 표정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그를 한껏 골려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올라오는 웃음기를 꾹 누른 예원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통화, 우리 지원이에요?”
“……네.”
이 자식은 평소엔 눈치 있는 척은 다 하더니, 이렇게 결정적일 때 하필.
그는 여전히 인상을 쓴 채로 대답했다.
그런데 그때, 여자에게서 불쑥 물음이 들려왔다.
“……근데, 민혁 씨 내 동생한테 왜 그렇게 화내요? 걔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네?”
그는 그제야 예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렴풋이 웃고 있는 것 같던 여자는 웬일인지 어느새 차갑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쥐면 꺼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나랑 이모가 지금껏 얼마나 애지중지 키운 앤데. 아무리 걔가 아직 어린애라지만,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에요?”
“……예?”
“그렇잖아요. 처남이 밤중에 전화 좀 할 수도 있지. 뭐 그런 거 가지고 애를 그렇게 혼을 내요? 또 기타 그깟 게 뭐라고, 안 사준다고 협박이나 하고!”
생각보다 과하게 진지한, 뜻밖의 역공.
허를 찔린 그의 얼굴엔 금세 당황스런 빛이 떠올랐다.
“아, 아니, 난 저…… 그게 아니라…….”
“됐어요.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다 대고 절도 한다던데, 하나뿐인 처남한테 그렇게 대하는 거 보면 아무래도 내가 부족한가 보죠. 소중하지 않거나.”
“…….”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요.”
차갑게 톡 쏘아붙인 그녀는 마지막으로 손까지 휙 내젓고 난 뒤에야 자리에 누웠다.
민혁은 순간 알쏭달쏭해졌다.
‘뭐지? ……화난 건가?’
내가 그렇게 심하게 화를 냈나.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건데…….
그는 그 자리 그대로 멍해진 채 생각에 잠겼다.
하긴, 동생에 대한 사랑이 워낙 극진한 여자다. 동생 하나 제대로 키우고 싶단 욕심 때문에 저와의 계약결혼까지 감행했던 그녀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남동생에게 매형으로서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화만 흠씬 냈으니, 그녀가 화가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아니, 이 여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겨우 이런 일로…….’
억울했다. 맹세코 지원에게 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는 정말 진정한 갑(홍예원)과 을(현민혁)의 관계로 거듭나버린 것을.
언제 화를 냈었냐는 듯 한순간 태세가 바뀐 그는 다시 쪼르르 침대로 달려가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아, 또 왜 그래요? 우리 이제야 겨우 화해하고 좀 부부 같아졌는데……. 지원이, 아니, 처남한테는 당연히 다 장난이지. 내가 홧김에 그런 거 다 알잖아요.”
쳇. 그를 보며 콧방귀를 뀐 그녀가 팩 모로 눕자, 민혁은 더욱더 조급해졌다.
“아니, 예원 씨. 내가 우리 처남 아끼는 거, 이 세상에서 홍예원 씨가 제일 잘 알잖아요? 내가 진짜로 걜 업신여겼으면, 오디션이고 뭐고 그런 거 다 도와줬겠습니까? 하거나 말거나 상관도 없었겠지.”
딴에는 열심히 항변했건만, 돌아누운 여자에게선 외려 가느다란 흐느낌이 들려올 뿐이었다.
순간, 그의 심장은 어김없이 덜컹였다.
“……홍예원 씨. 설마, 울어요?”
요즘 한창 그녀의 눈물 수도꼭지가 훤하게 개통상태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작 이런 일로 또 울리게 될 줄은 몰랐다.
웃게 하진 못할지언정 울릴 일도 없지 않을까 하던 생각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
그는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홍예원 씨. 홍예원 씨?”
“…….”
“아 뭐 그런 걸 가지고 웁니까. 그냥 홧김에 장난처럼 그런 건데…….”
……아. 이건 영 방법이 틀렸나.
잠시 생각하던 그는 얼른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니, 내가 다 잘못했어요. 그까짓 기타쯤이야 뭐 백 개고 천 개고 사줄 수 있는데……. 내가 그게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방금은 그 자식이 우릴 방해하는 바람에 잠깐 화나서…….”
“…….”
“오케이, 알았어. 이제부터는, 내가 진짜 홍지원을 홍예원의 분신쯤으로 생각할게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바로 그때, 돌아가 있던 예원의 어깨가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녀의 얼굴엔 다행히 눈물자국이 번져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푸하하하하!”
예원에게서 돌연 시원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방금 전의 흐느낌이 백오십 퍼센트 정도로 증폭된 듯한 웃음소리.
민혁은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설마, 지금 나한테 장난친 겁니까?”
설마가 설마일 리가 없었다.
울음이 아닌 ‘웃음’으로 인한 눈물을 눈꼬리에 매단 그녀는 그를 향해 실실 웃으며 대꾸했다.
“응. 장난친 건데?”
장난으로도 모자라 이젠 반말까지.
……하.
그에게서도 저절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뭐 이런 경우가…….
“……이제 보니까 당신은 바리스타가 아니라 배우를 해야 됐네. 연기력이 아주 오스카 감이구만.”
“쳇, 그걸 이제 알았어요? 저번에 민혁 씨 부모님 댁에서도 다 보여줬잖아요. 내가 이런 쪽으로는 또 한 수 하거든요.”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면서도, 그의 눈엔 그런 여자가 마냥 귀여워 보이기만 했다.
“하하, 참.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정말.
이제야 한동안의 눈물바람을 완전히 걷어낸 듯한 예원은 그 전의 그녀처럼 해맑게 미소 지었다.
“얼른 불이나 끄고 와요. 괜히 또 음란마귀 소환하지 말고 이리 와서 자. 내가 안아줄게요.”
끄라는 불은 안 끄고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는 그를 향해, 예원은 입술을 내밀며 물었다.
“왜 그렇게 봐요?”
“……내가 안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날 안아준다고?”
“네.”
예원의 고개가 당연하다는 듯 끄덕여졌다.
“춥다면서요? 원래 사람한텐 인간 난로가 최고거든요. 36.5도,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맞춤이랄까. 이참에, 내가 현민혁 씨 전용 난로 하죠 뭐.”
“…….”
“뭐, 달리 이의라도 있어요?”
새침한 질문에, 짐짓 미소를 띄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습니다.”
이윽고 불이 꺼졌다.
마침내 그녀와 한 침대에 누운 그는 굵직한 팔을 그녀에게 튜브처럼 두른 채 유순하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런 그보다 살짝 위에 누운 예원은 아직 약간의 촉촉한 기가 남아있는 그의 머리를 두 팔로 감싸 안은 채, 잘생긴 이마에 살짝 입 맞추었다.
“잘 자요.”
“……당신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금세 단잠에 빠져들었다.
미동도 없이 잠든 예원과 달리, 민혁은 꿈을 꾸는 듯 이따금씩 아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어슴푸레한 달빛이 켜켜이 내려앉은 밤.
평소 가녀리다고만 생각했던 그녀의 품이, 오늘만큼은 저 멀리 있는 태평양만큼이나 넓디넓게 느껴지고 있었다.
정말 믿을 수 없게도.
* * *
다음날.
“뭐? 지원이가?”
예원의 집에 놀러 온 지영은 어제 있었던 일들을 듣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새 그걸 쪼르륵 가서 말하냐, 걘……!”
“뭐 그래도, 걔 덕분에 잘 해결됐으니까 됐지 뭐.”
정말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일의 공은 대부분 제 동생 지원에게 있다는 걸 예원조차도 부정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젠 계약결혼이 진짜 결혼이 됐으니, 굳이 그런 걸 비밀로 감춰둘 필요도 없고.
어쨌든 이럴 때, 그녀는 남동생 하나 잘 키운 보람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곤 했다.
“아무튼 뭐…… 진짜 다행이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민혁 씨 게이 아닐 수도 있다고. 그렇게 혼자서 삽질을 해대더니만…… 으유. 괜히 바보짓만 했네.”
“……그러게.”
피식 웃은 예원이 순순히 인정했다.
인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오해의 소지를 준 건 맞지만, 저 또한 지레 두려워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오해했던 것도 맞기에.
그렇지만 한편으론 조금 억울한 면도 있었다.
온갖 정황들이 그를 게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럼 제가 어떡했어야 한단 말인가.
전민혁과의 일만 없었더라도 이렇게까지 오래 끌진 않았을 텐데.
예원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전민혁을 새삼 저주했다.
하여간에 모든 원흉은 언제나 그놈이었다.
“어쨌든, 민혁 씨도 진짜 억울했겠다. 그게 다 루머였다니……. 그럼, 그래서 너랑 결혼하기로 한 거래? 루머 좀 없애보려고?”
“응. 그것도 그렇고, 수진 어머님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하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었대. 그래서 결혼생활도 딱 1년만 유지하려고 한 거고.”
“아……. 에휴. 그 사연 참, 기구하다 기구해.”
“…….”
“하긴, 그래도 인연이 이렇게 되려니까 된 거였겠지. 너 만나려고. 안 그래?”
“뭐, 그럴지도 모르지.”
지영의 말을 듣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전민혁과 있었던 일도 언젠가는 그저 그런 일처럼 아무렇지 않게 기억할 수 있겠지.
우여곡절 끝에 현민혁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해준, 어린 날의 더럽고 날카로웠던 추억쯤으로.
“그나저나, 그럼 이제 지금이 진짜 신혼인 거네. 신혼인데 서방님이 만날 밖에서 촬영만 해서 어쩌냐?”
“그야 일이니까, 할 수 없지. 그래도 반 사전제작이라 촬영 얼마 안 남았대. 카페 신도 오늘 찍으면 거의 끝난다 그러고.”
“아, 그래?”
대접용으로 내놓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는 지영을 보며, 순간 예원은 잊고 있던 것 하나를 떠올렸다.
“아 근데…… 나 아직 좀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는데.”
“어? 뭔데?”
집안인지라 누구 하나 보는 사람도 없건만, 예원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조혜인……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좀, 찜찜해서.”
“응? 뭐가 찜찜해?”
잠시 머뭇거리던 예원은 지금껏 지영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천천히 꺼내놓았다.
커피 스승을 해달라며 제안했던 것부터, 촬영현장에서 모카잔을 깨뜨렸던 이야기까지.
“좀…… 이상하긴 하다. 어쩐지, 저번에 널 뜬금없이 왜 찾아왔나 했는데. 너한테 미리 접근했다는 것도 그렇고.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그치? 좀 그래 보이지?”
“어. 잔은 또 왜 깨뜨려. 일부러 너 엿 먹이려고 한 거 아니고서야 그럴 리가 없잖아.”
역시,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혼자서 곱씹을 땐 스스로 오버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난 지영도 뭔가 석연찮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왠지 모를 확신 같은 것이 들었다.
“민혁 씨가 게이인 줄 알았을 때는 그런 것들이 뭐 큰 의미가 있겠나 싶었는데, 아니란 게 밝혀지고 나니까 아무래도 좀 이상해서. 조혜인 얘기만 나오면 얼굴이 굳는 것도 그렇고…… 예전에 둘이 사귀었단 소문도 있었다며.”
“……그건, 그렇지.”
“…….”
“그래서. 뭐 어쩌려고?”
“……글쎄. 아직 뭘 어쩔 계획은 없는데.”
혼자서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지영은 이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야. 그러지 말고, 민혁 씨한테 가서 직접 물어봐. 조혜인이랑 어떤 관계냐고.”
“직접……?”
“그래. 혼자서 찜찜하게 안고만 있으면 뭐하냐. 네가 지금 얘기한 것들, 민혁 씨는 지금 하나도 모르고 있을 거 아니야.”
“……그렇지.”
내가 말을 안 했으니까. 괜히 쓸데없는 데 신경 쓸까 봐.
“아니면, 네가 가서 직접 삼자대면 해. 그러고 확실히 보여주면 되지.”
“뭘 보여줘?”
“뭐긴 뭐야.”
아방하게 묻는 그녀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지영이 힘을 주어 말했다.
“‘현민혁은 내 남자다!’. 가서 확실하게 보여주라고, 이 맹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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