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예뻐요
2018.07.27.
평소의 그처럼 무뚝뚝하지만, 어딘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말.
잠시 뒤, 뾰로통해있던 예원의 얼굴엔 그제야 해맑은 미소가 걸렸다.
“진짜요? 진짜 예뻐요?”
한숨을 쉰 민혁은 여자를 위해 다시금 되풀이해 주었다.
“……예뻐요.”
여기 온 어떤 여자들보다 훨씬 더.
뒤따라 나오려는 말을 그는 간신히 우겨넣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충분히 예쁘니까, 쫄지 마요. 괜히 주눅 들고 그럴 필요 없어요.”
“……네.”
여자는 한 시름 놓은 듯 환하게 웃었고, 민혁도 그런 그녀를 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
그의 칭찬을 등에 업은 예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찬 모습이 되어있었다.
“그럼, 우리 다시 들어가 볼까요?”
“그래요.”
“아참, 근데요…….”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귓속말이라도 하려는 듯 그의 옆으로 바짝 붙었다.
그는 왠지 모르게 살짝 긴장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네.”
여자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은밀했다.
“여기도 뷔페 주는 거…… 맞죠?”
“……예?”
참나.
그는 일순 긴장이 풀리며, 웃음이 피식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데까지 와서 뷔페 타령이라니.
정말이지 홍예원답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아마 뷔페는 아닐 거고, 스테이크나 뭐 그런 거 위주로 나올 거예요.”
“와, 스테이크요?”
‘스테이크’란 말에 그녀의 얼굴은 일순 형광등을 켠 듯 환해졌다.
“아싸! 완전 많이 먹어야지. 참, 축의금은 사장님 걸로 퉁 쳐도 되죠? 어차피 일행이니까.”
돈도 많은데 팍팍 쏘세요, 팍팍.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는 민혁을 뒤로하고, 용건을 마친 예원은 제가 구두를 신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신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고개는 자동적으로 설레설레 흔들렸다.
‘못 말려, 하여튼.’
저런 꼴로 뷔페를 거덜 내는 것도 꽤 볼만한 구경거리일 것 같기는 한데.
어쨌거나, 민혁도 멀리 앞서간 그녀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 기분 좋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은 채로.
* * *
그들은 기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현민혁과 그 아내의 ‘공식적인’ 첫 나들이.
그림과도 같은 투 샷에 식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신랑신부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와중에 결혼식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된 셈이라, 두 사람은 의식적으로 기자들을 피해 다녔다. 잘못하면 민폐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모이지 않았던 결혼식은 별 탈 없이 마무리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그 덕에, 예원은 마침내 고대하던 식사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와. 어쩜 이렇게 야들야들하냐……. 역시 비싼 게 최고라니까.”
스테이크 한 점을 야무지게 입에 넣은 예원이 곧바로 감탄을 흘렸다.
아무리 코스 요리래도 결혼식 음식이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웬만한 전문점 음식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많이 먹고 가리라.
그녀는 없는 벨트라도 풀어헤치고 싶은 심정으로 전투적인 눈빛을 했다.
“…….”
한편, 옆에 앉은 민혁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감탄과 함께 연신 포크질을 하면서도, 실제 들어가는 양은 그의 기준에서 새 모이 수준.
한껏 신경 쓴 옷차림 때문인지 각별히 행동을 조심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하기야, 평소완 달라도 너무 다른 복장이니. 그럴 만도 하지.
“……맛있어요?”
“네?”
그녀는 그제야 그의 시선이 줄곧 제게 닿아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아, 네. 맛있어요. 제가 사장, 아니, ‘민혁 씨’ 덕분에 이런 것도 다 먹어보네요.”
아으, 이 놈의 ‘사장’ 소리!
밖에선 특별히 조심해야 하건만, ‘사장님’ 소리가 원체 입에 붙어있어 곤욕이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좀 더 신경 써서 행동해야 하는데.
그러나 눈앞의 남자는 그녀처럼 복잡한 생각까지는 없는 것인지, 천천히 먹으라는 듯 물잔을 밀어줄 뿐이었다.
“맘껏 먹어요, 아무도 안 말리니까. 대신 체하지는 말고.”
“네.”
넙죽 웃은 예원은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잠시 뒤. 포크를 놀리던 그녀의 움직임은 어느 샌가 느려져 있었다.
아주 미세하다 싶을 정도의 변화였으나, 불편한 자리임을 감안해 그녀를 각별히 의식하고 있었던 민혁이 그를 못 알아챌 리 없었다.
“왜요. 뭐 이상해요?”
“……아뇨, 맛있어요.”
“근데 왜 그래요.”
“제가 뭘…….”
“갑자기 미적거리고 있잖아요. 방금 전까지는 쉴 새 없이 먹던 사람이.”
……내가 그렇게 쉴 틈도 없이 먹었나?
민망한 듯 미소 짓던 예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다른 건 아니고. 그냥…… 이모랑 지원이 생각나서요.”
“…….”
“입맛이 저랑 되게 비슷하거든요. 제가 맛있다고 느끼는 건 둘 다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데 데리고 올 기회는 잘 없으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
“…….”
“당연히 안 될 말이긴 한데, 그냥 그랬다고요. 별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러고서 예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포크를 들었다.
이럴 때면 영락없는 소녀 가장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였다.
셋이서 악착같이 살아온 세월이 워낙 길어서일까.
그녀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 같았다.
그 마음씨가 예쁘고 기특하게만 보여서, 민혁은 그녀를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엔 이모님이랑 지원이 데리고 외식 한 번 하죠. 내가 쏠게요.”
“……네?!”
헐!
화들짝 놀란 예원이 포크를 놓고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민혁 씨가 왜…….”
하지만 그는 샐러드를 한 입 먹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쏜다 할 때 그냥 고맙게 받아요. 어차피 조만간 한 턱 낼 생각이었으니까.”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뭐, 말하자면.”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는 남자는 물 마시는 자태조차 고급스러웠다.
“덕분에 CF 하나 찍게 됐거든요. 커피 광고.”
“……정말요?”
“커피 광고에 실제 카페 사장보다 적격인 남자연예인은 절대 없을 거라나. 어쨌든, 굳이 따지자면 다 홍예원 씨 덕분이니까.”
그는 예원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씩 웃었다.
“가고 싶은 곳 알아둬요. 이모님한테도 여쭤보고.”
“……그래도…….”
입술을 오므리며 난색을 표하던 예원은 결국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런 대답을 듣기 위해 한 말은 결코 아니었는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그가 좋은 맘씨로 베풀어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로선 그것이 썩 내키지가 않았다.
자꾸만…… 그에게 신세를 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말도 안 되는 계약과는 별개로.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예원은 아무렇지 않은 척 화제를 돌렸다.
“……근데, 아까 그 분들은 다 어디 가셨어요?”
“누구요?”
“있잖아요. 그, 박해준 씨랑 김주성 씨?”
지나가듯 흘린 단순한 호기심. 그뿐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박해준’이란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남자의 얼굴은 곧장 시베리아 벌판처럼 냉랭해졌다.
“갑자기 그건 왜 묻습니까. 그 형은 왜요.”
예상치 못하게 돌아온 질문. 벙해진 예원의 눈이 느리게 끔뻑였다.
뭐지. 내가 못 물을 걸 물어봤나……?
“아뇨, 그냥. 죄다 모르는 사람들뿐이라서. 혹시 무슨 다른 일이라도 있나 하고…….”
“그러니까 홍예원 씨가 그걸 왜 신경 쓰냐고요.”
“……네?”
다소 공격적인 말투에 그녀는 더럭 말문이 막혔다.
그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게 아니라…… 전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
“난 도통 이해가 안 되는데. 그게 왜 궁금한지.”
그녀의 말을 싹둑 자른 남자는 웬일인지 심각한 얼굴을 했다.
“저번에 물어본 것도 그렇고. 오늘 일도 그렇고. 안 어울리게 웬 관심입니까.”
“…….”
“혹시, 그 형한테 관심 있습니까?”
“……뭐라고요?”
관심? 이걸 관심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
황당해진 예원은 살짝 큰소리를 냈다.
“과, 관심이라뇨? 그런 거 아니거든요! 있던 사람이 없어지면 궁금할 수도 있는 거지!”
이 남자가 갑자기 왜 이래, 새삼스럽게?
짜증이 난 예원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지만,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낮게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바람둥이 같은 타입 좋아하는 거 아니면 신경 꺼요. 그 형은 함부로 관심 가질 타입이 못 되니까. 당신 같은 사람은 더더욱.”
참나. 아무렇게 넘겨짚는 것도 유분수지.
그녀는 누가 듣기라도 할세라 주위를 휙휙 둘러보고는 낮게 씩씩거렸다.
“저기요, 사장님. 아니, 민혁 씨가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인데, 전 진짜 어느 누구의 팬도 아니거든요? 박해준이고 뭐고 아무 관심도 없어요.”
“…….”
“개중에 그나마 좋아하는 건 정재하 씨 정도밖에 없었다고요!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생사람 좀 그만 잡으시죠. 네?”
하. 또, 그 놈의 정재하.
이야기를 듣던 민혁이 인상을 썼다.
“예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그 자식이 대체 왜 좋습니까? 뭐 볼 거 있다고.”
어머. 왜 좋긴?
불쾌한 표정을 짓던 예원은 다시금 스테이크를 썰며 정재하의 멋짐에 대해 역설하기 시작했다.
“볼 게 왜 없어요? 노래 부를 때 완전 멋있잖아요. 얼굴도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고. 키도 크고!”
“그게 큰 겁니까?”
“그 정도면 크죠! 사장님은 쓸 데 없이 너무 큰 거고, 정재하 씨는 딱 적당하게 큰 거고.”
“…….”
“암튼, 팬까진 아니지만 딱 제 스타일이에요. 노래들도 장르 가릴 거 없이 다 좋고요.”
그녀의 찬양 아닌 찬양을 듣고 있던 그는 문득 뜻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네? 뭐라고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어차피 머지않아 알게 될 일. 기껏 짠 야심찬 계획을 벌써부터 스포할 이유는 없었다.
특히 이 여자에게는.
“아무튼, 정재하도 좋아하지 마요. 그 자식 이중인격이에요.”
“헐. 없는 자리라고 친구를 그렇게 깎아내려도 돼요?”
“사실인데 뭘. 못 믿겠으면 같이 지내봐요. 그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니까.”
그는 순간 짜증이 난 듯 중얼거렸다.
“내가 그 자식 때문에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고생이요?”
“그 자식, 몇 년 동안 고질적인 불면증이 있었거든요. 덕분에 사람이 잠을 잘 못 자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됐지.”
“어떻게…… 되는데요?”
피식 웃은 그가 가볍게 말했다.
“해준이 형 못지않은 또라이가 된다고 해야 할까. 한동안은 그랬는데, 이제 인기도 좀 떨어지고 여자도 만나고 하니까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아, 맞다. 일반인 여자친구 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완전 예쁘다던데.”
“뭐, 따지고 보면 일반인도 아니죠.”
“그럼요?”
“사실은…….”
그때였다.
“정도껏 하시지. 당사자 없는 데서 이러기냐?”
장난스럽지만, 어딘가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
무심코 뒤를 돌아본 민혁은 깜짝 놀랐다.
“야, 너…….”
그들의 뒤에서 씩 웃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정재하였다.
곧장 인상을 찡그린 민혁과 달리, 포크를 입에 문 예원의 눈빛은 번쩍 빛났다.
이럴 수가.
그의 실물을 보며 넋을 놓았던 지영의 마음이 비로소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확실히 양반은 못 되는 듯한 그는 이제 막 스케줄을 마치고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TV를 통해 보던 것보다는 살짝 날카로워보이는 인상.
하지만 입가에 머금은 미소에선 나이답지 않은 소년스러움이 물씬 풍겼다.
뭇 소녀 팬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그만의 저력은 바로 저 꽃미소에서 나오는 모양이라고, 예원은 생각했다.
결혼식 때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혹시나 해서 와봤는데 역시나네. 너 요즘도 틈만 나면 내 욕하고 다니냐?”
그러면서 재하는 민혁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갑작스런 등장이 당황스러울 법도 했지만, 민혁은 어느 새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 되어있었다.
“글쎄. 사실 그대로 얘기하는 것도 욕이 되나.”
“뭐?”
이 자식은 하여튼.
그를 흘겨본 재하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예원은 그들을 신기한 눈초리로 좇았다.
절친한 친구 앞이어서일까. 남자의 모습은 어쩐지 평소보다 편안해 보였다.
뭐랄까.
연예인 현민혁이나 사장님 현민혁이 아니라, 보통 인간 현민혁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
조금 이질적인 느낌이기는 해도, 그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맘에 들었다. 정재하를 다시 보게 된 것만큼이나.
“넌 어떻게 나이가 들수록 뻔뻔해지냐. 좋아. 그런 식이면 나도 할 말 많지. 어디 두고 보자고.”
“좋으실 대로. 누가 겁나냐.”
“근데 그건 그렇고…….”
그런데 그때, 호기심 가득한 재하의 시선이 슬쩍 예원에게 닿았다.
일순 긴장해 뻣뻣해진 여자를 모른 척한 민혁은 심상한 말투로 그녀를 소개했다.
“결혼식 때 봤지, 인사해. 홍예원 씨. 뭐, 누군지는 말 안 해도 잘 알 거고.”
“아, 그 말로만 듣던…… ‘보살’로 유명하신 분?”
“보살?”
눈썹을 찡그린 민혁이 되묻자, 재하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일반인이 네 성격을 어떻게 받아주냐. 보살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잖아, 그거.”
“……풉.”
방심하다 웃음이 터질 뻔했다.
예원은 얼른 입술을 앙다물었고, 재하는 아랑곳없이 그녀를 향해 씩씩하게 목례했다.
“안녕하세요, 정재하입니다. 결혼식 때 뵀는데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네요. 제 이름은 알고 계시죠?”
내가 당신 이름을 모를 리가 있나.
곧장 포크를 내려놓은 그녀는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안녕하세요, 홍예원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드디어 또 만났네요.”
그런데, 웬일인지 잠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재하는 문득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와, 진짜 닮았네…….”
“……네?”
하지만 그때, 민혁의 팔꿈치가 재하의 옆구리를 쿡 찔렀고, 재하는 아차한 얼굴로 다시금 말했다.
“아, 아뇨. 아름다우시다고요. 왠지 누굴 닮은 것 같은 게, 꼭 배우 같으시네요. 하하.”
“아…… 감사합니다.”
뭔가 수상한 칭찬이기는 하지만, 배우 같단 말이 기분 나쁠 수는 없었다.
순진한 얼굴로 웃는 예원을 보며 재하와 민혁은 알 수 없는 시선을 교환했다.
“어디 갔나 했더니 다들 여기 모여 있었네. 한참 찾았잖아.”
“어, 재하 형도 왔네?”
그때, 언제 나타난 것인지 모를 해준과 주성이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별 생각 없던 예원은 순간, 제게로 꽂히는 따가운 시선을 감지했다.
아까 전의 반응 탓에 당연히 박해준의 것일 거라 생각한 것도 잠시.
고개를 튼 그녀는 이내 깨달았다. 해준과 주성이 누군가와 함께 왔다는 것을.
그러니까, 그 시선은 뜻밖에도 이름 모를 여자의 것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자.
‘뭐야. 왜 저렇게 쳐다보지……?’
정교하게 화장한 여자의 얼굴은 아름다운만큼이나 무시무시했다.
눈빛마저도 그러했다. 자칫하면 뚫리기라도 할 것 같은 느낌. 눈에 불을 켰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예원은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잘만 돌던 입맛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재하 넌 스케줄 때문에 못 올 것 같다더니 어떻게 된 거야?”
“아, 그게. 생각보다 일찍 끝났어. 실은 내가 좀 일찍 끝내달라고 졸랐지, 뭐. 상범이 결혼식인데 내가 빠질 수가 있나. 축가 못 불러준 건 좀 아쉽긴 한데, 지금이라도 온 게 어디야.”
“걱정마라. 듣는 우리 입장에선 천만다행이었으니까.”
“뭐?”
유치하게 아웅다웅하는 것은 어쩜 저리 옛날과 똑같은지.
해준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민혁과 재하를 보며 예의 비웃음을 날렸다.
“어쨌든 잘 됐네. 안 그래도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뒤풀이 가려고 했는데. 너희들도 갈 거지?”
“뒤풀이?”
“어. 헬른에서 다 같이 보기로 했거든. 치사하게 빠지기 없기다.”
말을 마친 해준의 눈길은 어느 새 다른 한 사람에게로 닿아있었다.
“예원 씨도, 같이 가실 거죠?”
힘없이 포크를 집어 들던 그녀의 손이 별안간 우뚝 멈추었다.
“……네?”
한순간 모든 이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예원은 그저 당황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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