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 안 그만 두겠습니다-188화 (188/192)

아이돌 안 그만두겠습니다 188화

34. BET BET(2)

* * *

“마지막으로 네 번째 대결, 스테리나인과 서브마린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MC가 카메라를 보며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우리는 MC를 가운데에 두고 서브마린 선배님들 세 명과 마주 보고 선 채였다.

개별 인터뷰를 제외하자면 오늘의 마지막 촬영 중 마지막 장면.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마지막 대결은 승패와 관계 없이 스테리나인이 2라운드에 자동 진출하며…….”

MC는 인트로 촬영에서 설명한 그대로의 멘트를 한 번 더 반복했다.

이건 방송 중간부터 TV를 틀게 된 사람들을 배려한 설명이었다.

“그러면 지체 없이 발표하겠습니다. 승리한 팀은!”

불러라. 우리 그룹 이름을.

나는 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스테리나인입니다!”

계산 결과.

스테리나인, 관객 점수 281점에 심사위원 점수 144점으로 총점 425점.

서브마린, 관객 점수 215점에 심사위원 점수 161점으로 총점 376점.

점수만으로 순위를 매기면 여덟 팀 중 톱 쓰리 안에 들었다.

여유로운 기세는 너끈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 * *

| 티비쇼 | [후기] ㅁㅈㅌ 4차 경연 1라운드 방청 다녀왔어! (ㅅㄴ위주, ㅅㅍ주의)

출연진, 무대, 곡 스포 전부 하니까 주의!

시작 전에. 글쓴쇼는 ㅅㅌㄹㄴㅇ 팬이야 당연히 특정 그룹 얘기가 더 자세할 수 있다는 거 알아줘

+ 쓰고 보니까 그냥 ㅅㅌㄹㄴㅇ 팬이 쓴 후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면 좋을 듯

[사진_입장권_인증.jpg]

오티비 스튜디오는 처음 가보는데 엄청 넓고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음...

경기도에서도 엄청 구석이라서 주변에 주차장, 강, 산, 밭밖에 안 보여

그래서 아예 모이는 장소도 역 앞이고 기다리고 스포 서약서? 촬영 동의서? 쓰면 셔틀이 태워서 감

스포 못 막는다고 생각했는지 제작진이 서약서 걷어가면서 인터넷에는 좋은 말 위주로 써달라고 하더라...

대신 촬영이나 녹음은 엄금이라고 했는데 앞에 보면 은근 대포 들고온 사람도 있었음 (거의 다 걸림)

모이는 시간이 아주 늦은 건 아니라서 글쓴쇼같은 경우 오후 반차 쓰면 적당했어

경연 주제는 “시작”

공연순서

1팀 ㅅㅇㅇ - ㄹㄹㄹㅈ, 2팀 ㄴㅇㅈ - ㄷㄱㄴㅂㄷ, 3팀 ㅅㅌㅊㅇ - ㅂㄹㅋㅂㅌ, 4팀 ㅅㅌㄹㄴㅇ - 합류팀

새 합류는 그 발라드 3인조... ㅅㅂㅁㄹ이고 탈락자는 ㅇㅋㄷ 같았어

음 탈락자는 확실하지 않은 게 ㅇㅋㄷ가 합류하자마자 안나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현장에서 얘기하는 거 들어보면 탈락 아니라 자진하차라는 말도 있더라고 (그런데 이 말은 스태프 얘기 들은 건 아니고 앞 방청객들이 하던 말이라 걸러 들어야 할듯; 이건 방송 봐야 알 것 같아.)

1팀

선공 ㅅㅇㅇ - ㅇㅇㄹ ㅇㅇㄹ

세트 놀이터처럼 꾸며놓고 노래 처음부터 비눗방울 나오는데 몽환적인 분위기 ㅇㅇ

피처링 부르고 (누군지 모름;) 뒤로 가면 관객 호응도 유도하는데 갠취로는 피처링 라이브가 좀 별로였음

3팀

내가 잘 몰라서 여기는 쓸 말이 별로 없네

다만 아무래도 토큰 안or적게 쓰는 무대는 볼거리가 좀 부족하더라고...

무대는 둘 다 잘함! ㅂㄹㅋㅂㅌ가 현장에서 보면 화면보다 훨씬 더 파워풀해.

댄스팀이라서 방송만 보면 가수들에게 밀리는 분위기가 없잖아 있었던 것 같은데, 무대 짬도 있어 보였고 앞으로 좀 더 조명해줬으면 좋겠다 싶었어.

4팀

선공 ㅅㅌㄹㄴㅇ - ㄹㅇㅈ ㅇ

이번에도 합류팀이랑 붙음

MC 멘트 들어보면 대진표 짤 때 무슨 대단한 반전이 있었다고는 하더라고. 자세히는 모르겠음

의상은 블랙/화이트에 몇명은 하늘색으로 포인트 줌 엄청 캐주얼한 옷은 아닌데 활동적인 느낌 ㅇㅇ

직전 ㅇㅅㅍㄹㅅ 의상보다는 좀 섹시한 스타일이었어 ㅋㅋ 의헌이 깐머가 진짜 개잘생김

세트, 댄서, 소품(전신거울 여러개), 무대효과까지 사용한 듯. 댄서가 좀 많아서 두 배로 썼나? 싶었음

현장 반응 되게 좋았고 2절에서는 호응 유도도 좀 해서 진짜 콘서트 재질 ㅋㅋㅋ

다음 무대랑 음악색 자체가 너무 달라서 투표 결과는 잘 모르겠는데, 현장 분위기는 ㅅㄴ가 진짜 좋았어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기인데...

쓰니는 ㄷㅍㅇ로 알게되고 그룹팬으로 유입된 늦덕이라서 데뷔곡 무대도 ㅅㄴ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어.

실은 ㄷㅍㅇ를 진짜 현생 갈아서 재밌게 봐서 처음에는 ㅅㄴ에 정이 별로 안 들었거든

(지금은 물론 멤버들 다 정말 좋아함. ㅎㅎ 처음에는 거리감이 좀 있었다는 얘기야.)

그런데 어제 무대 보니까 좀 많은 생각이 들더라.

키워드가 ‘시작’이었는데 데뷔곡을 바로 골라온 것도 그렇고, 커버곡 안 하고 자기 노래들 꿋꿋하게 하는 태도라든가, 그 고생을 하고 또 새로 방송 나와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무대에서 보여주는 팀워크나 표정이나... 다 되게 즐거워 보이는데 보는 사람이 괜히 슬픈 거 뭔지 알아? 그리고 그냥 이 노래가 이상하게 사람 울컥하게 하는 게 있다고 생각해서 ㅋㅋㅋㅎ

쨌든 마음이 좀 그랬어

뭐랄까 나는 내가 4년차 아이돌에 입덕한 늦덕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내가 모르던 시기와 ㅅㅌㄹㄴㅇ의 과거가 참 아까웠어

소속사 원망도 하고, 애들이 인지도 없이 지내면서 버틴 시기도 안타깝고, 일찍 입덕한 사람들이나 이미 탈덕한 계정들 보면서 가끔은 또 질투도 하고. 덕질하면서도 속으로는 그런 우울한 생각이 계속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게 다 괜한 감정이었던 것 같아

ㅅㄴ는 무대에서 “과거는 버려! 지금부터가 우리의 시작이야!” 같은 말을 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어. 오히려 그 반대였거든? “우리의 시작은 데뷔곡이야.” 이런 내용이었으니까. 엄청 단순하게. 주제가 시작이니까 거두절미하고, 스테리나인의 ‘시작’이었던 데뷔곡. 복잡한 계산이 없지.

그런데 이상하게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어. “그래서 뭐 어때? 이제부터 함께하면 되잖아.”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

사실 우리는 그게 누구든, 얼마나 사랑하든 인간의 탄생과 끝을 다 함께할 수는 없잖아.

아이돌을 덕질해도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의 전부를 알 수는 없고. (보통은 다 알아봤자 좋지도 않지만. ㅎ)

모르는 부분이 존재하는데도 우리는 왜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그 무대를 보고 찾은 것 같아 ㅋㅋ

쓰니 혼자 너무 깊게 생각하고 의미 부여한 것 같기도 한데 무튼 그래.

후공 ㅅㅂㅁㄹ - ㅅㄱ

방송도 정말 기대된다. 빨리 편집된 영상으로 보고 싶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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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대, 점수 계산 결과, 새로운 경연 주제, 토큰 정산까지 죄다 좋았다.

하지만 이러고도 한 가지 좋지 않은 것이 있었다.

“내일 형 지갑 없어지면 범인 나야.”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이주가 아무렇지도 않게 범행을 예고했다.

나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에 30분이라도 자라.”

“흐어업! 기절.”

이주는 스스로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하고는 풀썩 차 등받이에 쓰러졌다.

……말은 세게 했지만, 죄책감이 조금도 들지 않는 상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1차 경연 ‘갑질 폭로’ 이후 규칙 변화로 2라운드는 준비 기간이 대폭 줄어들었으니까.

금요일에 1라운드 무대를 끝내고 와서 토요일 새벽이 되었는데, 2라운드는 화요일에 촬영이 진행된다.

경연 전 여유 시간은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이렇게 사흘밖에 없었다.

연습 기간을 줄여서 부담과 퀄리티 상한선을 낮추고, 1라운드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제도였는데…….

하지만 막상 닥쳐서 준비하려고 보니까 이 기간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괜히 손 들자고 동의했나 봐.”

이영하가 옆에서 눈을 감은 채로, 나만 들릴 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영하랑 다투면 백전백패다. 지금도 왠지 변명하게 되지 않나.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랬어.”

“무슨 생각이었는지 들어나 보실게요.”

“대체로 아까 촬영 중에 설명한 그대로인데…….”

그 외에 말은 하지 않았으나 머리로 생각했던 비하인드를 나는 생각나는 대로 밝혔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는지 이영하는 깊은 한숨으로 답을 대신했다.

아니, 어쩌면 어차피 엎어진 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사흘은 너무 촉박해.”

“동의한다.”

대답했다가 영하가 쏘아보는 통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물론 영하도 엄살을 부리는 감이 있었으나, 시간 부족은 우리에게 몹시 불리한 요소였다.

우리는 노래를 고르고, 편곡하고, 가창을 연습하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바로 퍼포먼스. 한 글자로 춤.

군무를 중요시하는 그룹 성격 탓에 대충 넘기면 티가 많이 나서 문제였다.

“일단 잘래…….”

그 말을 끝으로 이영하는 도착할 때까지 말이 없었다.

나 역시 짧게나마 눈을 붙였는데,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내일 편곡을 맡기고 안무를 다듬으려면 자기 전에 최소 선곡은 끝내두어야 했으니까.

다시 말해서 차에서 내리면 우리는 한 자리에 모여서 한 차례 함께 의논해야 했다.

그래서 2라운드는 무슨 노래로 무대를 할 것인지.

“2층 멤버들은 올라가지 말고, 바로 이야기하고 해산하자.”

숙소 앞에서 차가 멈추었다.

나는 매니저에게 인사하며 차에서 내리는 멤버들을 한 명씩 붙잡아 1층 거실에 집어넣었다.

마치 수학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신발장에는 신발이, 현관에는 가방과 파우치가 어지럽게 쌓였다.

대부분 자다 깬 듯 피곤이 묻어나는 얼굴로 바닥과 소파에 둥글게 앉았다.

전에는 회의하려고 회사 가서 카메라까지 켰는데, 지금은 그럴 정신조차 없었으므로…….

“오는 길에 차에서 내가 생각을 해봤거든.”

우선은 빠르게 전달사항 위주로 발표하기로 했다.

“퍼포먼스를 하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핸드폰에 키워드 위주로 메모해 놓은 것을 읽으며 나는 말을 꺼냈다.

먼저 우리는 처음 겪어보는 ‘2라운드’ 제도의 성격부터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개편 이후 2라운드를 경량화하며 〈밀제트〉는 2라운드만의 규칙을 몇 가지 새로 도입했다.

예컨대 2라운드는 토큰 사용이 금지되며(솔로 가수를 고려해 이 경우 피처링은 유동적으로 허용이 된다고 하지만), 이에 따라 연출 규모를 일정 이상 키울 수 없었다.

촬영 장소 역시 경기도의 대형 실내 스튜디오가 아니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OTV 공개홀이었다.

연출로 머리를 쓸 수 없고 본연의 피지컬, 즉 가창력이나 춤 실력을 내세워야 하는 무대.

장점은 더욱 숨고 단점은 감출 수 없는 진검승부의 장이었다.

“왜?”

서난영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2라운드 팀들 보면 우리가 보컬 위주여도 될 것 같던데.”

그럴싸한 주장과 근거였다.

2라운드 진출자는 래퍼 한 명, 댄스팀, 그리고 우리를 포함해 보이그룹 둘이었다.

래퍼와 댄스팀은 말할 것도 없고 보이그룹 ‘노이즈’도 힙합 색채가 강한 팀.

전체적으로 보컬 사운드가 부족한 조합이었고, 스테리나인은 노래를 잘하는 아이돌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서서 보컬 재주를 보여주고 사운드를 채우자. 이게 서난영의 말뜻이었다.

“굉장히 전략적인 접근이다. 그런데 내가 왜 퍼포먼스를 하자고 하는 거냐면…….”

난영이의 반박은 칭찬받아 마땅한 주장이었으나, 내 생각은 달랐다.

준비하기 어렵고 실수하면 돋보이는 춤을 ‘그런데도’ 고집해야 하는 이유.

이는 어떤 면에서는 2라운드만의 특별한 점, 혹은 장점이라고 할 만했다.

“팬석이 있거든.”

심사를 위해 각 팀의 팬들이 들어온다.

그러니까, 우리 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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