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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안 그만 두겠습니다-149화 (149/192)

아이돌 안 그만두겠습니다 149화

28. Jopping(6)

곧바로 답장해 약속 시각을 조절한 결과, 통화는 바로 당일 새벽 나누게 되었다.

촬영이 하루를 전부 쓰고 밤중에 끝났기 때문에 나는 내일도 좋다고 말했으나, 남소리 선배님이 거절했기 때문에.

정확히는……. 집에 들어가서 쓰러질 만큼 피곤한 게 아니라면 짧게라도 좋으니 빨리 이야기하자고 선배님이 나를 재촉했다.

황당하기는 했으나, 말투를 보면 급한 일 같아서 나로서는 잠자코 시키는 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촬영을 종료하고 퇴근하자마자 숙소를 나서 찾아간 장소는 어나더뮤직 사옥 연습실.

숙소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면 그 자리에서 들키고, 세 시간이면 멤버 전원에게 소문이 나고, 이틀이면 회사 직원 사이에 말이 돌고, 일주일이면 막 들어온 연습생도 사연을 다 알게 되므로 숙소에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다.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각이라 직원도 없고, 멤버들도 쉬고 싶어 했기 때문에 실내는 꽤나 한산했다.

‘귀신 나오겠네…….’

으스스한 분위기에 어깨를 떨면서도, 핸드폰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연결했다.

신호음이 몇 번 들린 다음 곧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내게 인사했다.

- 기다렸어요, 정의헌 씨.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네, 엄청 피곤하긴 한데 어떻게든 버틸게요.”

- 예, 힘내보세요. 다른 것보다 여쭤볼 게 있어서요.

안부 인사를 묻지도 않고 바로 본론.

그 다급함에 괜히 긴장이 되어 나는 허리를 곧게 폈다.

처음 대화했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무뚝뚝해진 듯도 싶은 음성으로 선배님은 말했다.

- 최근에 혹시 본인이나 주변에 안 좋은 일 생긴 것 없어요?

“예?”

- 다쳤다든가, 사고를 당했다거나, 비정상적으로 불행한 일이 있었다든가.

대뜸 묻는 말에는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짧게 기억을 되짚는 과정이 필요했다.

어디까지 최근으로 세어야 할지 몰라 대충 시간을 되돌려 온 이후를 전부 떠올려보았는데……. 글쎄, 애매했다.

“음……. 으음? 없는 것 같은데요.”

- ……방금 망설이지 않았어요?

“왠지 이거 아니라고 하실 것 같아서요. 제 동생이 1지망하던 대학교 예비 16번 받고 결국 떨어졌는데요…….”

- …….

민망함을 무릅쓰고 말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싸늘한 침묵만이 돌아왔다.

“……아니, 나름 중요하다고요. 애가 엄청 울었다고요.”

결국 과거에 입학하고 졸업한 2지망 학교로, 심지어 장학금까지 받고 들어갔다지만…….

동생에게 ‘내가 미래를 아는데 너 공부 더 안 하면 대학 떨어진다’라고 잔소리할 수도 없어서(안 그래도 입시 중에는 스트레스가 상당하지 않겠는가), 터치하지 않았더니 이렇게 되었다.

아무튼 정은하는 이후 좋은 친구들 잘 만나서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테지만, 불합격 자체는 안쓰러운 일이었으므로…….

나는 열심히 의견을 주장했지만, 선배님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고 단칼에 잘라냈다.

- 제 말은 갑작스러운 일 말이에요, 낌새가 전혀 없었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것.

“……그런 건 없는 것 같네요. 왜 이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 경고하기 위해서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이제.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한 손으로 전화를 들고 다른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연습실 정면 거울을 통해 곤란해하는 내 표정과 전신이 모두 보였다. 단순히 피곤한 것 같기도 했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이 세상에 관한 비밀과 앞으로 내가 신경 써야 할 정보들이 이리저리 뒤섞였다.

숨을 들이마시고, 요약해보기 앞서 알고 싶은 것을 먼저 질문했다.

“어쩌다가 그런 예측을 하셨는지가 궁금해요. 오늘 보신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 …….

“알고 있는 것을 숨기지 마세요. 경고하실 정도라면 저든 제 주변이든,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요.”

너무 짜증스럽게 들리지 않도록 애써 어조를 조정했다.

“저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럴 권한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와 관련이 있는 일이라면요.”

돌아오는 답은 여전히 침묵.

“귀찮거나 곤란할 수 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 선배님께 전해듣는 것밖에 진실에 접근할 방법이 없죠. 그것도 굉장히 제한적이고요. 제 입장도 배려를 해주시면 좋겠다는 이야기예요.”

이렇게까지 대놓고 날카롭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남에게 싫은 말을 하거나 분위기 잡는 것을 내가 꺼리는 것과 별개로……. 위험한 일이라면 미리 알아두어야 했다.

하여간 나는 말한 그대로 생각하고 있었고, 정적은 불편했지만 핸드폰은 계속 손에 들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남소리 선배님이……. 아니, 천사가. 내게 말했다.

- 미션은 진행 중입니다. 5차 경연 이상 생존하세요.

“그러지 못하면요?”

- 페널티가 있어요. 죽지는 않겠지만 다치겠죠, 정의헌 씨나 정의헌 씨 주변 사람들이.

그 목소리에는 한 점 망설임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다친다는 것도 범위가 넓었고……. 머릿속으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내가 미지의 영역으로 상상을 뻗어보려고 하는 순간에도 ‘천사’는 말을 이어갔다.

- 그리고 이전 미션은……. ‘대면식에서 3위 이상 성적을 거둘 것’이었죠.

“그건 완전히 실패했는데요.”

- 그래서 물은 거예요. 무슨 일을 당하지 않았냐고.

이번에는 내가 말을 잃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나쁜 일 따위 생긴 적 없다고 하면…….

“아직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이로군요.”

목소리로 긍정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상대가 저 너머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 페널티가 발생할지 미리 알 수 있나요?”

- 어려울 것 같아요.

“발생했다면 제가 알아볼 방법은?”

- 의심되는 일이 있다면 연락해주세요. 제가 확인해볼게요.

기계음으로 변조하지도 않았건만 대답은 기계처럼 싸늘하기도, 사무적이기도 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주의하도록 할게요. 미션은 꼭 따라가야 하는 거겠죠.”

- 페널티가 존재하는 한 무시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미션의 강제 발생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요?”

- 그 부분은 저희가 더 조사하고, 연구해보려고 해요.

결론은 아직 방법이 없다는 뜻이 될 테다.

감사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곧 전화를 끊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연습실…….

왠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것만 같았다. 짚어봐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연습실에 울리게 노래라도 크게 틀어버릴까, 생각했으나 선곡하고 핸드폰을 스피커에 연결할 힘이 없어서 그만두었다.

‘여기……. 처음 과거로 돌아올 때 왔던 그 연습실인데.’

괜스레 손을 뻗어 거울에 손바닥을 올려보았지만, 딱딱한 무기물만이 피부에 닿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는 여기까지 온 이상 무엇도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기도 했다.

지금까지 ‘천사’에게 들은 정보를 하나씩 회상해보았다.

‘가장 먼저, 기적의 체계부터.’

사소하면 행운, 거대하면 기적. ‘좋은 일’이라는 맥락에서 둘은 같고 발생 원인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발생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연구자(일단은 인간)들이 모인 것이 ‘천사’라는 집단.

이들은 기적을 일으킬 권한은 없으나 마치 맹수 사육사나 재해 전문가처럼, 패턴이나 대응 방식 따위에 관한 지식이 많다.

그리고 그들이 개발한 장치 중 하나가 인간의 정보를 읽어내는 ‘상태창’이라는 무형의 홀로그램이다.

‘상태창은 대충 우주 에너지 신호를 읽어내 번역한 결과물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고.’

그런데 나는 번역기가 없어도 정보가 노출되는 사고를 〈데프아〉 파이널 생방송 이후 겪기도 했다.

사고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버그라고 해야 하나. 그도 아니라면 에너지의 폭주?

어쨌든 그 사고 원인은 천사들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한번 들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까 폭주해 모습을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 사고 원인은 계속 내 곁에 붙어 있었어…….’

또한 그 녀석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명령을 내렸으며, 나는 제대로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 대가가 앞으로 찾아올 텐데, 언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까지가 결론.

‘더불어 그 외계인 친구는 내게 다음 명령을 이미 주었다고 하네.’

그리고 그 ‘미션’은 바로 〈밀리어네어 Z 트랙〉이라는 서바이벌 방송에서 스테리나인이 5차 경연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이제 막 1차 경연 녹화를 끝냈으니까 방송 기간으로만 따지면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를 더 출연해야 한다.

‘문제는 미션 내용이 아니야.’

처음 미션 이야기를 듣고 겪었을 때 나는 접근 권한이 충분하지 않아 보상을 수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천사는 내게 ‘페널티가 있다, 나나 내 주변이 다치거나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 말은 즉……. 전에 비해 내가 외계 데이터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 아닌가.

‘따지자면 미션 실패 페널티가 존재하는 것부터가 이상해.’

상태창, 스테이터스, 미션 따위는 언뜻 들어보면 온라인 게임과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한데 보통 온라인 RPG 게임 속 미션은 ‘미션 수락, 거절’만 가능하지 ‘실패 벌칙’이라는 것이 없다.

‘적어도 내가 겪어본 게임들은 그랬다.’

솔직히는 외계 친구가 통상적인 게임 시스템을 벗어나서까지 내게 불행한 사건을 안겨주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대면식에서 낮은 순위를 받은 것만으로도 이미 짜증나는데 여기다가 페널티까지 얹힌다니.

성공 보상은 못 받고 실패 페널티는 받는다는 것부터 억울하고 안타깝기 짝이 없었지만, 지금은 위험에 더 주의를 기울일 때였다.

나는 거울 안, 스물네 살짜리 나의 모습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해.’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 + +

막막하기는 했지만, 이후 조사 방향 자체는 어렵지 않게 정할 수 있었다.

“너희 혹시 살면서 기적 같은 일 겪어본 거 없어?”

그리고 그 첫 단계로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주먹구구 방식이지만– 사례 수집이었다.

마침 나에게는 시답잖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나를 도와줄, 가족처럼 지내는 친구들이 꽤나 많았다.

1차 경연 녹화가 끝난 며칠 뒤, 1층 숙소 부엌에서 배달음식 포장을 뜯으며 나는 멤버들에게 가볍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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