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 안 그만 두겠습니다-146화 (146/192)

아이돌 안 그만두겠습니다 146화

28. Jopping(3)

“그러면 코러스나 피처링 같은 느낌으로?”

어느새 회의실에 굴러다니는 종이와 펜을 가져온 강주찬이 질문했다.

“둘 중 하나면 백보컬이 낫지. 난 피처링 진짜 반대.”

“나도 김지상 말대로 피처링 넣을 바에는 차라리 세트 짓는 게 좋을 것 같아.”

“세트가 낫지. 사람이 이미 한 트럭인데 무슨 피처링이야?”

그리고 순식간에 반대 의견이 차곡차곡 쌓였다.

서난영과 천진섭은 무대 세트에 표를 넣었고, 강주찬은 제안이 나오는 키워드를 모두 종이에 적었다.

댄서부터 시작해서 무대 세트, 노래를 보조해 화음을 넣어주는 백보컬, 메인과 비슷한 비중으로 무대에 참여하는 피처링 아티스트까지.

말 한마디에 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은 강주찬이 ‘나야말로 그냥 던져본 거다’ 하고 불평하는 사이 나는 펜을 슥 뺏어왔다.

그리고 단어가 여러 개 낙서된 종이 위로 몇 글자를 더 휘갈겨 넣었다.

“뭐라고 적었어?”

내 옆에 앉은 서드림이 질문하고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종이를 들고 글자를 읽어냈다.

“밴드 세션.”

그러더니 드림이는 꽤나 만족스러운 얼굴로 종이를 비행기 모양으로 꼭꼭 접어 날렸다.

소모적인 논쟁에서부터 벌써 이상한 농담으로 주제를 옮긴 녀석들에게로.

팔랑, 힘이 없는 종이 비행기가 시끄럽게 떠드는 애들 앞에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도착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여유로움에 내가 속으로 감탄하기도 잠시, 대표로 천진섭이 비행기를 펼쳤다.

“굳이 이런 바보 같은 연출을 해야만 하는 거야?”

하늘의 계시라도 받은 듯 괜히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천진섭을 보며 나는 서드림에게 속삭였다.

서드림은 대답하지 않고 그냥 2초 동안 귀여운 표정이나 지어 보일 뿐이었다. 황당하다.

“이 구성이면……. 라이브 실수하면 바로 방송 하차해야겠다.”

김지상이 펼친 종이 비행기 뒷장에 임시로 완성된 공식을 다시 적어 보여주며 말했다.

노래는 십여 년 전 흥행한 드라마 〈공주님과 문제아들〉의 타이틀 OST, 이용익의 〈One Day〉.

〈One Day〉는 로큰롤 스타일 음악으로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일행이 직접 부른 적도 있는 히트곡.

그 외 이 노래의 특징은 파워풀한 보컬과 청량한 분위기, 흥겨운 신디사이저 사운드 정도가 될 것이다.

스테리나인의 경연 무대는 뮤지컬처럼 기승전결 서사를 만들어 꾸미되, 볼거리보다 듣는 재미에 집중하기로 하고.

듣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라이브 연주를 해줄 기타, 드럼, 신디사이저 등 악기 연주자들을 모시기로.

물론 이게 다가 아니라, 회사와 연락해 계획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불가능한 요소는 조정을 해야겠지만.

“문제 생기면 리더가 책임지고 탈퇴해.”

“왜? 책임은 무조건 9분의 1이야. 룰렛 돌려서 한 사람 뽑아.”

갑자기 내게 들이닥치는 맥락 없는 안승준의 농담을 즉시 쳐내는데, 새삼 우스웠다.

이제 이런 탈퇴 같은 소재로도 농담을 마구 할 수 있다는 것이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 * *

[케이팝/예능/팬 달글] ???????? 우리 아직 얼빠야 ???????? 정의헌 쫌 신경쓰이는 달글 81차 ????????

1. 그룹 단체 스케줄 이야기는 그룹 달글에서 / 그룹 활동 이야기는 막지 않음

2. 그룹 멤버들만 이름 언급 가능, 그 외 타 연예인은 정의헌/스테리나인 관련 시에만 초성 언급만 가능

3. 공항 사진 소비 자제 (기사 사진은 예외)

댓글 5034개 [접기]

– 지금 팬미 왔는데 진성달글에서 서포트한 쌀화환 완전 잘보이는 곳에 있음 ㅋㅋ [사진]

└ 헐 배너 진짜 이쁘게 뽑혔다

└ 나 사실 이거 모금 조용히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훨 예쁘게 뽑혀서 대만족 ㅋㅋㅋㅋ

– 팬미팅 온라인 중계 여기서 달려도 돼?? 나 아직 진성 덕은 아닌데 시간 되길래 걍 중계 샀거든...

└ ㄱㄱ 난 글 두개 왔다갔다하면서 보는 중 ㅋㅋㅋ

– 오 시작한다

– 얼굴 뭔일이야 개잘생김 ㅋㅋㅋㅋㅋㅋ

– 조명 좀 아쉽다

– 근데 헌이 저 센 조명에서도 이목구비가 안 날아가 ㄷㄷㄷ

– 첫 팬미팅이라고 친구들 가족들 다 와줬대 ㅠㅠ 의헌이 참 주변에 좋은 사람 진짜 많은 것 같아

– 아는사람 너무 많다고 섹시한거 하기 부끄럽다는데 무릎꿇는건 너무 쉬운거 아니야? ㅋㅋㅋㅋ

– 아 내가 저걸 맨눈으로 봤어야 됐는데 ㅠㅠㅠㅠㅠ 드롭스챌린지 ㅠㅠㅠ

– 원본 영상 있는 애교 챌린지? 같은건 다 끝나면 틱탭에 다 올려준대 ㅋㅋㅋ 은혜가 끝이없다

– 나 정의헌 강경 테디파였는데 오늘 진짜 강쥐다 꼬리 흔들리는게 보임...

– 옵단 벌칙 애교 보고 대 패배하다 이렇게 보니까 진짜 아깅이네 ㄱㅇㅇ

└ 옵단 “너희 왜 이렇게 귀여워”에서 돌아오다 오라버니 그 자체시네

– 보컬 무대도 진짜 대박이다 분위기도 음색도 진짜 너무너무 잘 어울려 ㅠㅠㅠㅠ

– 남들 앞에서 혼자 노래해본적이 없어서 많이 떨렸는데 ,, 팬미팅이라면 이 곡은 너무 하고 싶어서 골랐다 ,,, 그런데 선곡이 “늘 오늘처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감동만으로 따지면 춤보다 보컬 무대가 더 좋았다 진짜 팬미팅이라서 한 이벤트 같아서 더 좋아

└ ㄴㄷㄴㄷ 그리고 보컬 실력도 은근 좋아서 듣기에 안 거슬림

– Q. 오늘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A. 방송 스포 참는 거 ㅋㅋㅋㅋㅋ

└ 사실 이미 하나 실수했는데 들킬까봐 무섭다는 거 댕웃겨 ㅋㅋㅋㅋ

└ 실수했다는 거 뭘까 난 이상한 거 못 느꼈는데

– 슬로건 이벤트 진짜 예쁘다 서울 올라갈 힘 없어서 오프 안 갔는데 걍 ㄱㅏㄹ걸...

– 일요일 자리 이제 구하는 거 에바지?... 아 오늘 보니까 너무 실물로 보고 싶은데

– 아 근데 팬미팅 하나 봤는데 지금 기분이 너무 장어 100마리 한번에 갈아먹은 것 같음

└ 내말이 너무 기가 채워져서 기빨림 ㅋㅋㅋ

└ 진심 너곧나 혼이 나가서 침대에 누워있음 지금

– ㅎㅇ 나 진짜 정의헌 약간 호감? 정도였는데 오늘 툿투에 도는 팬미팅 영상들 보고 좀 좋아져서 달글 놀러왔어 팬미팅 끝인사? 보는데 먼가 그냥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긍정적인 사람 같아서 좋더라 혹시 성격 보이는 영상이나 입덕영상 있으면 추천해줄 수 있을까 ㅋㅋ

└ 난 이거 막내즈랑 한 리막즈 위라이브 영상 yitu.be/… 오늘 끝인사면 와줘서 고맙다고 한 그건가 나도 연예인 인성 영업 안 하고 싶은데 그런 거 보면 성격 진짜 좋아보이긴 해 ㅋㅋㅋ

└ ㄱㅅㄱㅅ 그거 맞음 슬플 수 있는 말인데 그런 얘기 되게 침착하게 해서 좋았어

* * *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스케줄과 연습을 소화하고, 드디어 데뷔한 ‘희재&수민’의 데뷔 쇼케이스에도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는 〈데프아〉 동료들과 인사도 나누고, 대기실에 방문해 타이틀 곡 챌린지 영상도 같이 찍고…….

주말에는 이틀 동안 팬미팅 일정도 있어서 스페셜 스테이지를 연습하고 특별 영상을 촬영하는 등 바쁘게 살았다.

심지어 나는 이번 학기에 복학까지 해서 –여름까지 해외에 나갈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고심 끝에 결정했다– 말이다.

‘그야말로 바빠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개인 팬미팅을 끝으로 몇몇 광고 등을 제외하면 개인 활동을 얼추 정리하기로 김지상이나 안승준, 회사와는 합의를 마쳤다.

팬미팅 일정이 저마다 다른 까닭에 일정에는 각각 차이가 있었으나, 아무튼 나는 드디어 개별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솔직히 말해 〈밀제트〉 촬영으로도 바쁘기 짝이 없는 일정이라 그룹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촬영 일정도 그냥 타이트한 게 아니니까.’

한약에 수액, 주사 등을 몇 주째 달고 사는 지상이와 승준이도 슬슬 진지하게 걱정이 되려는 시기였다.

〈밀리어네어 Z 트랙〉 촬영은 이제까지는 초반 사전 제작 분량인 만큼 조금 여유가 있었다.

덕분에 무려 1회와 2회 촬영 사이에 3주라는 연습 기간이 주어졌는데, 방영이 시작되면 일정은 훨씬 촘촘해질 게 분명했다.

‘정리는 나중에 하고, 사실부터 나열해보자면.’

〈밀제트〉 1회는 대면식 특별 촬영.

2회와 3회는 ‘1차 경연’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한 경연은 2라운드로 구성된다. 그러니 2회가 1라운드, 3회가 2라운드였다.

이 계산으로 따져 엄밀히 말하면, 오늘은 ‘1차 경연 1라운드’ 촬영 날이었다.

‘규칙은 중간에 더 바뀌기도 할 텐데…….’

우선 오늘날의 경연 규칙은 이랬다.

첫째, 1라운드 참가자는 여덟 팀. 미션을 받고 연습해온 대로 관객 앞에서 공연한다.

둘째, 관객 점수와 심사위원 점수를 합해 1라운드 순위가 결정된다.

셋째, 1라운드에서 점수를 잘 받은 상위 네 팀을 제외한 하위권 네 팀은 2라운드 경연에 참가한다.

넷째, 2라운드 경연은 관객이 없고 1라운드 영상 조회 수와 심사위원 점수, 얼굴과 이름을 밝힌 자문위원단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다섯째, 2라운드 경연 결과 최종 꼴찌가 된 팀은 탈락하고, 다음 경연에는 새 팀이 투입된다.

그래서 〈밀제트〉 2회에는 1라운드 준비 과정과 공연이, 3회에는 2라운드 경연과 새로 투입되는 팀의 특별 무대가 담길 테다.

그 외에도 2라운드 경연은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라 준비 시간이 한참 짧다든가 토큰 사용이 불가능하다든가 하는 특징도 있지만…….

‘지금 2라운드는 안 중요하다. 1라운드에서 잘 해서 올라가면 되니까.’

아무튼 지금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오늘 무대가 잘 나와서 상위권에 안착하면 여유롭게 다음 경연도 준비할 수 있고, 탈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정말 간단했다. 이겨서 상위권에 들면 될 뿐이었다. 패배한 뒤는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걱정하지 말자.’

그렇게, 우리 팀은 준비를 마치고 공연장에 도착해 인트로 촬영까지 마친 채였다.

대기실 모니터를 통해 경연 중인 출연진의 무대가 하나씩 나오는 상황.

‘노래는 진짜 다들 엄청 잘하시네.’

나는 힐끔 우리 그룹 애들을 돌아보았다.

메인보컬 두 명은 목을 아낀다고 아침부터 쪽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촬영에 임했다.

그만큼 다른 멤버들은 두 사람의 몫만큼 더 시끄럽고 활발하게 방송 리액션을 하고 있었고.

‘〈One Day〉를 하시네요?’

‘와, 이 노래 하실 줄 몰랐어요.’

인트로 촬영 중 우리의 선곡을 보고 놀라던 경쟁자와 심사위원들이 뒤늦게 떠올랐다.

놀라는 반응 이면에는 ‘스테리나인이 그런 곡을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 이제는 싫지 않았다. 준비를 모조리 마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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