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안 그만두겠습니다 47화
12. Rush Hour(1)
+ + +
[전문] ‘데프아’ 김병석, 학폭 인정하고 자진하차… “진심으로 뉘우친다”
[JU이슈] ‘학교폭력 논란’ 데프아 김병석, UIT엔터테인먼트와 계약 해지
“자필 사과문+방송 하차” 김병석… 대중•팬들은 이미 등 돌렸다 (종합)
‘데프아’ 김병석, 방송 하차 후 눈물의 SNS 라이브 방송… “악마의 편집이었다” 주장
* * *
[일대일채팅] 박예지 (저스티스 리그) 언니
[예지 언니: 혜주야]
[예지 언니: 새벽에 미안한데]
[응??]
[아냐 나 깨있었어 ㅋㅋㅋ 왜 먼뎅]
[예지 언니: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예지 언니: 내가 그 검색하다가 리플페이퍼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는데]
[헐 그런거 보면안돼 언니!!! 박예지 지켜]
[거기는 진짜 쓰레기들 총집합한 최악의 익명커뮤라]
[애들 욕도 너무 많고 ㅜㅜ 루머 날조 열폭의 삼단콤보라 진짜 봐서 좋을거 없어]
[눈팅만 해도 언니 눈 썩어 나도 고소메일 보내려고 pdf따러 가는데라구 ㅜ]
[예지 언니: 그건 그런 것 같더라 근데 내가 거기서 하는 말을 못 알아 듣겠어서]
[예지 언니: 왠지 너는 알 것 같아서 물어보려고]
[. . . 대충 알긴 합니다]
[윤밀월의 사이버망령대잔치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예지 언니: ㅋㅋㅋㅋ]
[예지 언니: 지상이가 업인 건 알겠거든]
[응 상=up 해서 업]
[업깅이, 땅업이, 업쨩 이런거 다 지상이라고 보면 돼]
[예지 언니: 의헌이는 뭐라고 불러?]
[그것이]
[놀랍게도 정구가 의헌이야]
[예지 언니: 왜......?]
[정의구현 줄여서 정구... 원래 이름때문에 그랬는데]
[이번에 좀 김병석 일터지고 밈화까지 ㅜ 되어버려가지고]
[김병석이 헌이랑 좀 싸우고? 헌이한테 혼나고? 하차한것처럼 됐잖아]
[그래서... 허니가 진짜 정의구현을 해버리는바람에...]
[그러케 되어부렷쓰]
[예지 언니: 아...]
[예지 언니: 다른 애들은?]
[잠시만 내가 정리해줄게]
[승준이는 틴스타 2위했던거때매 콩이고]
[음 좀 다른 인기많은애들 중에서 특이한건]
[채호원이 채소=베지(베지터블) 류희재가 히죄]
[모음으로만 ㅣㅚ라고 부르는것도 류희재임]
[예지 언니: ;; 좀 멸칭 같은 게 많네]
[ㅠㅠ 아니 애들은 잘생겨서 나름 괜찮은 별명 붙은거야]
[김병석 븅스톤이고 함경우라는 연생은 빻우]
[주태훈은 나이많다고 그냥 할배라고 부름...]
[필터링에 성의조차 없지]
[예지 언니: 진짜 별로다 ㅠㅠ 25살도 한참 애구만]
[그렇다니까 ㅠㅠ 나도 진짜 가끔 눈팅만 하는거고]
[언니는 웬만하면 보지 마 봐야되는 건 내가 다 물어다줄게]
[예지 언니: 그래야겠다... ㅠ]
[예지 언니: 그런데 마지막으로 땡팔이는 누구야?]
[아 그거 송수민!!]
[사전투표 98위해서... 땡은 아무 이유 없이 붙은 것 같더라고]
[근데 그럼 언니 오프는 아직 생각없어?]
[예지 언니: 오프면 방청?]
[웅 이번주 일요일에 2차경연이라!!!]
[내일 신청 열린대 언니도 같이 신청만이라도 넣어보자 ㄱㄱ]
[나 1차때 갔다왔는데 절대 후회안해 의헌이 무대 진짜 잘해서]
[(웹사이트 주소를 전송했습니다)]
* * *
김병석은 결국 〈데프아〉에서 하차했다.
그래놓고 김병석은 하차 다다음 날 새벽 술에 취해 울면서 인리얼그램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여기서 뜬금없이 〈데프아〉 제작진을 욕했다. 제작진이 자신에게 부여해 준 캐릭터와 서사가 부담스러웠다느니 편집이 이상하게 되었다느니, 하지만 자기는 틀린 말을 안 했는데 비난받는 게 억울하다든가. 어쩌고저쩌고.
방송은 삼십 분만에 끝났고 다시 보기도 삭제되었지만, 그 내용은 재빨리 녹화한 사람들에 의해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맛 좋아 보이는 떡밥 덕분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아침부터 조롱과 비난으로 잔치가 열려 있었다.
- 병석이 망신살 진기명기
- “아무도 제게 멈추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올해의 밈 후보 쟁쟁하다
- ? 얘 왜 또 우리 애들로 어그로를 끌지 이제 제발 안 엮였으면 좋겠는데
- 솔직히 악편당한건 찌상이랑 이헍이지 지가 모라구 ,,,ㅇㅅㅇ,,,
요즘 인터넷에 글 쓰는 사람들은 다 말을 무섭게 하는구나…….
잠깐 사족. 나는 SNS 검색은 보통 내 이름 세 글자로만 하는데, 검색 결과 페이지에 나온 계정 프로필 사진을 눌러서 ‘사용자가 쓴 글’ 타임라인에 들어가면 이따금 검색 방지용 단어를 사용해 업로드한 글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글들을 보면 늘 같은 감상이 들었다.
‘……눈 깔고 지나가야 할 것 같다.’
아무튼 김병석이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바람에, 반대로 나랑 지상이는 잘못 없는 피해자 포지션을 점하게 되었다.
김병석 말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역시 제작진이 편집을 마음대로 한 거구나!’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지만, 제주도에서 눈 감았다가 떠보니 서울인 이 기분.
‘됐다. 촬영이나 잘하자.’
적당히 생각을 덮어놓고, 나는 오랜만에 도착한 합숙소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그동안 방송이 다소 널널하게 진행되었다면 방영 기간에 돌입한 지금부터는 다소 일정이 타이트해질 예정이다.
7월 초 진행한 첫 합숙이 8월 초에 방송되고, 7월 말 두 번째 합숙이 8월 말부터 9월 첫째 주까지 브라운관을 탄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좀 그렇다. 9월 초인 오늘 들어가는 촬영은 당장 다음 주부터 9월 중순에 걸쳐 방송이 되는 플랜이니까.
‘비축한 몫은 다 풀었고, 이제부터 실시간 레이스 시작…… 이라는 느낌.’
하여간 오늘의 촬영은 첫 번째 탈락자 발표부터 진행된다.
여기서 떨어지면 4박 5일 치 짐 싸서 와놓고 바로 집에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겨서.’
솔직히 말해서 긴장감이 그다지…….
떨어져서 슬퍼하거나 속상해하는 애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서바이벌이라는 포맷 자체가 싫어지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보게 되니 손에 땀을 쥘 만큼 떨리지는 않는다고 해야 하나.
나중에 투표 규칙이 변하면 ‘순위 발표식’이라고 수정될 테지만, 현시점 정식 명칭은 ‘탈락자 발표식’.
우리는 프로그램 세계관을 설명하는 VCR을 몇 분 본 뒤에, 며칠 전 1차 경연 승패 발표 촬영 때문에 이미 한 번 방문했던 스튜디오에 다시 발을 들였다.
아, 세계관은 사실 이제껏 꾸준히 방송에 등장해 왔다. MC의 별도 촬영과 CG 등으로 처리되어 내가 참여할 일이 없었을 뿐.
- 후원자 여러분, 오늘도 ‘아레나’를 찾아와주셨군요.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시작하기 전, 후원자 여러분의 작은 여흥을 위해 후보생 일동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 후원자님께 선보이기 위해 재주를 갈고닦은 후보생들을 만나 보셨습니다. 이제 후원의 혜택을 받을 후보생은 결정하셨을까요?
그러니까 첫 번째 소속사 심사는 ‘Appeal’, 자기소개의 시간으로 포장되었고.
두 번째인 시그널 송 경쟁은 ‘Add’. 이건 자기소개의 연장선으로 ‘이제 특별한 능력을 가진 피후원자 후보들을 강조해 보여드리겠습니다’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첫 오프라인 경연이자 첫 ‘데스 매치’는 키워드가 ‘Ace’였다.
- 아흔여덟 명의 후보생은 이제 전원, 전면대결의 현장 ‘아레나’에 모습에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 낯선 환경에서 생존 경쟁이 시작되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루게 되지요.
- 그리고 모든 무리에는 두각을 드러내는, 다른 동료들을 이끄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 세 번째 ‘A’ 키워드는 ‘Ace’! 후원자 여러분께서는 시선을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세계관을 여러 번 써먹어서 탈락자 발표식에도 이게 들어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번에는 세계관 활용이 소극적이었다.
‘아니, 이걸 소극적이라고 해야 하나.’
오히려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에 집중해서 연습생들의 불행을 쪽쪽 빨아먹었다.
후원자와 피후원자. 아직 어린 ‘후보생’은 직접적인 수혜가 없으면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존재들.
시청자는 방송 밖의 상위 존재이며 우리의 운명은 고귀하신 후원자들의 손에 좌우된다는 것을 MC는 몇 번이나 강조했다.
‘……너무 유해하지 않냐?’
이런 건 은근히 포맷만 깔아놔도 해로울 텐데 이렇게까지 말로 반복해주니 우리나라 방송계의 미래가 참으로 밝다.
심지어 후원이라는 개념 자체를 안 좋은 쪽으로 더럽히고 있는 것 같은데. 방통위가 게을러빠지거나 뒷돈 먹은 게 틀림없다.
“경연에서 승리한 후보생의 수는 48명, 추가로 생존의 기회를 얻을 후보생은 총 15명입니다.”
MC가 말했다. 라이벌 대전에서 승리한 10인 팀 넷, 9인 팀 하나. 그리고 김병석이 하차해서 마이너스 1명.
‘김병석 빈자리에 한 명 더 붙여주는 것은 확정이군.’
전에 추가 생존자는 14명이었으니까, 한 명 늘었다. 2차 데스 매치 인원을 위해 탈락자 수를 조정한 듯했다.
다행이다. 이로써 소기의 목적이 하나 더 달성되었다.
“탈락 위기에 놓인 후보생은 현재 49명입니다.”
MC의 말을 듣고 속으로 셈해보았다. 탈락자는 34명. 적은 것 같다가도 많게 느껴지는 수였다.
탈락자 발표식은 각 팀별로 생존자를 불러주는 것이 아닌, 49명 중 표를 많이 받은 1위부터 15위를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클래식하게 14위부터 3위까지 부르고, 1위 후보라고 해서 1위와 2위 나오게 해서 1위 부르고, 마지막으로 15위를 부르는 진행이었다.
‘오래 걸린다…….’
그동안 나는 팀원들이랑 저 뒤에 배경처럼 서 있었다. 긴장은 풀리는데 풀어질 분위기가 아니라서 정신 집중하느라 혼났다.
류희재 1위, 채호원 4위. 류희재는 꾸준히 성적이 좋아 김지상과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있다.
그 외에도 첫 경연에서 팀의 ‘에이스’로 뽑혔던 리더들은 전원 살아남았다. 안 좋게 편집을 당한 연습생도 생존했으니, 방송 분량의 승리였다.
“점심시간 가지고, 생존한 연습생들은 한 시간 뒤에 다시 모일게요!”
눈물의 작별 씬을 마지막으로 탈락자 발표식 촬영이 끝났다. 카메라 불이 꺼지자 플로어 스태프가 시간을 안내해 주었다.
이래놓고 점심 도시락은 촬영에 참여한 97명 전원에게 나눠주었다.
‘밥 안 주고 내쫓아 버리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그래,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나는 곤드레나물 비빔밥 도시락을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퍼먹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후 눈이 퉁퉁 부은 애들을 달래주고, 나중에 연락하자고 스튜디오 나가는 것까지 보고 오자 한 시간이 사라졌다.
촬영은 남은 연습생들만 데리고 재개되었다. 전개상 다음 경연 설명이 이어질 눈치였다.
“후보생 여러분! 첫 번째 데스 매치에서의 생존을 축하합니다.”
MC가 스튜디오 중앙에 서서 외쳤다.
“하지만 안심할 수도 없습니다. 그 까닭은, 곧바로 두 번째 데스 매치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스태프가 수레를 슬쩍 끌어와 MC 앞에 놓아주었다.
사극풍 예능에서나 쓰일 것 같은 두루마리가 돌돌 말려 수레 위에 올려져 있었다.
MC가 마이크를 들지 않은 손으로 두루마리 끈을 풀어 펼쳐 카메라에 보여주며 말하기를.
“두 번째 데스 매치의 ‘A’ 키워드를 공개합니다.”
두루마리 속 흰 종이에 적힌 영문은 ‘Area’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