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이돌 안 그만 두겠습니다-42화 (42/192)

아이돌 안 그만두겠습니다 42화

10. BLACK MIRROR(3)

어나더뮤직정의헌홍보ㅇㅇ @djskejabwlrwjddmlgjs

[사진_DM 내용_“일진 아닌 거 진짜임?? 소문같은거 없었음?”_캡처.jpg]

ㅇㅇ 일진은 진짜 아닌 게 얘가 원래 자기관리? 하기로 유명햇음 잘생기고 인기 많으니까 학교에서 잘나가는? 노는? 그런 애들이 얘랑 엄청 친해지고 싶어했단 말임 자기들 무리 서로서로 끼워주려고 하고... 근데 그때부터 자기 커서 연예인 할거라고 미자때부터 술담배하면 안된다고 개 단호하게 쳐내서 ㅋㅋㅋ 얘 건드리면 안된다고 소문 다 퍼져있엇음 그리고 내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런데 모교가 공부잘하는 애들 많이있는 학교라서 막 글케 노는애들 자체가 별로 없었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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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뮤직정의헌홍보ㅇㅇ @djskejabwlrwjddmlgjs

@djskejabwlrwjddmlgjs + 덧) 정의헌이 원래 페블 대신 전해드립니다 이런거에도 맨날 얘기 나오는 친구였단말임 입학 막 했을 때 1학년때 허구한날 빨간저지 입고 다녀서 빨간 저지에 잘생기고 키큰 후배 누구냐고 ㅋㅋㅋ 그런데 그런글 올라오면 5분도 안돼서 막 다른사람이 내 남편이니까 넘보지말라고 새 글 올림 지금 생각해보면 걔들도 정의헌 여친안만드는 거 알아서 일부러 그랬던것 같음 ㅋㅋㅋㅋ

어나더뮤직정의헌홍보ㅇㅇ @djskejabwlrwjddmlgjs

[사진_DM 내용_“쌤 감사합니다 ㅠㅠ 근데제가 궁금해서 그런데 의헌이 친구는 있었나요,,,”_캡처.jpg]

ㅋㅋㅋㅋㅋ 네 당연하죠 누구라고 말은 못하겠는데 같이 다니는 애들 있었음 ㅠㅠ ㅋㅋㅋㅋ 좀 오타쿠같은 애들?? 이라고 해야되나 진짜 안씻고 냄새나고 학교에서 야한거보고 이런 씹덕후 ㅅㄲ들말고 좀 외국 영화나 옛날음악같은거 좋아하거나 일본어 잘하거나 이런 자기만의 세계 확실한 애들 ㅋㅋㅋㅋㅋ 그런 애들이랑 잘 놀았어요 정의헌 포함해서 4명쯤 되는 그룹이 있었던듯 아니 근데 이런애들 너무 웃긴게 평소에는 엄청 조용한 애들인데 정의헌하고만 놀면 개시끄러워짐 ㅡㅡ ㅋㅋㅋㅋ

어나더뮤직정의헌홍보ㅇㅇ @djskejabwlrwjddmlgjs

[사진_DM 내용_“쌤요 웃긴에피소드같은 건 뭐 없엇는지 궁금”_캡처.jpg]

웃긴얘기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는데 흠 저희학교에 쌍득이라고 ㅈㄴ 이상한 할아버지 체육쌤 있었는데 그 쌤도 정의헌이 말하면 다 들어주고 쉬는시간 준다고 유명했음 ㅋㅋㅋ 근데 언제 정의헌이 자기 친구들이랑 밖에서 점심 몰래 짜장면 배달시켜서 먹었다가 쌍득이한테 걸려가지고 둘이 운동장에서 목숨건 술래잡기함 ㅠㅜㅜ 쌍득쌤이 “마!!!!! 니 연예인돼도 토낄끼가!!!!!” 막 이러면서 경상도 사투리로 (정확하지 X) 소리치는데 아 그때는 개웃겼는데 쓰고보니 안웃기네욥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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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아보는계정 @legendhogu

@djskejabwlrwjddmlgjs 쌤 4~5년전일 왜캐 잘 기억하심 ho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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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뮤직정의헌홍보ㅇㅇ @djskejabwlrwjddmlgjs

@legendhogu 좋아했냐고 묻는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 노코멘트 ^ ^ (전 3년동안 대화 다섯마디도 못해봄 ㅎㅎ)

+ + +

대망의 〈데뷔 프로젝트: 아레나〉 3회 방영일.

안승준은 시간에 맞춰 거실 TV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1회 방송은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2회 방송은 스테리나인 숙소에서 멤버들과 모여서 봤다. 두 번까지는 아무래도 괜찮았지만,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에 매번 모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노릇이었다.

그러므로 안승준의 현 위치는 본가였다. 약속이 있다는 아버지와 동생을 제외한 다른 가족도 모두 거실에 나온 채였다.

안승준은 가족들과 함께 방송을 보는 게 한편 조금 민망했지만, 그런 마음을 티 내기에는 너무 멀리 오기도 했다. 중학생 때부터 (당시에는 아이돌 연습생조차 아닌 일반인이었지만) 방송 활동을 했으니 벌써 오 년도 가뿐히 넘었다.

“방송 시작한다.”

안승준이 이온 음료 캔을 따며 가볍게 말했다.

금요일 밤. 창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아무튼 집에서 TV나 보기 딱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방송이 한 시간 정도 흘러갔을 때, 안승준이 곁눈질로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오늘 나 안 나올 수도 있겠는데.”

3회 방송 내용은 ‘첫 번째 데스 매치’였다. 또한 이 내용은 4회까지 이어질 성싶었다.

열 팀이 있고, 두 팀씩 다섯 개의 대결로 묶인다. 그러니 방송 시간을 고려하면 3회 방송에는 절반인 다섯 팀, 넉넉하게 봐줘도 일곱 팀 안쪽으로 출연할 게 분명했다.

지난 방송에서 팀을 짜는 모습은 다 보여줬으니 이제 남은 것은 선곡과 연습, 라이벌 매칭, 본 경연 장면.

편집 권한은 온전히 제작진에게 있었으므로, 출연자 본인이라도 방송 등장 타이밍은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라이벌’로 묶인 경연 팀은 서로 묶여 나오는 듯했고, 둘 다 유망주라면 되도록 오늘 방송에 내보내려는 것 같았다. 예컨대 소속사 심사 1위였던 류희재가 소속된 팀과 사전 투표 1위인 김지상 팀의 대결은 두 번째 대결로서 방송을 탔다.

‘……괜히 걱정했네, 김지상.’

안승준은 김지상이 언제 등장할지, 등장에서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불안해하며 마음 졸인 것이 내심 억울했다.

이번 방송 속 김지상은 지난주 분량과 비교하면 제법 무난하게 등장했다.

- ‘사, 랑, 이, 라’ 다음에 쉬고, ‘믿, 었, 지, 만’.

- 사, 랑, 이, 라……. 믿, 었, 지, 만.

- ‘믿었지만’을 좀 더 이어서 발음하는 것처럼 해봐. More slowly……. ‘믿, 었’ 말고, ‘미덛’.

가사를 잘 외우지 못하는 외국인 팀원을 (때로 영어를 써가면서까지) 도와주는 모습이 방송에 나온 것이다.

물론 편집의 초점 자체는 ‘김지상의 리더십’보다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하는 외국인 연습생’ 자체에 향해 있었다.

지난 방송 분량에 관해 해명이 없어서 조금 이상한 캐릭터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저보다 순위가 낮은 연습생을 견제하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는데, 리더 역할은 잘 해냈으니…….

‘이 정도로 무대 잘 뽑았으면, 진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무엇보다 〈Fraction〉 무대가 환상적으로 멋있게 나왔다.

음향 후보정 덕분에 라이브도 현장에서보다 좋게 들렸고, 카메라를 한 번도 놓치지 않는 김지상의 실력은 감탄할 만했다.

다만 안승준 입장에서 ‘카메라 찾기’는 연습생 때 배우는 기본 중의 기본 스킬이었기에 그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보다 안승준이 주목한 것은 이런 섹시•퇴폐미 콘셉트를 기다렸다는 듯 무대에서 날아다니는 김지상의 모습이었다.

사전 투표 순위가 높은, 다시 말해 비주얼이 눈에 띄는 연습생들이 결집한 상황에서도 김지상은 전혀 꿀림이 없었다.

‘에이 씨, 됐어! 부러워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안승준은 적당히 받아들였다. 그는 늘 이런 경쟁에 참여하면 은메달 내지 동메달로 뒤처지는 감이 있었다.

어렸을 때 참여한 〈틴에이지 스타〉도 준우승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고, 스테리나인에서의 개인 인기 순위도 아주 높지는 않은 편이고, 〈데프아〉에서 같은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실적도 제일 낮았다.

절대적인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래를 보면 안심할 수 있어도, 위를 보면 불만이 생긴다고나 할까.

‘정신 차려야지.’

솔직히 정의헌을 보면 질투조차 나지 않는데, 김지상은 동갑이라서 그런지 가끔은 살살 속이 긁혔다.

그래도 안승준은 서로 다 잘되면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를 열심히 다잡았다. 부정적으로 생각해 봤자 좋을 게 없었다.

- 채호원 후보생, 무슨 이유로 정의헌 후보생을 지목했나요?

- 제가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광고가 지나가고, 방송이 마저 진행되었다.

라이벌 팀을 선택하는 장면을 먼저 배치하고, 채호원 팀의 연습과 무대 장면이 지나갔다. 연습 장면은 컨디션 난조에도 투혼을 발휘하는 연습생 개인을 조명하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문제는 정의헌 팀 방송분에서 나타났다.

[갑작스레 발생한 김병석 후보생의 발목 부상]

이 장면이.

- 저, 죄송합니다. 일어날 수가, 없어서.

……이번 방송 내용으로 등장한 것이다.

‘어?’

안승준은 TV 리모컨을 손에 쥐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사건은 분명, 첫 번째 합숙에서 있었던 일이다.

김병석이라는 연습생이 중간 평가 도중 아크로바틱 파트를 실수하는 바람에, 김지상이 그 몫을 대신하게 되었던 사건.

제작진은 김병석이 실수한 이유와 맥락조차도 설명하지 않고 김병석의 부상에 다짜고짜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그다음 장면은 테이블 위에 놓인 캠코더로 촬영한 장면이었다. 화면에는 테이블만 비치고, 녹음된 목소리만 들렸다.

- 뭐 하는 거야, 너.

- …….

- 도저히 안 되겠으면 자진하차도 된다던데.

다그치는 듯한 목소리. 발언을 받아적은 자막 앞에는 ‘정의헌/어나더뮤직’이라고 이름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습 장면에서는 마치 정의헌이 김병석의 파트를 다른 연습생에게 임의로 건네주는 것처럼 편집되었다.

- 수민아.

- 네?

- 너……. 이 파트 안 해볼래?

‘이 파트’ 대목의 발음이 부자연스럽게 뭉개지는 것을 보면 음성에도 손을 댄 것 같았다. 자막으로만 장난을 친 김지상 때보다 심한 취급이었다.

지목받은 연습생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비슷한 반응을 하는 연습생들의 얼굴을 카메라가 훑고 지나갔다.

그때 교묘하게 김병석 연습생의 인터뷰 컷이 삽입되었다.

- 그 형이 원래 좀 혼자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있어요.

안승준이 판단하기에는 이 인터뷰도 관련 없는 질문의 대답을 잘라 부적절한 위치에 배치한 것 같았다.

김병석이 아무리 머리에 총 맞은 것처럼 구는 녀석이어도, 두 번째 합숙부터는 정의헌 눈치를 살살 보았기 때문이다.

‘칭찬으로 한 말을 나쁘게 사용한 건가?’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안승준도 정의헌 팀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정의헌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고 연습과 편곡에 참여했는지 정도는 알았다.

그리고 정의헌이 중간 평가에서 어떤 칭찬을 받았는지는 아흔여덟 명의 연습생이 전부 알고 있었다.

뻔뻔한 제작진 새끼들을 속으로 짓씹으며, 안승준은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있던 인터넷 커뮤니티 창을 새로고침 했다.

익명의 사람들이 방송 중인 장면에 관해 저마다 한마디씩 얹어대고 있었다.

- 뭐임? 데프아 이제 틀었는데 하차드립은 선 넘었지 ㅁㅊ

- 저거 편집이 아니라 진짜 본인이 한 말임??? 왜 저래??

- 제작진이 정의헌 뽑지말라고 삐삐치나 봐ㅋㅋㅋ

- 미친 독재자 꿈나무네 ㅋㅋㅋㅋ 정틀러 ㅋㅋㅋㅋㅋ

- 쟤 기존그룹에서도 리더였다매 리더롤로 어그로끌더니 반전 ㄷㄷ

안승준은 그 즉시 인터넷을 끄고, 무대가 방송 중인 TV를 그대로 둔 채 집 베란다로 나왔다.

창밖으로 비에 젖은 실외기가 탈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안승준은 정의헌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신호음이 흐르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그런데…….

- 여보세요?

“형…….”

- 어, 왜?

“밖이냐……?”

빗소리와 도로 위로 차가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다 섞여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 일 있어서 나왔다. 뭔데?

안승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억울한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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