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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안 그만 두겠습니다-41화 (41/192)

아이돌 안 그만두겠습니다 41화

10. BLACK MIRROR(2)

이영하 얼굴쯤이야 회사만 가면 삼 분의 일 확률로 볼 수 있지만, 단둘이 남아서 대화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

마지막이 방송 첫 번째 합숙 끝나고 〈뮤직 채널〉 녹화하기 전이니까 한 달도 넘었나? 넘은 것 같다.

그때 우울한 티 팍팍 내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하더니 하루하루 그 나중을 미루어 오늘까지 왔다. 둘만 있으면 바로 딴짓을 시작하거나, 슬그머니 가버리거나, 갑자기 다른 사람을 불러오는 등 이영하의 어색한 대처를 겪으면서 말이다.

그렇게까지 질질 끌며 말하지 않는 것을 보면 급한 일은 아닌 것 같고, 괜스레 애쓰는 게 딱해서 내버려 두고 있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좋아 보여서 말이나 꺼내봤다.

내 어깨를 턱으로 누르며 핸드폰 화면의 배달 목록을 보던 이영하가 몸을 떼어내며 눈을 흘겼다.

“피했다니.”

“숨었다고 해줘?”

“아! 정의헌 진짜 짜증 나…….”

영하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드는 시늉을 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안 했는데 오버하기는.

누운 채로 팔다리를 버둥거리더니(그 모습을 보며 나는 엄청 웃었다), 이영하는 몇 초 만에 지쳤는지 잠잠해졌다. 삼 초만 더 그랬으면 영상 찍었을 텐데 아쉽다.

“헌아.”

“왜요.”

“나 요즘 너무 힘들어…….”

“뭐가 그렇게 힘들어어.”

귀엽게 말하기에 나도 귀엽게 받아치긴 했는데, 실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만한 말이었다.

이영하도 참 힘든 티를 내지 않는 스타일이니까.

영하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에 신경은 예민하고, 계획이 어긋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결벽적으로 도덕적이다.

‘얼굴은 귀여운 느낌으로 순하게 생겼으면서, 성격은 영 딴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곁에 두었을 때에는 보기보다 피곤하지 않다. 아무래도 사람 성격 자체가 꽤 착하다 보니.

착해서 고민 따위를 도무지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은 단점이지만, 오늘은 그 단점에도 예외가 생긴 것 같다.

단지 피곤해서 고집이 느슨해졌을 수도 있고, 내가 재촉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구체적인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겠지. 사유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닌 듯하다.

나는 테이블에 팔을 괴고 몸을 틀어 소파에 누운 이영하를 가만히 보았다.

아무런 논리 없이 징징대더라도 받아주려고 했는데, 얘는 지나치게 차근차근 생각하는 면이 있다.

“요즘 투어 준비하잖아.”

“응.”

“그냥……. 뭐라고 해야 되나? 애들이 감당이 안 돼…….”

“어?”

이 고민 파격적이다.

“애들 잘못이 있다는 건 아니고.”

“불화설 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니야.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좀…….”

이영하가 한숨을 쉬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밑밥만 다섯 접시를 까는 거냐.

“내 성격이 이상해진 것 같아.”

“네가?”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너무 쉽게 나는데, 참지도 못하겠고……. 계속 불안불안해.”

“아…….”

“이럴 것 같았단 말이야, 나는. 7월부터.”

7월이면 지난달이다. 나랑 영하 둘이서 대화하다가 결론 없이 마무리가 흐지부지되었을 때.

확실히 그때 예상하고 지금 문제가 된 거라면, 그 당시에는 이야기하기 일렀을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밑밥을 호화롭게 깔았는지 이제 알겠다.’

생각보다 진짜배기 트러블이잖아.

‘원래 알고 있긴 했어. 이영하가 스트레스에 약하다는 건.’

나도 남은 그룹 멤버들이 염려되기는 했다. 그런데도 이래저래 욕심이 생겨서 애들을 뒤로하고 방송에 출연한 거다.

지금 이 결과가 내 죄는 아니겠지만, 애가 상태가 나쁜 것이 보이니까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영하는 이런 처지에 놓이면 특히 못 버틴다.’

‘이런 처지’라는 것은……. 리더 이야기다.

그전에. 스테리나인 멤버들의 나이 구성은 이렇게 된다.

94년생 둘, 95년생 넷, 96년생 한 명, 97년생 둘.

한 팀에 또래를 꽉꽉 눌러 담은 덕분에, 우리는 멤버가 아홉이나 되는데도 그룹 맏이와 막내의 나이 차가 3살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아니, 기적까지는 아닌가? 하지만 그룹 내 나이 차가 일고여덟 살 나는 그룹도 없지 않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사소한 반전. 그룹 맏이는 내가 아니다.

‘……4개월 정도?’

그러니까, 이영하가 4개월 정도 나보다 생일이 빠르다. 나는 늦봄에 태어났고 영하는 빠른 생일이니까.

같은 해에 태어났으니 큰 문제는 없지만, 족보를 따지면 내가 둘째인데 리더를 맡은 셈이 된다.

연습생 기간도 나보다 길었던 이영하가 리더가 되지 않은 까닭은…….

‘이영하가 회사의 요청을 굳이 사양했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동갑이고 평소 나와 영하는 친구로 지내고 있으니 웬만하면 내가 생일 순으로 둘째인 게 의미가 없긴 하다.

나는 리더인 편이 오히려 만족스러웠고 편했으므로, 영하가 내게 불편한 골칫거리를 떠넘긴 것도 아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이영하가 남과 있을 때 이끌거나 주도하는 역할을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각자 잘하고 못하는 분야가 다르니까.’

영하는 말하자면 서포터 타입. 꼼꼼하고 신중해서 남이 실수하거나 빠뜨린 부분을 잘 잡아챈다. 원래 그런 걸 잘하는 애다.

하지만 내가 빠지면 임시 리더는 당연한 수순으로 이영하가 된다는 게 문제다. 영하도 본인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설령 맞지 않는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녀석이니까.

영하가 나 미안하라고 상담한 것은 아닐 테지만, 내 마음이 그런 멜랑꼴리한 감정으로 쏠리는 건 정말로 불가항력이었다.

“걱정한 그대로 되니까 더 미치겠어. 나 멘탈 너무 약한가 봐.”

“네가 나 소중한 걸 이제 알았구나.”

이영하가 바로 얼굴을 구겼다. 툭 터지는 웃음을 참지 않고 내가 말을 이어갔다.

“영아, 나 봐라.”

그 말에 영하는 투덜거리다가도 느릿느릿 소파에서 내려와 내 옆에 똑바로 앉았다.

이렇게까지 가까이 오라는 얘기는 아니었는데 살짝 당황스럽군. 더 농담할 분위기는 아니니 넘어가자.

“솔직히 너랑 내가 같지는 않잖아.”

“…….”

“나는 남이 좀 밀어줘야 열심히 하는 타입이고, 너는 혼자서도 곧잘 하니까.”

사실 이 정도는 영하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 다잡기가 어려운 쪽이겠거니 싶다.

“대충 하라는 말은 안 할게. 무대는 잘해야 되는 게 맞고.”

“……응.”

“그냥 네 스타일대로 해. 너무 똑같아도 재미없다.”

어떤 의미로는 내가 이영하를 과신한 감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괜찮겠지’ 무심코 생각하면서.

그러나 이곳의 이영하는 고작 스물세 살이다. 내가 평소라고 여기며 익숙해진 그 모습과는 다를 수밖에.

모든 게 다 같을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고 단단해진 모습을 지금과 비교하면 안 되겠지.

한편 스물셋의 이영하는 이야기를 듣고도 조금 우울해 보였다.

지이잉–.

그때 내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너 여기서 3분만 기다려 봐.”

“어떻게 이런 타이밍에…….”

“혼자 땅 파지 말고 벽지 무늬나 세고 있어. 음식 받아올게.”

나는 그렇게 방을 나섰고……. 5분 걸렸다. 구매자를 무슨 1층 뒷문까지 부르냐.

진짜 벽을 보고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배달시킨 거 들고 올라오니까 이영하는 스마트폰이나 하고 있었다.

기분이 나아진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어서 모르는 척하며 한마디만 덧붙여 주었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애들도 이제 다 성인이잖아. 그래서 신경 그렇게까지 안 써도 될 것 같아.”

“알았다고……. 버거 안 시켰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영하에게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넘겨주고, 할라피뇨 치킨 샐러드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추가로 주문한 어니언링은 테이블 가운데에 두고.

포크를 들자 하던 이야기가 완전히 끊겼음이 체감되었다. 사람 입이 하나인 게 이럴 때 통탄스럽다.

푸릇푸릇한 이파리를 포크로 휘젓던 이영하가 문득 말을 꺼낸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나서였다.

“너 언제 한번 우리 단체 연습하는 거 와서 봐주면 안 돼?”

“뭐? 당연히 가야지. 스케줄 톡으로 보내.”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마음이 곧 말이었다.

내가 바쁘다고 했었나? ……아, 몰라. 나중에 생각하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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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08개 [추천 댓글 순]

ogg*** 0:00 릴레이 PR 설명 … 3:08 정의헌 → 채호원 … 8:04 송수민 → 정의헌 … … (더 보기)

bul*** 이 기획 좋네요. 카메라 밖에서의 인성이야말로 진짜 인성이기 마련이라... ㅎㅎ

lyu*** 김지상 사전투표 1위 축하해 앞으로도 꽃길만 걷자 ♥♥♥

son*** 데뷔프로젝트아레나 참가자들 전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ㅠㅠ

nnm*** 8:20 “의헌이 형이 먼저 같은 팀 하자고 해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이거 방송에 안 나오지 않았나?

lhj*** 3:11 의헌아 항상 응원해 꼭 데뷔하자 ????????

qor*** 8:20 여기 이 말은 대체 무슨 소리임? 1차데매 팀 고르는거 리더가 아니라 팀원들이 했잖음. 근데 어떻게 둘이 팀을 미리 정할 수 있는 거? 그렇게 정하고 들어가면 안되는 거 아님? 어떻게 나온 말인지 이해가 안 됨;; 송수민 98위였다면서 처음 들어간 팀에서 끝까지 안 밀려난 것도 이상하고 그냥 말한 맥락을 모르겠음;;;

gqa*** 김지상은 진짜 아닌듯... 다들 방송 안 보고 얼굴만 보고 뽑은 거겠지?

cii*** 8:21 연습생이 등신도 아니고 뭐 편법 쓴거면 이런 인터뷰에서 말하겠음? pd들이 중요한 장면을 빼놓고 방송 내보낸 것 같은데 그냥; kmc가 편집으로 사람 이상하게 만들어놓은 게 하루이틀 일인가 ㅋㅋㅋ

ark*** 8:20 이거 미니게임 시작하고 먼저 말 걸어줬다는 얘기 아닌가? 클립은 따로 없는데 2회 방송분 전체로 보면 연습생들끼리 밀어내기 하던 자리에서 컨셉 의논해서 팀 정했다는 느낌으로 얘기 나오잖음. 그렇게 들으면 말이 되는 것 같은데...?

bar*** 송수민 연습생 발언은 ark님 추리가 맞는 듯~ ^^ 방송에 확실히 보여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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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뮤직 정의헌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얘 진짜 착한애라 좀 잘되면 좋겠어서 툿계정만듦 같은반은 아니었고 그냥 옆옆반? 같은 학년이었는데 정의헌 원래 입학할때부터 유명했음 잘생겨서 ㅎ 걍 잘생기기만 한것도 아니고 착하기도해서 인기 많았고 남자애들도 여자애들도 다 좋아함 선생님들도 좋아하고 ㅋㅋㅋ #데뷔프로젝트아레나 #데프아 #정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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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skejabwlrwjddmlgjs 그리고 원래 리더 역할? 많이 했음 1학년때 반장이었고 1학기때는 학생회도 했다가 연습생 들어가서 관뒀다고 들음 2학년때부터는 오전에만 수업듣고 조퇴하고 다녔고 ㅜ 그래도 같은학교 애들은 얘 다 알았음 축제나 수학여행 장기자랑 있으면 무조건 나가는 애라 (그때도 춤 개개개개 잘췄음 ㅋㅋ) 축제때만 되면 온동네 학교에서 다 얘 보러 옴 중학생들까지 옴 ㄹㅇ #데뷔프로젝트아레나 #데프아 #정의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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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뮤직정의헌홍보ㅇㅇ @djskejabwlrwjddmlgjs

@djskejabwlrwjddmlgjs 착하기도 엄청 착햇음 나도 막 친하게 지내던건 아니라서 가까운사람 앞에서는 어땟을지 잘 모르지만 일진 이런거는 절대절대절대 아니었음 이건 학교 인증 ㅋㅋㅋ 나 특정되는것 같으면 그냥 지울건데 잠깐 쪽지 열어뒀으니까 질문 주면 골라서 투잇으로 쓰겠음 #데뷔프로젝트아레나 #데프아 #정의헌 [사진_졸업앨범_인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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