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안 그만두겠습니다 16화
04. Goosebump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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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데프아 선공개 단체 퍼포먼스 영상
1. 10팀 10색 시그널 송 퍼포먼스 영상
[1조 영상 링크 첨부]
[2조 영상 링크 첨부]
…
2. 100인 단체 퍼포먼스 영상
[이튜브 영상 링크 첨부]
+ 설명
팀 나눈 기준 나도 몰라 왜 팀별로 편곡 다른지도 몰라 그만 물어봐 10명씩 10팀임 방송하면 밝혀지겠지
사이트 들어가 보면 개인 세로캠도 올라와 있음 사전투표 21일까지
댓글 208개
4플# 사전투표?? 무슨 투표를 시작 전부터 받아
23플# 이럴 줄은 알았지만 눈에 띄는 연생이 없다 ㅋㅋㅋㅋ
38플# 근데 이거 영상 뭔 사이트임 플레이피? 스폰서임?
50플# 2조 맨 처음에 나오는거 누군지 알려주라
51플# 전에 어떤 덕이 올렸던 것 같은데, 여기 경력직 많다고 ㅋㅋㅋ 그냥 보는데 자꾸 익숙한 얼굴이 나와서 놀람 ㅋㅋㅋㅋ
62플# [[50플]] 어나더뮤직 김지상!! 스테리나인 멤버임 [사진] [사진] [사진]
65플# 무너가 딱 오는 비주얼이 없네. 쩝
84플# 악플다는 애들 이렇게 많은 거 보니까 데프아 개 잘되려나봄
101플# 잘하는 연생도 많고 비주얼도 꽤 보이는데 여기 댓글 무슨일? ㅋㅋㅋㅋㅋ 열심히 하는 참가자들한테 음습하게 방구석에서 손가락 놀리면 너희 삶이 나아지니 열폭 좀 하지 마
148플# 덕들아 플레이피에 영상 더 떴다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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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 [잡담] 데프아는 사전투표 방법이 어떻게 되는거야?
뭔가 어려워서 헷갈려 ㅠㅠ!!
댓글 7개
1쇼 - 플레이피라는 앱이 있음 가입하고 핸드폰 인증하고 앱 통해서 데프아 영상 아무거나 스트리밍하면 1일 1회 투표권이 생기거든(젬=투표권, 광고 보고 게임 캐시 얻는 느낌임). 이걸 모아뒀다가 19일부터 21일까지 투표기간 열리면 투표 넣으면 돼
└ 1쇼 - 아 그리고 투표는 10명 채워서 해야 돼. 꼭 10명 채워야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한명한테는 가진 투표권의 10%만 사용할 수 있대
└ 글쓴쇼 - 쇼쇼 고마워!! ㅠㅠ 근데 지금 프로필 직캠 단체무대만 공개됐는데 이것만 보고 투표해야 되는 거야?
└ 1쇼 - ㅇㅇ 곧 PR영상도 공개된다는 말 있던데, 기본적으로는 방송 시작 전에 하는 투표야!!
2쇼 - 정보 별로 없긴 한데 투표 성적 좋으면 베네핏 준다니까 어쩔 수 없지 ㅜㅜ 쇼쇼 파이팅!!
└ 글쓴쇼 - 자꾸 질문해서 미안한데 투표 잘받으면 베네핏 주는 거 어디 나와있어?
└ 2쇼 - 가물치놈들 오피셜은 없는데 탈락 영향X 라고 하고 (이건 투표 페이지 안내문으로 나와있어!) 그런데 표수 집계는 하잖아. 그래서 득표 많으면 다음 경연 시스템이든 분량이든 탈락자 발표식에든 베네핏 줄 거라고 다들 예측하는 거야!
* * *
‘100초 PR 영상’ 촬영 전날 저녁, 스테리나인 단톡방에 안승준의 원념이 울려 퍼졌다.
[스테리나인 안승준: 형 댄스 다시 생각해봐 여기 스튜디오 대박 미끄러움]
[스테리나인 안승준: 오늘 한 애들 다 망함 절대 춤추지마 죽어 –승준이시체가-]
[춤추면 죽일거임?]
[스테리나인 안승준: 어 죽어]
[스테리나인 강주찬: 미친놈아냐이거]
내 일정보다 하루 전에 촬영을 마친 승준이는 유언 같은 조언을 내게 남기고 하얗게 승화했다.
안승준은 미친놈이 맞는 것 같았지만, 막 흘려듣기에는 위험한 내용이었다.
굳이 이런 기밀을 유출할 정도라면 스튜디오 환경은 보지 않아도 훤했다.
나는 그 시점 내 ‘PR 영상’ 촬영 계획을 돌이켜보았다.
‘독무가 20초씩 두 개, 노래가 10초쯤 들어갈 텐데.’
이대로라면 독무가 길게 들어가기 때문에,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었다.
‘아예 춤을 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분량을 줄여야 할 것 같다.’
나는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수정해 보며, 앉은 자세로 내 방 창밖을 쳐다보았다.
벌써 해가 떨어져 온통 어두웠다. PR 촬영은 오전이었고.
‘얼추 열다섯 시간쯤 남았나.’
그것도 아침에 샵 가서 메이크업을 받고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열두 시간이었다.
내가 잘하는 것, 자신 있는 분야는 누가 뭐래도 춤이었다.
하지만 그 춤을 봉인해야 할 때, 두 번째로 자신 있는 것이라고 하면…….
‘……대본을 고쳐야겠네.’
추가로 선곡을 하고, 택시를 불렀다. 집에서는 준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야간 할증 붙은 택시를 타고 새벽에 회사 연습실에 도착하면 데드라인까지 남은 여유는 열네 시간.
숙소 생활을 했다면 회사는 걸어서도 갔을 텐데, 〈데프아〉 촬영 기간에는 본가에서 지내서 쓸데없이 이동 시간이 더 들었다.
잠은 연습실 구석에 접이식 침대 펴놓고 대충 처리했고, 아침이 밝으면 즉시 메이크업 받으러…….
그러니 점심 즈음 마포구의 KMC 스튜디오에 도착한 나는 사실상 반 수면 상태였다.
“앞 순서 촬영 끝날 때까지는 저기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면 되고요, 차례가 되면 호명할 테니 주무시지 말고 꼭 이름 들을 수 있게 해주세요.”
제작진은 스튜디오 입구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뒤 그렇게 안내해 주었다.
소강당에 파티션, 선풍기 따위만 설치해 구색만 겨우 갖춘 임시 대기실.
‘이 장소가 반년 후에 기자들의 청문회장이 된다는 것을 이 사람들은 예상도 못 하겠지.’
촬영 일자를 셋으로 나눠 오늘 출근하는 연습생은 고작 서른 몇 명일 텐데, 대기실은 앉을 자리조차 없을 만큼 분주했다.
“네 마음을 갖겠어! 가라, 하트 페어리!”
“오늘도……. 나는 그대를 연모하고 있소.”
“보송보송 부드러워~ 나는 누나만의 아기 고양이, 야옹!”
“지금부터 제가 비트박스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예스, 휙, 체크, 체크.”
일찌감치 도착한 연습생들이 개인적으로 대본을 외우며 시장바닥 같은 사운드를 내고 있었다.
코스튬에 소품에 메이크업까지. 다들 독기 제대로였다.
‘아, 쪼들린다는 건 아니고요.’
나는 어깨에 멘 가방의 끈을 손으로 꾹 쥐었다. 나도 다 계획이 있단다.
* * *
“10분만 쉬었다가 갑시다.”
〈데뷔 프로젝트: 아레나〉의 연출 PD 김미진이 피곤한 목소리로 현장 스태프들한테 지시했다.
스튜디오 곳곳에서 반사적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휴식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털썩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젊은이들의 미래가 참으로 피로하기 짝이 없었다.
합숙이 끝난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이어지는 촬영 강행에 스태프들도, 김 PD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열심히 하는 출연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전부 열성적으로 호응하며 친절하게 기운을 북돋아주기에는 김 PD가 너무 체력이 없었다. 나이가 들었더니 매일이 고비다.
그는 한 대 세워놓은 카메라의 초록색인지 노란색인지 모를 형광 불빛을 깜빡깜빡 멍하니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번 촬영은 쉬운 편이지.’
카메라는 중앙에 고정해 놓고, 딱 100초만 찍으면 되니까 말이다.
의미 없는 한숨을 내쉰 뒤 김 PD는 시선을 돌려 다음 참가자 서류를 정리하는 허 작가에게 물었다.
“윤아야, 안 피곤해?”
허윤아는 앞머리가 곱슬거리고 둥근 안경을 쓴, 〈데프아〉의 서브 작가였다.
“전 그래도 어제 자고 와서 좀 괜찮아요. PD님이야말로 좀 주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휴……. 하루 여덟 시간 잘 수 있으면 내가 소원이 없겠다. 그런데 말이야,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소원 아니겠냐.”
김 PD는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한마디 한 뒤, 주제를 돌렸다.
“다음 누구야?”
“정의헌 연습생이네요. 저는 얘 좀 매력 있더라고요.”
출연진에게는 존칭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듯 허 작가는 편하게 연습생을 호칭했다.
김 PD는 그보다 허 작가의 코멘트에 집중했다. 방송 작가 경력 십 년, 〈틴에이지 스타〉, 〈90’s Dreamers〉를 포함해 내로라하는 음악 서바이벌 예능 잔뼈가 굵은 허 작가는 좀처럼 출연자를 좋게 평하는 일이 없었다.
사람은 누구든 둥글둥글 잘 대하지만, 스타의 자질만은 매서운 눈으로 판단하는 프로. 그게 허 작가였으니까.
당장 이번 〈데프아〉 PR 촬영에서도 허 작가는 대여섯 명을 상대로만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벌써 54명, 그러니까 절반이 넘는 출연진이 촬영을 마쳤는데 말이다.
‘우와, 승준이 진짜 오랜만이다. PD님, 이 친구 잘해요. 캐릭터도 좋고. 그 시절 캐릭터를 또 써먹을 수는 없겠지만……. 여차하면 저 팔아서 새 스토리 만들죠, 뭐. 그런데 애가 어떻게 얼굴이 애기 때 그대로네.’
김 PD는 허 작가의 말을 회상하고 왠지 입맛이 떫어졌다. 1일 차 촬영 MVP도 결국 돌고 돌아 안승준이라니.
하지만 안승준이 기획해 가져온 본인의 스토리는, 허 작가의 말마따나 셀링 포인트가 있었다.
‘저는 어렸을 때 한번 잘되어 봤잖아요. 그때 저는 제가 천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데뷔해서 나와보니까, 저보다 대단한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보면 부러워요. 내가 뭐가 부족해서 안 되는 거지, 나 대단한 사람 아니었나, 생각도 들고요.’
‘몰락한 천재가 다시 한번 일어나고자 한다’, 좋은 서사였다. 그게 참 공교로웠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김 PD는 데뷔 이력이 있는 연습생이 다소 고까웠다. 스테리나인이라든지 스픽스라든지, 사연이 얼마나 깊고 애들이 얼마나 성실하든 그들은 방송에 써먹기에 좋지가 않았다.
‘캐릭터에 한계가 있으니까.’
오디션에서 신선함은 무기였고, 시청자들은 언제나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그림을 원했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이미 잘 아는 인물이라는 게, 캐릭터가 뻔한 게 문제였다. 다들 사연도 상투적이고 의지도 어중간했다. 적어도 김 PD는 그렇게 심드렁히 생각해 왔고, 허 작가도 기획의 불문율이든 김 PD의 태도든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도 지금 들어오는 애나, 이런 애들은 경력이 좀 그래.”
“음!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요. 의헌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그걸 뛰어넘는 매력이라도 있는 거야? 윤아 보기에는 어때.”
김 PD는 장난스레 물었다. 허 작가가 사심으로 호평할 사람이 아닌 건 알지만, 너무 좋아하니까 반감도 들었다.
그러나 김 PD의 말투 속 희미한 빈정거림 정도는 눈치채기 어려웠는지, 허 작가는 대수롭지 않은 듯 가벼운 투로 답했다.
“PD님도 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헌이 있고 없고, 분위기 차이 엄청 심하잖아요.”
김미진 PD는 미간을 좁혔다.
그는 소속사 평가나 중간 평가를 회상해 봤지만, 허윤아 작가의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어나더뮤직 정의헌. 시키는 대로 잘하고 방송이 뭘 원하는지 눈치도 볼 줄 알고, 인터뷰나 리액션 캠에는 가끔 재미있는 멘트도 찍힌다.
‘아, 피지컬도. 엄청 눈에 띄는 편이지.’
그러나 사람이 백 명이나 있지 않은가.
왠지 더 발굴하고 캐릭터를 빌딩해 보면 정의헌보다 나은 간판이 나타날 것 같기도 했다.
김 PD는 그리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송의 도식을 위해서.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