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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안 그만 두겠습니다-15화 (15/192)

아이돌 안 그만두겠습니다 15화

04. Goosebumps(2)

사진 속 나는 흰 캡모자를 얼굴이 그늘이 생길 만큼 눌러쓰고, 긴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삐딱하게 서 있었다.

하이앵글로 찍힌 사진은 반항적이기보다는 시크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의도한 결과였다.

포인트는 앞으로 쓴 모자였다. 정보를 포기하고 무드 조성을 고집하는 용기라고 할지, 객기라고 할지.

얼굴이 약간 가려지는 것은 결점이었으나, 반대로 장점도 있었다.

‘아무튼 특이해서 눈에 띄니까.’

이건 경력을 믿고 배짱을 부린 셈이었다. ‘내 얼굴 궁금하면 그냥 인터넷 찾아보면 되잖아!’라고나 할까.

컨셉 포토는 촬영장에 쌓아둔 소품을 직접 골라 집어와서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세계관적으로는 ‘〈프로젝트 아레나〉 데스 매치에 참여하기 전 참가자들의 일상’ 같은 느낌이라던가.

아무튼 욕심내서 연출한 덕에, 남들 다 파스텔톤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으로 프로필을 도배하고 있을 때 나 홀로 갑자기 분위기 어둠에 다크 뒷골목이다. 심지어 〈데프아〉 출연하면서 머리를 흑발로 다시 덮어서 전체적인 컬러감마저 삭막했다.

‘그래도 이영하라면 의도를 눈치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화면을 들여다보는 영하의 얼굴을 슬쩍 관찰했다.

“보니까 어때.”

속을 떠보듯이 묻자 영하가 나와 사진을 번갈아 보며 대답했다.

“음……. 첫인상은, 우리 데뷔 때 사진 같았어.”

이영하는 역시 척하면 척이구나. 솔직한 감탄이 나왔다.

“너 눈썰미 좋다.”

스테리나인 데뷔 앨범 《Zero Gravity》에 수록된 내 개인 컷 중에는, 이 프로필 사진과 비슷한 소품과 구도를 쓴 사진이 있었다.

오마주급으로 비슷한 아웃풋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속으로 그 사진을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

스물한 살에는 상처받은 소년…… 인지 청년인지……. 같은 콘셉트였다면 지금은 그것보다는 얌전하다.

어두운 폐허 세트에서 찍어 고독하고 날카로운 정서를 강조하는 데뷔 앨범 이미지와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배경에서 먼 곳을 보며 생각하는 표정으로 찍은 〈데프아〉 프로필 사진.

이어지는 듯도 하고 분절된 두 개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이 교수님의 심사평은?”

이영하가 오케이 하면 팬분들 반응도 대개 나쁘지 않다. 질문은 그 확인을 위해서였다.

영하가 반문했다.

“냉철하게 해줄까, 스윗하게 해줄까?”

“우리 전에 오사카 갔을 때 먹었던 고등어구이보다 달달하게 해주라.”

“그 고등어 얘기 대체 언제까지 할 거냐고…….”

녀석은 잠깐 쪼잘거리는가 싶더니, 곧 깔끔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난 마음에 들어. 살짝 과하긴 한데, 다른 분들 사진 보니까 이 정도면 심한 것도 아니더라.”

“말 가면 쓰고 촬영하신 분도 있던데. 아무래도 그런 케이스랑 비교하면 난 평범하지?”

말 가면……. 촬영장 복도에서 보고 이튜버 섭외해서 광고 찍는 줄 알았는데, 연습생이었다. 황당하게도…….

역시 사람을 백 명이나 모아두면 별의별 캐릭터가 다 나오는구나.

“호불호는 탈 수 있겠는데, 네가 의도한 티만 안 내면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을 듯?”

“그래서 패스야, 탈락이야?”

“패스! 대놓고 연상되지 않게 한 센스에 가산점.”

이영하의 섬세한 성격과 인터넷 중독 성향은 때로 매니저팀의 모니터링보다 도움이 되고는 했다.

보통은 무슨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든가, 팬들은 무엇을 싫어한다든가, 그런 잔소리를 하는 편이지만.

분위기 좋고, 건설적인 피드백까지 돌아오니 어쩐지 뿌듯한 마음마저 들었다.

“잘됐다. 네가 오케이라고 하니까 마음이 좀 놓이네.”

“내일도 뭐 촬영 있다면서?”

“나는 내일 아니고 모레. 스튜디오에서 PR 영상 찍는대.”

일정은 아마도 안승준이 그룹 단톡에서 유출했을 거다. 김지상은 원래 단톡에서 말이 없고, 나는 아직 알려준 적 없으니까.

희멀건 음료 위, 다 녹아서 둥둥 떠다니는 휘핑을 빨대로 저으며 이영하가 중얼거렸다.

“잘해. 어련히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걱정도 많다. 나 알잖아.”

내가 의기양양하게 답하자, 그 순간 어색하게 마가 떴다.

정적은 짧았지만, 문득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미묘하게 뒷맛도 개운하지 않고.

나는 빠르게 영하의 표정을 살폈다. 입은 웃고 있는데 내리깐 눈은 건조한 게, 공석에서는 절대 안 보여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함께 지내온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이영하가 이런 얼굴을 하는 타이밍이라면 뻔했다.

‘……고민, 걱정, 혼자 생각하는 거 많을 때.’

요약하자면 네거티브 모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수습해 보자.

“뭐 우울한 일 있냐.”

“없거든?”

“딱 기다려. 내가 맞혀본다.”

이 시기에 이영하한테 일어난 이벤트가 뭐가 있지? 어머님 잘 지내시고, 얼굴 갸름한 거 보면 다이어트 고민은 아닌 것 같고, 지인 관계에 트러블 생긴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런 문제들이면 말하기를 꺼릴 리가 없다.

이어서 나는 머릿속으로 이 시기에 스테리나인 그룹에 발생한 일도 따져보았다. 일단 멤버 두 명이 〈데프아〉에 출연했고, 방송이 시작하자 남은 멤버들은 해외 투어를 돌았다.

이름하여 〈GET Ready – North America Tour 2016〉.

스테리나인 팬덤 이름 ‘레디’를 전면에 내세운 북아메리카 투어 프로젝트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멕시코, 시카고, 토론토를 찍고 뉴욕으로 향하는 한 달 일정. 안승준, 김지상, 서드림 없이 남은 멤버 여섯 명으로 소화했다.

‘그래서 〈데프아〉 첫 번째 순위 발표식도 지구 반대편 호텔 방에 같이 모여서 봤었지.’

해외 투어라고 해도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 좁고 어둡고 천장 낮고 바닥 약한 공연장이라면 세계 어디든 있으니까.

일본 프로모션 중에는 백화점 앞에 설치한 간이 무대에도 서봤고, 야외에서 천막 치고 공연한 적도 있다.

‘소극장은 소극장의 재미가 또 있긴 하지만.’

아무튼, 요지는 남은 멤버가 다섯이라도 해외 투어는 할 수 있다는 거다.

티켓 예매 공지도 아직이고 나도 들은 바가 없지만, 다른 멤버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에도 회사에 출근했을 테니까. 일정 관련해서 직원분들께 안내를 받았을 수도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추궁하기가 애매하다.

투어 때문이냐고 묻는 건 너무 미래에서 온 걸 광고하는 것 같았다.

사실 기를 쓰고 숨길 것까지는 없지만, 이 타이밍에 밝히려니 아무래도 쪽팔렸다.

“뭘 그렇게 오래 고민해?”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가 없다.”

내가 손을 내젓자 이영하가 웃음을 터뜨렸다.

“몰라도 돼.”

“거 젊은 사람이 인심 각박하네……. 시간 좀 필요하냐.”

“……응, 조금.”

본인이 그렇다고 하니 더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나는 턱을 괴고 이영하의 얼굴을 비스듬하게 올려다보았다.

‘비슷하다고 말은 했지만, 역시 달라.’

채호원과 이영하는 다르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내가 영하를 더 편하게 여겨서 생기는 차이도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안심해도 되는 건가’ 싶다가도, 이영하를 보고 있으면 ‘그래도 충분히 기다려 보자’ 결심을 하게 된다. 사람이 위태롭지 않다는 게 이영하의 특징이고, 두 사람의 다른 점이었다.

그러니까 괜찮을 거다. 이영하니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도울 수 있으니까.

* * *

[정리글] 데프아 연습생 공개 커리어 모음 (스압)

어제 데뷔 프로젝트 아레나 연습생 100명 전원 프로필이 공개됐는데, 아역배우 출신이나 아이돌 출신이 은근 있어서 프로필 간단하게 정리해봄

공개적인 커리어만 정리해서 연습생으로 유명한 멤버, 연예인 가족은 일단 제외함 대신 다른 오디션이나 서바이벌 경력 있으면 그건 넣었고

내가 모르는 게 있을 수도 있음!! ㅠ 댓글로 알려주면 추가할게

1. 아이돌 출신

– 어나더뮤직 정의헌

[컨셉 포토_정의헌.jpg]

[Run and Run_뮤직비디오_캡처.gif]

[150718_팬싸인회_현장_움짤.gif]

2014년 데뷔, 연차 3년 스테리나인 출신 94년생 23세

그룹 내에서는 리더, 메인댄서, 서브보컬 / 키 185 다리길이 116이라고 함

– 어나더뮤직 김지상

[컨셉 포토_김지상.jpg]

[Express_뮤직비디오_캡처.gif]

[160309_공식이튜브_콘텐츠_움짤.gif]

위와 같은 스테리나인 출신 95년생 22세 / 리드댄서 키 178

이것도 경력인가? 작년에 교육방송 ETV 고고해결단 MC 6개월 함 (12대 미르)

– 어나더뮤직 안승준

[컨셉 포토_안승준.jpg]

[Run and Run_뮤직비디오_캡처.gif]

[151205_청주한마음나라사랑겨울대축제_무대_직캠_움짤.gif]

여기까지 스테리나인 95년생 22세 / 리드래퍼 키 184

아이돌 데뷔 전 틴에이지 스타 시즌1 최종2위 경력 있음

– 넥스트레코드 채호원

[컨셉 포토_채호원.jpg]

[Discover_뮤직비디오_캡처.gif]

2012년 데뷔, 연차 5년 스픽스 출신

리드댄서 키 176 / 94년생 23세

2. 오디션 출신

– CK미디어 류희재

[컨셉 포토_류희재.jpg]

[MASTER PIECE_4회차_방송_캡처.gif]

2012년 EX엔터 자체 데뷔 서바이벌 마스터피스 출신 (마이스터 뽑은 서바 맞음 ㅇㅇ)

서바이벌 파이널 탈락하고 익스 퇴사해서 씨케이로 이적한 듯

키는 178 / 93년생 24세

댓글 132개

1플# 와 일단 정성 추천 경력직이 많긴 많다

3플# 지상아......ㅠ

7플# 얘들이 일반 연생들 기회 뺏은 애들이구나. 난 여기 있는 연생은 무조건 거름

15플# [[7플]] 오디션 경력만 있는 연생도 본문에 있는데...?

18플# 헐 틴스타 안승준 아이돌 됐구나 시간 왜이렇게 빨라

27플# 스픽스가 나오네......

40플# ㅋㅋㅋㅋㅋ이런 정리글이 계속 나오니까 데뷔 경력 있는 연생이 경력 없는 연생들 파이 뺏어간다는 말이 나오는 거겠지 진짜 불공평하다 인지도, 팬 데리고 시작하는 애들이랑 맨땅에 뛰어든 애들이랑 어떻게 경쟁이 돼.... 정리 정성은 인정하는데 걍 안타깝다

43플# [[37플]] 스픽스 무슨일있어?

48플# 스나 좋아했는데 이렇게 나오니까 좀 마음이 허하긴 하다 ㅋㅋㅋㅋ 정의헌 김지상 안승준 한표부탁 ㅜ

79플# 글 누르자마자 비주얼로 기선제압 당함

88플# 그래도 난 중고가 데뷔까지 가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다

90플# 헐 류희재 나오는구나 마피 내 최애였는데 ㅠ 그때 너무 아깝게 떨어졌어

100플# 다리길이 116cm 착한 TMI 인정합니다…… ^^ㅋ

108플# 중고 워딩봐 댓글창에 못돼먹은 애들 왜이렇게 많아

127플# [[90플]] 헐 나도 마피 최애 류희재 ㅠㅠ 마피에서 희재 데뷔 직전에 탈락한 거 마이스터 볼때마다 생각나서 넘 맘아픔... ㅠㅠ 그때는 희재가 데뷔조 막내라인이었는데 그사이에 엄청 자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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