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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퀄라이저-139화 (139/141)

<-- 30. 사냥감의 반격 -->

바늘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프레이는 수풀을 헤치고 다가오는 좀비들을 볼 수 있었다.

“팀버!”

지금 상황을 설명할 틈은 없었다. 이미 놈들도 자신을 발견했으리라.

“네, 네!”

“서둘러!”

팀버가 대답했지만 프레이는 다시 재촉했다. 몸을 부들부들 떨던 팀버는 서둘러 떨어진 검을 쥐었다.

“으으...!”

검의 날카로움에 놀란 것인지, 팀버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본능적으로 날붙이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두려움은 사치였다.

“어서!”

크륵-!

가장 가까이 온 사냥꾼이 팀버를 향해 뛰었다. 팀바는 힘껏 검을 들어 올려 밧줄을 잘라내려 했다.

그러나 팀버는 어렸고 굼떴다. 사냥꾼이 팀버의 등을 덮치며 칼날은 밧줄을 살짝 스쳐지나가는 데 그쳤다.

“팀버!”

“사, 살려주세요!”

프레이는 이를 악물고 허리를 굽혔다. 굵은 밧줄로 만든 올가미는 어찌나 튼튼한지 손으로 풀 수가 없었다.

‘제길...!’

프레이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팀버의 위에 올라타 썩은 내를 풍기는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심해!”

프레이가 소리쳤다. 그렇게 말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쿵-!

마나핑거에 충전된 마나가 쏘아지며 사냥꾼의 어깨를 때렸다. 다급하게 충전한 것이라 파괴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감사해요!”

사냥꾼이 쓰러지자 팀버가 기어서 놈의 밑에서 탈출했다.

“어서 밧줄을!”

감사 인사나 받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프레이는 다급하게 팀버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네, 네!”

쓰러진 좀비가 일어선다. 그 사이 수풀과 나무들 사이에서 다른 좀비들이 다가온다.

‘제길...’

빠르게 고개를 돌려 숫자를 확인한다. 총 6마리의 좀비 사냥꾼이 다가왔다.

그중 셋은 이미 지척이었고, 나머지 셋이 달려오고 있었다.

“조심하세요!”

팀버의 목소리와 함께 프레이의 몸이 빠르게 낙하했다.

“크윽...”

등으로 전해지는 통증에 그는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곧 코를 찌르는 악취에 번쩍 몸을 일으켰다.

“검!”

“네, 네!”

크르륵-!

팀버가 검을 던지려는 찰나, 사냥꾼이 그 앞을 막았다. 놈은 프레이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곧바로 그를 공격했다.

날카로운 단도가 날아든다.

‘격투는 해본 적이 없지만...!’

검을 들지 않아서일까. 잔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실전 감각과 상대하는 좀비 사냥꾼의 스탯이 결합되었다. 프레이의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날아오는 단도를 장갑으로 쳐내고 벌어진 가슴으로 주먹을 날린다. 체중을 실어 날린 주먹은 놈의 가슴팍에 꽂혔다.

팍-!

도금한 은이 놈의 피부에 닿자 불꽃이 터진다. 그와 동시에 놈이 울컥하고 검은 피를 뱉는다.

프레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후속타를 넣었다.

먼저 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놈의 팔꿈치를 꺾었다. 마나 핑거의 악력을 시체의 몸이 버티기는 무리였다.

단도를 쥔 팔이 덜렁거리며 늘어지고, 프레이는 검은 피롬 물든 놈의 인중에 다시 주먹을 날렸다.

놈이 밀려나며 팔이 완전히 뜯겼다. 뒤에 있던 팀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물러난다.

“뒤, 뒤!”

팀버의 옹이구멍이 벌어졌다. 프레이는 그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몸을 비틀었다.

카각-!

뒤에서 찔러온 단도가 사슬에 걸리며 쇳소리를 냈다. 프레이는 이를 악물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좀비 사냥꾼의 머리가 보였고, 몸은 알아서 움직였다.

놈의 관자놀이에 주먹이 들어가자 불꽃이 환하게 주위를 밝혔다. 놈의 뒤로 보이는 좀비 2마리.

‘빌어먹을...!’

그 중 하나는 석궁을 들고 있었고, 화살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쏴아악-

화살이 시위를 떠나기 전, 프레이는 다급하게 양팔을 들어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큽...!’

가까스로 화살촉이 닿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해지는 충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나마 장갑이 켈라디움으로 만들어졌기에 멀쩡했지, 일반 가죽 장갑이었다면 마나 핑거라도 무사하지는 못했으리라.

[초급 격투술을 익혔습니다.]

[초급 격투술 Lv1 (0%)]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새로운 스킬을 익혔다.

그러나 지금 기뻐할 틈은 없었다. 프레이는 굳은 얼굴로 메시지를 치웠다.

‘하나씩 처리한다...!’

자신은 마법사가 아니다. 다수의 숫자를 상대한다고 해도 결국 그가 상대해야 할 건 눈앞의 하나였다.

프레이는 앞에 무릎을 꿇은 놈의 머리를 걷어찼다. 놈이 뒤로 나자빠지는 동안 마나핑거를 충전했다.

그리고 충전이 완료되자, 놈의 머리를 향해 마나를 방출했다.

콰드득-

이마 부분이 함몰되고 놈의 몸이 꿈틀거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크륵-!

울음소리와 함께 차가운 숨결이 느껴졌다. 어느새 뒤로 놈들 중 하나가 다가왔음이라.

‘이런...!’

프레이는 낭패라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조, 조심하세요!”

그가 몸을 돌리고, 뒤에 있던 놈은 프레이의 목 뒤에 단도를 찌르려 할 때였다.

푸욱-

파육음과 함께 검은 피가 튀며 프레이의 얼굴을 더럽혔다. 놈의 얼굴을 뚫고 나온 칼날, 그것은 분명 프레이의 검이었다.

“아, 아아...!”

팀버가 떨리는 손으로 검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그의 손에는 날을 타고 흐른 검은 피로 적셔있었다.

프레이는 빠르게 쓰러진 놈에게서 검을 회수했다. 감사 인사는 나중이었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잠깐 동안 떨어져 있던 검이지만, 느껴지는 감회는 새로웠다. 손잡이를 잡자 마음이 안정된다.

프레이는 곧장 놈들을 향해 뛰었다.

* * *

“후우...”

프레이는 검은 피를 닦아내고 힘겹게 숨을 뱉었다. 나침반은 이제 떨리지 않았다.

팀버는 벌벌 떨면서 머리를 바닥에 박고 있었다.

“팀버. 이제 괜찮아.”

프레이의 말에도 팀버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흩어진 시체들 사이에서 떨고 있는 작은 나무인간, 평소의 프레이라면 달래주고 이해하려 노력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팀버가 같은 인간이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마인에 대한 복수심 때문인지, 혹은 방금까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던 탓일지도 몰랐다.

“언제까지 그렇게 벌벌 떨며 살 건데?”

프레이의 말에서 동정도, 이해도 아닌 짜증이 섞여 나왔다. 팀버가 놀란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 하지만, 제가, 제가 누군가를...”

“누군가? 누구? 여기있는 이 시체?”

프레이는 옆에 널브러진 시체 하나를 발로 툭툭 치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팀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까지 나를, 그리고 너를 죽이려고 했던 괴물이야. 네가 처리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거야. 그런 걸 바라는 거야?”

“아니, 아니에요...!”

팀버는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데?!”

폭력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한다는 엘드리안, 그러나 프레이의 눈에는 그저 눈앞의 상황에서 도망칠 줄만 아는 비겁자로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렸다. 부모님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무력한 자신의 모습이.

“왜, 왜 싸워야 하는 거예요? 서로 상처 주지 않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런 팔자 좋은 소리는 네가 믿는 신에게나 물어봐.”

프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살아있는 숲에서 만난 미친 엘드리안을 상대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신...”

“그래, 그 빌어먹을 솔리스든, 저 괴물들을 만들어낸 모르템이든. 신이라는 것들은 우리가 서로 증오하는 걸 바라는 걸지도 모르지.”

프레이는 아무렇게나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팀버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는 듯 옹이구멍을 좁혔다.

“그런...! 솔리스께서는 자비로운 신이에요!”

“그 자비가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

프레이는 헛웃음을 지었다. 팀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정신 차려. 네가 한 일은 나쁜 일도, 좋은 일도 아니야.”

“네...?”

팀버는 혼란스럽다는 듯 커졌다 작아지는 옹이구멍으로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시체들을 내려 보았다.

“살아있는 걸 죽이는 건 나쁜 일이지. 하지만 이들은 너희 종족을 사냥하던 자들이야. 그들을 죽이는 건 좋은 일이지.”

“그건... 나쁜 일이에요.”

팀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자신을 괴롭히는 자라도 생명을 죽이는 건 엘드리안에게 있어 죄악이었다.

“그래? 그렇다고 치자. 사냥꾼들을 잡는 것도 나쁜 일이야. 그러면 언데드가 되어버린 이들을 죽이는 건 어떨까?”

“그건...”

“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아니었다면 이들은 평생 괴물로 살았을 거야. 그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인지는 모르지만. 이건 좋은 일이겠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살았어. 그건 정말 좋은 일이지. 안 그래?”

“잘... 잘 모르겠습니다.”

팀버가 머리를 흔들었다. 다른 존재의 생명을 취하고 삶을 이어가는 건, 엘드리안의 방식이 아니었으니까.

그 앞에 쭈그려 앉아 프레이가 말을 이었다.

“그래, 모를 거야. 그건 누구도 모르는 거야. 심지어 신조차도 모를 일이지.”

“그게 무슨...”

“좋고 나쁘다는 결국 스스로가 정하는 거야. 왜냐하면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프레이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나 확실한 건 그 선악을 유지하는 건 결국 힘이라는 거야. 너, 그리고 엘드리안이 다른 이들을 해치고 싶지 않다면, 그만큼 강했어야 해. 저 사냥꾼들을 단번에 제압한다면, 너희들을 노릴 놈들도 없고 네가 좋아하는 평화가 찾아오겠지.”

“힘... 평화...”

팀버가 프레이의 말을 따라 중얼거린다.

프레이는 팀버에게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공고히 했다.

결국 그날의 비극도, 힘이 없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만약 자신에게 힘이 있었다면, 그 쏟아지는 괴물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면, 하다못해 도망치는 유저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면.

더스틴 마을은, 그의 부모님은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너희들은 힘이 있어. 단지 그 힘을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프레이는 살아있는 숲의 엘드리안을 떠올리며 말을 마쳤다.

길리언에게 붙잡혔던 프레이는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들이 어째서 사냥감으로 전락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프레이는 일어나서 몸을 돌렸다.

“겁이 난다면 돌아가.”

팀버를 신경 쓰면서 마인을 해치울 자신은 없었다. 만약 방해된다면 여기서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나침반이 있으니...’

숲이 더 깊어질수록 나침반의 반응은 강렬해질 것이다. 팀버가 없어도 마인을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팀버는 대답하지 않았다.

프레이는 망설임 없이 발을 떼었다.

* * *

“바이런님... 진짜로 가실 거예요?”

에밀리는 우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바이런도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쩌겠어. 프레이, 그 자식 고집이 만만치가 않아.”

“그래도...”

“문제는 그 자식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거야. 에밀리, 너라면 모를까. 세이렌이나 나는 걸림돌이지...”

바이런은 멀리 떨어진 세이렌이 들리지 않을까 곁눈질을 하며 대답했다. 그녀는 오크인 겔록과 같이 있었다.

“겔록, 너도 같이 가자.”

“게, 겔록. 여기서 기다린다.”

세이렌의 말에 겔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겔록, 여기 있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

“주, 주인님 말 따라야 한다. 하지만 크, 큰 주인님 말이 가장 중요하다.”

겔록은 다시금 고개를 흔들었다. 세이렌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큰 주인님?”

“게, 겔록 키워주신 분이다. 아, 아버지라고 부르면 화를 낸다. 크, 큰 주인님으로 부른다.”

“하지만...”

세이렌은 잠시 머뭇거렸다.

분명 그 큰 주인이라는 사람은 사냥꾼일 테고, 이곳에 돌아오지 않았다.

프레이의 말대로 언데드가 되었든, 혹은 저 숲속에서 조난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잠도 제대로 못 잔 것이리라. 세이렌은 그런 겔록이 안쓰러웠다.

“겔록, 이제 그만 그 사람은 잊어. 아마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녀의 말에 겔록의 얼굴을 굳힌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주, 주인님. 큰 주, 주인님이 곤란하다는 말인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겔록의 눈이 황망하게 커진다.

“그러니까 우리랑 같이...”

“아, 아버지...! 아버지!”

겔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겔록!?”

세이렌이 말릴 틈도 없이, 겔록은 두꺼운 도기를 잡고 숲으로 몸을 돌렸다.

“아, 아버지가 위험하다! 게, 겔록이 가야 한다!”

“겔록? 겔록!”

“무슨 일이에요!?”

바이런이 무기를 들고 다가왔다. 겔록이 갑자기 도끼를 들었기에 혹여나 해코지를 할까 해서였다.

그러나 겔록은 그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의 모습이 숲으로 사라졌다.

“겔록...!”

세이렌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숲을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9 (67%)]

[초급 단검술 Lv9 (27%)]

[초급 격투술 Lv1 (0%)]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9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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