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37화 (137/141)

<-- 29. 사냥을 시작하지 -->

날카로운 단도가 프레이의 눈으로 떨어졌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속도와 거리였다.

프레이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눈꺼풀이 단도의 날을 막아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또 죽음인가...!’

팍-!

죽음을 각오한 그때, 프레이의 귀 바로 옆에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그는 눈을 번쩍 떴다.

“도망치세요...!”

쓰러진 엘드리안이 놈을 간신히 밀쳐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프레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것.

고민할 것도 없이 몸을 옆으로 구른 프레이는 발을 얽매고 있는 볼라를 칼로 끊어냈다. 그사이 공격을 방해받은 좀비 사냥꾼이 엘드리안을 공격했다.

“악...!”

놈은 엘드리안의 가느다란 팔목을 단도로 꽂아 바닥에 고정했다. 고통에 겨운 듯 옹이구멍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한다.

‘빌어먹을!’

프레이는 그 순간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자신이 버리고 가려 했던 엘드리안에게 목숨을 빚졌으니.

그는 곧바로 엘드리안에게 올라탄 놈을 걷어찼다. 그리고 뒤에서 다가오는 다른 사냥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팔이... 너무... 너무 아파요!”

엘드리안이 낮은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고통 때문인지 목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참아!”

프레이는 눈앞에 다가오는 두 좀비 사냥꾼의 공격을 피해내며 소리쳤다.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옆 놈의 가슴을 횡으로 베었다.

상처가 벌어지며 검은 피가 울컥 쏟아진다. 프레이는 벌어진 상처를 헤집듯 검을 비틀어 넣었다.

크륵-

사냥꾼에서 짐승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레이는 이를 악물고 그대로 검을 올려쳐 놈의 목부터 미간까지 갈라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높이 올라온 검을 쓰러진 다른 놈에게 내리쳤다. 마치 장작을 패듯 내려친 검은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고, 쓰러진 사냥꾼의 목은 깔끔하게 절단됐다.

“후우... 후우...”

마지막 한 놈은 엘드리안의 팔에 박힌 단도를 뽑아 달려들었다. 프레이는 가볍게 숨을 고르고 놈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승부는 예상대로였다. 가장 기본적인 무기의 사정거리 차이, 그것도 변칙적인 공격이 아니었으니.

프레이는 사냥꾼의 몸을 발로 걷어차 머리에 박힌 검을 빼냈다. 그리고 검날을 적시는 검은 피를 바닥에 털어냈다.

“으... 으아...!”

엘드리안의 비명이 멎었다. 프레이는 곧바로 돌아서서 상태를 확인했다.

‘이게 뭐지?!’

손목 부분이 바짝 메말라 있었다. 그리고 마치 전염이 되는 듯 팔꿈치까지 말라가고 있었다.

프레이는 사냥꾼이 사용하던 단도를 바라보았다.

[모르테미안 단도]

[모르테미안 토템을 손잡이로 사용하는 단도입니다. 모르테미안의 의식에 사용되며 수준 높은 사령술사, 혹은 리치의 마법으로 강화됩니다. 부가 효과는 단도를 강화한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가효과는 모르템을 믿을 경우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종하시겠습니까?]

손잡이에 해골 장식이 달린 단도.

‘개종은 무슨...’

프레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불길해 보이는 단도를 확인하겠다고 모르테미안이 될 수는 없었다.

‘효과는 대충 예상이 간다.’

일반적인 좀비와 달리, 이놈들은 사냥꾼을 공격할 때 단도를 사용했다. 그리고 단도에 상처를 입은 사냥꾼들은 곧 언데드가 되었으니.

‘그리고 지금... 이 엘드리안의 상처를 보면...’

상처 부위가 메마른다. 그리고 언데드로 변한 사냥꾼들의 상태를 보면 추측할 수 있는 효과는 하나.

‘상처가 부패하고, 만약 죽음에 이르면 언데드로 부활하는 거겠지.’

일종의 독소다. 다른 맹독과 달리 죽음 그 너머까지 효과가 있다는 것뿐.

“이해해라.”

프레이는 반응하지 않는 엘드리안을 보고 검을 들었다. 이미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그의 검이 단두대처럼 떨어졌다.

* * *

“그래서 이 지경이라고!? 언데드가 왜 숲에서 나와!?”

“형, 저도 몰라요. 일단 회복할 수 있을까요?”

“엘드리안이 인간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알아?!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 그래도 식물이니까... 잘린 팔은 자라나지 않을까?”

프레이가 말을 마치자 바이런은 굳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다.

“언데드가 있다는 건 그 언데드를 만든 모르테미안도 있다는 말 아니에요? 왜 숲에...”

“사냥꾼들이 당했는데 왜 알려지지 않은 거야?”

에밀리도 세이렌도 저마다 의문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의문에 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바이런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가 곧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아니, 설마...”

“형?”

“프레이, 그리고 다들 짐 챙겨요. 일단 그 캠프로 돌아갑시다.”

바이런이 모닥불을 밟아 끄며 낮게 소리쳤다. 다른 일행들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형? 캠프라면 사냥꾼들이 있는 곳 말이에요?”

“그래. 거기밖에 더 있어?”

짐을 빠르게 챙긴 바이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드리안은 어쩌고요?”

“데려가야지.”

“네?!”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사냥꾼에게 엘드리안을 데려가다니? 팔아넘기기라도 하겠다는 걸까?

그러나 바이런은 단호했다.

“그 언데드 놈들이 더 나타날지도 몰라. 일단 숲에서 멀어지는 게 좋겠어. 그리고 내 예상대로라면...”

바이런은 프레이에게 엘드리안을 부축하게 했다.

“엘드리안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거다.”

“네?”

바이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다른 일행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곧 그를 뒤따랐다. 프레이는 엘드리안이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고 움직였다.

한참을 걷자니 캠프가 보인다. 달리 입구라고 할 곳도 없었기에 일행은 곧바로 중앙에 피워둔 불 쪽으로 다가갔다.

캠프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중앙에서 꾸벅꾸벅 졸던 오크 하나가 일행의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오크가 왜...?’

오크의 복장은 매우 남루했다. 거적때기를 주워다 입은 것 같은 모습, 그러나 넝마처럼 보이는 옷 사이로 보이는 두꺼운 근육은 그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주, 주인님 왔다. 게, 겔록 안 잤다.”

오크는 놀란 표정으로 허겁지겁 달려와 프레이에게 머리를 숙였다.

자기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큰 오크가 다가와 인사하니 프레이도 당황했다.

“아니... 저...”

“게, 겔록. 준비한다.”

오크는 프레이가 부축한 엘드리안을 붙잡으려 했다. 프레이가 놀라 뒤로 물러섰다. 오크는 프레이의 눈치를 살피더니 곧 겁먹은 표정으로 물러서서 또 고개를 조아렸다.

“주, 주인님 엘드리안 안 준다. 게, 겔록. 기다린다.”

바이런을 제외한 일행들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여기 사냥꾼들이 부리는 오크같은데...”

“오크를 부린다고요?”

바이런이 혀를 차며 말하자 세이렌이 놀라서 물었다.

“사냥꾼들 중에 오크 마을에 잠입해 새끼 오크를 훔쳐서 기르는 놈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네?”

“오크는 태생적으로 힘이 세고, 가족애가 강합니다. 그 가족애가 뭉쳐서 부족으로 발전하죠. 그걸 이용한 겁니다.”

바이런은 불쌍하다는 듯 오크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된 교육도 하지 않고, 오로지 주종의식만을 주입하는 거죠. 자신을 납치한 사냥꾼을 아버지라 믿고 따르는 거죠. 아마 이 친구를 기르던 사냥꾼은 캠프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라고 놔둔 모양인데...”

“공용이라니...”

에밀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프레이는 오크의 태도를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엘드리안을 데려온 프레이 일행을 사냥꾼이라고 생각하고 주인으로 섬긴 것이리라.

“겔록이 이름인가?”

“주, 주인님이 나를 불렀다.”

세이렌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오크, 겔록은 곧바로 반응했다. 성큼 다가온 겔록에 당황한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겔록.”

바이런이 이름을 부르자 몸을 돌린다.

“게, 겔록. 주, 주인님의 명령을 기다린다.”

“다른 사냥꾼들은 어디에 있어?”

바이런은 겔록을 마치 아이처럼 달래며 물었다. 그의 태도에 조금 긴장이 풀린 듯 겔록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다른 주, 주인님들은 사냥을 가셨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됐지?”

바이런의 물음에 겔록이 손바닥을 편다. 그러나 곧 얼굴을 찌푸린다.

“게, 겔록. 수, 숫자 못 센다. 소, 손가락 부족하다.”

프레이는 그런 겔록의 모습에 착잡함을 느꼈다. 전사의 증명을 하며 만났던 오크들과 사뭇 다른 모습에, 그를 납치한 사냥꾼에 대한 분노가 치밀 정도였다.

‘그렇게 명예를 중시하던 종족이...’

겔록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바이런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 했기에 그런 것일까.

“모두들 숲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걸까요?”

“그렇겠지... 아마 이 오크의 원래 주인도 그랬을 테고.”

바이런이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겔록은 주인의 명령을 어기지 못하고 계속 이곳에서 기다렸으리라.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알려지지 않았지?”

세이렌이 재차 물었다. 의외로 대답은 겔록에게서 나왔다.

“주, 주인님들. 다른 주, 주인님 사라져도 즐거워한다. 주, 주인님끼리 싸우기도 했다.”

겔록이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경쟁자가 줄어드는 데 마다할 리가 없었겠지. 그리고 이 사실을 알리면 또 다른 경쟁자들이 올 테고...”

“그럼 이 캠프가 이 숲을 거의 독점했다는 거로군요.”

바이런의 추측에 에밀리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는 불가에 엘드리안을 눕혔다. 그리고 겔록에게 물었다.

“다른 엘드리안을 본 적이 있어?”

“게, 겔록. 주, 주인님을 도와 엘드리안 해체한다. 이 손으로 엘드리안 많이 뽑았다.”

겔록이 웃으며 말했다. 마치 칭찬해달라는 얼굴이었다.

“음... 좋아, 겔록. 이 엘드리안은 그대로 놔둬. 나중에 부를 테니까 좀 쉬고.”

바이런의 말에 겔록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온 주, 주인님 고맙다. 게, 겔록 잘 수 있다.”

겔록은 곧장 옆으로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등을 대자마자 잠에 떨어진 듯 곧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들렸다.

프레이는 모닥불 근처에 놓여있는 상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자연스럽게 그의 주위로 일행이 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죠?”

“형... 뭔가 아는 거 있어요?”

프레이가 물었다. 바이런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기에, 그가 뭔가 알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일단 저 엘드리안이 깨어나길 기다려 봐야지. 아마 해가 뜨면 회복될 거야. 그래도 솔리스의 자식이니까.”

바이런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정확한 답은 해주지 않았다.

프레이는 다시 묻지 않았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 * *

어두운 밤이 지나고, 여명이 밝아왔다.

하늘이 밝아지자 겔록은 천천히 눈을 떴다. 항상 주인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으니까.

그는 다른 사람들이 깰까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하지만 이미 깨어난 이가 있었다.

“여기... 여기가 어디에요?”

앳된 목소리에 겔록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주인님이 잡아온 엘드리안이 일어난다. 겔록은 다급하게 엘드리안을 붙잡았다.

“게, 겔록. 주, 주인님 물건 지킨다.”

“놔, 놔주세요!”

겔록은 불안한 눈으로 프레이 일행을 돌아본다. 엘드리안이 소리치면 깨어날지도 몰랐다.

“조용히 해라! 주, 주인님 주무신다.”

“제, 제발 부탁해요...”

엘드리안이 겁먹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겔록은 자신의 큰 손으로 엘드리안의 옹이구멍을 틀어막았다.

“쉬, 쉿!”

버둥거리며 팔을 떼내려던 엘드리안은 자신의 한쪽 팔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읍! 읍읍!”

소리가 새어 나온다. 프레이는 둘의 소란에 몸을 일으켰다.

겔록은 프레이가 일어나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른 일어선다.

엘드리안은 다급하게 프레이 쪽으로 기어갔다.

“사, 살려줘요!”

“무슨 일이야...!?”

프레이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겔록이 다급하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주, 주인. 게, 겔록 잘못이 아니다. 때, 때리지 마라.”

몸을 오들오들 떠는 겔록의 모습에 프레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다른 일행들도 눈을 떴다.

“뭐야...?”

“뭔 일이야?”

“무슨 일이에요?”

대충 상황을 파악한 프레이가 대답했다.

“아뇨...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모닝콜 참 요란하다...”

바이런이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프레이는 다른 일행들이 정신을 차리는 사이 엘드리안에게 다가갔다.

“정신이 들어?”

“네? 네...”

“너... 음, 일단 이름이 뭐지?”

“팀버에요.”

엘드리안, 팀버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직 겁을 먹은 듯 연신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좋아, 팀버.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프레이의 말에 팀버의 옹이구멍이 천천히 커졌다. 그리고 곧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아아! 다, 다른 엘드리안들을 구해야 해요!”

“팀버... 미안하지만 사냥꾼을 처리하는 건...”

프레이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팀버를 구한 건 어디까지나 프레이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미 사냥꾼들 대부분이 언데드로 변했으리라.

“아니, 아니에요! 숲, 숲 전체가 변할 거예요!”

“변한다고...?”

팀버의 옹이구멍을 따라 프레이의 눈도 커졌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9 (41%)]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9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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