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35화 (135/141)

<-- 29. 사냥을 시작하지 -->

직원이 책상 위에 올려둔 것은 손바닥에 딱 들어오는 크기의 나침반이었다.

그러나 특이하게 겉면에는 태양을 형상화 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일반 나침반과 달리 바늘이 평행하지 않고 마치 시계의 시침과 초침처럼 나뉘어 있었다.

기다란 침은 밝은 금색, 짧은 침은 묵색으로 마치 그림자가 드리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침반?’

프레이는 조심스럽게 나침반을 잡고 정보를 확인했다.

[솔리스의 나침반]

[신성교단은 거짓된 믿음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로 인해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신에게 지혜를 구했고, 솔리스는 이에 응답하였습니다. ‘믿는 자에게 빛이 있으라.’ 기다란 바늘은 나침반 주위에 신앙심이 가장 깊은 자를 가리키며, 짧은 바늘은 신앙심이 가장 적은 자를 가리킵니다.]

메시지를 읽은 프레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의 손위에 나침반의 바늘이 이리저리 돌아가더니 묵색 침이 자신을 가리켰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군.’

의외로 금색의 침은 직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말하는 것과 다르게 솔리스에 대한 신앙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프레이는 시험 삼아 몸을 돌려 일행을 향했다. 그러나 여전히 바늘이 가리키는 사람은 변화가 없었다.

“뭐, 유저니까 별도로 설명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나침반을 들고 숲을 돌아다니다 보면, 엘드리안이 있는 쪽을 알려 줄 겁니다.”

“범위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직원의 설명에 프레이가 되물었다. 설명에는 주위라고 되어있어 정확한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웠으니까.

“음...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군요.”

펜대를 머리로 긁으며 직원이 대답했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도록 하죠.”

“예,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프레이 일행은 건물을 빠져나왔다.

“확실히 신기한 물건이네.”

“만약 마법이 걸려있다면 유지할 수 있는 마나가 필요할 텐데... 신성력이라는 건 의외로 편리하군요.”

세이렌이 간단한 감상을 말하는 한편, 에밀리는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마법사는 마법사네...’

에밀리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프레이는 몸을 돌렸다.

“일단 돌아가죠. 바이런 형을 찾다가 엇갈릴 수도 있으니...”

“그러네요. 바이런 님은 괜한 고생을 하게 됐군요.”

“혹시 알아? 완전 저렴한 배를 구할지도 모르잖아?”

에밀리의 말에 세이렌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좋겠네요. 일단 가요.”

* * *

“없어, 없어.”

바이런은 손사래를 치며 돌아왔다.

“그래요?”

“그래, 저번처럼 화물칸에라도 태워달라고 했는데도 말이 안 통해. 그리고...”

바이런은 두 여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프레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여자가 있다고 하니까, 항해 중에 약간의 봉사를 해주면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하더라고.”

“봉사...?”

프레이가 무슨 뜻이냐는 듯 물어보자 바이런은 씁쓸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무슨 봉사겠냐. 그거지, 그거.”

“뭐라고요?”

“절대 안 된다고 하니까 나를 비웃더라고. 쯧, 아무튼 텄다 텄어. 너희들 쪽은 어때?”

“아, 다행히...”

프레이는 직원에게 들었던 설명을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바이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찔끔하는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근데 엘드리안이면...”

“그래도 여기는 다른 것 같아요. 사냥꾼들도 활발하게 활동한다니까.”

살아있는 숲의 엘드리안처럼 괴물이 되어버렸다면 사냥꾼 사이에서도 소문이 퍼졌으리라. 그러나 그런 낌새는 없었기에 바이런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겠지. 사냥꾼들이랑 싸우는 것도 아니라고?”

“네.”

“그럼 당연히 해야지!”

“뭘 그렇게 속닥거려요?”

세이렌이 다가와 묻자 바이런이 허허롭게 웃었다.

“아, 의뢰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

“당장 출발하죠. 말을 빌릴 형편이 아니니까요.”

“으... 가난이 죄다.”

프레이 일행은 빠르게 마을을 벗어났다. 해가 저물며 붉은 노을이 그들을 감쌌다.

그러나 풍경을 즐길 틈은 없었다. 밤이 되기 전에 최대한 많이 움직여야 했기에 모두 발걸음을 서둘렀다.

초반에는 이것저것 잡담하던 일행들도 곧 입을 다물고 걷기만 했다. 모두 지루함에 지쳐갈 때 즈음이었다.

“먼저 온 손님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어느새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기에, 에밀리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멀리 검은 숲이 보이고 그 앞에 캠프가 꾸려져 있다.

“어쩔까? 피해갈까?”

“음...”

바이런의 물음에 프레이는 고민했다.

캠프를 꾸리는 자들이 누구인지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죽치고 앉아서 숲을 뒤질 사람들은 많지 않을 테니까.

‘이 밤중에 벌목하러 오지는 않을 테고...’

캠프의 규모는 작지 않았다. 마을은 아니더라도 작은 부대의 진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으니.

‘사냥꾼들인가...’

엘드리안 사냥꾼. 마을로 돌아가는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숲의 초입에 보급 캠프를 꾸린 것이리라.

엄밀히 말하면 프레이 일행과 대척점에 있는 자들이다. 행동은 같지만 목적은 다르다.

그들은 엘드리안을 찾아 착취하려 하지만 프레이 일행은 그들의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저들은 숙련자야. 따라가면 쉽게 엘드리안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교단에 돌아가 엘드리안이 사냥당하는 모습을 보고하면 될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프레이는 딱히 엘드리안에 대해 동정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살아있는 숲에서 당한 것도 있으니 오히려 경계하면 했지.

‘발목 잡힐 수는 없지...’

그러나 프레이는 바보가 아니다.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이미 일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이 의뢰는 다른 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귀찮은 일은 사양하고 싶은데...’

신성교단에서 원하는 건 단순한 상태 보고가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서면으로 받아도 충분한 일일 터, 분명 달리 원하는 것이 있으리라.

“프레이?”

생각이 길어지자 바이런이 그를 부른다.

“아, 네.”

“어쩔 거야? 내 생각에는 피해 가는 게 좋겠는데...”

바이런은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캠프 쪽을 쳐다보았다.

“왜요? 저들을 따라가서 엘드리안을 보고 오면 되지 않나요? 오히려 사냥꾼들이 엘드리안을 어떻게 다루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이 아가씨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에밀리의 말에 바이런이 검지를 흔들며 말했다. 세이렌은 피식 웃고는 바이런의 말을 기다렸다.

“나는 딱 설명 듣자마자 감이 왔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어? 고작 엘드리안 상태를 확인하고 오는데 대륙을 건너는 뱃삯을 내줘? 에이, 아무리 교단이라도 그런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지.”

“손해 보는 장사요?”

세이렌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럼요. 교단에서 엘드리안 사냥꾼의 존재를 모르겠습니까? 제가 소문으로 들을 정도인데, 교단이 모를 리가 없죠. 그럼에도 이런 의뢰를 맡긴 이유가 뭐겠습니까?”

“뭔데요?”

“구실 만들기죠. 교단 쪽에서는 엘레타스 대륙까지 영향력을 확산하려는 겁니다. 어떻게든 이곳으로 건너올 구실이 필요한데, 마침 엘드리안이 솔리스의 자식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아...”

세이렌이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엘레타스에서 사제들을 보기는 어렵죠.”

프레이도 동의했다. 그러고 보니 엘레타스에서 교단의 사제로 보이는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죠. 마법사들이 도통 괴짜... 아니, 나쁜 뜻으로 말한 건 아니고.”

바이런이 슬쩍 에밀리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는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흠흠, 아무튼 마법사들은 개종하기가 힘드니까. 그리고 엘드리안의 부산물 때문에 마법사들도 사냥꾼들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지. 엄밀히 말하면 엘드리안을 두고 양쪽의 관계가 조금 날이 서있단 말이지.”

바이런이 쪼그려 앉아 흙길에 그림을 그렸다. 사각형 2개와 그 사이에 선을 그었다.

각 사각형은 대륙을 의미했다.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래서 마법연합 쪽에서도 엘드리안 사냥꾼의 존재를 쉬쉬하고 있단 말이야. 여기서 우리 같은 제 3자가 딱 나서서 엘드리안이 사냥당한다는 증언을 해주잖아? 그러면 교단 쪽에서는 엘드리안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엘레타스에 올 거 아니겠냐.”

바이런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화살표를 그렸다.

“하지만 교단 쪽에서도 우조스 때문에 병력을 쉽게 뺄 수는 없잖아요?”

“그거야 옛날에나 그랬지. 지금은 그렇지도 않아.”

에밀리의 말에 바이런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그 제 3자의 위치가 바로 우리라는 거지. 이 의뢰, 무조건 엘드리안이 멀쩡하다는 보고로 해야 뒤에 귀찮은 일이 안 생길 거다.”

바이런은 일어서서 자신이 그린 간이 지도를 지워버렸다. 세이렌은 그를 바라보며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견은 어디서 배웠어요?”

“네? 아니... 날 도대체 어떻게 보고 있던 겁니까?”

바이런이 실망하는 투로 말하자 세이렌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닌데.”

“그럼 일단 여기서는 멀리 돌아가도록 하죠.”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어두운 숲보다 밖에서 자는 게 나았다. 사냥꾼들의 보급 캠프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를 만들어야 했으니 다시 움직여야 했다.

일행은 불빛을 피해, 흙길을 벗어나 수풀로 들어갔다.

“혹시 뱀이라도 나오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바이런이 불안한 목소리로 묻자 에밀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선두에 나선 프레이는 그저 미소를 짓고 나아갔다.

다시 한참을 나아가, 사냥꾼 캠프의 불이 점으로 보일 때가 되어서야 프레이는 발을 멈추었다.

숲과 연결된 초원의 풀이 길게 자라 있었기에, 프레이는 검을 들었다.

“뭐 하려고?”

“자리를 만들어야죠.”

바이런의 물음에 그는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바닥에서 돌출한 큰 바위를 향해 검을 가로로 그었다. 보통 검이라면 날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겠지만, 그의 검은 점토를 가르듯 말끔하게 바위를 빠져나왔다.

“오... 확실히 좋은 검이긴 하다니까.”

“잠깐 비켜주세요.”

프레이는 일행을 뒤로 물리고 마나핑거를 바위에 대었다. 잘라낸 부분이 고스란히 위에 남았기에 옆으로 밀어낼 생각이었다.

그의 팔에 푸른 선이 차오르고 곧 마나가 방출되었다.

크그그-

바위가 밀려나며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 곧 네 사람은 넉넉히 잘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돌판이 드러났다.

“돌침대라... 그냥 자면 몸이 남아나질 않겠지. 다들 근처의 풀 좀 베어주세요.”

“알았어요.”

세이렌은 곧바로 검을 꺼내 풀을 잘라냈다. 에밀리는 마법을 이용해 풀을 통째로 뽑아냈다.

그 사이 바이런은 돌판 위로 올라가 중앙에 모닥불을 피웠다.

“프레이, 넌 잔가지나 좀 주워와.”

“네.”

프레이는 가볍게 대답하고 숲으로 들어갔다. 숲의 초입이니 큰 위험은 없으리라.바이런의 진두지휘 아래 잠자리는 빠르게 준비됐다.

수풀을 모닥불 주위에 둘러 깔고, 바이런이 준비한 모포를 꺼내 펼치니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니,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와...”

바이런은 혀를 끌끌 차며 프레이가 사라진 숲속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프레이 님이 그렇게 약하신 분은 아닌데...”

세이렌이 불안한 얼굴로 묻자 에밀리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러나 완전히 안심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걱정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던 세이렌이 결국 침묵을 깼다.

“아무래도 가봐야겠어요.”

“혼자서 말입니까?”

바이런이 놀라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 생겼으니까 지금까지 못 돌아오는 거잖아요?”

“프레이도 못 당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방해되지 않겠어요?”

바이런의 말에 세이렌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존심 상하는 말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말이었다.

에밀리는 둘을 지켜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저기...!”

숲 속에서 덩치가 큰 그림자가 나타났다.

일행은 빠르게 무기를 꺼내 들었고, 에밀리는 마법을 준비했다.

그들이 무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림자 쪽에서 먼저 말소리가 들렸다.

“형! 형!”

낮은 외침, 그러나 그 목소리는 프레이의 것이었다.

“프레이!?”

놀란 바이런이 모닥불 가장자리에 나무를 들었다. 타고있던 모닥불은 쓰기 좋은 횃불이 되었다.

어둠이 걷히고 프레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 이게 뭐야?!”

“엘드리안?!”

아직 몸체에서 뻗어 나온 가지에 이파리조차 나오지 않은 어린 엘드리안이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9 (19%)]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9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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