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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퀄라이저-120화 (120/141)

<-- 26. 그랜드 마스터를 찾아라 -->

프레이는 날아드는 검날을 옆으로 쳐냈다. 그는 잔상을 따라 움직이며 눈앞에 오토마톤의 머리를 쳐냈다.

볼크가 뒤에서 손도끼를 들고 달려온다. 아직 움직이는 놈의 복부에 도끼를 박는다.

“조심해요!”

그러나 적은 하나가 아니었다. 시체들 사이에 숨어있던 오토마톤들이 일어난다.

얼핏 보면 좀비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피와 살점이 아닌 금속 뼈대와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이런...!”

자연스럽게 볼크와 프레이는 등을 맞댄다. 프레이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얼마나 상대할 수 있어요?”

“어... 그래도 두 놈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볼크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프레이의 앞에 있는 오토마톤은 넷, 볼크의 앞에는 셋이었다.

“최대한 방어 위주로 부탁합니다! 제 뒤만 지켜주세요!”

프레이는 소리치며 뛰어나갔다.

대답을 들을 틈이 없었다. 포위되면 사망확정이었기에 선수를 치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쪽에 있는 놈을 향해 검을 찔렀다. 양팔에서 튀어나온 칼날을 교차해 방어한다.

캉-

쇳소리가 울린다. 놈이 밀려나고 다른 놈이 프레이의 옆을 노린다.

입술을 깨물며 검을 회수, 옆으로 휘두른다. 가짜 피를 흩뿌리며 놈도 칼날을 휘두른다.

“큭...!”

다시 공격이 막혔다. 다른 놈이 빈틈을 치고 온다. 프레이는 마나핑거를 들었다.

이미 준비 중이었던 마나가 폭발하듯 쏘아진다.

덤벼들던 놈의 배가 움푹 들어가며 뒤로 나자빠진다. 그 사이 프레이는 다른 놈의 팔을 통째로 베었다.

“말살, 말살하라!”

시체로 위장한 오토마톤의 입에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프레이는 입을 굳게 다물고 뒤에서 덤벼드는 놈을 상대한다.

목을 베고 곧바로 가슴을 찌른다. 손끝으로 딱딱한 결정이 느껴진다.

마정석을 파괴하면 움직이지 못한다. 마나 핑거로 하나, 지금의 공격으로 하나.

나머지 둘도 금방 처리하리라. 그러나 볼크는 그러지 못했다.

“도, 도와줘요!”

프레이는 힐끗 눈을 돌려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싸운다기보다 도망친다는 쪽에 가까웠다.

볼크는 짧은 다리로 이리저리 뛰며 오토마톤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간간히 도끼를 휘두르지만 유효한 공격은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프레이는 날아드는 칼날을 쳐내고 적의 다리를 베었다. 옆으로 기울어진 놈의 가슴에 마나핑거를 붙인다.

콰드득-

근거리에서 일어난 폭발에 그의 손도, 놈의 몸도 밀려난다. 바닥을 나뒹구는 놈을 놔두고 곧바로 나머지 한 놈을 상대했다.

일대일이라면 어렵지 않다. 프레이는 여러 잔상 중의 하나를 골라 단번에 놈의 어깨를 잘라내고 가슴팍에 검을 꽂았다.

“크앗...!”

비명이 들렸다. 프레이는 검을 비틀어 완벽히 마정석을 깨부수고 돌아섰다. 볼크가 상처를 감싸고 그를 향해 뛰어왔다.

“조심...!”

적에게 등을 보이다니, 전투 중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볼크는 대장장이인 만큼, 전투에 익숙지 않았다.

프레이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를 악물고 다시 마나핑거를 사용했다.

남은 마나는 많지 않다. 그의 손에서 쏘아진 무형의 마나탄은 오토마톤을 잠시 멈칫거리게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볼크가 목숨을 구하기에는 충분했다.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뒷목을 스쳐지나갔다.

볼크는 놀라서 앞으로 넘어졌다. 프레이는 그를 지나쳐 오토마톤을 향해 달렸다.

그래도 하나는 어찌 처리한 모양인지 덤벼드는 오토마톤은 둘이었다. 프레이는 가볍게 호흡을 조절하며 머리로 날아드는 칼날을 올려쳤다.

그와 동시에 열린 가슴으로 찌른다. 잔상이 보이기도 전에 그의 검이 움직였다. 그대로 발을 들어 놈을 걷어차고 뒤이어 나타나는 놈의 공격을 한 차례 막았다.

‘끝났다.’

프레이는 마나핑거로 놈의 팔뚝을 움켜쥐었다.

콰직-

사람의 팔과 의수가 낼 수 있는 힘은 다르다. 근육과 피로 이루어진 진짜 팔은 자기도 모르게 한계를 정하지만, 의수는 사용자의 명령에 충실하니까.

팔이 으스러지며 가짜 피와 가짜 살점 사이로 금속 뼈대가 튀어나온다. 놈은 비명조차 지

르지 않는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프레이는 억지로 놈의 팔을 비틀어 가슴을 열었다. 훤히 드러난 목표, 검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한 놈을 처리하고 프레이는 숨을 뱉었다. 그리고 곧바로 돌아가 볼크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요?”

“아... 네.”

프레이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본 볼크는 어안이 벙벙했다. 마치 물 흐르듯 움직이는 모습과 한 손으로 오토마톤을 으스러뜨리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으니까.

“피가...”

“예? 아... 조금 찢어진 겁니다.”

프레이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볼크가 자신의 뒷목을 잡았다. 칼날이 지나간 부분이 베여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물약을 꺼내 조금 마시고 상처 부위에 뿌렸다.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곧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후... 최대한 놈들에게 걸리지 않는 게 좋겠어요. 시체라도 방심할 수 없겠네요.”

볼크의 말에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사람과 달리 오토마톤은 호흡이 필요하지 않다.

만약 사람이 시체로 위장하고 있다 하더라도, 웬만큼 경지에 이른 자가 아니라면 숨을 쉴 때 미동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 기계들은 완벽하게 시체로 위장하고 있었다.

프레이는 볼크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일어나 먼지를 털어내고 주변을 훑었다.

“생각보다 놈들이 만만치 않네요. 잠깐, 이쪽으로.”

볼크가 난장판이 된 건물 안으로 움직였다. 프레이는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일단 그를 따라갔다.

그는 주변을 살피며 오토마톤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적어도 짐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그가 꺼낸 건 휴대용 대장장이 세트였다. 화염석과 숯돌, 작은 모루와 망치까지.

볼크는 손을 내밀었다. 프레이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무기 줘 보십시오.”

“네?”

“걱정하지 마세요. 훔쳐가려는 게 아닙니다. 비록 조금이지만 버프를 걸어드릴 수 있어요.”

프레이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검을 건넸다. 여차하면 마나핑거로 그를 공격할 수 있으니까.

볼크는 이채로운 눈으로 검을 살펴보고는 숯돌에 빠르게 갈았다.

“평범한 무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대단한 물건이군요.”

“네, 제게는 과분한 무기죠.”

볼크는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가 진짜 대장장이로 보였다. 빠르게 손질을 마친 볼크가 검을 다시 돌려주었다.

[날카로움 – 칼날이 아주 잘 벼려졌습니다. 절삭력이 상승합니다.]

검의 설명 아래 추가된 메시지. 프레이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방어구도 주십시오. 그런데...”

미소 짓던 볼크가 의아한 눈으로 프레이를 아래위로 훑었다.

“혹시... 그거 다 기본 복장입니까?”

프레이는 그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몸을 내려 보았다. 침묵은 긍정, 볼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검은 그렇게 좋은 걸 쓰면서...?”

“아... 별다른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방어구를 갖출 필요를 못 느꼈다. 아니, 오히려 스탯에 따라 방어구가 독이 될 수 있었다.

힘이 부족한 상대를 만나면 방어구에 발목을 잡힐 우려가 있었다. 그렇기에 프레이는 지금까지 기본 복장으로 생활했다.

그러나 평범한 유저인 볼크의 입장에서는 놀라울 따름.

“허... 용케 여기까지 오셨네요. 하긴 그 실력이면 뭐...”

볼크는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그는 고개를 흔들며 인벤토리를 뒤졌다.

“그래도 같이 다니는 데, 당신이 죽으면 저도 곤란하니까요. 그게 남았을 텐데...”

그가 중얼거리다가 곧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소리쳤다.

“아, 여기 있네.”

그가 웃으며 돌아섰다. 그의 손에는 사슬 갑옷이 들려 있었다.

“이건...?”

“제 주력 상품입니다. 보기와 다르게 나름 튼튼해요. 아무리 그래도 기계들을 상대하는 데 맨몸이라니...”

볼크가 고개를 흔들며 갑옷을 내밀었다.

그러나 프레이는 주저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곳에서 갑옷을 살 생각은 없었다.

“성의는 감사하지만...”

“음? 아아, 파는 게 아닙니다. 빌려드리는 거죠. 뭐 일이 잘 풀리면 그냥 드릴 수도 있지만, 그건 두고 볼 일이고.”

볼크가 웃으며 말했다.

“빌려준다고요?”

“네. 일이 끝나면 돌려주시면 됩니다.”

볼크가 웃으며 다시 갑옷을 내민다.

프레이가 주저하며 사슬 갑옷을 들었다. 이곳의 적들은 대부분 오토마톤, 사슬 갑옷을 입고 끙끙댈 스탯이 아니었으니까.

차라락-

갑옷을 이루는 사슬이 소리를 낸다. 차갑다.

[‘볼크’의 사슬갑옷]

[솜씨 있는 대장장이가 사슬을 엮어 만든 갑옷입니다. 재료의 질이 매우 좋습니다. 사슬이 촘촘하게 엮여 투척용 무기에 저항합니다. 하지만 주의하십시오. 강력한 외부 충격으로 사슬이 도리어 당신의 살을 파고들지도 모릅니다.]

정보를 확인했다.

‘제작자의 이름이 나오는 건가?’

프레이는 갑옷을 착용했다. 유저인 만큼 크기는 알아서 조절되었다.

의외로 무겁지 않았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기본적인 스탯도 꽤 상승한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막 다뤄도 좋긴 한데, 꼭 돌려주셔야 합니다?”

볼크가 웃으며 말한다. 그는 다시 도구들을 집어넣었다.

“그럼 다시 출발해 볼까요.”

그의 말에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콰득-

프레이는 덤벼드는 오토마톤의 가슴팍을 찔렀다. 마정석이 깨지자 앞으로 무너져 내린다.

가볍게 정리하고 프레이는 숨을 내뱉었다. 돌아보니 볼크가 쓰러진 오토마톤을 향해 연신 도끼를 내리치고 있었다.

“휴... 그나마 이놈들은 모습이 완전 기계라서 죄책감이 없네요.”

그가 이마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의 말 대로였다. 평가소에 가까워질수록 오토마톤의 모습은 점점 기계에 가까워졌고, 사람인지 착각할 여지가 없었다.

“왜 그런 걸까요?”

“글쎄요... 놈들도 사람 흉내를 내는 게 좋을 텐데?”

볼크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곧 그는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운 듯 앞으로 나아갔다. 프레이는 주변을 경계하는 한편, 볼크와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렇게 잠시 더 걸었다. 볼크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이제 곧 평가소입니다. 여기만 넘어가면 광산이 나오고, 그 뒤에...”

그가 프레이를 바라보고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뭣...!?’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눈을 크게 떴다. 아무래도 볼크는 드워프라 키가 작을 터, 지금 상황을 모르는 것 같았다.

프레이는 곧장 그를 붙잡고 몸을 숨겼다. 볼크는 당황했지만 그의 표정을 살피고 입을 다물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광산... 광산이 놈들에게 점령당했습니다.”

“점령이요?”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심스럽게 위를 가리켰다.

볼크는 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들은 곧 창가로 다가가 슬쩍 밖을 내다보았다.

“맙소사...”

볼크는 입을 크게 벌렸다.

광산 근처에는 오토마톤 기계들이 득실거렸다. 어림잡아도 기본 세 자리 수는 넘겨 보였다.

“이제야 알겠네요.”

프레이가 소곤거렸다. 왜 저들이 인간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는가.

재료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저 많은 오토마톤을 치장하려면 필요한 재료가 얼마나 될까?

“채굴한 재료를 이용해 바로 오토마톤으로 만드는 모양입니다.”

“네, 평가소는...”

볼크는 어두운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예, 저곳을 지나가야 합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7 (32%)]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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