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그랜드 마스터를 찾아라 -->
갑자기 날아드는 도끼.
‘뭣...!?’
반사적으로 고개를 젖혔다. 아슬아슬하게 날이 턱 끝에 닿지 않았다.
“무슨...!”
“참으로 정교하게도 만들었군!”
가디움은 허리를 크게 틀며 도끼를 휘둘렀다.
프레이는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메탈코어 치안책임자 ‘가디움’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메시지가 떴다.
‘오토마톤은 아닌데...!?’
혹시 자신이 구했던 게 오토마톤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다.
그러나 메시지는 그가 진짜 가디움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잠깐...!”
“속을 것 같으냐!”
가디움은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의 공격이 연달아 들어왔다. 프레이는 빠르게 도끼를 막아냈다.
‘빈틈은 많다...’
프레이의 눈에 여러 잔상이 보였다.
모두 다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방법들이다.
그럼에도 프레이는 잔상을 따라 할 수 없었다.
뭔가 오해가 있다. 이 상황에서 치안책임자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한다?
어떤 오해든지 간에 쉽게 풀어낼 수는 없으리라.
“내 말 좀 들어보세요!”
“허! 정말 사람 같구만!”
가디움이 몸을 굽히며 도끼를 내렸다가 뛰어오르며 위로 쳐올렸다.
카앙-
‘이런!’
검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가슴 쪽이 훤히 열렸다.
“네놈의 마정석은 여기냐!”
어느새 자세를 고친 가디움이 도끼를 내리쳤다.
프레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죽지는 않을 거야...!’
그의 왼손가락이 꺾였다.
우웅-
공명음과 함께 팔에 푸른 선이 차오른다.
“커억!”
강력한 충격에 가디움이 뒤로 나자빠졌다. 그 사이 프레이는 자세를 바로 했다.
“컥... 커억...”
가디움의 지능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마나핑거를 이용해서 충격을 주었을 뿐이니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으리라.
“저는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그제야 말을 할 수 있게 된 프레이가 소리쳤다.
“가디움님!”
드워프 병사들이 달려왔다. 그들의 시선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이 고철덩어리가!”
“저는 오토마톤이 아닙니다!”
프레이의 외침에도 병사들은 무기를 내리지 않았다.
“증거가 훤히 드러나있건만! 어디서 거짓말을 그리 당당히 하느냐!”
병사 하나가 프레이의 왼팔을 가리켰다.
세이렌을 구하는 와중에 생겨난 상처 사이로 기계 부품이 드러나 있었다.
“쿨럭... 다들 물러나라! 내가 처리할 수...”
“잠깐, 잠깐!”
가디움이 다시 덤벼들려는 찰나, 누군가 끼어들었다.
“모두들 진정하세요!”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짧은 갈색 머리와 하관에 집중된 턱수염. 어느 모로 보아도 드워프인 남자였다.
“저 남자가 오토마톤과 싸우는 건 제가 보고 있었습니다.”
“뭐? 하지만 그것도 이 기계 놈들의 수작일 수도 있어!”
가디움은 고개를 저었다.
적으로 위장해 내부에 침투하려는 첩자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러니 제가 검사를 해보겠습니다.”
“검사라고요?”
프레이가 되물었다.
“예. 저는 유저니 죽어도 괜찮습니다. 혹여나 저자가 오토마톤이더라도 말이죠.”
“그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가디움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프레이에게 다가왔다.
물론 프레이는 그를 공격할 마음이 없었다.
“오... 의수로군요.”
“당신은 도대체 누굽니까?”
“아, 저는 볼크라고 합니다. 그쪽은요?”
“프레이.”
“좋아요, 프레이. 잠시, 팔을 뺄 테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볼크라 소개한 남자는 조심스럽게 프레이의 왼팔을 비틀었다.
퓨슉-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마나핑거가 떨어졌다.
“자, 보다시피 이건 의수입니다! 그는 오토마톤이 아니라 팔 하나가 없는 남자일 뿐이라
고요!”
다행히 그의 행동에 모두들 오해는 풀렸지만, 주변 사람들이 아연실색했다.
“아, 실례했습니다.”
볼크가 다시 프레이의 팔을 돌려주었다. 가디움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런... 미안하군. 상황이 상황인지라...”
“괜찮습니다. 그보다 그랜드 마스터께서 여기 계십니까?”
“타이룸님 말인가? 글쎄... 일단 생존자들을 수습해봐야겠네.”
“아...”
“조금 시간을 주겠나? 생존자 파악이 먼저라서.”
가디움의 말에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파괴된 오토마톤은 한곳에 모아두십시오!”
“거, 부품 슬쩍한다고 부자 되는 거 아닙니다! 인벤토리에 넣지 마쇼!”
드워프 병사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리쳤다.
프레이 역시 그들을 도와 잔해를 치우고 방어벽을 세웠다.
“정말 난리도 아니네요. 그렇죠?”
“아...”
프레이는 친근하게 말을 거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볼크라는 이름의 남자.
“덕분에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같은 편끼리 싸워서야 되겠어요?”
캉- 캉-
볼크는 철판을 세워 두고 망치를 두드렸다.
파괴된 오토마톤 부품을 방어벽으로 재활용하는 중이었다.
언제 미치광이 오토마톤이 또 쳐들어올지 모르니 가디움이 내세운 대책이었다.
“대장장이십니까?”
“예.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보려고 부단하게 노력 중이죠. 하지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에게서 정보를 얻어내 볼 셈이었다.
“혹시 그랜드 마스터를 찾을만한 곳이 있을까요?”
“네? 뭐... 아마 발명대회 도중에 사건이 터졌으니, 평가소에 계실 겁니다.”
“평가소?”
“예. 그런데 살아계실지...”
볼크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평가소는 어디에 있죠?”
“더 깊숙이 들어가... 설마 갈 생각은 아니겠죠?”
그가 망치질을 멈추고 물었다.
“어떻게든 그분을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혼자서 어떻게... 아마 나중에라도 관련된 퀘스트가 나올 테니까 조금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겁니다.”
프레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저들은 모이시오!”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가디움이 중앙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거봐요. 일단 가봅시다.”
볼크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갯짓을 했다.
유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가디움은 드워프라 키가 작았기에, 오토마톤의 파편을 밟고 올라섰다.
“다들 모이셨소?”
그 말에 유저들이 고개를 돌렸다.
다 모였는지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유저끼리 인원을 파악해둔 게 아니었으니.
“흠흠, 다 모인 것으로 알고... 지금 보시다시피 상황이 말이 아니요.”
가디움이 헛기침과 함께 말을 시작했다.
“이 미치광이 기계들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소. 생존자들은 저마다 살 곳을 찾아 숨었겠지. 문제는 이 오토마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오.”
“늘어난다고요?”
누군가 물었다. 가디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찰대에서 소식이 왔소. 아무래도 이들은 자체적으로 자기 복제를 시작한 모양이요. 다행히 재료가 부족한지 처음 때처럼 사람 모습을 한 놈들은 아니니 알아보는 건 쉽지
만...”
“그러면 놈들이 군단을 만들고 있다는 소리입니까?”
“그런 것 같소. 일단 생존자들을 규합하고 이곳을 지킬 사람들이 필요하오!”
가디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허나 현재 우리 병력만으로는 부족한 실정이오. 그러니 지금 상황을 주변 도시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이에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오!”
“그러면 우리를 사절단으로 쓰겠다는 말입니까?”
“맞소! 이야기가 빠르군.”
“우리에게 어떤 보상이 있습니까?”
프레이는 고개를 돌렸다.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보상... 좋소. 우리의 수도, 메탈코어만 되찾는다면 우리를 도와준 분들께 원하는 장비 하나씩 드리리다!”
“오오...!”
유저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들은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사절단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쪽으로, 치안 유지는 반대쪽에 서주시오!”
‘그게 끝인가? 타이룸은...?’
프레이는 가디움의 말이 끝나자 당황했다.
그가 기대했던 타이룸 구출이라는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았다.
유저들이 양쪽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프레이는 그들을 헤치고 가디움에게 다가갔다.
“그랜드 마스터는 구하러 가지 않는 겁니까?”
그의 질문에 가디움이 내려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아쉽지만 그럴 여력이 없소. 게다가 그랜드 마스터께서 마지막으로 있었던 평가소는... 오토마톤이 득실거리고 있소.”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타이룸 님이 살아계실 가능성은 희박하오. 책임자로서 부하들을 사지로 내몰 수는 없지... 아쉽지만 모든 상황이 끝난 뒤에야 찾아봐야 할 것 같소.”
가디움이 고개를 저었다.
프레이는 오브를 꺼냈다.
“혹시, 그렇다면 이걸 고칠만한 사람이 또 있습니까?”
“으음... 잘 모르겠소.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기계공과 대장장이도 심사를 위해서 평가소에 있었으니...”
가디움은 프레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메탈코어가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하오. 그러니 다른 유저들처럼 우리를 도와주시오. 그것이 제일 빠른 길일 테니까.”
가디움은 다시 잔해를 밟고 올라섰다.
그러나 프레이는 어느 쪽에도 서지 않았다.
“프레이?”
볼크가 소리쳤다. 그는 치안 유지 쪽에 줄을 서고 있었다.
프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프레이!”
“아, 볼크.”
“가디움이 뭐라고 합니까?”
“그랜드 마스터가 살아있을 확률이 희박하다고 합니다.”
“그래요? 음... 거 이상하네...”
볼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이상합니까?”
“아마 치안책임자라 모르는 것 같은데... 그랜드 마스터는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건 무슨 소리에요?!”
프레이가 다그치듯 물었다. 볼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아유, 깜짝아... 평가소 지하에는 그랜드 마스터만 출입 가능한 대장간이 있어요. 천상의 대장간, 헤븐스미스라는 곳이죠.”
“헤븐스미스?”
“네. 타이룸이 살아있다면 필시 거기로 도망쳤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요?”
“아니, 제가 그랜드 마스터 연구한 것만 몇 달인데... 아무튼 거기 오토마톤이 득실거린다니까 일단 치안유지 쪽에 발을 붙였다가...”
볼크가 유저들이 모인 쪽을 가리켰다. 그러나 프레이는 볼크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디입니까?”
“네?”
“방향만 알려줘요. 평가소로 가는 길.”
“저쪽... 아니, 혼자 가려고요?”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볼크는 펄쩍 뛰며 그를 말렸다.
“그게 무슨 짓입니까? 그건 자살행위에요!”
“괜찮습니다.”
자신 있었다.
말리온이 말하지 않았던가?
오토마톤은 지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프레이도 지치지 않는다.
그들의 스테이터스를 고스란히 가져다 쓸 테니까.
그보다 위험한 건 오히려 타이룸의 상태였다.
‘만약 큰 상처를 입었다면...’
타이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그를 구출해야 했다.
만약 그가 사망한다면 그랜드 마스터가 또 언제 나올 줄 알고 기다리겠는가?
“좋아요. 그럼... 같이 갑시다.”
볼크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네? 당신은 왜...?”
“일단 그랜드 마스터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나만큼 평가소에 자주 들락거리는 유저는 없을 테니까요. 인적이 드문 길로 가면 아마 오토마톤과 부딪칠 경우도 줄어들겠죠.”
프레이는 볼크를 아래위로 훑었다.
그가 바이런과 같은 부류일까?
‘아니...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터...’
프레이의 시선을 느꼈는지 볼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눈빛인지 알겠습니다. 그랜드 마스터의 징표를 찾으려 합니다. 만약 그가 사망했다면, 그 징표를 제게 넘겨주십시오.”
“징표?”
“예. 그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 꿈에 더 가까워질 테니까요.”
역시 원하는 게 있었다.
프레이는 잠시 고민했지만, 안내역이 하나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오토마톤과 싸우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굳이 피할 길이 있다면 피하는 게 낫다.
“좋습니다. 그럼 안내를 부탁하죠.”
“좋아요. 약속은 꼭 지키십시오.”
볼크가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도 마주 웃었다.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상관없다.
그가 자신을 이용할 셈이라면, 자신도 그를 이용하면 될 테니까.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7 (21%)]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