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그랜드 마스터를 찾아라 -->
광장 곳곳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가, 갑자기 왜!? 크아악...!”
“이런, 미친!”
“살려줘!”
비명과 함께 공통적으로 들려오는 기계음.
“말살하라. 말살하라.”
사람의 모습을 빌린 오토마톤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변장한 오토마톤 병사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캉-
프레이는 다급하게 덤벼드는 오토마톤의 칼날을 쳐냈다.
‘이름이 없는 놈들!’
느껴지는 힘도 강하지 않았다.
물론 오토마톤이기에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강한 수준이긴 했지만, 최근 프레이가 상대한 적들에 비하면 꼬마 수준.
‘제길...’
문제는 프레이 역시 그 정도의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칼날을 튕겨냈다. 팔이 옆으로 벌어지며 가슴 부분이 훤히 드러났다.
주저 없이 검을 내지른다.
가짜 피부를 찢고 깊숙이 들어간 검 끝에 기계부품이 걸린다.
“말살하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프레이는 그 모습이 더욱 섬뜩했다. 그렇기에 더욱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말살...”
쿵-
놈이 쓰러진다. 내부를 헤집는 와중에 마정석이 파괴된 모양이다.
“프레이!”
세이렌과 에밀리가 다가왔다.
“이 놈들은 인간이 아니에요!”
“오토마톤이잖아!?”
두 여자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프레이는 주위를 경계했다.
“으아아아!”
“오지마! 오지마!”
“오토마톤, 미치광이 오토마톤이다!”
몇몇 사람들도 습격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모습이 자신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
그렇기에 광장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했다.
누가 오토마톤이고, 누가 진짜 사람인가?
‘여기 있다가는...’
프레이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지금 광장은 무법지대가 되었다. 자신 외에는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곳이다.
자신도 다른 이들을 믿을 수 없고, 그들도 그를 믿지 않을 것이다.
“세이렌, 에밀리!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요!”
“뭐? 하지만 바이런이...”
프레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쉽지만 그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일단, 피하는 게 우선이에요!”
바이런은 유저니까, 죽어도 괜찮다.
그러나 에밀리와 세이렌이 사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된다.
프레이는 주변을 경계하며 광장을 빠져나갈 길을 찾았다.
“살, 살려줘!”
드워프 하나가 골목에서 튀어나온다. 그의 뒤로 칼날을 들이미는 오토마톤이 보인다.
“살랑이던 바람이 분노하니, 그 분노를 받을지어다.”
에밀리가 빠르게 언령마법을 발휘했다.
그녀 주변의 공기가 일렁이더니 곧 오토마톤을 향해 쇄도했다.
카카카칵-
마치 풍화되는 바위처럼 오토마톤의 가짜 피부가 벗겨지고 금속 골격이 드러난다.
“이리로!”
프레이가 소리쳤다.
“말살...”
오토마톤의 마정석이 맥동하듯이 빛을 발했다.
에밀리는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오토마톤의 전신을 휘감은 바람이 드러난 마정석을 향했
다.
카직- 카지직-
마정석에 균열이 생긴다. 오토마톤은 바람을 맞서며 한걸음 내디디지만 곧 뒤로 쓰러졌다.
“괜찮으십니까?”
“고맙소! 정말 고맙...”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변장한 오토마톤 병사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프레이는 쫓기던 드워프를 부축하다가 나타난 메시지를 보고 놀랐다.
그 놀람과 동시에 검이 드워프의 머리를 꿰뚫었다.
“프레이!?”
붉은 핏물이 튀었다.
그러나 상처 사이로 보여야 할 두개골 대신, 금속판이 보였다.
“오토마톤입니다...!”
프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말살하라는 말을 반복하는 오토마톤 사이에 진짜 사람처럼 행동하는 놈들이 숨어있다.
만약 이퀄라이저의 특성이 아니었다면, 피를 흘리는 건 자신 쪽이 되었으리라.
‘위험하다...!’
정말 위험했다.
광장에는 오토마톤에게 당한 시체와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쇳덩어리가 가득했다.
‘설마 도시 전체가...?’
최악의 상황에는 그럴 수도 있다.
“프레이!”
세이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그녀에게 오토마톤이 붙었다. 그녀는 단검으로 간신히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요!”
프레이는 다급하게 달려가 검을 내질렀다.
그의 검이 오토마톤의 관자놀이를 꿰뚫었다. 그러나 오토마톤은 프레이를 향해 칼날을 휘둘렀다.
프레이가 팔을 들었다. 칼날이 그의 마나핑거에 박혔다.
스테이터스가 같았기에 서로 팽팽한 힘으로 버텨냈다.
“마정석!”
그가 소리쳤다.
“알았어!”
세이렌도 프레이가 적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단검으로 가슴을 헤집었다.
가짜 피부를 째자 붉은 액체가 그녀의 얼굴에 뿌려졌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고 상처를 헤집었다.
콰직-
단검을 마정석에 틀어박았다.
마정석이 빛을 잃자 오토마톤이 그대로 쓰러졌다.
“후우... 괜찮아요?”
“어... 에밀리는?”
세이렌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쏴아악-
쿵- 쿠쿵-
오토마톤들은 에밀리의 근처에도 다가오지 못했다. 그녀는 쉴 새 없이 입과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프레이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세이렌 역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긴급상황! 긴급상황!」
어디선가 목소리가 울렸다.
광장에 설치된 음성 전달에 사용되는 마정석이었다.
“제길! 그걸 누가 몰라!”
누군가 소리쳤다. 오토마톤과 전투 중이던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일 터였다.
「오토마톤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생존자들은 의회로 모이십시오!」
“의회!?”
“의회라고!?”
누군가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오토마톤을 떨쳐내고 달리기 시작했다.
“프레이! 서두르자!”
“네, 알았어요!”
“의회가 어디였죠?”
어디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흩어졌던 사람들이 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으니까.
막 그 뒤를 따르려던 프레이는 노점들 뒤로 몸을 낮추었다.
“프레이? 뭐 하는 거야?”
“쉿...!”
세이렌의 질문에 프레이는 검지를 올렸다.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려가는 풍경이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사냥감들이 포식자에게 쫓겨 도망치는 모습.
‘뭔가 이상해...’
사냥꾼으로서의 감, 프레이의 마음에는 일말의 의심이 생겼다.
뒤이어 오토마톤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역시...’
사냥감이 모이는 곳에는 포식자도 모이는 법이다.
뒤늦게 따라갔다면 최후방에 있던 자신들이 위험했을 터였다.
“프레이님...”
에밀리가 불안한 목소리로 불렀다.
“아니, 오히려 잘 됐어. 우리는 다른 곳에 숨자.”
“다른 곳이요?”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기계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 의회에 모이는 사람들 숫자도 모르고.”
“그렇죠.”
“거기에 합류해도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잖아? 적들은 오토마톤이니까.”
사람과 달리 오토마톤은 지치지 않는다.
잘못하면 밤낮없이 공격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지?”
“다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에밀리의 의견에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피하는 게 좋겠지.”
프레이는 베네피스에게 받은 스크롤을 꺼냈다.
순간 망설였지만, 그는 스크롤을 반으로 찢었다.
우웅-
흩어진 스크롤 조각이 공명음을 내자 공간이 일렁였다.
일그러진 공간은 곧 차원문이 되었다.
“들어가요!”
세이렌과 에밀리를 들여보냈다. 프레이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프레이?”
세이렌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프레이는 차원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오브, 고쳐서 갈게요.”
“뭐? 잠깐...!”
“프레이님!”
뒤늦게 그녀들은 프레이가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다급하게 프레이를 붙잡으려 했다.
프레이는 스크롤을 차원문 안으로 던졌다. 그와 동시에 차원문이 닫혔다.
‘후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죽으면 살아날 수 없는 그녀들을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다.
방금 전투도 그렇고, 아무리 프레이가 뛰어나다고 해도 몸은 하나였다.
차라리 그녀들을 돌려보내고 마음 편히 돌아다니는 편이 나았다.
‘내가 돌아가는 수단은 없어졌지만...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겠지...’
스크롤은 하나뿐이었다. 그가 돌아가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프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할까...’
그랜드 마스터, 타이룸을 찾아야 했다.
그의 생사가 불분명하다. 그렇기에 남은 단서를 따라가야 했다.
‘발명대회가 이루어지는 곳이냐... 아니면 의회 건물로 가서 생존자를 만나느냐...’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곧 결정을 내렸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광장을 다시 살폈다. 전투가 끝난 후라 고요하다.
프레이는 몸을 낮추고 움직였다.
* * *
“의자든 책상이든 어서 긁어모으시오!”
“오토마톤들이 옵니다!”
누군가의 외침에 목소리를 높이던 드워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이름은 가디움.
본래 메탈코어의 치안을 맡은 지휘관의 부관이었으나, 지휘관이 사망했기에 지금은 그가 책임을 맡고 있었다.
“멈추지 마시오! 저 고철들은 우리가 상대할 테니!”
가디움이 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에 따라 무장을 갖춘 드워프 병사들이 속속 건물 앞으로 모였다.
“말살, 말살하라!”
“수염 없는 드워프만큼이나 소름 끼치는 놈들이군!”
그의 말에 몇몇 병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가디움은 자신의 키보다 조금 작은 거대도끼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소리쳤다.
“우리는 쇠를 두드리는 자!”
“모루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그의 선창에 부하들이 대답한다.
캉- 캉-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부딪치며 소리를 높였다.
“철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어라!”
착착- 차차착-병사들이 진열을 갖추었다.
방패를 든 병사들 사이에 양손 무기를 쥔 드워프가 끼어있다.
그 뒤에는 장창을 쥔 병사들이 도열했다.
견고한 방어벽이 형성되었다.
가디움은 선두에서 자세를 낮추었다. 그는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래 봐야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오토마톤들일뿐...’
숫자가 조금 많기는 하나, 전술도 훈련도 받지 않은 것들이다.
매일매일 훈련으로 단련된 병사들과는 격이 다르리라.
“거짓 신에게 죽음을.”
순간 오토마톤들의 눈이 빛났다.
그것들은 달려오는 속도를 늦추었다.
척- 척- 척-
“이게 무슨...!”
가디움은 입을 벌렸다.
방금까지 무질서하게 돌진해오던 오토마톤들이 빠르게 진열을 정비했다.
그리고 그들을 압박하듯 한걸음, 한걸음 걸어온다.
가디움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빠르게 부하들의 상황을 살폈다.
힐끔힐끔 돌아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와 눈이 마주치면 곧 고개를 돌려 적을 바라보았지만, 불안함은 숨길 수 없다.
‘이런...’
가디움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오토마톤은 마치 그들을 따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진형이라면 승부는 불리하다.
숫자에서 밀린다. 놈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허나...’
지휘관이라면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가디움은 소리 높여 웃으며 외쳤다.
“하하하! 이 고철덩이들이 감히 철의 주인을 따라 하는구나!”
“우리도 돕겠습니다!”
바리케이드 설치를 끝낸 유저들이 틈으로 나왔다.
이대로 놔두면 오토마톤이 쳐들어올 터, 유저들도 나름의 계산을 마쳤다.
가디움은 고개를 돌렸다.
평소대로라면 타종족의 도움을 거절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좋소! 허나, 방어선을 유지하시오! 그대들의 목숨까지 챙겨줄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우리끼리 방어선을 구축합시다!”
유저들이 흩어져 2차 저지선을 만들었다.
그 사이 오토마톤들은 지척까지 다가왔다.
“마키나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재활용도 못 할 놈들!”
가디움의 외침과 동시에 두 진영이 격돌했다.
쾅- 카캉-
가디움의 도끼가 선두에 있는 오토마톤의 목을 쳐냈다. 쓰러지는 몸 뒤로 다른 놈이 나타난다.
전투가 시작되면 눈앞의 적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진형을 유지하라!”
가디움은 계속 소리쳤다.
진형이 어떻게 되었는지 돌아볼 여유는 없다.
그러나 그의 반복적인 외침은 부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나섰던 병사들은 양옆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제자리를 찾는다.
카앙-!
방패가 칼날을 막아내면, 그 사이에 있는 병사가 무기를 휘두른다.
오토마톤의 팔과 다리를 절단하고, 방패로 후려치며 머리를 깨부순다.
“말살하라...!”
그렇게 엉망진창이 됐음에도 바닥을 기어오는 오토마톤의 모습은 끔찍했다.
“뒤는 우리가 맡겠습니다!”
자칫 방어선이 뚫리기라도 하면 뒤에 있던 유저들이 무기를 내질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동을 중지한 오토마톤과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가디움의 근처에 있던 부하들은 이미 명을 달리했다.
부웅-
그가 목을 베자,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피가 그를 덮쳤다.
“큭...!”
눈에 들어갔는지 시야가 흐려진다. 그 사이에 칼날이 날아온다.
쿵-
칼날이 그의 얼굴 앞까지 다가왔다가 멈추었다.
쓰러진 오토마톤 뒤에 누군가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가디움은 빠르게 눈가를 닦아냈다. 누군가 오토마톤을 쓰러뜨렸다.
“고맙...”
그는 감사를 전하다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프레이는 눈앞의 드워프보다 주변을 신경 썼다.
전투는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유저들과 드워프 병사의 협력으로 승리에 가까워졌다.
다행히 뒤를 노려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프레이가 상대한 적도 꽤 상당했다.
주변을 확인한 프레이는 잠시 숨을 돌렸다.
그런데.
“이 가증스러운 고철덩이가!”
가디움이 노성을 터트리며 프레이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7 (14%)]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