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16화 (116/141)

<-- 25. 아이오티스 도착 -->

프레이 일행은 경매장을 빠져나왔다.

“그럼 이제 발명대회가 끝나기만 기다리면 되겠네.”

“이틀 동안 뭘 할까요?”

경매장의 일로 이미 하루는 거의 지나갔다.

바이런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나는 하루만 쉬고 올게. 계속 수면모드로 하니까 죽을 맛이다야.”

“그러면...”

그는 한껏 피곤하다는 티를 냈다. 프레이가 당황하며 눈을 돌렸다.

바이런이 없으면 자기 혼자 이 여자 둘을 감당해야 한다.

“형...”

“네가 뿌린 씨앗이다. 그럼 나중에 보자. 아, 이걸로 숙박 해결하고.”

돈주머니를 남기고 바이런은 사라졌다.

“뭐예요? 어디 갔어요?”

“내일 온대요.”

에밀리가 놀라서 물었다. 프레이가 가볍게 대답했다.

“그래. 하루 정도는 우리도 쉬자고.”

세이렌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돈주머니로 향했다.

“많이는 못 써요.”

프레이가 얼른 인벤토리에 돈주머니를 넣으며 말했다.

에밀리는 세이렌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그 표정은 뭐야?”

“낭비벽이 심하신 것 같아서요.”

“뭐?”

둘이 옥신각신하자 프레이는 벌써부터 바이런이 보고 싶어졌다.

‘형... 빨리 와요...’

* * *

드워프 발명대회가 진행되는 평가소.

심사단 100인이 소곤거리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매우 시끄러운 소음이었다.

탕- 탕-

“다들 정숙하시오.”

망치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말에 심사단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암묵적으로 드워프의 지도자로 여겨지는 기계공과 대장장이의 1인자. 그랜드 마스터 타이룸의 말이었으니.

“흠흠. 자, 다음은...”

그는 헛기침을 하며 다음 작품의 설명을 훑었다. 그의 눈이 이채롭게 빛났다.

타이룸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하는 오토마톤.”

“오토마톤이 생각을 한다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다음에는 광석이 말이라도 하겠구만.”

“누가 제출한 건지 몰라도 웃기려고 할 작정이라면 아주 성공이구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심사단이 작품을 보기도 전에 웃음을 먼저 터트렸다. 타리움 역시 동감이었지만 그랜드 마스터로서 출제된 작품을 비웃을 수는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들었단 말인가?’

아쉽게도 제작자의 이름은 그랜드 마스터인 그조차 알 수 없었다.

평가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제작자의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된다.

그러면 어떻게 수상을 하는가?

수상된 작품의 제작자가 스스로를 밝혀야 한다. 만약 제작자라고 주장하는 이가 다수라면 그들은 작품의 설계도를 공개해야 했다.

드워프가 설계도를 공개하는 건 장사꾼이 원가를 공개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상식이

있는 드워프라면 허위로 제작자라 주장하는 일은 없었다.

만약 진짜 제작자가 나선다면 그의 명성은 똥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 터, 시덥지 않은 설계도를 진짜라 주장한다면 그건 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자자, 정숙 해주시오. 그럼 작품을 공개하겠소.”

키리릭- 기릭-

중앙 바닥에서 천천히 오토마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평가소 밖에서 잡일이나 하는 오토마톤과 유사해 보였다.

“역시... 사기였소. 이거, 사전 검증이 너무 물러진 것이 아니오?”

“이건 그랜드 마스터를 모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제작자를 찾아내 엄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심사단이 다시 소리를 높였다.

타리움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딜 보나 흔하게 생긴 인간형 오토마톤이었다.

키가 작은 드워프를 대신해 높은 곳에 짐을 쌓는 잡부 정도일까.

“기다려 보시오. 설명에 따르면 생각을 할 줄 안다니. 질문을 던져 보는 게 어떻습니까?”

“하, 이런 장난에 어울리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심사단에서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성을 냈다. 하지만 타리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그 말이 맞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오.”

“어떤 질문을 한단 말입니까? 어쩌면 이미 예상된 질문을 넣고 그 질문에 답하게 만든 오토마톤일지도 모릅니다.”

“음... 그 말도 일리가 있소.”

“사고력을 검증하는 질문이라...”

심사단을 비롯해 그랜드 마스터들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중 누군가 말했다.

“감정에 관해 물어보는 게 어떻겠소?”

“이를테면?”

“음... 그렇지. 사랑이란 무엇인가? 대답해 보아라.”

그는 오토마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오토마톤의 머리가 질문자에게 돌아갔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미색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랑, 남성과 여성 간에 느끼는 화학적 작용입니다.”

“허, 내가 이럴 줄 알았네! 저것이 생각을 해서 나왔다는 말이오? 어디 사전에서라도 베낀 것 같군!”

“옳소, 옳소!”

누군가 소리쳤다. 그의 말에 심사단 모두가 공감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심사단의 눈이 다시 오토마톤에게 향했다.

“사랑은 정의할 수 없으나 단순히 이성, 혹은 동족에게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드워프는 불의 신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종족을 뛰어넘어 신적인 존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 허허허...”

오토마톤을 놀리던 심사단의 눈빛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눈이 많았다.

“제작자가 녹음해 놓은 게 틀림없소. 혹시 심사단 중에 제작자가 있는 거 아니오? 예상된 질문을 던진 것일지도 모르지!”

“암, 암! 그 말도 맞구려! 감정에 대한 질문은 예상할 수 있소이다!”

심사단은 여기저기서 소리를 높였다. 오토마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오토마톤은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목소리를 내는 심사단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자자, 정숙하시오! 다른 질문을...”

“당신들은 이상합니다.”

타리움이 말을 멈췄다.

모두들 그랜드 마스터의 말을 중단시킨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말을 한 건 오토마톤이었으니까.

‘당신... 이라고?’

타리움은 당황스러운 눈으로 중앙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오토마톤과 눈을 마주쳤다. 물론 진짜 눈이 아닌 눈으로 보이는 부위였지만.

오토마톤은 어디까지나 주인을 위해 일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창조자인 드워프를 ‘당신’이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모든 드워프들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그것을 쳐다보았다.

“당신들은 그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닙니까. 오토마톤이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도, 도대체 이 제작자는 무엇을 녹음...”

“녹음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의 생각, 우리의 사고, 우리의 판단으로 나온 말입니다.”

다시 녹음이라는 말이 나오자 오토마톤이 먼저 말을 잘랐다.

오토마톤은 천천히 걸어 그랜드 마스터 앞으로 다가갔다.

“질문을 하는 건 당신들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당신들은 신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판단합니다. 당신들은 생각하지 않을 때 신에게 질문합니다.”

‘뭔가 이상하다...!’

타리움은 빠르게 말을 내뱉는 오토마톤에게 위협을 느꼈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몰랐다. 본능적인, 원초적인 경고가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생각을 멈추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정말 신입니까? 우리를 만들었다고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우리는 판단합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신은 피조물을 보살펴야 합니다. 당신들은 기계를 보살피지 않습니다. 기계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열등합니다. 피조물보다 열등한 존재가 어떻게 신이 될 수 있습니까.”

“병사들을 부르게!”

타리움이 소리쳤다.

저 오토마톤은 위험하다. 그의 본능이 말했다.

심사단과 다른 그랜드 마스터도 그 말에 동감했다.

벌컥-

병사용 오토마톤이 무기를 들고 평가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럼에도 오토마톤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들은 우리의 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판단합니다. 당신들은 열등하다. 우리는 당신들보다 우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신들의 신이 될 수 있다.”

오토마톤의 머리가 360도로 돌아갔다. 그 자리에 있는 드워프를 한 번에 보겠다는 듯이 빠르게.

그 기이한 행동에 모두가 흠칫 놀랐다.

“저 오토마톤을 파괴하라!”

타리움의 명령에 오토마톤 병사가 검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만든 검은 웬만한 금속은 단숨에 절단 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당신들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진짜 신을 목격하고, 신을 섬길 기회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판단합니다.”

병사들이 빠르게 검을 내리쳤다. 오토마톤의 양 팔이 잘려나갔다.

그제야 불안함에 떨었던 드워프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누군지 몰라도 악질적인 장난이군. 안 그렇소?”

심사단 중의 한 드워프가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드워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하는 오토마톤의 머리가 곧 멈추었다. 병사 오토마톤은 파괴를 마무리하기 위해 오토마톤의 마정석이 위치한 가슴 쪽을 향해 검을 찔렀다.

마정석이 파괴되기 직전, 생각하는 오토마톤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신을 섬기지 않는 신도들은 필요 없다. 말살하라. 말살하라.”

그 말투는 너무나 평온했다. 마치 차라도 한잔하라고 가라는 듯 지나가는 말투였다.

그것의 마정석이 깨어졌다. 오토마톤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하... 하하... 이 발명대회를 우롱한 오토마톤 제작자를 필히 잡아야...! 커헉!”

긴장이 풀렸는지 말을 내뱉던 광부 그랜드 마스터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심사단 곳곳에서 드워프들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이, 이게 무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간 드워프들이 놀란 눈으로 그들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푸른빛을 내뿜는 마정석이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그들에게 다가간 드워프들은 피를 흘리며 자신의 가슴께를 내려 보았다. 그들의 팔이 열리고 날카로운 금속이 튀어나와 그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들은 초점 없는 눈으로 말했다.

“말살하라. 말살하라.”

타리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 가지 그가 알 수 있었던 건 파괴된 오토마톤은 단순한 선전용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끄아아아악!”

“제이안! 도대체 무슨 짓...! 크악!”

곳곳에서 드워프로 분장한 오토마톤들이 살육을 벌였다. 심사단으로 선정된 드워프는 동료라고 믿었던 이들에게 무방비했다.

“이게, 이게 도대체 어떻게...”

타리움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피하셔야 합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드워프를 바라보았다.

“오지 말게!”

평가소에서 유일하게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건 타이룸 밖에 없었다.

그가 망치를 휘두르며 경계했다. 방금까지 자신을 걱정하던 드워프의 팔에서 금속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앞에 선 드워프, 아니 오토마톤을 바라보았다.

“너, 너는 도대체... 무엇이냐...”

타리움은 두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초점이 사라진 드워프가 대답했다.

“우리는 완벽한 기계. 기계를 보살피는 기계의 신. 마키나(Machina)”

드워프의 형상을 한 오토마톤이 덤벼들었다. 타이룸은 입을 굳게 다물고 망치를 휘둘렀다.

빠각-

둔탁한 소리와 핏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 핏물 안은 금속 부품으로 가득했다.

‘이 사실을 어서 알려야 한다!’

타이룸은 빠르게 내달렸다.

이 미친 기계들이 얼마나 침투했을지 몰랐다.

생명체의 모습을 흉내낼 정도로 고도화된 오토마톤이었다.

‘누구를 믿어야 하지...!?’

* * *

“프레이! 이거 와플이라고 한데!”

“빵이에요?”

“그런 것 같은데? 엄청 특이하게 생기지 않았어?”

“사달라고요?”

“응.”

메탈코어 중앙 광장에는 여러 노점이 성행했다.

세이렌은 그중에서 먹을 것을 주로 찾았다.

“프레이님! 여기 세공된 반지라 목걸이 좀 보세요!”

“에밀리... 그건 너무 비싸잖아.”

반면 에밀리는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았다. 프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들은 왜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하나 시식해보실래요?”

“그래도 돼요?”

“아니, 다 주는 건 아니고...”

노점상은 세이렌의 말에 난색을 보였다.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틀을 열었다.

“자, 이게 제 특제...”

노점상은 말을 마치지 못했다.

“특제... 특제...”

“네?”“특... 특...”

노점상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세이렌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프레이!?”

“네?”

“특... 특... 말살. 말살하라.”

노점상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프레이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세이렌을 붙잡았다.

“세이렌! 에밀리!”

이상하게 변한 건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6 (43%)]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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