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15화 (115/141)

<-- 25. 아이오티스 도착 -->

프레이는 검을 빼 들었다.

[‘이퀄라이저’ 특성이 반영됩니다.]

[‘지옥 쉐프, 고르든 램지’의 스테이터스로 보정합니다.]

덩치 값을 하는 듯, 육중한 힘이 느껴졌다.

쿵- 쿵-

램지가 발을 내디디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일단 적이라면 상대해야 한다.

“고기 손질.”

램지의 식칼이 높이 들렸다. 의도는 명확하다.

부웅-

프레이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식칼을 보았다.

‘무식하군...!’

힘으로 밀어붙이는 단순한 공격이었다.

그는 바닥을 굴러 피했다.

콱-

식칼이 바닥에 박혔다.

흙먼지를 들이켜기는 했지만 식칼에 썰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뭐 하는 거야!?”

“어서 어필하라고!”

「아, 관중에서 야유가 터져 나옵니다. 아직 입찰자가 한 명도 없습니다! 더 분발하십시오!」

사회자가 관중들의 의견을 대변하듯 목소리를 냈다.

프레이는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뭘 어떻게 보여주라는 거야?’

자신이 팔고자 하는 물건이 무엇이던가?

프레이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식칼을 피하며 고민했다.

‘붉은 심장의 유용성을 보여주라는 건가?’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다른 손에 있는 화염방사기를 쓰게 만들면 된다.

‘그러려면...’

식칼이 무용지물이라는 걸 알려주어야 했다.

다시 한번 몸을 굴려 피해낸 프레이는 검을 고쳐 쥐었다.

“언제까지 굴러다니기만 할 셈이야!?”

“이거, 이거! 요즘 나오는 물건들 품질이 왜 이 지경이야?!”

“관리인은 관리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프레이, 어서 가치를 증명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입찰이 중단...」

사회자는 입찰자들의 눈치를 살핀다.

그가 조금 더 프레이를 압박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려는 순간이었다.

카앙-!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도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프레이가 아까와 달리 식칼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저 오토마톤의 공격을?”

모두의 궁금증을 대변하듯 누군가 말했다.

프레이는 곧바로 식칼을 옆으로 비켜내 올려쳤다.

램지의 식칼이 높이 들렸다.

‘됐어!’

스테이터스로는 꿀리지 않는다.

이론대로라면 팽팽하게 맞서야 할 상황이지만, 실상은 프레이가 우세였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검, 글라디오 베르타티스.

켈라디움으로 제작한 검이다. 그저 크기만 거대한 쇳덩이에 불과한 램지의 식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프레이는 무릎을 굽혔다.

그대로 식칼을 튕겨낸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프레이는 바닥을 박차고 높이 뛰어올랐다. 마치 식칼에 자신의 목을 들이미는 듯한 행위였다.

“미친 건가!?”

누군가 외쳤다. 마치 그가 자살하려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물론 프레이는 미치지 않았다.

‘잘라낸다...!’

식칼의 중간 부분이 사정권에 들어왔다. 그는 빠르게 검을 올려쳤다.

카가각-

날과 날이 부딪쳤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프레이의 검이 칼날 안속까지 파고들었다.

“설마...!”

그제야 사람들도 프레이의 의도를 눈치챘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사회자도 당황해 소리쳤다.

프레이는 그대로 착지했다. 그의 뒤로 잘린 칼날이 떨어졌다.

따로 떼어놓으니 칼날이라기보다 날카로운 철판에 가까웠다.

“후우...”

짧게 숨을 내쉬며 프레이는 뒤로 돌았다.

램지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도구 파손. 도구 파손.”

이런 경우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저 검 얼마야!?”

“도대체 무슨 검이야? 사회자 어서 설명해!”

사람들은 흥분했다.

프레이는 외견상 고르든 램지보다 약해 보인다. 그렇기에 저 거대한 식칼을 잘라낸 건 검 자체가 좋다고 생각한 것.

“301!”

누군가 숫자를 외쳤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입찰을 나타내는 팻말을 들고 있다.

“302!”

“가치도 몰라보는 것들! 310!”

“돈 없으면 짜져있어! 350! 올인!”

입찰이 시작됐다. 이쯤 되면 당황스러운 건 사회자였다.

「모두 정숙 해주십시오! 오늘의 경매 상품은 저 검이 아닙니다!」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동시다발적으로 소리가 터져 나온다.

본래 예정대로라면 램지가 식칼로 몇 번 공격을 하고 화염방사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리고 화염에 휩싸인 프레이가 멀쩡히 걸어 나온다.

이그니스의 붉은 심장의 성능을 보여주는 확실한 방법이다.

숯덩이가 되어야 할 그가 살아나왔다는 사실은 입찰자에게 충격을 선사하고, 구매 욕구를 높인다.

이 모든 것이 그 하나의 장면을 위한 쇼였다.

당연하게도 경매장의 목적은 경매지, 투기장이 아니니까.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사회자는 이를 갈았다.

물론 쇼에 대해서 프레이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야 그의 반응이 더욱 리얼할 것이고, 입찰자들은 더욱 깊이 빠져들 테니.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경매장 쪽에서 판단한 것보다 상상외로 프레이가 강했다.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프레이는 돌아가는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그럼 뭘 팔겠다는 거야!?”

“우리는 저 검을 원한다고!”

프레이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아니, 왜 검을...’

대결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열기가 과열되고 있다.

“도구 파손. 도구 파손.”

그 와중에 오토마톤은 자꾸 헛소리를 내뱉는다.

프레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돌렸다.

“메뉴 변경. 메뉴 변경.”

‘뭐?’

뭔가 이상했다. 램지의 머리가 360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요리. 요리. 요리.”

하나의 단어만 중얼거린다.

그 모습이 너무 기괴하여 프레이는 자기도 모르게 발을 뒤로 뺐다.

‘특성은 그대로다...!’

아직 저 오토마톤이 자신을 적대한다.

“오늘의 메뉴, ‘프레이’ 통구이.”

철컥-

화염방사기의 구멍이 확장된다.

화아악-!

반응할 새도 없이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붉은 불길이 프레이를 덮쳤다.

“저거!”

“맙소사!”

관중들이 놀라 일어섰다.

사회자는 재빠르게 멘트를 날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화력조절이 잘못된 건가요!? 요리가 아니라 화장하는 수준입니다!」

약간 돌아가기는 했어도 원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웃...!’

불길이 잦아들고 프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멀쩡하게 서 있었다.

“뭐!?”

“저 인간 도대체 뭐야!?”

“화염저항이 얼마나 되기에...?!”

입찰자들이 놀란다. 사회자가 기다리는 건 바로 이 순간이었다.

「화염저항? 그런 허접한 물건은 오늘의 경매 상품이 아닙니다! 무려 화염 면역! 오늘의 경매 상품을 소개합니다! 바로오오오... ‘이그니스의 붉은 심장’!」

사회자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이그니스?”

“불의 신 이그니스?”

처음 시작할 때 주의해서 설명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자, 경매 상품을 높이 들어 보여주세요!」

사회자는 프레이를 향해 소리쳤다.

프레이는 머리를 정리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퍼포먼스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돈 벌기 힘들구나...’

일단 사회자가 원하는 대로 하는 편이 좋았다.

그는 붉은 심장을 꺼내 높이 들었다.

“저게...?”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화염 면역! 그뿐입니까? 장비는 물론 오토마톤에 장착하면 갖가지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불의 신 이그니스! 그 찬란한 이름을 단돈 300골드부터!」

사회자가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이걸로 먹고 살아왔던 만큼 그는 능숙하게 목소리를 고조시켰다.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물건! 아이오티스의 경매장은 가능합니다! 이제 입찰을, 시자아아악! 합니다아아아!」

사회자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이그니스라고!? 320!”

“저건 성물이다! 이 바보 같은 놈들! 327!”

입찰자 중 드워프들의 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은? 검은 안 파나!?”

“검도 경매를 해줘!”

그 외 다른 사람들은 검의 판매를 원했다.

하지만 곧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화아악-!

강렬한 열기가 벽으로부터 올라오며 사람들을 덮쳤다.

“아, 뜨거!”

“뭐, 뭐야!?”

프레이는 빠르게 몸을 날렸다.

램지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다.

‘뭐야?! 왜 안 끝나지?’

사회자는 당황했다. 퍼포먼스가 끝나야 하는데 왜 램지가 계속 움직이는가?

그러나 그도 프로였다.

「느껴지십니까? 그 강렬한 열기가 전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막? 용광로? 심지어 용암까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빠르게 멘트를 날렸다.

그는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것치고 꽤 괜찮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제길... 쓰러뜨려야 하는 건가?’

프레이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무시하고 램지에게 집중했다.

“통구이. 통구이. 통구이.”

이 고철 덩어리는 마치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같은 단어를 반복했다.

램지가 다시 불을 뿜어냈다.

불은 통하지 않기에, 프레이는 단숨에 달려나갔다.

‘웃...!’

불길에 시야가 가려졌다.

시야가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램지의 발이 그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다진 고기. 다진 고기. 다진 고기.”

그대로 짓밟을 모양이었다.

‘제길...!’

피하기에는 늦었다. 프레이는 다급하게 검을 옆으로 눕혀 양손으로 받쳤다.

캉-!

검으로 전해지는 무게와 힘에 프레이는 무릎을 굽혔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대로 있을 수 없었기에 허리를 옆으로 틀었다.

“세상에!”

「지금, 지금 뭘 하는 겁니까!?」

사회자가 당황해 소리쳤다.

그러나 프레이는 멈추지 않았다.

화르륵- 화르륵-

“통구이. 통구이. 통구이.”

램지가 발밑으로 연신 불을 뿜었지만, 프레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으아아아!”

쿵-

프레이가 완전히 옆으로 몸을 틀었다. 램지의 발이 꺾이며 몸이 옆으로 기우뚱거렸다.

그는 그대로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카가가각-

발목이 잘려나갔다. 램지가 제 무게를 못 이기고 옆으로 쓰러졌다.

쿠웅-

“통구...”

흙먼지가 일어났다. 관중들은 찬물이라도 맞은 듯 조용해졌다.

프레이는 그대로 램지의 머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높이 든 검을 내리찍었다.

“토옹구우...”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이 파괴되었는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프레이는 다른 손으로 가슴 부분을 뜯어냈다. 램지의 마정석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만! 그만! 오늘 입찰은 여기까지입니다! 어, 최, 최종 입찰가는 392골드!」

사회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입찰가를 소리치며 프레이를 말렸다.

램지가 완전히 파괴되면 수수료로 얻는 값보다 더 큰 지출이 생길 테니까.

“후우... 후우...”

프레이는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 * *

“그러니까, 왜 이야기를 안 해준 겁니까!?”

바이런이 따지듯 물었다.

“아니, 프레이님의 실력을 몰랐습니다. 원래 그 식칼도 다 빗나가게 설정이 된 거고요.”

경매장 직원은 쩔쩔매며 대답했다.

원래 퍼포먼스 계획을 설명해주었지만 프레이를 제외한 일행들은 도통 진정할 줄을 몰랐다.

“당사자 동의도 없이 이렇게 진행해도 되는 거예요?”

“완전 막무가내네?”

에밀리와 세이렌도 이때만큼은 한마음이었다. 곤란한 표정의 직원을 구해준 건 오히려 프레이였다.

“다들 됐어요. 그래도 입찰은 됐잖아요?”

“그래도...! 어휴...”

프레이가 웃으며 말하자 세이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쯧, 얼마라고 했죠?”

바이런도 더 더러운 꼴 보기 싫다는 듯 물었다. 그제야 직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네. 392골드입니다. 여기서 수수료를 제하면...”

“수수료? 수수료오?”

바이런이 인상을 쓰면서 말하자 직원은 숨을 삼켰다.

“아니, 그게... 원래는 저희 오토마톤 파손비도 있는데 안...”

“파손? 파손이라고요?”

“경매장 방침이...”

“지금 장난합니까?”

바이런이 눈을 부라렸다. 이때만큼은 다른 일행들이 나서지 않는다.

“지금 프레이가 겪은 고생 생각하면 오히려 배상을 받아도 모자를 판인데, 수수료를 떼려한다고요?”

“아니...”

“게다가 그 오토마톤, 결함까지 있었다면서요? 지금 이 상황이 밖에 퍼져나가면 참 좋겠습니다?”

협박 아닌 협박이었다. 경매장의 신뢰도가 걸려있는 문제였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수수료는 무료로...”

직원은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바이런은 현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걸 깨달았다.

“400골드 주십쇼.”

“예?”

“수수료, 어차피 양쪽한테 받잖아요?”

경매 역시 유통업의 일종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수수료를 받는 건 당연하다.

“그게 무슨 말씀...”

“수수료를 10%, 즉 판매자와 구매자 각 5%로 잡아도 392골드면 약 40골드죠?”

직원은 입을 다물었다.

“우리한테 수수료를 면제해도 구매자에게 5%, 약 20골드는 받을 거 아닙니까? 그중에서 8골드만 달라 이겁니다.”

“하,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배상이 될 것 같군요.”

바이런이 말을 잘랐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악덕 상인 같아요.”

“그래도 우리한테는 도움이 되는 거니까.”

다른 일행들은 뒤에서 소곤거렸다.

“깔끔하게 마지막 자리는 0으로 맞춥시다. 어서 위쪽에 연락해요. 그쪽이 권한 없는 거 다 알고 있어요.”

“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직원은 자리를 비우고 잠시 후에 돌아왔다.

두둑한 돈 주머니와 함께.

“여기 있습니다. 400골드.”

“좋소. 드디어 말이 통하네.”

바이런이 웃으며 대금을 받고 프레이에게 몸을 돌렸다.

프레이는 잠시 붉은 심장을 바라보다가 건네주었다.

직원은 물건을 받고 빠르게 사라졌다.

절그럭- 절그럭-

주머니에서 나는 소리에 바이런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햐... 이렇게 많은 돈은 처음 만져 본다.”

“그래요?”세이렌이 되물었다.

“제가 굼벵이 앞에서 주름을 잡았네요.”

바이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나저나... 누가 이걸 샀을까요?”

“음? 글쎄... 구매자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으니까.”

에밀리의 질문에 바이런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6 (43%)]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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