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14화 (114/141)

<-- 25. 아이오티스 도착 -->

프레이는 허탈하게 고개를 저었다.

세이렌과 에밀리는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여기도?”

“네.”

곧이어 바이런이 뛰어 왔다.

“형, 어떻게 됐어요?”

프레이의 물음에 바이런은 손을 내저었다.

“어휴, 말도 마라. 한 바퀴 돌아봤는데 연 곳이 없어.”

“허... 정말 축제는 축제인 모양이에요.”

에밀리는 놀랍다는 듯 입을 벌렸다.

프레이 일행은 대장간을 찾는 중이었다.

드워프의 수도인 만큼 대장장이와 기계공이 많았기에, 그만큼 대장간도 많았다.

건너마다 있는 대장간을 왜 찾는단 말인가?

문제는 메탈코어 내에 영업 중인 대장간이 없었다는 점.

“무작위라고는 해도 대장장이와 기계공들을 우선으로 뽑았을 테니까...”

“아무래도 그런 거겠죠? 파업이라도 한 게 아니라면...”

바이런과 프레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분명 심사단으로 뽑힌 드워프들이 대장간을 닫고 간 것이리라.

“지금 그게 문제야? 그러면 돈은 어떻게 구해?”

“흐... 유저들한테 팔 수도 없고...”

NPC의 부재는 유저들의 기회였다. 서툰 대장장이 기술이라도 지금은 각광을 받으리라.

그 증거로 간이 대장간을 열은 유저들 앞에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뭉쳐 있었다.

프레이는 힐끗 몰려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이거 수리돼요?”

“아... 그거 스킬이 중급 레벨 7이상이어야 됩니다. 잠시만요.”

간이 대장간을 운영하는 유저가 몸을 일으켰다.

“제미니 형! 여기 손님 그쪽으로 보낼게요!”

“뭐!? 여기도 완전 밀려 있는데!”

“그래요?!”

유저가 다시 손님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거 죄송하게 됐네요. 아무래도 다시 줄을 서셔야 할 것 같은데...”

“하... 알았어요.”

허탈한 표정으로 손님이 돌아간다.

바이런이 프레이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너도 하르판한테 기술 좀 배우지 않았어?”

“네? 아... 하지만 그래 봐야 초급인데요.”

프레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바이런의 뜻을 이해했기에.

“뭐, 어때? 그냥 수준에 맞는 정도만 하면 되지. 그래도 돈벌이는 좀 되지 않을까?”

그는 프레이에게 저들처럼 간이 대장간을 열어보라는 뜻을 내비쳤다.

“맞아. 우리가 만난 것도 대장장이 일을 도와주다가 그랬었잖아?”

세이렌이 가세했다.

“그건 무슨 이야기에요?”

에밀리는 자신만 소외되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녀는 바이런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 사이 프레이는 다시 유저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없었다.

저렇게 기술이 좋은 유저들이 많은데 자신이 낄 수 있을까?

“그래도 일단 도구가 없으니까요.”

프레이가 손을 저었다.

“도구는 근처 대장간에서... 아, 그러네.”

바이런이 고개를 흔들었다.

간이 대장간을 운영하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모루와 망치는 기본, 날갈이용 숯과 열기를 더해줄 화염석까지.

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 어쩐다...”

바이런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돈과 거래에 관해서는 일행 중에서 그의 책임이 막중했으니까.

‘이걸 유저들에게 팔 수도 없고...’

유저들 중에서 거금을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0골드 단위로 가지고 다니는 유저는 흔하지 않다.

그나마 NPC들, 그중에서도 가치를 알아볼 만한 인물은 드워프밖에 없었다.

‘상징적인 의미기도 하고...’

그냥 마석이 아니라 불의 신 이그니스의 이름이 박혀있는 아이템이다.

드워프가 아닌 일반 유저에게는 절대로 팔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바이런은 몸을 돌렸다.

다른 일행들은 구석으로 물러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피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되도록 빨리 끝내려고 했는데...”

“다른 방법이 있어요?”

세이렌이 묻자 바이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참에 경매장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경매장이요?”

“그래. 경매가 뭔지는 알 거 아냐?”

설마 모르겠냐는 투의 말에 프레이는 입을 다물었다.

어쩐지 유저라면 다 아는 사실 같았다. 일단 잠자코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아, 에밀리랑 세이렌은 모를 수도 있겠네.”

“경매라는 개념은 알고 있어요.”

에밀리는 입술을 비틀었다.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지식인을 자처하는 마법사가 경매라는 개념을 모를까?

“아, 그런 뜻이 아니야. 아이오티스의 경매장은 좀 개념이 달라서...”

“그래요?”

세이렌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네. 일단 가봅시다.”

바이런이 앞장섰다.

초행길이었지만 경매장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장간이 닫혀있었기에 유저들 대부분이 경매장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와아...”

“이게 경매장이에요?”

에밀리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바이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드워프들은 경연을 참 좋아한단 말이지...”

그가 중얼거렸다.

프레이는 고개를 높이 들어 경매장을 살폈다.

경매장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거대한 돔 형태로 구축되었다.

기둥에는 무장한 드워프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가운데 입구에는 도끼 두 개가 교차하고, 그 뒤의 방패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은 여러 개의 입구로 흩어졌다.

“형, 이거...”

“그래 눈치가 빠르네. 딱 보니 느낌이 오지?”

바이런이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프레이는 다시 입을 닫았다.

‘아니, 무슨 경매장에 이런 조각이 있냐고 물어보려고 한 건데...’

프레이는 질문을 던질 타이밍을 놓쳤다. 하지만 별로 중요한 질문은 아니었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바이런은 빠르게 주변을 훑고는 손가락을 세웠다.

“저기다.”

바이런이 움직였다. 다른 입구와 달리 사람들의 숫자가 적은 곳이었다.

“여기가 뭔데요?”

“다른 데는 다 구매자들이 쓰는 입구야. 판매자들은 먼저 물건을 여기서 등록해야 해.”

잠시 기다리자니 줄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윽고 차례가 되자, 바이런이 프레이를 옆에 세웠다.

“어서 오십시오.”

경매장 직원은 외눈안경을 쓴 드워프였다.

프레이는 바이런을 돌아보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경매장에 물품을 등록하고 싶습니다.”

“그렇습니까? 참가는 본인이...?”

“아, 아니요. 이 친구가 할 겁니다.”

바이런은 고개를 흔들고 프레이를 가리켰다. 직원의 눈이 돌아갔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 프레이입니다.”

“프레이... 알겠습니다. 마법사는 아니시군요?”

직원이 빠르게 그를 훑었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알겠습니다. 오... 그 검을 파시려는 건가요?”

직원의 눈이 글라디오 베리타티스에 멈추었다. 그의 눈빛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 아닙니다. 프레이, 그거 보여드려.”

“아... 조금 물러나 주세요.”

크젤의 마법으로 열기를 보충했기에 조금 뜨거울 것이다. 프레이가 붉은 심장을 꺼냈다.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건...”

직원은 말을 잊었다. 그는 외눈안경을 고쳐 쓰며 붉은 마정석을 살폈다.

“맙소사...”

그의 입이 벌어지더니 닫히지 않는다.

똑똑-

바이런이 카운터를 두드리며 직원의 정신을 일깨웠다.

“시작가는 얼마 정도 하겠습니까?”

“이걸 도대체 어디서 구했습니까?”

“그게 문제가 되나요?”

“아니, 그건 아닙니다만...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직원은 빠르게 뒤로 돌았다. 그가 수정구를 들고 이리저리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윗선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았다.

“프레이, 너만 믿는다.”

“네?”

갑자기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왜 나올까?

프레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이런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었다.

“둘 다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보다 못한 세이렌이 끼어들었다.

“아니... 왜 모른다는 얼굴이야?”

“제가 뭘 해야 하는 건가요?”

“허...”

바이런은 눈을 끔뻑였다. 다른 일행들을 돌아보니 모두 모르는 표정이었다.

“아이오티스, 메탈코어의 경매장을 몰라?”

“처음 와보니까요.”

바이런의 눈이 흔들렸다. 세이렌과 에밀리는 모를 수 있다.

그녀들은 NPC니까.

그런데 유저가 메탈코어의 경매장을 몰랐다는 말은 그에게 충격적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를 모른다니...”

“도대체 뭔데요?”

바이런이 막 설명하려는 찰나였다.

“시작가 300골드입니다.”

“네?”

“정말 이례적인 가격입니다. 아마 최후까지 도달하면 족히 500골드는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저희 경매장 사상 최고가를 갱신할지도 모르겠네요.”

직원도 흥분한 듯 말을 쏟아냈다.

“자, 잠깐. 언제 시작합니까?”

바이런이 당황해하며 물었다.

그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하하, 당장 시작하시고 싶은 마음 압니다. 저희 쪽에서도 빠르게 진행하고 싶어서요. 아무래도 발명대회 일정도 있고 하니까요. 3일 후면 모든 관심이 그쪽에 쏠리겠죠.”

“그렇다면...?”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다른 경매 일정을 전부 미루었습니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철컥- 철컥-

어느새 왔는지 오토마톤 무리가 다가왔다.

완전무장한 오토마톤이 프레이를 제외한 일행들을 둘러쌌다.

“이게 무슨...”

“아, 참가자를 제외한 일행들께서는 귀빈석으로 가실 겁니다.”

바이런은 오토마톤들을 제치고 프레이에게 다가왔다.

“프레이, 난 네가 아는 줄 알았어!”

“형,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안내 말씀드립니다. 오늘 예정된 베이크, 욘즈, 메리하 님의 시연이 지연되었습니다.」

바이런이 대답하기에 앞서 목소리가 울렸다.

‘이건...?’

분명 말리온이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종류의 마정석이리라.

「대신 프레이 님의 시연이 먼저 진행됩니다. 저희 메탈코어 경매장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연?’

프레이가 고개를 돌렸다. 바이런이 빠르게 말을 뱉었다.

“네가 보여줘야 해!”

“뭘 보여줘요?!”

“우리가 팔려는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지!”

프레이가 눈을 껌뻑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나머지는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귀빈석으로 가주십시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직원의 재촉에 바이런과 일행이 멀어졌다.

“바이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 나는 아는 줄 알았어요...”

그들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프레이 님?”

“네? 아... 예.”

“이쪽으로 오시지요. 가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프레이는 직원을 따라 걸었다. 기다란 통로를 걸으며 설명이 시작됐다.

“저희, 메탈코어 경매장은 다른 대륙의 경매장과 다릅니다.”

“그런 것 같군요.”

“네. 본래 경매장은 물건을 맡기고, 그 물건에 대해 입찰이 진행되는 식이죠.”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은 안경을 닦으며 설명을 이었다.

“물론 그 방법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는 좀 더 좋은 방법을 고안해냈죠.”

“좋은 방법이라고요?”

“예. 입찰하는 분들이 그 물건의 쓰임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경기를 치릅니다.”

프레이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경기...?’

직원은 프레이가 대답이 없자 말을 이었다.

“오토마톤을 만들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웅성- 웅성-

기다란 통로의 끝에 출구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웅성거림이 들린다.

“그 말은...”

“네. 등록자는 직접 팔 물건을 입찰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저희가 준비한 오토마톤과 싸워서 말이죠.”

프레이는 그제야 왜 바이런이 당황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강제로 참가하게 된 것이니까.

“입찰자는 프레이 님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물건의 가치를 가늠할 것입니다. 오토마톤의 수준은 갈수록 상승합니다. 더욱 많은 오토마톤에게 승리할수록 물건의 가치가 올라갈 것입니다.”

직원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럼, 경매 시작하겠습니다.”

그가 웃으며 출구, 정확히 말하면 투기장의 입구로 안내했다.

프레이는 잠시 멈칫했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와아아아-!

입찰자 중 드워프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

“내 물건에 상회입찰 하지 마라!”

“망치로 대가리 깨지기 싫으면 모두 닥쳐!”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경매장의 열기가 점점 거세지네요! 입찰은 경기가 시작되고 결과가 나서부터 입니다! 과연 프레이 님께서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프레이는 처음 겪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멀뚱히 흙바닥으로 이루어진 경기장을 둘러볼 뿐이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흥분시켜서 값을 올리는 건가.’

단순한 경매가 아니었다.

프레이는 심호흡을 했다.

「더 기다릴 수가 없군요!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등록자 프레이, 그 상대는!!」

쿠구궁-

‘뭐, 뭐야?’

투기장의 바닥이 갈라졌다.

‘올라온다...’

와아아아아-!입찰자들의 열기가 더욱 거세졌다.

프레이는 마른 침을 삼키며 검을 들었다.

갈라진 틈 사이에서 거대한 물체가 올라왔다.

「지옥 쉐프, 고르든 램지!」

화르륵-

불길이 치솟았다.

머리에는 요리모를 쓰고, 앞치마를 둘렀다.

그러나 한쪽 팔에는 화염이 나오는 구멍이, 다른 팔에는 보기에도 날카로운 거대한 식칼이 부착된 오토마톤이다.

프레이는 그저 입을 벌렸다. 도대체 저 기괴한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오늘의 메뉴. 웰던 ‘프레이’.”

뚝뚝 끊기는 목소리가 오토마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경기! 시자아아아악! 합니다아아아아!」

사회자 목이 터져라 외쳤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6 (27%)]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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