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아이오티스 도착 -->
아이오티스.
엘레타스 북동부에 위치하는 소대륙.
지형 대부분이 산맥으로 평지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기이한 대륙이다.
여타 다른 종족이라면 혀를 내두르며 다른 정착지를 찾겠지만, 드워프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드워프는 아이오티스를 신의 축복이 내린 땅이라 칭송했다.
당연 드워프들의 숫자가 많아지며 공동체가 형성되고, 솟아난 산맥들은 드워프의 거주지가 되었다.
그들에게는 튼튼한 육체와 도구가 있었다.
아무리 험난한 산세라도 풍화에 깎이는 법인데, 드워프의 손길을 버틸 수 있으랴.
그 중 가장 높은 산을 깎아 만든 곳이 바로 수도, 메탈코어다.
‘세상에...’
마법지부를 나와 메탈코어로 들어온 프레이 일행은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산의 내부를 파내 만든 도시건만, 어떻게 하늘이 보인단 말인가?
마치 도시를 축복하듯 위에서 빛이 들어오는 거대한 구멍.
이 드워프들은 햇빛을 받기 위해 산을 수직으로 뚫었다.
“여기 드워프들은 완전 미쳤어.”
바이런이 중얼거렸다.
“세상에...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뻣뻣한 목을 주무르며 세이렌이 말했다.
수많은 드워프들이 돌아다니는 건 물론, 몇몇 타종족들이 오간다.
좋은 장비를 구하기 위해서, 혹은 대장장이나 기계공 기술은 연수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으로 인산인해였다.
“진짜 많네요.”
프레이도 동의했다.
건물의 구조는 어떠한가.
산 속에 마치 개미굴처럼 통로를 만들고 철판을 덧대고 기둥을 세워 하중을 버틴다.
그런 기이한 건축방식으로 메탈 코어의 풍경은 자연과 인공물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뭔가 축제라도 벌이는 것 같은데요?”
“축제?”
에밀리가 단서를 찾아냈다.
프레이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렸다.
[‘제27회 발명대회’]
[‘수상자에게는 무수한 명예와 영광을!’]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발명 대상은 과연 누구? 지금 투표하라!’]
현수막이 도로를 따라 걸려 있었다.
발명대회.
프레이는 곧바로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아, 저거 말리온 박사가 말한 그건가?”
“그런 것 같아요.”
바이런이 먼저 추리를 해냈다. 세이렌도 동의했다.
“말리온이 누구죠?”
“그, 있어. 말 엄청 많은 드워프.”
에밀리는 말리온이 누군지 몰랐다. 바이런이 말리온의 이야기를 생략했기에.
그는 질색이라는 듯 혀를 내둘렀다.
“얼른 볼일 보고 가자. 그 양반 만나면 또 골치 아파.”
“하하...”
프레이는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동감이었기에 인파를 헤치고 들어갔다.
“그랜드 마스터는 어디서 만날 수 있죠?”
“뭐, 원래 그렇게 높은 양반들은 가장 큰 건물에 있기 마련이지.”
선두에 선 프레이와 바이런이 방향을 잡았다.
그동안 세이렌과 에밀리 사이에서는 냉기가 흘렀다.
두 여자는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침묵을 깬 건 에밀리 쪽이었다.
“프레이님은 제가 먼저 만났어요.”
세이렌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바이런 아저씨한테 얼추 들었어요. 프레이님이랑 당신이랑 있었던 일.”
왜 바이런은 아저씨고, 프레이는 님이란 말인가?
세이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돌렸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제 생각에, 프레이님이 당신이랑 다니는 건 책임감 때문이에요.”
“뭐...?”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고요. 괜히 착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 반지도 당신이 체력이 부족해서 준 거고...”
에밀리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참나... 바이런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랑 프레이가 지냈던 일을 모두 아는 건 아니야.”
바이런이라고 모두 알지는 못한다.
그녀가 고블린에게 쫓겨 강에 떨어졌던 일이라든지, 메리나로 가는 도중 있었던 레이판과의 불미스러운 일이라든지.
“그래서,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건가요?”
“그건...”
에밀리가 다시 쏘아붙이자 세이렌은 말이 궁해졌다.
프레이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없기에,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도 확신이 없었기에.
‘어차피 헤어질 운명이긴 하지만...’
정말 프레이는 아무런 감정이 없을까, 있다 한들 그녀와 프레이가 함께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가?
머리가 아팠다.
생각하기 싫은 주제를 꺼낸 에밀리가 더욱 싫어졌다.
“그러는 너야말로 착각하는 거 아냐?”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저 목숨을 구해준 거 하나만으로 그렇게 매달린다고?”
세이렌이 슬쩍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왜요?”
“프레이가 나를 구해준 적이 더 많으니까. 오히려 너야말로 책임감을 착각하는 거 아냐?”
에밀리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 걸 보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무슨 소리를...!”
“프레이가 잘 받아주는 거지. 솔직히, 네가 프레이를 찾기를 했어? 그저 ‘우연히’ 여기서 만난 것뿐이잖아? 만약 못 만났으면 그대로 끝난 인연 아니야?”
세이렌이 몰아붙이자 에밀리는 눈가에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로 분해했다.
“거의 다 온... 무슨 일이에요?”
프레이가 몸을 돌렸다.
“프레이님...!”
에밀리가 와락 그를 껴안았다.
그 꼴을 보자니 세이렌은 복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니, 뭐 하자는...”
“아휴, 또 저런다. 또 저래.”
바이런이 혀를 끌끌 차며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프레이도 난감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지만, 일단 오해받고 싶지는 않았다.
엉겨 붙는 에밀리를 밀어내며 말했다.
“일단 진정하고,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하자.”
“헝... 알았어요.”
에밀리는 프레이가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자 더욱 서러워졌다.
그러나 여기서 울어버린다면 오히려 미운털이 박힐 터, 그녀는 눈물을 삼켰다.
“어휴... 저 불여시 같은 계집애.”
세이렌이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프레이 일행이 도착한 곳은 드워프 의회 건물이었다.
인파에서 빠져나와 건물로 들어간 프레이는 곧바로 안내원을 찾았다.
“실례합니다.”
“발명대회 등록은 마감되었습니다.”
그녀는 듣지도 않고 대답했다. 공무원이란 다 이런 걸까?
프레이는 일단 미소를 잃지 않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랜드 마스터, 타이룸님을 뵈러 왔습니다. 여기 소개서가...”
베네피스에게서 받은 소개서를 넘겨주었다.
안내원은 빠르게 눈을 굴려 읽었다. 그녀의 태도가 조금 공손해졌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최근 등록 관련 민원이 너무 많아서요.”
“괜찮습니다. 타이룸님께서는 언제 시간이 되실지...”
“그게... 당장은 만나실 수 없습니다.”
그녀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뒤에 있던 에밀리가 앞으로 나섰다.
“급한 일입니다. 타이룸 님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오래 걸리시지는 않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발명대회가 진행 중이라서요.”
안내원은 그렇게 말을 마쳤다. 이 정도 설명이라면 이해할 것이라는 듯이.
혹시 자신이 못 알아들은 걸까싶어 프레이는 다른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누구도 이해하지 못 하는 표정이었다.
“발명대회가 무슨 상관입니까?”
바이런이 나서서 물었다.
“아, 잘 모르시고 계셨군요. 타이룸님을 비롯해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분들은 외부와 접촉이 금지됩니다.”
“금지? 왜요?”
세이렌이 놀라서 묻는다. 그러나 바이런은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아... 수능 같은 거네.”
“수능이 뭔데요?”
“아, 그런 게 있어. 유저 쪽 이야기라...”
에밀리가 궁금해했지만 바이런은 대충 얼버무렸다.
그사이 안내원이 설명했다.
“심사과정에 있어 혹여나 부정청탁이나 비리가 있을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죠. 심사위원들은 1주일 전부터 외부와 접촉이 없으십니다.”
“그러면...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발명대회는 이틀간 진행됩니다. 일단 발명대회가 끝나는 때에 약속을 잡아드릴게요.”
안내원의 설명에 프레이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프레이 일행과 의회 앞으로 나왔다.
“어떡하죠?”
“뭘 어째? 기다려야지 뭐...”
바이런은 별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틀 동안 어디서 지내?”
“다행히 돈은 좀 있어요.”
세이렌이 눈살을 찌푸리자 바이런은 자금을 확인했다.
숙박에는 무리가 없다.
베네피스가 차원문을 열어준 덕에 순간이동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 이틀 동안 또 자객들이 오지는 않을지...”
프레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보이드는 베네피스가 처리했다지만, 과연 자객이 그 하나만 있을까?
세이렌은 흠칫 몸을 떨었다. 프레이는 실언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자자, 일단 그럼 먼저 우리 용건부터 처리하자고.”
바이런이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용건이요?”
“그래, 인마. 500골드를 어떻게든 마련해야 할 거 아냐?”
프레이가 깜빡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그니스의 붉은 심장, 이 아이템을 처분해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었다.
“일단 시세부터 알아보자고.”
프레이 일행은 빠르게 사람들 사이로 녹아들었다.
* * *
탁-
베르핀은 다시 황제의 상태를 살피고 문을 나섰다.
‘왜 이렇게 소식이 늦지...?’
암살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없다. 그가 최근 자주 황제의 침실을 방문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상하군...’
데일의 암살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외의 방해 인물들을 제거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제는 베르핀이 주모자로 예상되는 인물들을 처리한 이후에 그 소식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들 중에 주모자가 없던 건가...’
그렇다면 누가 데일을 납치하려 했을까?
베르핀은 복도를 거닐며 머리를 굴렸다.
그의 모습을 본 하인들은 벌벌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눈이라도 마주쳤다가 어떤 트집이 잡힐지 몰랐다. 목이 달아나지 않고 싶다면 그저 고개를 조아리는 게 상책이다.
베르핀은 그런 하인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위치의 인물인가...?’
자신의 입김이 닿는 이들이 배신했을 리는 없다.
애초에 그들은 자신에게 굽실거리기만 하는 기생충 같은 놈들이니까.
결국 그에게 반하는 세력의 짓일 터.
‘설마...’
베르핀의 눈이 가늘어졌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왕비, 클렘 라이언.
‘그녀가 그랬을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은 아무래도 마틴의 어머니인 그녀일 테니까.
“베르핀 대공.”
“아, 전하.”
베르핀은 여유롭게 인사를 건넸다.
“먼저 인사를 하지 않다니, 무례하시군요.”
클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 죄송합니다. 생각에 빠져있다 보니...”
베르핀은 미소를 지으며 능글맞게 대답했다.
“제트람 경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클렘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말에 베르핀이 눈썹을 꿈틀 거렸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제트람이 허튼소리를 하면 곤란하기에, 사저에 있는 감옥에 가두었다.
당시 그를 체포한 호위기사들의 입막음도 해두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야기가 새어나갔다는 걸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폐하의 안위에 무리가 갈까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요.”
‘협박인가...? 건방진 년.’
베르핀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체포 당시에 관여했던 호위기사들을 모두 처형할 마음을 굳혔다.
“아하하...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와 마음이 통하셨군요.”
“그런 일이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습니다.”
“예... 충직한 인물을 잃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지요.”
베르핀은 슬쩍 클렘의 표정을 살폈다.
메멘토 모리가 처리한 이들이 그녀의 부하라면, 뭔가 반응이 있을지 몰랐으니까.
그러나 클렘의 표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맞습니다. 그럼 실례하죠, 폐하를 뵈러 가야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베르핀은 슬쩍 몸을 돌려 길을 비켜주었다.
멀어져가는 왕비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베르핀은 입술을 비틀었다.
‘대비를 해둬야겠군...’
그녀가 맘을 돌려 제트람의 일을 누설한다면, 황제는 그를 문책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데일의 실종 사실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사저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6 (27%)]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