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11화 (111/141)

<-- 24. 켈라인의 오브 -->

보이드는 바이런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전력으로 시내 쪽으로 뛰고 있었다.

‘돌아오기 전에 끝낸다...!’

구태여 저 남자를 잡을 필요는 없었다.

그의 제 1목표는 의뢰를 완수하는 것, 처리하는 건 목표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러나 이 마법사는 남겨두면 충분히 방해가 될 터.

보이드는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에밀리!”

프레이는 에밀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카가각-

단검과 검이 부딪치며 쇳소리를 냈다.

보이드의 스테이터스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방해하지 마라.”

보이드가 재빠르게 다른 손에 단검을 돌려 쥐었다.

프레이는 복부로 향하는 단검을 보고 기겁했다.

‘빠르다...!’

잔상을 따라 팔을 비틀었다. 검면이 옆으로 누우며 공격을 막았다.

자신의 단검이 가로막히자 보이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호락호락한 놈은 아니라는 건가.’

달칵-

보이드는 허리띠에 매어두었던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에서 검은 구슬을 꺼낸 그는 곧바로 바닥을 향해 던졌다.

파팡-

낮은 폭발음과 함께 연막이 피어올랐다.

“세이렌! 조심해요!”

“아, 알았어!”

연기는 단숨에 프레이 일행을 둘러쌓는다.

“에밀리, 세이렌을...!”

“제가 왜...!”

“부탁해!”

에밀리의 마법 실력은 꽤 준수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꽤 훌륭한 전력이 되어주리라.

“으... 알았어요...”

에밀리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세이렌도 마찬가지였다.

“딱 붙어 있어요.”

“내가 널 지켜줄 수도 있어.”

세이렌은 지지 않겠다는 듯 대답했다.

프레이는 흔적을 숨긴 보이드를 찾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돌렸다.

‘어디지?’

마치 짙은 안개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슈욱-

안개가 흩어지며 보이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문제는 그가 프레이를 노리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세이렌!”

보이드가 세이렌 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가 단검을 내리쳤다.

카드득-

그러나 기대하는 결과는 달랐다.

보이드의 단검은 보이지 않는 벽에 박혔다.

‘마법사...!’

에밀리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입술을 오물거리고 있다.

마법으로 보호막을 만든 것일까?

그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프레이가 휘두른 검이 날아왔다.

하지만 프레이의 검도 허공을 갈랐다.

보이드는 빠르게 벽을 박차고 다시 연기 속으로 숨었다.

“괜찮아요?”

프레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괜찮아!”

세이렌이 대답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훑었다.

“의외로 보기보다 수준이 높군.”

보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레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특정할 수가 없었다.

마치 사방에 포위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의뢰가 되겠지만...”

보이드는 말을 줄였다.

싸움을 즐길 여유는 없다.

도망간 동료가 사람들을 이끌고 오면 귀찮아질 테니까.

의뢰부터 완수하는 게 좋았다.

그는 두 번째 주머니를 열었다.

피처럼 붉은 환약, 그는 망설임 없이 그걸 삼켰다.

‘뭐지...!?’

프레이는 바로 이변을 눈치챘다.

온몸이 달아오르듯 뜨거워졌다.

그와 동시에 넘쳐 오르는 힘, 그리고 날카로워지는 감각.

프레이는 연기를 꿰뚫고 보이드의 위치를 느낄 수 있었다.

‘저기다!’

인식과 동시에 보이드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은 쫓지 못했지만 온 감각이 보이드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프레이는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콰앙-!

보이드가 전력으로 보호막을 걷어찼다.

“꺄악!”

에밀리가 새된 비명을 토했다.

그녀의 입에서 선혈이 흘렀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마나 흐름이 뒤틀렸기에 충격을 받은 것.

보이드가 섭취한 것은 일시적으로 모든 스테이터스를 2배로 증가시키는 환약이었다.

물론 부작용으로 효력이 다하면, 스테이터스가 반으로 줄어든다.

효력이 다하기 전에 빠르게 의뢰를 마칠 생각이었다.

그가 간과한 점은, 프레이 역시 스테이터스가 증가했다는 점이었다.

‘뭣...!?’

재차 보호막을 부수려했던 보이드는 바로 옆에 느껴지는 기척에 반사적으로 단검을 올렸다.

그러나 불편한 자세로 충격을 모두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보이드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밀려났다.

“크윽...”

그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첫 번째 습격 때에는 잔당들을 처리하느라 프레이의 실력을 몰랐다.

직접 부딪치는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정보가 잘 못 된 건가...!?’

분명 유저, 그것도 뛰어난 실력은 아니라고 들었다.

비록 황실 친위대장에게 받은 명검이 있다고 했지만, 아무리 명검이라도 쓰는 사람이 무지렁이라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는 달랐다.

‘조금 미숙할지라도... 능력자체는 호각...!’

그것도 환약을 섭취한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다.

프레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보이드를 향해 쇄도했다.

날아드는 검격을 막기 위해 그는 손을 바삐 움직여야 했다.

캉- 카캉-!

연막 속에서 쇳소리만이 들렸다.

세이렌은 불안한 눈으로 에밀리와 연기를 쳐다보았다.

“어, 어떻게 되는 거지?”

“후우... 기다려요. 연기를 날려 볼 테니까..."

에밀리는 눈을 감고 뒤틀린 마나를 진정시켰다.

프레이가 자객을 막고 있으니 틈이 생겼다. 그녀가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언령까지 필요 없었다. 그저 마나로 공기를 뒤흔들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쉬이이잉-

주변의 공기가 요동치며 바람 소리를 냈다.

연막이 회오리처럼 모이기 시작했다. 세이렌은 그 광경에 입이 벌어졌다.

그렇게 모여든 연막은 나선으로 돌며 하늘로 치솟았다.

쏴아악-!

연막은 단숨에 걷혔다.

주변의 먼지까지 날려 보냈는지 청량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프레이!”

세이렌이 놀라 소리쳤다.

몸 여기저기에 자잘한 상처로 피를 흘리는 프레이의 모습이 보였다.

“큭...”

프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닿을 듯하면서도 닿지 않는다.

보이드가 놀란 건 처음뿐이었다.

자신과 호각을 겨룰 정도의 신체 능력에 놀랐을 뿐, 직접 검을 맞대니 미숙함이 보였다.

단번에 큰 피해를 줄 수는 없지만, 빈틈은 확실하게 보였다.

“끝인가?”

보이드는 복면 아래로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 상대였지만 이제 끝내야 할 때다.

예상외로 시간을 지체했기에, 언제 훼방꾼들이 등장할지 몰랐으니까.

보이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단검을 날렸다.

켈라디움으로 만들어진 검을 버틴 단검이다. 즉, 그 단검 역시 켈라디움으로 만든 것.

그런 고가의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프레이가 아닌, 세이렌을 향해.

“이 자식...!”

쏴아악-

프레이는 몸을 날렸다.

에밀리도 다급하게 보호막을 둘렀다.

거기까지 모두 계산된 행동이었다.

보이드의 몸이 흐릿해지고 세이렌의 뒤가 일렁였다.

“세이렌!”

캉-

프레이가 단검을 쳐내며 소리쳤다.

곧바로 땅을 박찼지만, 그 작은 틈이 문제였다.

보이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단검을 높이 들고 세이렌의 뒷목을 노렸다.

세이렌은 뒷목에 닿는 섬뜩한 느낌과, 아찔한 통증을 느꼈다.

살이 찢어지며 핏물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단검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크윽...!”

부르르 몸을 떠는 보이드의 모습, 에밀리는 다급하게 세이렌을 안고 앞으로 넘어졌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얼굴을 굳히고 등장한 남자는 손을 돌렸다.

보이드의 몸이 그의 손을 따라 돌아갔다.

프레이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

“다들 괜찮아!?”

바이런이 사색이 되어 물었다.

그의 옆에는 베네피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물어볼 필요가 있겠어.”

베네피스는 양손을 펼쳤다.

보이드의 몸이 대자로 펼쳐졌다.

“크악...!”

“누가 보냈지?”

베네피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죽여라...!”

보이드는 짧게 대답했다.

그 사이 프레이는 다급하게 세이렌의 상태를 살폈다.

“세이렌! 괜찮아요!?”

“응? 아아... 조금 찢어진 것뿐이야...”

그냥 찢어진 것 치고는 피가 흥건했다.

프레이는 다급하게 상처 부위를 누르며 지혈했다.

“형!”

“아, 알았어!”

바이런이 허겁지겁 달려와 붕대를 꺼냈다.

회복 포션을 붓고 붕대를 감아 상처 부위를 지혈했다.

“에밀리, 괜찮아?”

뒤이어 에밀리의 상태를 확인한 프레이.

시무룩해졌던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저도 걱정해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괜찮은 거야?”

입가에 피가 메말라 붙어있다. 그러나 에밀리는 웃었다.

“네, 별거 아니에요.”

“그래도...”

프레이는 미안했다. 자신의 부탁 때문에 그녀가 다쳤으니까.

“크아아아아악!”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하다니.”

베네피스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보이드의 팔과 다리가 뒤틀렸다.

우득- 우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베네피스는 그대로 보이드의 앞으로 다가갔다.

“네가 말할 필요는 없다.”

“끄윽...!”

핏물을 흘리는 보이드, 베네피스는 그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아아아아악!”

보이드가 눈을 까뒤집었다. 흰자만 남은 그의 표정은 매우 고통스러워 보였다.

“기억을 읽는 거예요... 보통은 기억이 얽히지 않게 조심하지만... 지금은...”

에밀리가 중얼거렸다. 프레이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베네피스는 보이드의 머리를 헤집고 있었다.

기억이 뒤틀려도 상관없었다.

“음...”

베네피스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보이드가 저지른 과거의 임무를 지나, 최근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랐다.

“저 사람...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세이렌이 얼굴을 찡그리며 일어났다. 프레이가 돌아보자 그녀는 손을 들었다.

“괜찮다니까. 진짜, 그냥 찢어지기만 한 거야.”

“허...”풀썩-

보이드가 뒤로 쓰러졌다. 그가 게거품을 물었다

베네피스는 굳은 얼굴로 프레이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확실히, 황태자가 맞긴 하나 보군.”

“네?”

“일단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이야기도 있으니.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하지.”

베네피스는 주위를 살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아... 내가 너무 소리를 쳤었나?”

바이런이 머리를 긁적였다.

* * *

프레이 일행은 베네피스의 서재로 돌아왔다.

“일단 오브는 돌려주게.”

그는 피곤하다는 듯 말했다. 그의 시선은 에밀리를 향해 있었다.

“아버지, 오브는 제가...”

“그만.”

베네피스가 말을 막았다.

프레이는 인벤토리에서 켈라인의 오브를 꺼냈다.

“후...”

오브의 상태를 확인한 베네피스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그들을 짓눌렀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베네피스가 침묵을 깼다.

그가 화를 내지 않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내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나?”

“아,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바이런이 서둘러 손을 저었다. 다른 이들도 동감이었다.

그의 능력을 눈으로 봤는데, 그를 화나게 할 마음은 없었다.

“이미 깨어진 오브를 두고 화를 내봐야 감정만 상하지.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냉철한 이성이야.”

그는 고개를 돌려 에밀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 점에서 에밀리, 너는 마법사로서 실격이구나.”

“...죄송해요.”

에밀리가 고개를 숙였다.

‘화났네.’

‘화났어.’

바이런과 세이렌은 마른침을 삼키며 같은 생각을 했다.

베네피스는 다시 시선을 프레이 일행에게 돌렸다.

“보시다시피 오브의 상태가 이러니... 자네들은 물론 누구에게도 빌려줄 수 없어. 어차피

자네들은 비용도 낼 수 없겠지만 말이야.”

그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건 엄연한 사실이었으니까.

“이러면 어떻겠습니까?”

프레이가 말을 꺼냈다.

“음...?”

“저희가 책임지고 오브를 수리해오겠습니다.”

“수리를 하겠다?”

베네피스는 지긋이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에밀리가 무리하게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저희 탓이니...”

“프레이 님...”

에밀리는 감격스러운 눈으로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실 프레이는 에밀리를 위해 한 말은 아니었다.

일종의 구실이었다. 그들이 오브를 확보해 놓을 구실.

‘누군가는 저걸 수리해야 하겠지.’

오브를 저 상태로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베네피스가 직접 나서든, 아니면 누군가를 시키든 아이오티스에 갈 터였다.

그렇게 되면 오브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차라리 확실하게 자신들의 손에 가지고 있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 책임을 지겠다?”

“예.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브를 가장 먼저 빌리고 싶기도 하고요.”

“500골드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베네피스가 턱을 괴며 물었다.

“예.”

“음...”

베네피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

프레이 일행은 긴장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좋아. 황태자인 것도 확실한 것 같으니...”

원칙대로라면 믿을 리 없지만, 보이드의 기억을 뒤졌다.

황태자를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은 자객이다. 그것도 무려 1천 골드의 거액.

의뢰주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정도의 금액이 걸려있다면 황태자가 확실할 터.

“아버님...! 그럼 저도 따라갈게요!”

듣고 있던 에밀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6 (27%)]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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