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07화 (107/141)

<-- 24. 켈라인의 오브 -->

보이드는 사체의 맥박을 짚었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확실하다.’

그는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돌아섰다.

‘쥐새끼들인가...’

보이드는 잠시 고민했다.

그가 사라지고 얼마 후, 몇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갔지?”

“그래. 어서 옮기자고.”

그들은 이튼의 명을 받은 정통파 대원들, 사체를 수습하기 위해 보이드를 뒤쫓던 무리였다.

“깔끔하게 끝냈군...”

그들 중 한 명이 쓰러진 사체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목과 가슴. 사람이라면 치명상을 피하기 힘든 부위다.

“이미 죽었는데 뭘, 어서 옮기자고.”

그들은 빠르게 사체를 싸매기 시작했다. 시체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었으니까.

“마차는?”

“오고 있어.”

그의 말대로 마차가 도착했다. 짐을 옮기듯 사체를 실은 그들은 빠르게 이동했다.

얼마간 달리고 나서야 마차는 멈춰 섰다.

임시로 세워둔 캠프에 도착했다. 위치를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불을 하나도 피우지 않은 곳이었다.

경계를 서고 있던 대원이 작은 등불을 들고 그들을 마중 나왔다.

“끝난 거야?”

“그래, 이튼 님은?”

“오는 거 보고 이미 말씀드렸어. 일어나 계실 거다.”

“알았다.”

대원들은 사체를 짊어지고 이튼의 막사로 들어갔다.

“데일은?”

“여기 있습니다.”

사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싸맸던 천을 푼다. 이튼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짓 황태자의 말로군...’

처참한 표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튼은 담담히 죽은 눈동자를 마주했다.

“음...?”

이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 그는 사체의 상처를 헤집었다.

“이튼 님!?”

돌발적인 그의 행동에 다른 대원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나 이튼은 멈추지 않았다.

* * *

프레이는 빠르게 숲을 내달렸다.

“아이고... 죽겠네...!”

바이런이 앓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가까운 마을에 도착하면 바로 순간이동을 이용하죠.”

돈이 문제가 아니다. 당장 중요한 건 안전이니까.

돈이야 나중에라도 벌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도 거리가 가까워졌으니 비용은 조금 줄어들었을 터.

“알아, 안다고...!”

“저기 마을이에요!”

가까스로 숲을 벗어났다. 숲 아래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좋아요. 여기부터는 걸어가죠...”

“그래, 정말 고맙다...”

바이런이 헉헉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발은 멈추지 않았다.

“후아... 진짜 정신없이 달렸네...”

“언제 들킬지 모르니까요.”

프레이는 세이렌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녀는 진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래도... 웬만해서는 알아차리기 힘들걸? 내가 봐도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러면 좋겠지만... 말리온 박사의 기술을 믿어봐야죠...”

프레이가 테이아를 보고 생각해낸 방안이었다.

마치 인간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은 그 모습.

오토마톤을 이용한다면 추격자들을 따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말리온에게 세이렌을 닮은 오토마톤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물은 진짜인 세이렌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

다만 급조한 오토마톤인 만큼 세세한 명령을 내리는 건 힘들었다.

그렇기에 벌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최대한 떨어지기 위해 프레이 일행은 전력을 다했던 것.

“추격자고 자시고... 지금 힘들어서 돌아가시겠다...!”

바이런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정말 얼마 안 남았어요.”

프레이는 바이런을 토닥여주고 다시 움직였다.

* * *

“이런...! 이건 가짜다!”

대원들이 시체를 싸매다가 흘러나온 피가 천에 흡수되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다.

살과 살을 헤집어 보니 뼈가 있어야 할 곳에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골격이 드러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커억!”

혼란스러운 표정의 대원이 피를 토했다.

“쥐새끼들 덕분에 실수를 모면했군.”

“너, 너는!?”

이튼은 뒷걸음질 쳤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대원의 뒤에서 나타난 이는 바로 그 괴물 같은 놈이었다.

“정교한 오토마톤인가...”

보이드는 이튼에게 관심조차 없다는 듯 가짜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토마톤을 이용할 줄이야...’

이번 목표는 그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하지만 의뢰를 실패할 수는 없는 일, 다시 추격에 나서야 했다.

“네, 네놈이 어떻게...!?”

이튼의 말에 그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보이드는 슬쩍 눈을 돌렸다.

“시체에 모이는 쥐새끼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 속셈인지 알아 두어야 하니까. 소굴로 돌아가는 쥐를 잡지 않은 것뿐이다.”

보이드는 모습을 숨기고 대원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보이드의 안내역을 맡아주었다.

이튼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습격이다! 습격!”

“네 말을 들어줄 쥐는 남아 있지 않아.”

이미 다른 놈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처리했다. 그가 아무리 소리친다 한들 도와줄 이는 없을 것이다.

보이드가 단검을 들고 다가왔다.

“누, 누구 없...!”

이튼은 검을 빼 들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의 죽음은 잊혀지리라.”

보이드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

마법연합 수도, 매지카.

도시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여관 방안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이고...”

“형, 이제 가야죠.”

“야... 5분만 더 쉬면 안 되냐?”

프레이는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바이런은 딱딱한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 이래서 돈이 없으면 서러운 거야...”

“어쩔 수 없잖아요. 설마 야간할증이 붙을 줄 누가 알았나요.”

어젯밤 찾아간 마을에서 프레이 일행은 곧바로 순간이동을 이용했다.

문제는 이용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올라간다는 사실, 덕분에 바이런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거금을 지급해야 했다.

그리고 남은 돈을 확인한 바이런은 좌절했다. 이런 허름한 여관에서 지낼 도리밖에 없었으니까.

“무슨 택시도 아니고...”

“네?”

“아냐, 아냐. 가자, 가.”

바이런은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계단을 내려가니 이미 세이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 이렇게 오래 걸려요?”

“참 체력도 좋아요...”

바이런의 말에 프레이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세이렌은 손을 들어 반지를 보여 주었다. 프레이가 선물한 활력의 반지가 반짝였다.

다 이것 덕분이라는 듯한 그녀의 표정.

“아무튼 추격자도 쉽게 따라오지는 못하겠지. 놈들은 우리가 어딜 가는지도 모를 테니까.”

바이런은 세이렌의 자랑을 웃어넘기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죠.”

“일단 바로 마나홀드 대학부터 가볼까요.”

프레이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분위기가 무거워질 것 같아 세이렌이 화제를 전환했다.

“그러죠... 그나마 순간이동해서 가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바이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순간이동을 한 번 더 이용할 자금은 남아 있지 않았다.

프레이 일행은 곧바로 동문으로 향했다.

마나홀드 대학은 수도의 동쪽에 있었다.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규모가 웬만한 마을보다 크기에 수도 내에 지을 수가 없던 것.

‘크긴 크네...’

수도 내에서도 보일 정도로 높이 오른 상아탑. 아무리 길치라도 마나홀드 대학으로 가는 길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힘 좀 있는 사람들은 왜 다 저렇게 높은 데 사는지 몰라. 건물을 왜 저렇게 높이 세우지?”

“우러러보라는 뜻 아닐까요?”

바이런의 푸념에 세이렌이 대답했다. 황태자가 그렇게 대답하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아볼 수 있게 하려는 걸 수도 있죠.”

“그런 편의성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이것저것 잡담을 하는 사이 프레이 일행은 대학 입구에 도착했다.

형형색색의 로브를 입은 마법사들이 분주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일부 마법사들은 비행마법을 배웠는지 하늘을 날아다녔다.

‘정신이 없군...’

“야야, 이것 봐라.”

바이런의 말에 프레이가 고개를 돌렸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수정구. 그 밑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마나홀드 대학 전경]

“뭐 지도 같은 건가?”

“잠깐 확인하고 가보죠.”

수정구를 만지니 갑자기 시야가 바뀌었다. 마치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

“웃!?”

놀라서 손을 떼니, 다시 시야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워... 뭐야 이거?”

바이런도 놀라서 눈을 껌뻑였다. 세이렌은 씨익 웃으며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와, 진짜 넓다.”

그녀는 아직 손을 떼지 않았다. 무섭지도 않은 것 같다.

프레이는 다시 손을 대었다.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기에 전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아탑을 중심으로 세워진 건물은 다양한 도형처럼 세워져 있었다.

‘마치...’

대학 자체가 일종의 마법진처럼 보인다.

“실례합니다.”

누군가 그의 옆을 지나간다. 그제야 프레이는 수정구에서 손을 떼고 상황을 확인했다.

“이런, 벌써 들어가기 시작하네요.”

“그래? 어서 가자.”

마나홀드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생 외에는 출입이 불가하다. 웬만큼 중요한 손님이 아니라면, 외부인은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줄이 지금 움직이기 시작한 것.

프레이 일행은 빠르게 줄 뒤로 따라붙었다.

* * *

“...이후 태초의 마법사 켈라인은 엘레타스 대륙에 도착하여 마나홀드 대학을 세웠습니다. 수도보다 역사가 오래된 곳이죠.”

마나홀드 대학의 역사를 안내해주는 마법사의 설명이 끝이 났다. 그녀는 웃으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 잠깐 자유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함부로 물건에 손을 대지는 말아주세요!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역대 학장의 초상화는 물론 다양한 마법도구가 전시된 곳이었다.

구석에서는 마나홀드 대학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까지 있었다.

“세상에... 수도보다 학교를 먼저 세운 거야?”

세이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프레이는 안내를 해준 마법사의 설명을 떠올렸다.

켈라인이라는 마법사가 엘레타스 대륙에 도착하여 몬스터를 정리하고 대학을 세웠다.

그 대학에서 마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고, 자연스럽게 근처에 도시가 형성되었다는 말이었다.

마법사들이 모여드니 공동체가 형성되었고, 그것이 마법연합의 모태가 되었다는 사실.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기였다.

“마법밖에 모르는 인물이었다니까요.”

“그런 외골수는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 많다니까.”

바이런이 고개를 저었다. 말리온 박사도 오토마톤 제작에만 파고드는 외골수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켈라인이 우리가 찾는 오브를 만든 사람인 거잖아?”

“그렇죠? ‘켈라인의 오브’라고 했으니까...”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명이인일 가능성은 적지 않겠는가?

“그 오브는 어디에 있는 거야?”

견학은 거의 끝에 다다랐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대학을 나가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오브는커녕 대학의 역사만 종일 듣고 있자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면 어떡하죠?”

“몰래 이탈하는 건 어때?”

세이렌이 방법을 제시했다. 안내를 맡은 마법사의 주의가 분산된 틈을 타 움직이자는 말.

그러나 바이런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고, 우리가 부탁하는 입장인데 그런 짓은 자제해야죠. 그냥 솔직하게 책임자와 만나고 싶다고 얘기합시다.”

“그러죠. 어차피 대주교의 편지도 있고, 이제 견학도 마무리하니까 방해하는 것도 아닐 테고요.”

프레이가 웃으며 인벤토리를 뒤져 엘타란에게 받은 편지를 꺼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저...”

“아, 화장실은 저쪽입니다.”

그녀는 프레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한쪽을 가리켰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아, 왠지 안절부절 못 하셔서... 무슨 일이신가요?”

“이거 때문에 왔습니다.”

프레이는 그렇게 운을 떼고 편지를 내밀었다.

“아, 죄송해요. 사적인 만남은 좀...”

그녀의 반응에 바이런이 뒤에서 킥킥댔다. 세이렌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그게 아니라 켈라인의 오브 때문이에요. 읽어보세요.”

“아...!”

세이렌의 말에 그녀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편지를 읽었다.

“이건...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데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녀는 난색을 보였다. 대주교의 편지를 들고 온 사람들이다.

왜 그들이 견학하는 사람들 무리에 섞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문제는 견학하는 사람들을 관리할 마법사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리를 오래 비울 수는 없었다. 자신을 대신해 잠깐이라도 사람들을 지켜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녀는 빠르게 주위를 훑다가 출구 밖으로 보이는 마법사를 붙잡았다.

사정을 간략히 설명하고 그녀가 상아탑으로 달려갔다.

대타를 맡은 마법사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 발을 옮겼다.

그러던 그녀가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껌뻑였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던 그녀의 발이 다시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은 어느새 뜀박질로 바뀌었다.

“프레이님!”

프레이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돌렸다.

와락-

갑작스러운 포옹에 프레이도, 바이런도, 그리고 세이렌도 놀랐다.

“누구...”

프레이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

그도 아는 얼굴이었으니까.

“에밀리...?”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5 (76%)]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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