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06화 (106/141)

<-- 23. 철개미 처리 -->

세이렌이 프레이의 팔을 억눌렀다. 프레이는 과다출혈 탓인지 얼굴이 퍼렇게 질려 있었다.

“방법이 뭐든 빨리 어떻게 좀 해봐요!”

“일단 켈라디움은...”

“지금 그게 문제예요!?”

말리온의 물음에 세이렌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프레이는 멀쩡한 손으로 켈라디움을 꺼내 보여주었다.

“오오...!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말리온은 다급하게 피커톤에 올랐다.

아직 켈라디움의 소유권은 프레이에게 있었기에, 그가 죽으면 부활할 때까지 작업이 미뤄질 테니까.

우웅-

엔진소리와 함께 말리온이 뒤편으로 사라졌다.

“프레이! 인마! 정신 차려!”

“정신은 멀쩡해요...”

바이런이 다그치자 프레이가 힘없이 대답했다. 얼굴은 진땀으로 범벅이 됐다.

“피가... 피가 안 멈추는데...”

세이렌이 붉게 물든 손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젠장... 야, 너 이번에 죽으면 얼마나 걸리지?”

“아마...”

프레이는 곰곰이 자신이 죽었던 횟수를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죽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아... 그때인가...’

고블린의 왕이라고 자처하던 칼카락에게 맞아 죽었던 때가 떠올랐다.

“2번... 이번에 죽으면 3번이네요.”

“어? 그래? 너 4번 죽지 않았어?”

바이런이 눈을 껌뻑였다. 레스톤에서 프레이가 살아나는 걸 기다리다가 지레 짐작을 했던 것이었다.

“3일...”

“자자! 모두 비키십시오!”

말리온 박사의 목소리에 바이런이 옆으로 비켜섰다. 그의 손에는 사람의 팔이 들려 있었다.

“그건 또 뭡니까?!”

바이런이 황당한 얼굴로 소리치자 말리온이 헛기침을 하며 팔을 들어 올렸다.

“흠흠, 오토마톤의 쓰임새는 비단 오토마톤 그 자체의 제작에 있지 않습니다. 이 부품은 불의의 사고로 팔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짧게!”

“그러니까 잃어버린 팔을 대신하는 물건입니다.”

일종의 의수(義手)인 셈. 자세히 보니 절단면이 근육이 아니라 기계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이런은 곧 말리온의 처방을 알아차렸다.

“지금 프레이의 팔 대신에 그걸 달 셈이야!?”

“아, 너무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켈라디움을 구했다면 이 정도 쯤은...”

말리온은 바이런이 의수의 가치를 알아본 줄 알고 너스레를 떨었다.

“잠깐, 잠깐! 프레이는 유저니까 죽으면 팔이 원래대로 돌아올 거 아냐?”

“음, 뭐 굳이 사양하신다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이 의수는 정말 좋은 물건입니다. 인간의 연약한 육체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가능하니까요!”

“아니... 그래도 굳이 그런 방법을...”

바이런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의수를 부착한다는 건 지금 프레이의 팔을 절단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뭐, 일단 당사자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봅시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리온이 프레이에게 의수를 내밀었다. 프레이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도 그가 내민 의수의 정보를 읽었다.

[말리온 박사의 ‘마나 핑거’]

[말리온 박사가 개발한 오토마톤 부품입니다. 사용자의 마나 혹은 부착된 마정석의 마나를 압축하여 발사할 수 있습니다. 관통력은 마나 사용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당 아이템은 외모 변경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모 변경은 돌이킬 수 없으니 신중하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외모 변경...?’

프레이는 눈을 끔뻑였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외모 변경이라는 말에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세이렌에게 돌아갔다.

그녀가 마신 비약. 그것과 같은 종류의 물건이 아닐까?

‘마나를 발사한다고...?’

일종의 무기로 사용되는 물건 같았다. 그는 기회를 놓치기 전에, 완전히 정신을 잃기 전에 머리를 굴렸다.

‘마나... 마나...’

마법사를 상대로 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었는가?

보통 마법사는 힘과 민첩, 그리고 체력과 같은 스테이터스가 낮다. 다시 말해 약골인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프레이에게는 필요 없는 지능과 지혜, 즉 마나와 마나 회복량 등 마법과 관련된 스테이터스는 높다.

‘이걸 얻으면...’

프레이에게도 마나를 사용할 방법이 생긴다. 게다가 원거리 공격이니 유용할 터.

“프레이? 프레이!? 괜찮아?”

세이렌이 다급하게 불렀다. 프레이가 말이 없어 죽은 줄로만 안 걸까.

3일. 고작 3일이면 온전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말리온이 내민 물건은 외관상 사람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체를 모른다면 기습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언젠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바꿔... 주세요...”

“뭐? 야! 3일만 참으면...”

“형...”

프레이는 말없이 바이런을 불렀다. 바이런은 뭐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래, 네 몸인데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결론이 났습니까? 그럼 바로 마취를 시작하죠!”

말리온 박사가 미소를 지었다.

“자자, 여러분은 비켜주십시오! 개조에 방해가 되니까요!”

“하지만...”

“잘못하면 이물질이 들어갑니다?”

세이렌과 바이런이 흠칫 놀라며 비켜섰다. 그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말리온은 피커톤으로 프레이의 몸을 들고 수술대로 향했다.

“후우...”

짧은 숨을 내뱉었다. 프레이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을 뜨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겁니다.”

말리온 박사의 미소가 보인다.

프레이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 * *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프레이는 점점 의식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직 살아있나...?’

3일이 지난 건 아니었다. 메시지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프레이는 완전히 눈을 떴다.

자신은 수술대 위에 누워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보기에도 소름 끼치는 날카로운 공구들과 수술의 흔적으로 보이는 핏자국들이었다.

‘세상에...’

양철통 안에 무언가 들어있어 시선을 돌렸다.

팔이다.

정확히 말하면 팔이었던 것이지만.

그는 넝마가 된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이게...’

새로운 팔로 시선을 돌렸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매끄러운 피부의 팔이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마치 원래 자신의 팔인 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아, 일어나셨군요!”

말리온이 불쑥 나타나 소리를 높였다.

“일어났다고!?”

“프레이!”

뒤이어 들려오는 바이런과 세이렌의 목소리. 그들도 모습을 보였다.

세이렌은 바로 프레이를 잡고 흔들었다.

“프레이! 괜찮아!?”

“네, 네. 괜찮아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양팔로 세이렌을 진정시킨다.

‘정말 내 팔 같잖아...?’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프레이는 말리온을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떻습니까? 전혀 무리가 없죠?”

“아... 네.”

“정말이야? 이거 무를 수 없다고 립서비스하는 거 아니지?!”

바이런이 소리친다. 프레이는 립서비스가 뭔지 모르지만, 좋은 의미는 아니라는 건 문맥으로 알 수 있었다.

“네. 정말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보다 제가 얼마나...”

“한 4시간? 지금 밖은 해가 중천이야.”

세이렌의 말에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는 수술대에서 내려왔다.

“웃...”

“어어? 괜찮냐?”

어지러움을 느끼며 그가 휘청거리자 바이런이 옆에서 잡아주었다.

“이거 부작용 있는 거 아니에요!?”

“원래 처음에는 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플린 피가 얼마나 많은 데요! 일단 요양이 좀 필요할 겁니다.”

바이런이 고개를 돌리며 윽박지르자 말리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곧 그는 프레이에게 다가왔다.

“그보다 켈라디움을 어서...”

“아...”

프레이는 인벤토리에 넣던 손을 멈추었다.

“그전에...”

말리온은 안절부절못하는 얼굴이다. 한시라도 기다릴 수 없다는 마음이 전해진다.

“테이아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테이아...?”

세이렌이 중얼거렸다.

“테이아가? 아직 살아 있었습니까!?”

살아있다. 오토마톤에게 그런 표현이 어울릴까 싶었지만 프레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쉽지만... 임무를 위해 말 그대로 온몸을 바쳤습니다.”

“그렇군요. 프로토타입치고는 제 역할을 해낸 셈이군요.”

말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 켈라디움을 어서 갖고 싶다는 눈치였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프레이의 말에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을 빠져나갈 방안...’

언제까지고 여기에 갇혀 있을 수는 없었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 어렵지 않은 부탁입니다. 그것만 들어주시면 켈라디움은 온전히 당신의 손에 들어갈 겁니다.”

“팔을 고쳐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겁니까!?”

말리온이 짐짓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일단 들어보십시오. 형이랑 세이렌도 잘 들어주세요.”

프레이가 설명을 시작하자 말리온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이런과 세이렌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정말 될까?”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요. 여기에 언제까지 발이 묶여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건 또 새로운 도전이 되겠군요!”

말리온만 신이 났다.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팔... 연습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넉넉히 3일 정도만 있으면 될 겁니다. 새로운 팔에 익숙해지는 데 충분하죠!”

말리온은 몸을 돌렸다. 그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그럼 바로 작업에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 * *

‘기본적으로는... 활 쏘는 것과 비슷하군.’

차칵-

작은 소리와 함께 손가락 첫마디가 벌어진다.

진짜 팔이라면 피가 철철 흐르고 뼈마디가 보이겠지만, 대신 보이는 것은 은색의 부품과 작은 원.

이렇게 손가락이 열리면 활을 쏠 때와 마찬가지로 초록 조준점이 눈에 보인다.

우웅-

활이 시위를 당긴다면, 마나핑거는 프레이의 마나를 끌어모은다.

약간 몽롱해지고 몸이 저릿한 게 느낌이 마치 피를 빨리는 것 같았다.

마치 혈관에 피가 흐르듯, 마나핑거에 푸른 선이 차오른다.

질주하듯 팔을 내달리는 푸른 선이 손가락에서 멈추면 장전 완료.

‘쏜다.’

파앙-!

푸른빛이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온다. 섬광이 철판으로 순식간에 나아간다.

쿠당탕-

세워뒀던 철판이 뒤로 넘어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또 실패인가...’

관통은 실패다.

프레이의 기본 마나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관통력은 형편없었다. 오히려 기운만 빠진다.

“또 연습이야?”

세이렌이 슬쩍 다가와 물었다. 프레이는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보고 있었어요?”

“그냥 철판 넘어지는 것만? 아무튼, 말리온 박사가 작업을 마쳤다고 하던데.”

“그래요?”

프레이는 저릿한 팔을 주무르며 물었다. 세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바이런이 도와준 덕분에 조금 앞당겨서 끝냈나 봐.”

“으흠...”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런은 가만히 있는 건 시간 낭비라면서 말리온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실제 속셈은 말리온의 옆에서 기술이라도 배워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프레이는 마나핑거 숙달에 집중하느라 별 신경을 쓰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도움은 된 모양이다.

그들이 도착하니 말리온이 반겨주었다.

“아, 왔군요! 자, 약속대로 이제 켈라디움을 넘겨주시죠!”

프레이는 결과물을 보고 살짝 입을 벌렸다. 세이렌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진짜 소름 끼친다니까... 나도 처음 보고 얼마나 놀랐는데.”

“좋아요. 이 정도면...”

프레이는 켈라디움을 꺼내 건넸다. 말리온은 환하게 웃으며 켈라디움을 받았다.

“아, 왔구나. 준비는 끝났어.”

바이런이 짐을 챙겨서 나왔다.

“그럼 출발할까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여기를 떠날 때가 되었다.

“나가는 길은 열어뒀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세기의 역작을 마무리해야겠군요!”

말리온은 당장에라도 그들을 내보내고 작업에 착수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요.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프레이 일행의 인사에도 말리온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는 온 정신을 켈라디움에 집중했다.

“놔두고 가죠.”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프레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출구로 향했다.

* * *

어두운 밤, 흐릿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며칠을 기다린 끝에 결국 목표가 나타났다.

보이드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혼자인가?’

목표 외에는 유저라고 했으니 어쩌면 그녀를 배반한 걸지도 모른다. 본래 유저라는 족속들은 이득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으니까.

자신을 상대하는 것보다 그녀를 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게 틀림없었다.

목표는 빠르게 숲을 내달렸다. 마치 그러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듯이.

‘하지만...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훼방꾼도 없다. 실패할 이유가 없었다.

보이드는 애용하는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나무를 넘어 다녔다.

그는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곧 그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메멘토 모리.”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목표가 멈춰섰다.

표정이 확실히 굳어있다.

“그대의 죽음은 기억되리라.”

순식간이었다.

그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단검은 어느새 그녀의 목을 꿰뚫었다.

붉은 피가 허공에 흩뿌려진다.

천천히 그녀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보이드는 재차 그녀의 심장에 단검을 꽂았다.

꿈틀거리던 몸이 이내 축 늘어진다.

보이드는 그녀의 주검을 바라보았다. 임무 완료의 증거로 염사를 해야 했으니까.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5 (76%)]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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