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퀄라이저-105화 (105/141)

<-- 23. 철개미 처리 -->

프레이는 그 자리에서 몸을 날렸다.

쿠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여왕철개미가 착륙했다.

여왕철개미에게는 이름이 없다.

네임드 몬스터는 아니지만, 스테이터스는 꽤 뛰어난 축에 속했다.

프레이는 바닥을 굴렀다가 곧장 일어섰다.

‘날개라고!?’

파르르 떨리는 반투명한 날개.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다시 날기 전에...!’

프레이는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다시 날아오르면 잡을 방법이 없다.

빠르게 검을 휘둘렀지만, 손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없었다.

콱- 콱-

여왕철개미가 벽에 붙어 날개를 떨었다.

“제길...”

자신의 이점을 알고 있다.

벽과 벽을 타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어디지?’

그가 가지고 있는 발광석으로 동공을 모두 밝히는 건 힘들었다. 자신의 주위를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을 뿐이었다.

유령선 레이드 때처럼, 알라칸의 안개에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적의 위치를 알려줄 동료가 없다는 사실. 오로지 그의 감각만으로 여왕철개미의 위치를 파악해야 했다.

‘어디냐?’

프레이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콱- 콱-

여왕철개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동공에 울리는 탓인지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기분이었다.

소리만으로는 위치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바짝 긴장했다.

쏴아악-

‘온다!’

프레이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다시 몸을 날렸다. 그가 있던 자리로 여왕철개미가 떨어졌다.

캬아-!

포효하며 쓰러진 프레이를 향해 앞다리를 휘두른다. 프레이는 뒤로 구르며 몸을 튕기듯 일으켰다.

‘잡았...’

프레이가 앞다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여왕철개미는 뒤로 몸을 날리며 다시 어둠속으로 몸을 숨겼다.

‘빌어먹을...!’

의외로 똑똑한 놈이다. 자신의 이점을 이용할 줄 안다.

그렇게 몇 차례 바닥을 구르고 소모적인 공방이 진행되었다.

“후우...”

이대로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날아오를 수 없다면, 스스로 내려오게 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날아오르지 않도록 붙잡아둬야 했다.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

‘역시...’

프레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이용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로지 하나.

여왕철개미가 낳아둔 알이었다.

‘얼마나 버티나 보자!’

프레이는 입을 굳게 다물고 뛰었다. 여왕철개미가 낳아둔 알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캬아아-!

그의 의도를 눈치챈 것일까. 이전과 다르게 포효하며 공격을 해온다.

‘네놈 뜻대로 놀아 줄 생각은 없어!’

쿠웅-

프레이는 앞으로 도약하며 굴렀다. 그리고 곧바로 일어나 다시 달렸다.

새하얀 알이 보인다.

콰직-

검을 휘두르며 알이 박살 난다.

캬악-!

여왕철개미가 분노에 몸을 떤다. 곧바로 몸을 날려 프레이를 덮치려 한다.

‘큭...!’

그 속도가 대단해 피할 틈도 없었다. 프레이는 검을 들어 앞다리를 막았다.

지이익-

바닥을 끌며 프레이가 밀려났다. 검면으로 간신히 버티기를 잠시, 여왕철개미가 큰 턱을 들이밀었다.

차칵- 차칵-

‘제기랄!’

검을 물려 했기에 프레이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검을 빼내자 힘에 밀려 뒤로 넘어졌다. 프레이는 벌려진 입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푸욱-

여왕철개미가 몸을 떨었다.

캬악- 캬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며 괴성을 내지른다.

“우윽!”

프레이는 검을 굳게 쥐었다. 여왕철개미가 뛰어오르며 벽을 향해 돌진하다.

“크악!”

벽과 부딪치며 충격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여왕철개미는 프레이를 뿌리치려는 듯, 이리저리 벽을 뛰어다녔다.

“크윽...!”

이리저리 흔들린 탓인지 여왕철개미의 입에 박힌 검이 천천히 빠지기 시작했다.

주륵-

붉은 진액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검이 빠졌다.

‘이런...!’

프레이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강렬한 충격이 등을 타고 전해졌다.

“끄으...”

신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가만히 누워있을 수는 없었다.

툭- 투둑-

뺨을 타고 찐득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드러난 상처 입은 여왕의 얼굴.

프레이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굴렀다.

“끄악...!”

그러나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앞다리에 왼팔이 걸렸다.

억지로 빼낸 탓인지 살점이 찢겨나갔다.

“후우... 후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핏물이 흘렀다.

서로 피를 본 상황이다. 둘 다 섣불리 덤비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나쁘게 흘러갔다.

두두- 두두두두-

‘제길...’

들려오는 발소리에 프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여왕을 지키려 철개미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패배는 확정.

‘빨리 끝내야...’

설령 죽더라도 켈라디움을 손에 넣고 죽어야 한다. 프레이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여왕철개미는 이전과 달리 쉽사리 올라가지 않았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알이 깨진다는 걸 학습한 덕이었다.

결국 먼저 나서야 하는 건 아쉬운 쪽이었다.

프레이는 검을 고쳐 쥐었다. 아무래도 죽음은 면치 못할 것 같았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프레이는 얼굴을 굳히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여왕철개미가 앞다리를 휘두른다. 프레이는 앞다리에 검을 박았다.

콰득-

“끄악!”

다른 쪽 다리가 그의 허리를 후려쳤다.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 비명이 튀어나왔다.

프레이는 검을 뽑아 반대편 다리를 후려쳤다.

캬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며 여왕철개미가 턱을 내밀었다.

‘그래...!’

그는 상처를 입은 팔을 내밀었다.

으득- 으득-

뼈가 으스러지며 고통이 느껴졌다. 완전히 팔이 끊어지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크아아아아!”

고통에 찬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를 질렀다. 프레이는 검을 들어 머리를 내리찍었다.

푸욱-

검이 반절이나 들어갔다. 온 힘을 다한 덕이었다.

부들부들 몸이 떨리며 여왕철개미의 다리가 쓰러졌다. 그러나 턱은 풀리지 않았다.

“하아... 하아...”

눈물이 절로 나왔다. 프레이는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팔을 비틀어 빼냈다.

“으윽...!”

캬악-!

울음소리에 돌아보니 철개미들이 입구에서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여왕의 죽음을 눈치채서일까?

‘이런...!’

아직 켈라디움을 손에 넣지 못했다. 프레이는 여왕의 머리에 발을 올렸다.

“크아악...!”

몸이 흔들릴 때마다 격통이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다.

프레이는 여왕의 머리에 박혀있는 검을 빼냈다.

‘배... 배를...’

배를 갈라야 한다. 여왕철개미의 배를 횡으로 갈랐다.

캬악-!

철개미의 울음소리가 지척이다.

찐득한 붉은 진액 사이로 보이는 광석. 저걸 잡아야 했지만 팔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다고 검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켈라디움을 얻겠다고 제트람의 검을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실패인가...’

포기하려는 순간이었다.

쿠웅-

프레이를 향해 달려오던 철개미가 앞으로 넘어졌다. 철개미의 배가 갈라졌다.

그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갈라진 틈을 바라보았다.

“테이아...?”

엄밀히 말하면 테이아의 일부분이다.

위액에 녹았는지 피부가 벗겨져 금속 부분이 노출되어 있었다. 머리와 어깨 그리고 팔 일

부분만 남았다.

붉은 진액으로 뒤덮인 테이아의 모습은 그로테스크 그 자체였다.

“임무를... 완수...”

반쯤 남은 팔로 내피를 찢고 나온 모양이다. 그러나 잠깐 목숨을 연장했을 뿐이었다.

“자폭... 피하십...”

“뭐?”

“마정석. 폭발...”

테이아의 말은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러나 프레이는 일단 켈라디움을 집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캬아아-!

철개미 무리가 테이아를 짓밟고 프레이를 향해 다가왔다.

콰드득-

테이아의 머리가 찌그러졌다. 테이아는 남은 팔을 자신의 머리로 향했다.

“말리온. 박사님께...”

프레이는 뒤로 물러섰다. 그건 당연한 본능이었다.

“끝까지. 임무를. 수행...”

슈아악-

마치 모든 공기가 압축되는 느낌이었다.

순간의 정적.

콰아아아앙-!

그리고 이어지는 폭발.

“크아악...!”

섬광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폭발은 동공에 모인 철개미 무리를 삼켰다.

이어지는 후폭풍에 프레이의 몸이 벽으로 날아갔다.

쿵-

프레이는 정신을 잃었다.

* * *

“크윽...”

욱신. 욱신.

고통이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

‘도대체...’

머리를 흔들었다. 발광석에 문제가 있는지 주위가 껌뻑였다.

“크악...!”

자기도 모르게 팔을 짚으려던 프레이는 비명을 질렀다.

고개를 돌리니 왼팔이 완전 넝마가 돼 있었다.

‘제길...’

폭발의 여파 때문일까, 상처가 더 벌어진 것 같았다.

‘남은 약물도 없는데...’

바이런이 만들어준 약물은 남은 게 없다. 프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일단 가보자...’

이대로 자살하는 선택도 있지만, 그래서야 시간을 너무 소모한다.

올라가서 바이런에게 약물을 더 만들어달라고 하는 편이 나을 터.

프레이는 슬쩍 철개미의 사체들을 둘러보았다.

‘테이아는... 없나...’

테이아의 부품이라도 있으면 가져가고 싶었다. 말리온에게 당신의 오토마톤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폭발 때문인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모양이다.

일단 움직여야 했다.

‘가다가 죽겠는데...?’

프레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출혈 때문에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앞으로 얼마나 남은 거예요? 그러면?”

“아마 4일? 5일이였나... 프레이 그 자식 4번인가 죽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바이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유저라도... 죽는 건 괴롭죠?”

“그렇죠. 뭐 정확히 말하면 정신을 잃는 기분인데... 다시 오지를 못 하니까.”

세이렌의 말에 바이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남은 기간 동안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세이렌을 놔둘 수도 없고...’

프레이의 부탁이 있으니 눈을 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여기 있자니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주위를 둘러봐도 철과 금속, 그리고 오토마톤 부품뿐이었다.

‘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이런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분 잘 쉬고 계십니까!?”

“아, 말리온 박사님.”

말리온이 들어오자 세이렌이 화답했다. 전날의 대화로 관계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바이런은 그런 변화를 감지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흠흠, 저 박사님. 여기서 뭐, 소일거리나 그런 거 없습니까?”

“소일거리요? 심심하신가 보군요! 제가 특별히 준비한 놀이용 오토마톤이 있습니다. 자, 이걸로 말하자면, 여기 옆에 달린 수많은 레버 중 하나를 건드리면 작은 오토마톤이 튀어 나오...”

“아니, 아니! 일이요, 일!”

말리온이 장난감을 꺼내자 바이런이 말을 끊었다. 그는 고글을 들어 올리며 바이런을 바라보았다.

“일이라... 하지만 제가 당신을 써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나를 무시하는 겁니까?”

바이런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말리온은 손을 저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제게는 작업용 오토마톤이 아주 많습니다. 당신과 같은 인간처럼 지치지 않고 밤낮을 일하는 충실한 아이들이죠. 물론 마력을 공급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인간 역시 휴식과 식사가 필요하니까요. 여러모로 보아 당신보다 오토마톤이 우월한 건 명확합니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말리온의 말에 바이런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에 틀린 점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토마톤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건 기분이 상할만한 일이었다.

“그럼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을 시키시면 되잖아요?”

세이렌이 바이런을 두둔했다.

“그런 일은 제가 도맡아서 하고 있으니까요. 뭐, 정 원하시면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이 날지 의문이 드는군요.”

말리온은 다시 고글을 쓰고 미소를 지었다. 마치 오토마톤의 승리에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

똑- 똑-

“음?”

노크 소리에 말리온은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여니 오토마톤 하나가 서 있었다.

“오! 프레이가 성공한 모양이군요!”

“프레이가요!?”

“돌아왔다고!?”

세이렌과 바이런이 벌떡 일어났다. 말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밤낮을 지켜볼 필요가 있어 오토마톤을 세워뒀습니다. 바로 열어줘야 하니...”

“비켜요!”

말리온의 설명을 무시하고 세이렌이 오토마톤을 밀치고 밖으로 나왔다. 바이런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아이고!”

말리온이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오토마톤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프레이!”

“하아... 하아...”

세이렌이 파랗게 질려서 그에게 다가갔다. 프레이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아니, 무슨 일이 있던 거야!?”

“형... 물약... 남은...”

“자, 잠깐만 기다려 봐!”

바이런은 다급하게 인벤토리를 뒤졌다. 일단 물약을 꺼내 프레이에게 먹였다.

“세상에...”

세이렌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프레이의 팔을 살폈다.

뒤늦게 도착한 말리온도 얼굴을 굳혔다.

“이런...! 엄청난 상처군요!”

“제길! 내 물약으로는 무리야! 사제를 찾아야 해!”

“여기 사제가 어디 있다고...”

세이렌이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눈길을 받은 말리온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사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말리온은 시선을 프레이에게 돌렸다.

“방법은 있습니다.”

========== 작품 후기 ==========

[보유 스킬 목록]

[중급 궁술 Lv1 (16%)]

[중급 검술 Lv5 (76%)]

[초급 단검술 Lv9 (27%)]

[약초 채집 Lv3 (39%)]

[초급 추적 Lv4 (47%)]

[초급 승마 Lv8 (78%)]

[초급 도축 Lv3 (62%)]

[초급 요리 Lv1 (89%)]

[초급 수리 Lv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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